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첫사랑만 구한 남자: Bab 301 - Bab 310

439 Bab

제301화

‘지금 내가 직접 신지아랑 다른 남자의 앞날을 밀어준 셈인가?’변도영은 헛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몇 분 후, 그는 다시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히고는 이미 서명된 상속 포기 각서를 손에 들고 가만히 쳐다봤다.각서에는 신지아도 사인을 끝낸 상태였다.이제 정말 신지아와의 모든 인연이 완전히 끊어진 것이다.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변도영의 검은 눈동자에 묘한 빛이 스쳤다....신지아는 병원을 나서며 깊은 숨을 내쉬었고 손에는 갓 받은 계약서가 들려 있었다.솔직히 그녀도 알고 있었다.변도영이 제시한 조건이 자신을 일부러 모욕하기 위한 거라는 걸.그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결혼한 지 5년 동안 관계가 틀어진 이후로는 부부로서의 시간도 거의 없었다.그나마 있던 몇 번은 언제나 신지아가 먼저 변도영에게 다가간 경우였다.그는 애초에 그녀와 그런 관계를 맺는 걸 즐기지 않았다.하지만 최근 변도영의 이상한 태도는 신지아를 조금 겁먹게 만들었다.혹시 정말로 자신에게 평생 함께하자고 할까 봐.수없이 같은 일을 겪어왔지만 그가 예전에 이나은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만 떠올려도 몸이 본능적으로 거부감에 휩싸였다.다행히 변도영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었다.차에 타고 난 지 10분도 되지 않아 신지아의 휴대폰에 입금 알림이 떴다.금액은 계약서에 명시된 것과 정확히 같았다.‘그래도 약속은 잘 지키네.’신지아는 안도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신뢰만큼은 있는 사람이었다.그녀는 지체 없이 그 돈을 UME 계좌로 이체했고 곧 몇 통의 전화를 걸었다.공장 설립 일정을 앞당기자는 이야기를 마친 뒤였다.원래는 내일쯤 서인호와 고우빈에게 알릴 생각이었다.그런데 웬일인지 서인호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재무팀에서 소식을 미리 들은 모양이었다.“그 돈 혹시 어디서 난 겁니까?”서인호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신지아는 간단히 유산 정리 문제였다고만 설명했다.변도영 이야기는 빼고 먼 친척의 일이라고 돌려 말했다.“그렇게 쉽게 내놓아도 괜찮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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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고우빈은 원래 말투가 느리고 차분했다.그의 목소리에서 큰 감정의 기복을 느끼는 일은 거의 없었다.그래서 그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낮고 묵직한 음성에도 신지아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분명 걱정이 섞인 목소리였다.그녀는 최근 몇 주 동안의 일을 곰곰이 되짚었다.고우빈의 미묘하게 달라진 태도, 점점 줄어들던 연락, 말끝마다 맺히던 망설임.그 모든 퍼즐이 하나로 이어지자 신지아는 늦게야 깨달았다.고우빈이 무언가에 얽혀 있다는 걸.UME에 그렇게 큰 문제가 생겼는데 그가 그런 사람이라면 아무 일 없이 돌아앉아 있을 리가 없었다.지금 고우빈이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문제가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그리고 이 문제에 관련돼 있을 사람은 윤재혁이었다.하지만 고우빈은 고이진의 오빠였다.고이진의 실종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윤재혁이 그를 함부로 대할 이유는 없었다.신지아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설마 그 이유라면...’...병원.이나은이 병실로 들어섰을 때 변도영은 창가에 서 있었고 넓은 어깨로 유리창 너머의 하늘을 막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먼 곳을 향하고 있었지만 생각은 그 어디에도 닿지 않은 듯했다.이나은은 조심스럽게 다가가다 책상 위에 놓인 서류 한 묶음을 발견했다.[상속 포기 동의서.]그 몇 글자를 보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번뜩였다.몇 장을 조심스레 넘겨보다가 마지막 장에 선명하게 적힌 이름을 확인했다.신지아.‘그래, 결국 포기했구나. 그나마 눈치가 있네.’오늘 오후, 박수미가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 변씨 가문은 이미 긴장하고 있었다.혹시라도 그녀가 그 자리에서 못 깨어날까 두려워서였다.그래서 서둘러 대책을 세웠다.어떻게든 신지아를 설득해 자진해서 재산을 포기하게 만들자는 얘기였다.변씨 가문 같은 대가족이 박수미의 유언 하나를 곧이곧대로 따를 리는 없었다.그런데 신지아가 먼저 조건을 내걸었다.가문이 나서기 전에 스스로 판을 깐 셈이었다.‘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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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신지아는 끝내 고우빈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몇 번 전화를 걸다가 결국 포기하고 짧게 문자를 남겼다.[조심해요. 무슨 일이 있든, 선배 안전이 중요해요.]고우빈은 한번 결심한 일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 사람이었다.