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첫사랑만 구한 남자: Bab 371 - Bab 380

439 Bab

제371화

변도영의 기세는 그 말 한마디에 그대로 꺾였다.“그건 그냥 사고였습니다.”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우빈이 비웃듯 헛웃음을 터뜨렸다.“그 사고가 또 안 일어난다는 보장은요? 당신 때문에 벌어질 두 번째 사고가 없을 거라는 확신은 있습니까?”변도영의 표정이 잔뜩 굳어버렸다.“그게 무슨 뜻이죠? 제 주변이 무슨 지뢰밭이라도 된다는 말처럼 들리네요?”고우빈의 노골적인 경계심은 변도영을 불편하게 만들었다.잠시 후에야 그는 말의 숨은 뜻을 깨닫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우빈을 바라봤다.“지금 제가 지아를 해치려고 했다고 의심하는 겁니까?”“그게 아닌가요?”고우빈이 되물었다.“지아와 윤형우 씨가 죽게 되면 감정적으로든, 이익적으로든, 가장 큰 수혜자는 당신입니다.”신지아는 변도영의 전 아내, 그리고 지금 그녀가 맡은 프로젝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바로 변도영이다.윤형우는 윤씨 가문 사람이기에 변도영과는 철천지원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동기는 충분하죠.”그 말은 따지기도 전에 너무나 논리적이었다.변도영은 분노로 목소리가 떨렸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신지아를 해칠 수 있죠?”고우빈도 물러서지 않았다.“그럼 설명해 봐요. 분명 윤형우 씨가 지아를 붙잡았고 거의 안전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시간을 끌어서 둘이 지금 이렇게 된 거 아닌가요?”변도영은 그 말에 이를 갈며 반박했다.“줄이 짧았어요. 나은이를 묶고 있던 줄은 풀리지 않는 매듭이었다고요!”하지만 고우빈은 단호했다.“그건 말도 안 되죠. 만약 이나은 씨 줄이 풀리지 않았다면 지아는 어떻게 스스로 묶인 줄을 풀어 윤형우 씨를 도우려고 했는데요?”순간, 공기가 날카롭게 갈라지는 듯 팽팽해졌다.변도영은 눈이 붉어지고 꽉 쥔 주먹 탓에 손은 하얗게 질렸다.그는 말솜씨가 좋은 편이었지만 지금 고우빈의 몰아치듯 파고드는 말 앞에서는 단 한 마디도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정민수는 분명 둘 다 풀 수 없는 매듭이라고 말했었다.하지만 실제로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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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그 사진은 합성한 것이었지만 지난 5년 동안 신지아는 단 한 번도 배경 화면을 바꾼 적이 없었다.가끔은 그 사진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변도영이 여러 번 본 적도 있었다.변도영은 화면을 밀어 잠금을 풀었고 열자마자 SNS 알림창이 튀어나왔다.[변 대표님은 곧 약혼한다던데 당신은 데이트할 마음은 있나 보네요?]메시지를 보낸 계정은 낯이 익었다.아마 변도영의 지인 중 한 명인 것 같았다.그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게시물을 열었다.들어가 보니 며칠 전 신지아가 올린 데이트 사진이었다.단순한 일상 게시물 하나에 댓글은 수백 개가 달려 있었다.[이거 변 대표님 보라고 올린 거죠? 포기해요. 당신은 이미 끝났으니까.][솔직히 옷은 예쁜데 당신이 입으니까 아깝네요.][스크린 밖으로도 구질구질한 티가 나네. 딱 봐도 여우인 것 같은데 오빠는 여우 좋아해. 나랑 만나볼래? 편하게 해줄게.]댓글만이 아니었다.메시지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참기 힘들 정도로 저열하고 혐오스러운 메시지를 쏟아냈다.심지어 그중 상당수는 변도영의 친구나 지인들이었다.그들은 마치 그를 위하는 척 신지아를 향해 마음껏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변도영은 숨이 거칠어졌고 손마저 덜덜 떨렸다.사실 이런 상황을 그는 한 번도 몰랐다.하민재를 비롯해 그의 주변에 늘 붙어 있던 친구들이 오랫동안 신지아에게 이혼하라고 압박했다.증거랍시고 이나은과 변도영의 스킨십 사진을 보내고 신지아는 변도영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조롱하며 몰래 찍은 신지아의 못생긴 사진을 이나은과 비교하며 비웃기도 했다.그 모든 악의가 쏟아져 나오자 변도영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그래서 그렇게 완강하게 이혼을 고집했던 건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나랑 선을 그었던 이유가 이거야? 도대체 왜 말을 안 한 거지?’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변도영은 뒤늦게 깨달았다.신지아는 그동안 누차 억울함을 털어놓으려 했었다.그런데 그때마다 그는 신지아가 ‘계산적’이라 여기며 이나은과 자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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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나은이 지금 임신 초기야. 지금이 가장 네가 필요한 때인데 너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니? 네 몸도 성한 데가 없다며.”