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첫사랑만 구한 남자: Bab 361 - Bab 370

439 Bab

제361화

“도영 씨, 올해 난초가 정말 잘 자랐어요. 향도 너무 좋고요. 내일 양 비서님한테 부탁해서 제일 잘 자란 이 화분을 도영 씨 사무실로 옮기라고 할게요. 하루 종일 일하느라 힘들죠? 사무실에 이런 식물 몇 개만 있어도 마음이 훨씬 편해질 거예요.”눈을 뜬 변도영은 자신이 어느새 저택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여긴 그와 신지아가 5년 동안 함께 살던 그 집이었다.거실 안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익숙하고, 밝고, 생기 넘치는 신지아의 목소리였다.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안쪽은 눈부시게 환했다.변도영은 천천히 문을 열었고 그곳에서 난초를 보며 혼잣말하듯 환하게 웃는 신지아를 보았다.그리고 그녀의 뒤에 있는 과거의 변도영,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귀찮다는 듯 고개만 끄덕거렸다.과거의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늘 그렇듯 홀로 계단을 올라가 침실 방향으로 향했다.양복을 그대로 입고 있는 걸 보니 회사에서 막 돌아온 상황이었다.변도영이 회사에서 돌아오는 매일 저녁, 그건 둘 사이의 짧은 일상이었다.그는 똑똑히 기억했다.그때 그는 이미 이나은 일을 알고 있었고 신지아가 그녀를 괴롭혔다고 생각해 마음속에 앙금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그녀를 피했고 다정함이라곤 줄 만큼도 없었다.그땐 별생각 없었다.자신이 차갑고 무뚝뚝하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었으니까.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그 장면을 다시 보니 알 수 없는 불편함과 쓰라림이 가슴을 파고들었다.이내 그는 옆에 서 있는 과거의 신지아를 바라보았다.그녀 역시 변도영의 냉담함을 눈치챘지만 이미 익숙해진 듯 두 주먹을 꼭 쥐었다가 다시 환한 표정을 지으며 계단을 오르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오늘 회사 일이 많았다면서요? 저녁도 못 드시고 너무 바빴다고 들어서 아까 오기 전에 뭐 좀 만들어놨어요. 조금만 먹어보세요.”“됐어.”하지만 돌아온 것은 건조한 거절뿐이었다.그래도 신지아는 포기하지 않았다.“저도 아직 안 먹었어요. 저랑 같이 조금만 먹어요. 네?”그러나 과거의 변도영은 걸음을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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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그래서 그녀는 저녁 무렵부터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고 식으면 데우고, 세 번 데운 뒤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새로 만들었다.변도영이 집에 도착했을 때 늘 보았던 따뜻한 음식은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었다.그는 고개를 들어 멀찍이 걸려 있는 시계가 발견했다.시간은 이미 한밤중이었다.그가 없는 거실에 신지아는 의자에 앉아 고개를 떨군 채 모래를 씹듯 밥을 먹고 있었다.늘 밝던 모습과 달리 기운이 다 빠진 얼굴이었다.식탁의 음식은 보기엔 맛있어 보였지만 그녀는 마치 종잇장이라도 씹는 듯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하는 표정이었다.신지아의 그런 모습을 보자 변도영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손끝이 거의 닿아가던 순간 귀에서 다급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도영아, 깼어? 드디어 깨어난 거야?”변도영이 눈을 떠보니 신지아가 아닌 이나은이 자기 손을 꼭 쥐고 있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눈가가 붉어진 채 울먹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변도영의 마음 깊은 곳에서 커다란 상실감이 밀려왔다.신지아.뒤늦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신지아가 납치되고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는 사실.변도영은 거의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도영아, 어디 가려는 거야? 아직 회복도...”이나은이 다급히 그의 팔을 붙잡았지만 변도영은 매몰차게 손을 뿌리쳤다.“나 얼마나 잔 거야?”그는 이미 휴대폰을 꺼내 날짜를 확인했다.그제야 깨달았다.사고가 난 뒤 벌써 하루가 지나 있었다는 걸.그는 더 이상 1초도 낭비할 수 없었기에 이나은의 만류를 무시하고 그대로 병실 문을 나섰다.곧, 바깥에 서 있던 보디가드들이 그를 보고 황급히 다가왔다.“신지아는? 찾았어? 혹시 뭐 들려온 소식은 없어?”변도영의 목소리는 덜덜 떨렸고 거의 호통에 가까웠다.그리고 본인도 말을 내뱉자마자 지금 자신이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 깨달았다.아무 소식도 없을까 두렵고 반대로 가장 두려운 소식을 들을까 또 무서웠다.혹시 방금 꿈에서 신지아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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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이나은은 자신의 말이 꽤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 아무도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아저씨랑 아주머니도 상황 들으셨어. 그래서 사람을 잔뜩 보내서 찾고 있고. 지금 지아 일은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고 있잖아.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찾을 수 있다면 곧 결과가 있을 거야. 하지만 만약 정말...”이나은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정말로 사고가 난 거라면 네가 가도 달라지는 건 없잖아. 도영아, 넌 변씨 가문의 사람이야. 그리고 여기엔 우리 아이도 있어. 지금 네가 가장 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건 네 몸이라고.”