신지아는 순식간에 몸이 굳었다.입을 틀어막은 손, 낯선 힘.그녀는 본능적으로 반지를 더듬었다.손끝으로 작은 버튼을 찾아 눌러 칼날을 튀어나오게 하려는 순간 그 남자가 멈췄다.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로 내려오더니 몸을 뒤집어 세게 벽으로 밀어붙였다.눈앞의 남자는 익숙한 사람이었다.거친 숨소리, 눈빛엔 피곤함과 분노가 뒤섞인 붉은 기운이 드러나 있는 남자.신지아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그 눈빛은 그녀가 단 한 번, 아니 딱 두 번 본 적 있는 눈빛이었다.첫 번째는 몇 년 전, 둘이 함께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였다.전원이 나가 어둠이 깔리고 변도영은 폐쇄공포증으로 몸이 굳어버렸다.그때의 그는 지금처럼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모든 게 망가진 듯한 연약함에 잠겨 있었다.그 기억이 스쳐 가자 신지아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신지아, 너 도대체... 나한테 어떻게 하라는 거야?”변도영은 손에 힘을 풀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재혼을 거절한 것도, 지금 질투 때문에 나은이를 다치게 한 것도 너야.”그제야 신지아는 깨달았다.그가 이러고 있는 이유.이나은의 복수를 대신하려 온 것이다.잠깐이나마 달라졌나 싶었던 기대가 우습게도 무너져 내렸다.신지아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질투요? 그만 좀 하세요, 변도영 씨. 저흰 이미 끝난 사이잖아요. 당신이 누구랑 있든, 누구랑 결혼하든 저랑은 상관없어요.”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변도영은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럼 나은이 팔은? 팔 다치게 한 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 네가 한 짓 아니야?”방금 전 매장에서 변도영은 두 사람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 다 지켜보고 있었다.신지아는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조용히 대답했다.“그래요, 제가 했어요. 그래서 어쩔 건데요? 이나은 씨 대신 저한테 복수라도 하실 건가요?”변도영은 그녀의 눈빛을 보면 볼수록 점점 불쾌하고 답답해졌다.‘아까 윤형우 씨 앞에서는 안 이러더니.’그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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