그가 시간을 끄는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고우빈이 돌아오기 전까지 그 시간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해야 했다.물론, 윤재혁에게 붙잡혀 있다는 건 그저 그녀의 짐작일 뿐이었다.신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윤형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에도 받지 않았다.‘이상하네.’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둑어둑한 저녁이었다.차를 세우고 걸음을 옮기던 그녀는 아파트 현관 앞에서 낯익은 뒷모습을 발견했다.윤형우.그는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분위기는 평소보다 한결 차분했다.신지아는 반가운 마음에 손을 들었지만 윤형우가 너무 집중해 있는 모습에 도리어 말을 삼켰다.이내 조심스레 뒤로 다가가려던 찰나, 그의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왔어?”신지아는 놀라서 걸음을 멈췄다.윤형우가 휴대폰을 닫고 고개를 들었다.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있었지만 그 안에는 묘하게 서늘한 기운이 스며 있었다.그녀는 윤형우가 아까 전화를 받지 않은 걸 떠올렸다.‘혹시 그 일로 화가 난 걸까?’신지아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 병원에 좀 다녀왔어요.”“병원?”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변씨 가문 어르신 상태 보러 간 거지?”“어떻게 알았어요?”신지아가 놀라 묻자 윤형우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요즘 그 얘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그녀는 가만히 그가 다른 말을 꺼내는 걸 기다렸다.하지만 윤형우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했고 그저 몇 걸음 앞으로 다가오더니 몸을 살짝 기울였다.그의 그림자가 신지아를 덮었고 숨결이 가까워지자 신지아의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당황한 그녀가 물러서려던 찰나 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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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신지아가 현관 안으로 사라지자 윤형우는 천천히 휴대폰을 꺼냈다.잠시 전까지 보고 있던 게시물이 이미 삭제되어 있었다.불과 몇 분 전, 업계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한 영상이 올라왔었다.영상의 시각은 오늘 밤.그 화면 속에는 병원 복도에서 나란히 서 있는 변도영과 신지아가 있었다.두 사람은 가까이 서 있었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엔 묘한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그리고 영상의 마지막, 두 사람의 대화가 또렷하게 흘러나왔다.“나랑 하룻밤만 자자.”변도영의 목소리였다.“좋아요.”신지아의 대답은 놀라울 만큼 담담했다.화면은 흐릿했지만 음성은 기괴할 정도로 선명했다.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가공된 영상이었다.이어서 공개된 건, 거액의 송금 내역.숫자는 억 단위였다.별다른 설명은 없었지만 그 두 장의 자료만으로도 사람들이 상상할 거리는 충분했다.그런데 게시물은 올라온 지 단 5분 만에 삭제되었다.댓글도, 반응도 거의 남지 않은 채로.윤형우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나한테 보여주려고 올린 거였네.’그는 곧 알아차렸다.이건 단순한 유출이 아니라 누군가의 계산된 도발, 그와 신지아 사이를 흔들려는 유치한 시도였다.‘수법 참 유치하네.’다음 날, 신지아는 여전히 고우빈에게서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불안감은 점점 더 커졌지만 그녀는 최대한 일에 몰두하려 애썼다.공장 설립 프로젝트의 일정이 빠듯했기 때문이다.그렇게 하루를 바삐 보내고 밤이 되어서야 신지아는 책상 위 휴대폰을 들었다.윤형우의 메시지 창을 한참 바라보다가 뭐라고 먼저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평소라면 윤형우가 먼저 말을 걸었을 것이다.일 얘기를 하거나, 별 의미 없는 사진을 보내오거나, 가끔은 길가에 핀 들꽃 사진을 찍어 보내며.혹은 고양이가 차 위에서 낮잠을 자다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내고 신지아에게 오늘 하루 어땠는지, 데이트는 언제 할 건지 물어보기도 했다.그런 그가 오늘은 너무 조용했다.신지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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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윤형우의 미소는 늘 그렇듯 온화했고 투명한 안경 너머로 비치는 밝은 눈빛엔 흔들림이 없었다.신지아는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걸 느꼈다.어제와 달리 오늘 그는 한결 편안해 보였다.그녀는 조심스레 윤형우를 바라보다가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그런데 그 순간, 윤형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지아야, 난 네 남자 친구야. 뭐든 직접 물어봐도 돼. 