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고미애의 나무람과 웃음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방금 전 신지아의 채팅 기록을 보며 그는 고미애가 신지아에게 했던 질책도 확인했다.그동안 변도영은 그런 것들을 당연하게 여겨왔다.어른이 어린 사람에게 하는 충고 정도로만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복잡했다.“지아가 사고를 당했습니다.”변도영은 최대한 평정한 목소리를 유지하려 애썼다.고미애도 며칠 전 그 소식을 들었었다.사실 안타깝다고 느꼈지만 그 감정은 금세 이나은의 임신 소식에 묻혀 사라졌다.“나도 들었다. 그렇다고 그걸 네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 넌 이미 할 수 있는 걸 다 했어. 그건 결국 그 아이의 팔자가 안 좋았던 거야.”이어지는 말은 더 잔인했다.“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계속 살아야지. 너랑 나은이 약혼도 얼마 안 남았잖아. 어서 돌아와서 준비해야지.”그 무심한 말투에 변도영은 얼어붙었다.“어머니, 이건 한 사람의 목숨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지아예요.”그의 목소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떨렸다.한때 자신의 아내였던 사람.“지아가 이렇게 된 건 제 책임이 더 큰데 그걸 어떻게 팔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제가 어떻게... 돌아설 수가 있죠?”충격에 가까운 감정이 마음을 흔들었다.고미애도 변도영의 감정을 느꼈는지 잠시 멈칫하며 목소리를 낮췄다.“변씨 가문 며느리가 되겠다는 건 언젠가 적을 만들 수도 있고 위험을 마주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부터 감수했어야지. 그래도 보상은 할게. 어쨌든 우리 변씨 가문의 며느리였으니 네 아버지에게 사람을 좀 더 붙이라고 할 테니까 너는 이 일에 더 이상 엮이지 마.”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이런 말을 덧붙였다.“이미 너희는 이혼했어. 지아는 이제 너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야. 그리고 잊었니? 지아가 많은 사람 앞에서 직접 너랑 이혼하겠다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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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됐고 이만 끊자. 나은이도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어. 지금은 여자가 아주 예민한 법이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고미애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변도영은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때 양준명이 조심스레 다가와 그의 표정을 살피며 낮게 물었다.“변 대표님, 그럼 저희는...”변도영은 대답하지 않았다.밝아진 산 정상, 분주한 구조 인파.그러나 그는 그 사이에서 고립된 사람처럼 고개를 들었다.“돌아가자.”말이 떨어지자 양준명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아까 이나은과 고미애가 그에게 압박을 넣었었다.변도영이 혹시 사고라도 칠까 걱정이라며 어떻게든 그를 데리고 돌아오라 했던 것이다.조금 전 그가 무너져 내리는 표정에 양준명은 변도영은 무리를 해서라도 남겠다고 할 줄 알았다.사실 그러지 않아 다행이라고 해야 하지만 마음이 아팠다‘대표님은 남아야 하는 건데...’두 사람은 부부였다.그러니 변도영이 신지아를 위해 여기 남는 게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양준명은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고씨 가문도, 윤씨 가문도 그들을 원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의 반대 속에서 여기 남아봤자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그럼 차 가지고 오겠습니다.”양준명은 복잡한 마음으로 대답하고는 자리를 떠났다.산 정상의 다른 한쪽,고우빈은 변도영이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별 감흥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보니까... 그래도 신지아 씨를 완전히 무정하게 대했던 건 아닌가 봅니다.”갑자기 옆에서 윤해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제 다가왔는지도 모를 그녀는 어느새 그의 옆에 서 있었다.구조복을 벗어둔 채 연한 하늘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고 높게 묶어 올렸던 머리는 풀려 어깨에 흘러내렸다.윤해원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멀어지는 변도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혀를 끌끌 찼다.“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죠. 신지아 씨가 어떻게 5년이나 살았는지 전 아직도 이해가 안 돼요.”그녀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신지아를 존경하게 되었다.