굳이 눈치 볼 필요 없잖아.”그는 마치 신지아의 속내를 다 읽은 듯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내 기분을 혼자 추측할 필요는 없어. 사실 널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이미 기분이 좋으니까.”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신지아를 가만히 바라봤다.사실 차에 오를 때부터 윤형우는 이미 눈치챘다.그녀의 말투, 억지로 띄우려는 미소, 그리고 연신 반복되는 칭찬들.그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신지아가 무언가 부탁할 게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리고 어렴풋이 부탁할 일이 무엇인지를 짐작했다.신지아는 한참 입술을 깨물고 고민하다가 결국 물었다.“혹시 며칠 전에 우빈 선배가 형우 씨한테 연락한 적 있어요?”‘역시 이럴 줄 알았어.’윤형우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두 사람의 ‘호흡’에 감탄을 해야 할지, 질투를 해야 할지는 잘 몰랐지만 오늘 신지아가 먼저 연락한 이유가 자신이 아니라 고우빈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신지아는 그가 대답이 없자 혹시 자신의 추측이 틀린 건지 불안해졌다.고우빈은 늘 치밀한 사람이었다.만약 그가 연성시에 당분간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다면 그만한 이유와 계획이 있을 것이다.아마도 위험을 감지하고 그녀가 걱정할까 봐 일부러 자세한 이야기를 감춘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서인호 또한 이 일에 무관하니까.옆에서 따라다니는 두 명의 보디가드들도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할 수 있는 게 적인지라 제일 믿음직한 사람은 윤형우였다.고우빈 또한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알기에 위험을 감지하자마자 윤형우에게 연락했을 확률이 제일 높았다.필경 명목상으로 윤형우는 남자 친구였고 UME의 투자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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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신지아는 놀람과 기쁨이 한꺼번에 밀려와 고개를 돌려 윤형우를 바라봤다.“들어가서 직접 보고 와.”그러자 그는 차분하게 계속 말했다.“어차피 집에 돌아가도 결국 몰래 병원에 올 거잖아. 난 네가 변씨 가문 사람들이랑 왕래가 있는 걸 신경 쓰지 않아.”그는 이미 조사했었다.몇 년 동안, 박수미는 신지아를 친손녀처럼 아꼈다.5년 동안 그 정도로 정이 쌓였는데 한순간에 완전히 끊어질 리가 없다는 것도 잘 알았다.신지아는 윤형우가 자신을 그렇게까지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동시에 감동을 받았다.사실 그는 정확히 짚었다.변씨 가문에 있을 때 박수미는 언제나 그녀의 편이었다.명절마다 선물을 챙겨주고 어려운 일에는 늘 앞장서서 도와주었다.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신지아에게 놓인 가장 큰 위기를 풀어준 사람 역시 박수미였다.박수미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신지아는 당연히 병원에 갈 생각이었다.하지만 윤형우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냥 시간을 피해 몰래 다녀오려 했다.그는 신지아의 눈빛을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한 가지 전제가 있어. 변 대표님이랑 다시 엮이는 일은 없었으면 해.”윤형우는 변도영이 어떤 식으로 자신을 도발하든 상관없었다.단 하나, 신지아의 마음이 자신에게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다.그 말에 신지아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전 변도영 씨랑 이미 완전히 끝났어요.”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그날 병원에서 변도영의 태도를 떠올리면 그 역시 같은 생각일 게 분명했다.윤형우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 결국 입술을 다물었다.신지아는 박수미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들뜬 마음으로 다시 한번 도우미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기에 그의 표정과 행동엔 미처 주의하지 못했다.그리고 변씨 가문 쪽에서 아직 아무도 병원에 오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한편, 변씨 저택.변도영은 발코니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창가 맞은편에 놓인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화면엔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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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뭐라고?”그 말에 변하늘은 멍해졌다.“오빠가 어떻게 알아?”변도영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뭔가 떠올랐는지 이런 말을 내뱉었다.“신지아 씨가 병원에 왜 와? 설마... 유언장 때문은 아니겠지?”변하늘의 목소리엔 이미 경계심이 가득했다.“오빠, 빨리 병원 쪽 사람들한테 연락해! 신지아 씨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야 해.”변하늘은 점점 다급해졌다.“아마 할머니 손에 있는 지분을 노리고 있을 수도 있어.”변도영은 말없이 동생을 바라봤다.어젯밤, 신지아가 찾아와 유언 포기 계약서에 서명한 일을 아직 변하늘에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의 추측을 듣고서도 변도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잠시 후,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신지아가 네가 생각한 만큼 나쁜 사람은 아닐 거야.”“오빠, 이제 그만 속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 수 있지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접근하지는 않았을 거야. 잊었어? 지금 머릿속에 온통 돈밖에 없을 거야. 오빠랑 이혼하면 불리해질 테니까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사실 변하늘은 전부터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박수미가 지분을 신지아한테 넘기겠다고 한 게 신지아가 부추긴 거 아닐까?생일잔치 날도 신지아는 혼자 박수미 방에서 나왔었다.‘그때부터 뭔가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하지만 그날은 고우빈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이제 보니 이상한데?’이 생각에 사로잡힌 변하늘은 마음이 급해졌다.“오빠, 뭐 해? 빨리 가야지.”변하늘의 다급한 모습에 변도영은 몇 초 망설이다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 한 장을 집어 들었다.어젯밤 신지아가 직접 서명한 유언 포기 각서였다.“신지아는 이미 유언 상속을 포기했어.”변도영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서류를 본 변하늘은 순간 얼어붙었다.몇 장을 툭툭 넘기다 모든 조항에 자발적으로 동의한다는 글자를 보고 나서도 쉽게 믿지 못했다.“이거 혹시 위조된 거 아니야?”변도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법적 효력 있는 문서야. 신지아는 유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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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한참을 그대로 서 있던 변도영은 깊은숨을 내쉬었다....박수미는 의식을 되찾았지만 아직은 말할 기운이 없었다.신지아는 그녀 곁에 잠시 앉아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푹 쉬세요. 아무 걱정도 하지 마시고요.”그 말만 남긴 그녀는 담요를 다시 정리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변씨 가문의 사람들이 곧 도착할 것이니 굳이 그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그들 역시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니까.병원 로비를 빠져나오려던 순간 신지아는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았다.이나은.그녀는 병원 문으로 들어서다 정확히 신지아와 눈이 마주쳤다.두 사람은 서로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멈칫했고 신지아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모른 척 지나가려 했다.하지만 이나은은 달랐다.그녀는 발걸음을 그대로 멈추더니 씩 웃으며 다가와 말을 걸었다.“지아야, 넌 이미 도영이랑 이혼했잖아. 이제 서로 아무 상관도 없는데 굳이 이런 데까지 와서 스스로 비참해질 필요 있어?”변도영이 없는 자리라 이나은은 더 이상 가식적으로 말을 섞을 필요도 없었다.“전 아내라면 죽은 사람처럼 다시는 도영이 앞에 나타나지 않는 게 맞지. 물론 네가 나타난다 한들 소용없어. 도영이는 절대 너한테 안 돌아갈 거야. 혹시 모르겠지만 도영이는 이미 나를 변씨 가문에 데려갔어. 그리고 우리 곧 약혼할 거야. 이건 약혼식 초대장이야.”이나은은 겉표지가 화려한 카드를 신지아에게 내밀며 신지아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당연히 실망하거나 상처받은 얼굴이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신지아의 얼굴은 아주 담담했다.초대장에 적힌 이름을 확인할 때도 고개만 살짝 들 뿐이었다.그 무심한 태도에 이나은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럼 축하해야겠네요.”신지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원하던 걸 이루게 돼서.”초대장에 적힌 이름은 확실히 변도영과 이나은이었다.막 인쇄된 듯 잉크도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았다.아마 어젯밤, 자신과 변도영이 완전히 정리된 뒤 결정한 일일 것이다.이 정도면 쉽게 들통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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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차는 도시 외곽의 한적한 묘원 앞에서 멈춰 섰다.신지아는 문을 열고 내리며 말했다.“조금만 기다려 주세요.”그녀는 조용히 묘원 안으로 들어갔다.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고요하게 퍼졌다.잠시 후, 한 묘비 앞에 멈춰 섰다.