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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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차 세워.”고요했던 차 안에 변도영의 낮고 갑작스러운 목소리가 울리자 운전에 집중하던 양준명이 놀라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변 대표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양준명이 묻자 변도영은 창밖을 한 번 내다보았다.여긴 산길이 험해서 차가 제대로 속력을 내기 어렵고 산 정상에서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었다.그는 문을 밀고 내려가려 했다.“대표님, 혹시 뭐 빠트리셨습니까? 제가...”“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짧고 단호한 말,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조금 전, 그는 반쯤 잠들어 있다가 또다시 꿈을 꿨다.이번엔 신지아의 시신이 야수 떼에 갈기갈기 찢기는 장면이었다.너무나 선명하고 생생해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변도영이 한번 결정을 내리면 아무도 쉽게 막지 못했다.게다가 양준명도 그의 감정이 불안정하다는 걸 느낀 상태라 더 이상 말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양준명은 차에서 우산을 꺼내 비를 맞으며 황급히 그의 머리 위로 펼쳐줬다.가는 실비 같은 비가 변도영의 어깨에 내리는 걸 검은 우산으로 모두 막아냈다.변도영은 우산을 건네받았다.손끝이 벨벳으로 감싼 우산 손잡이를 스친 순간 그의 표정은 살짝 굳어버렸다.이 우산은 예전에 신지아가 그의 차에 넣어둔 그것이었다.연성시는 산과 바다를 끼고 있어 비가 잦다.하지만 젊다는 이유로, 혹은 귀찮다는 이유로 그는 늘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변도영이 한 번 큰비를 맞고 앓아누웠던 뒤, 신지아가 이 우산을 차에 슬쩍 넣어둔 것이다.그렇지만 그는 못마땅했었다.플라스틱 손잡이가 촌스럽다며 투덜댔고 얼마 후 보니 손잡이엔 예쁘게 씌운 벨벳 커버가 덧대어져 있었다.그 후 회사 일이 바빠지면서 그는 더 이상 우산 하나 갖고 트집 잡지 않았고 신지아가 하는 대로 두었다.그리고 지금, 변도영이 쥐고 있는 손잡이에 선명한 바느질 자국이 있었다.그걸 보는 순간 그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양준명은 변도영의 눈가가 붉어진 것을 보고 당황했다.이내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 순간 변도영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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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이미 사고는 벌어졌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지아를 찾는 겁니다. 설령 지아가 이미...”변도영이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어갔다.“이미 그런 상태라 해도 최대한 빨리... 사람다운 모습으로 돌아오게 해야 하죠.”고우빈은 그 말에 두 주먹을 꽉 쥐었다.그 역시 그 말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신지아가 살아 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은 커지고 이미 죽었다면 이 비가 계속되는 동안 다시 찾더라도 온전치 못할 가능성이 컸다.곧, 변도영이 손을 내밀었다.“등산용 로프랑 위치추적기 주세요. 저도 한동안 암벽 타기 배운 적 있습니다.”그가 의심할까 봐 변도영은 이런 말을 덧붙였다.“지아에게 감정이 있건 없건 이 일은 저 때문에 시작된 거고 나은이까지 휘말렸습니다. 솔직히 누구보다도... 전 지아가 살아있길 바랍니다.”신지아가 죽는다면 설령 변씨 가문이 모든 일을 덮는다 해도 변도영과 이나은에게는 피할 수 없는 큰 짐이 될 터였다.고우빈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감정으로는 변도영이 두 번 다시 눈앞에 나타나지 않길 바랐지만 이성을 되찾으면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사람이 하나 더 늘면 희망도 하나 더 늘고 1분이라도 더 찾으면 신지아가 살아 있을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는 사실을.이내 고우빈은 돌아서서 천막 안에서 장비 한 세트를 꺼내 변도영에게 건넸다.건네는 순간, 경고도 잊지 않았다.“이렇게 한다고 해서 제가 이나은 씨를 놔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지아에게 저지른 짓... 언젠간 반드시 계산할 거니까.”변도영은 장비를 넘겨받으며 대답했다.“아직 뭐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제가 제 손으로 직접 지아의 원한을 갚을 겁니다.”비가 내리는 가운데 변도영과 몇 명의 전문 수색대가 차례로 로프를 풀며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마지막으로 변도영과 같은 조가 된 전문 요원이 출발하기 직전 고우빈이 다가와 요원에게 신신당부했다.“꼭 변 대표님도 함께 안전하게 돌아오세요.”