그곳에는 단정한 글씨로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신희망.그녀의 아이였다.묘비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고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분명했다.사실 변도영 외에는 아이의 묘비에 올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늦게 찾아온 사랑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다.변도영이 아이를 사랑했던 건 맞지만 그 아이를 죽게 만든 사람을 용서했고 진실을 외면했다.신지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건 자신을 향한 비웃음이었다.그 아이의 죽음은 신지아의 마음속에서 결코 뽑히지 않는 가시였다.조금 전, 이나은이 약혼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를 떠올렸다.곧 결혼을 하면 언젠가는 다시 아이를 낳을 테고 그들의 집엔 웃음이 가득하겠다고.하지만 자신의 아이는 영원히 그날의 사고 속에 묶여 있다.‘그때 내가 조금만 일찍 물러났다면... 아니면 변도영 씨를 찾지 않았더라면 희망이는 살아 있었을까?’신지아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그녀는 피해자였다.아이를 잃은 어머니이지, 죽음의 원인을 만든 가해자가 아니었다.‘내가 왜 그들의 죄까지 나한테 돌리려 하는 거지?’신지아는 허탈한 듯 웃으며 조심스럽게 준비해 온 꽃을 묘비 앞에 내려두었다.“신희망?”그때, 언제 왔는지도 모를 윤형우의 목소리가 들렸다.“네 아이야?”신지아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지만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윤형우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조용히 말했다.“괜찮아. 나는 이런 거, 전혀 개의치 않아.”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따뜻했다.“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자신의 모든 걸 전부 내어주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일이야. 전에 너에 대해 조산한 적 있어서 나도 다 알아.”윤형우는 정말로 개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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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마침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가 하나 있는데 아마 네가 관심 가질 만한 내용일 거야. 볼래?”윤형우의 말에 신지아는 눈가에 아직 눈물이 맺힌 채로 그를 바라봤다.그러자 그는 휴대폰을 꺼내 화면 속 한 파일을 열어 신지아 앞에 내밀었다.그건 예전에 신지아를 조사하던 중 우연히 입수한 자료였다.윤씨 가문 계열의 한 자동차 공장에서 작성된 보고서였다.“이 차는 그때 이나은 씨가 몰던 차량이야. 조사 결과, 충돌 당시 이나은 씨는 차량 감속을 하지 않았어. 오히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있었지.”신지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 말은 곧, 그 사고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이나은이 고의로 그녀를 들이받은 살인미수 사건이었다는 뜻이었다.그러나 가슴속에서 희망이 피어오르기도 전에 신지아는 곧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이런 보고서 한 장으로는 아무것도 증명 못 해요. 게다가 그 차는 이미 폐차 처리됐잖아요.”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공허하게 들렸다.사고 후 신지아가 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은 이미 변도영의 손에 의해 ‘정리’돼 있었다.결과는 단순한 교통사고.그때의 그녀는 아무 힘도, 돈도, 백도 없었고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권리조차 없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설령 증거를 손에 넣는다 해도 변도영은 이나은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모든 수단을 쓸 것이다.윤형우는 그 말을 듣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만약 내가 그 차가 아직 폐차되지 않았다고 하면?”“뭐라고요?”신지아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윤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차뿐만 아니라 블랙박스랑 내부 CCTV 영상까지 내가 전부 백업해 뒀어.”당시에 변씨 가문 쪽에서 차량 폐기를 맡겼고 그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 윤형우는 혹시 몰라 복사본을 남겨뒀다.하지만 그게 이렇게 쓰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만약 네가 살인죄로 이나은 씨를 고소하려면 윤씨 가문에서 너한테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해 줄 수 있어.”윤형우의 말에 심지아는 침묵했다.“혹시 마음이 약해졌어?”그는 그녀의 침묵에 다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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