변도영이 암벽을 배웠다 해도 전문가에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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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비는 점점 더 거세졌다.변도영은 손전등을 이로 물고 절벽 아래로 늘어진 로프를 꽉 잡은 채 한 발 한 발 발 디딜 곳을 찾아 내려갔다.시야는 갈수록 흐릿해졌지만 그는 눈을 세게 감았다가 다시 떠 시야를 조금이라도 회복시켰다.잠시 멈춰서 손전등을 흔들어 비추자 조금 전 그가 봤던 작은 무언가가 어둠 속에서 다시 한번 희미하게 번뜩였다.다행이었다.아직 빗물에 휩쓸려 내려가진 않은 듯했다.변도영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아까보단 훨씬 가까워졌지만 그래도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다만 금속류라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그는 몇 초 쉬었다가 손전등을 다시 입에 물고 아래로 내려갔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그 물건이 있는 지점까지 도착했지만 거리가 꽤 남아 있었다.변도영은 흐릿한 시야 속에서 발 받침이 될 만한 바위를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그리고 로프를 한 손으로 꽉 붙잡은 채 몸을 바깥으로 최대한 뻗고 손을 쭉 내밀었다.이내 손끝에 뭔가 닿자 그는 그걸 꽉 움켜쥐었다.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손바닥을 펼쳤을 때 변도영은 그게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보았다.작은 반지 하나, 그건 윤형우가 신지아에게 준 그녀 어머니의 유품이었다.변도영의 가슴속에서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올라왔다.하지만 지금 이런 감정에 빠질 상황이 아니었다.이걸로 확신할 수 있었다.신지아는 더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을.그는 위성 전화를 꺼내 고우빈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는 전혀 걸리지 않았다.다음은 무전기, 그러나 들리는 건 혼선뿐이었다.“거기 누구 없습니까?”변도영이 위쪽을 향해 크게 외쳤다.돌아온 것은 산곡에 메아리칠 뿐인 그의 목소리뿐.그제야 깨달았다.신지아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다는 조바심에 언제 어느 순간 함께 내려왔던 사람들이 전부 철수했다는 사실을.사방이 새까맣고 오직 변도영의 손전등만이 간신히 길을 밝히고 있었다.그 순간, 공포가 한꺼번에 덮쳐 왔다.변도영은 어두운 걸 많이 무서워했기에 본능적으로 돌아가고 싶어 발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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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다행히 이곳은 깊은 숲이었고 주변에는 먹을 수 있는 야생 열매도 있었으며 호수도 가까워 물 걱정은 덜 했다.밤이면 신지아는 큰 잎을 몇 장 펼쳐두어 마실 수 있는 이슬을 모았다.생존 조건만 놓고 보면 아주 나쁘지는 않은 셈이었다.문제는 여기엔 소독약도, 해열제도 없다는 것.신지아는 차가운 물을 계속 떠와 윤형우의 열을 식혀주는 수밖에 없었다.불빛 아래 비치는 그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져 있었다.윤형우는 눈을 감고 있었고 잠든 건지, 기절한 건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은 며칠 동안 두려움과 불안을 잊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이야기뿐이었다.어린 시절의 장난스러웠던 기억부터 성인이 된 후 느낀 것들, 좋아하는 음식과 색, 주식 이야기, 그리고 각자 바라보는 현재 상업계의 흐름까지.고작 이틀, 사흘 사이에 두 사람은 한 달 치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지금 윤형우가 잠든 듯하자 신지아는 조심스럽게 그의 이마에 손을 댔다.그리고 뜨겁게 달궈진 손수건을 떼어내며 깨끗한 물을 가지러 일어나려 했다.그때, 윤형우가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밖에 비 와.”신지아는 동굴 입구 쪽을 힐끗 봤다.밖은 새까맣고 동굴은 방음이 잘 돼 빗소리가 거의 들리지도 않았기에 그녀는 윤형우가 어떻게 알았는지 의아했다.“오래전부터 내리고 있었으니까 곧 그칠 거예요.”그녀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윤형우가 신지아의 손목을 잡았다.뜨거운 손바닥이 닿자 그녀는 손목이 간질거리듯 떨렸다.“지아야, 며칠 사이에 네가 정말 고생이 많네.”목소리는 쉬었는데 이상하게도 어딘가 사람 마음을 흔드는 울림이 있었다.신지아는 어리둥절했다.“왜 갑자기 이러세요? 그리고 사실 저만 아니었으면 형우 씨는 이렇게 되지도 않았을 거예요.”신지아는 윤형우가 또 농담이나 장난스러운 말로 분위기를 흐릴 줄 알았다.하지만 윤형우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 밖이었다.“비가 그치면 넌 이곳을 떠나. 혼자라도 살 방법을 찾아야지.”신지아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왜요? 그럼 형우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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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말을 끝내고 난 뒤, 신지아는 윤형우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밖은 이미 빗줄기가 많이 잦아들어 있었다.하지만 하늘은 여전히 새까맣고 달빛도 희미하게 빛을 밝히고 있을 뿐이었다.신지아는 갈 곳이 없었다.멀리 나가기는 무섭고 그렇다고 바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윤형우의 말에 순간 욱했었고 그래서 방금 전에 한 말들도 반쯤은 화와 답답함에서 나온 것이었다.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신지아는 문득 알 수 없게 멍해졌다.‘대체 뭐가 그리 화났던 걸까?’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자기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테고 사실 전에 그녀는 실제로 그렇게 했었다.그럼 그때의 윤형우도 지금의 자기처럼 화가 났었을까?그 생각이 들자 금방 화가 싹 가라앉았다.하지만 화가 풀렸다고 현실의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길 떠난다면 도대체 어떻게 가야 하지?’신지아는 불안한 듯 제자리를 맴돌며 빙빙 돌았다.답이 보이지 않아 고민하던 찰나, 눈앞의 울창한 나무와 산 아래에 얽히고설킨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이런 생각이 번쩍 스쳤다.하지만 생각을 더 이어가기도 전에 멀지 않은 곳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소리가 난 곳은 아주 가까웠다.신지아는 화들짝 놀라는 바람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다리가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뭐지? 산짐승인가?’그러나 며칠 동안 근처에서 맹수 같은 건 본 적이 없었다.신지아는 숨을 죽이고 꼼짝도 하지 못했다.오랫동안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제야 굳은 다리를 조금씩 움직이며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걸어갔다.가까이 다가가자 소리가 났던 자리에서 한 줄기 밝은 빛이 보였다.‘저건 손전등인가? 설마 구조대가 내려오지 못하니 위에서 물자를 투하한 건가?’신지아의 머릿속에서 여러 가능성이 빠르게 스쳤다.아무래도 큰 위험은 아닌 것 같아 조금 용기가 생긴 그녀는 빛이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변도영은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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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변도영은 한눈에 그 남자를 알아보았다.윤형우.윤형우는 신지아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이어 그녀에게 무언가를 말한 뒤 둘이 함께 변도영 쪽으로 걸어왔다.그러는 사이 거센 졸음이 파도처럼 밀려온 그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렸다.“살아 있긴 해. 그런데 팔이 탈골됐고 다리도 부러졌어. 피는 많이 나진 않았고 치명상은 아니야. 머리도 안 다쳤으니까 의식을 잃은 건... 아마 통증 때문일 거야.”동굴 안에서 윤형우는 그렇게 말하며 변도영의 탈골된 팔을 맞춰 주고 있었다.기절한 변도영은 몸이 무척 무거웠다.아까 신지아는 아픈 윤형우와 힘을 합쳐 겨우 그를 동굴까지 끌어왔다.밤공기는 차가웠지만 신지아는 진이 빠져 옷이 습할 정도로 땀이 났다.윤형우 역시 병이 채 가시지 않아 들어온 뒤부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평소 몇 명이 덤벼들어도 태연하게 제압하던 그였기에 신지아는 윤형우가 이렇게까지 지쳐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이제부터는 제가 할게요. 골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아요.”어릴 때 잔소리 들을 만큼 뛰어다니며 다친 적이 많았으니 집에서는 전담 정형외과 의사까지 둘 정도였다.그래서 신지아에게 골절 응급 처치는 익숙했다.신지아가 얘기했었던 걸 기억한 듯 윤형우는 더 버티지 않고 자리를 비켜 주었다.이내 그녀는 먼저 변도영의 골절 부위를 확인한 뒤 동굴 안에서 비교적 굵은 나뭇가지를 찾아 임시 부목으로 다리에 대주었다.그리고 주변의 나무 덩굴 중 상대적으로 가는 것을 골라 끈 대신 묶어 고정했다.묶는 동안 변도영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는 게 느껴진 신지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행동을 조금 더 부드럽게 했다.생사의 기로 앞에서 이제 변도영과의 감정적 갈등을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게다가 그가 입고 있는 옷은 구조대 장비였다.이건 두 사람을 찾으러 내려오다 다친 것이 분명했기에 그런 사람에게 매정하게 굴 수는 없었다.부목 고정을 마친 뒤 신지아는 그의 주머니를 확인해 위성 전화와 무전기를 꺼냈다.하지만 역시나 둘 다 전혀 작동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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