그녀는 설득하듯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이나은이 변도영의 팔을 부축해 병실로 돌아가려고 문을 막 넘어서는 찰나, 변도영이 무언가 떠올린 듯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그리고 보디가드를 향해 돌아보며 물었다.“정민수는?”보디가드가 곧바로 답했다.“경찰서에 넘겼습니다.”“당장 경찰서로 가자. 내가 물어볼 게 있어서 그래.”변도영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나도 같이 갈게.”잔뜩 굳어있던 이나은이 급히 말했지만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그럴 필요 없어.”그는 오히려 보디가드 한 명을 불러 이나은 곁에 몇 명 더 붙여 지키라고 지시했다.지금 이나은 뱃속에는 변도영의 아이가 있다.변씨 가문의 대를 이을 아이, 그녀의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했다.이나은은 변도영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더 이상 붙잡을 명분이 없었기에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변도영이 그날 자신이 했던 그 작은 행동을 보지 못했기를.‘만약 봤으면 어떡하지?’이나은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쓸어내렸다.사실 그녀는 임신하지 않았다.만약 그 사실을 안 변도영이 이나은에게 두 번이나 속았다는 걸 알게 되면 모든 게 끝난다.경찰서에 도착한 변도영은 정민수를 당장 데려오라고 했다.지금 모두의 관심은 신지아와 윤형우를 수색하는 데 쏠려 있어 정민수는 오히려 한가한 모양이었다.수갑만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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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그는 단지 복수하고 싶었을 뿐이다.그리고 변도영이 절망하는 모습, 그걸 보는 게 목적이었다.이제 이미 봤으니 충분했다.정민수의 목소리는 마치 이곳이 경찰서가 아니라 카페라도 되는 듯 가벼워졌다.그는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변도영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정민수를 응시했다.“그럼 왜... 나은이를 묶고 있던 매듭은 풀 수 없는 매듭이었고 지아를 묶은 매듭은 풀 수 있었던 거지?”오는 길에 그는 이미 양준명에게 당시 상황을 전부 들었다.신지아가 떨어진 건 윤형우가 손을 놓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줄을 풀어버린 거였다.하지만 이나은의 줄을 확인하러 갔을 때, 그녀 등 뒤의 매듭은 풀 수 없이 얽힌 매듭이었다.그것 때문에 시간을 잃었고 그 잠깐의 지체가 바로 신지아를 구하지 못한 이유였다.정민수는 곧 상황을 이해한 듯 갑작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변도영, 신지아 씨 매듭만 풀 수 있는 게 아니었어. 둘 다... 풀 수 있었지. 넌 네 약혼녀한테 속은 거야.”그는 비웃듯 말을 이어갔다.“내가 왜 그렇게 했을 것 같아? 난 너한테 선택을 강요하는 동시에 두 사람에게도 선택을 하게 하고 있었거든. 정말 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널 괴롭게 만들지 않고 널 힘들게 만들지 않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지. 안타깝게도 지금 보니까 둘 다 널 사랑하지 않는 것 같네.”...신지아와 윤형우를 찾기 위한 수색은 계속되고 있었다.산 정상에는 하룻밤 새 수십 개의 텐트가 들어섰고 응급용 라이트들이 밤을 대낮처럼 밝혀주고 있었다.산은 가파르고 높았다.게다가 지대 특성 때문인지 드론은 아래로 내려가지 못했다.그래서 전문 구조대가 동원되었고 그 외의 사람들은 가능한 만큼 아래로 내려가며 수색 범위를 넓히고 있었다.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산 전체에 울렸다.윤해원은 구조복을 입은 채 돌아와 몸을 덜덜 떨며 큰 바위에 주저앉았다.그러자 보디가드 몇 명이 다급하게 그녀에게 두툼한 패딩을 둘러줬다.“뭐라도 드시죠.”보디가드가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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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윤해원은 윤형우가 신지아 때문에 함께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그래서 마음속 어딘가에서 신지아를 원망하기도 했다.하지만 신지아는 현장에 없었고 결국 그 화살은 신지아를 걱정하던 고우빈에게까지 향했다.그런데 지금, 자신보다 더 초조하고 더 불안해하는 고우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차마 뭐라 말할 수 없었다.고우빈이 그녀와 이야기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윤해원도 더는 괜히 민망해질 말을 하지 않고 패딩을 벗어두며 다시 구조에 나가려 몸을 돌렸다.바로 그때 고우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찾았습니다!”윤해원은 깜짝 놀라 급히 발걸음을 돌려 고우빈이 들여다보는 화면을 함께 확인했다.화면 가득 온갖 잡초뿐이었기에 사실 그녀는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다.“옷 조각이에요.”고우빈이 그녀가 못 보고 있다는 걸 아는 듯 화면을 최대한 확대했다.확대하고 또 확대한 끝에 그는 화면 왼쪽 중간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마른 가지에 아주 작은 붉은색 조각이 걸려 있었다.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보이지 않을 크기였다.“그날 지아가 입었던 건 빨간 원피스였어요. 이건 지아의 옷이에요.”고우빈의 목소리는 진지했다.“그리고 저기 지형은 산 정상보단 훨씬 완만해요. 어쩌면 그 근처에서 멈췄을 수도 있어요.”단서를 찾자마자 고우빈과 윤해원은 곧바로 사람들을 다시 모아 정확한 구조 방향을 잡았다.발견 지점은 정상에서 약 130미터 아래, 난도가 매우 높았다.사람이 너무 많이 이동하면 오히려 위험하기 때문에 결국 100여 명을 다섯 명 내외의 팀으로 나누어 교대로 24시간 수색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신지아를 찾았다고?”그 소식이 들려온 건 변도영이 경찰서를 막 나올 때였다.정민수는 방금 말했다.신지아와 이나은에게 묶인 밧줄은 모두 풀 수 있는 거였다고.그런데 구조 당시 이나은의 매듭은 분명 잔뜩 얽혀있었다.정민수 말이 사실이라면 이나은이 그를 속인 것이다.그날, 이나은은 알고 있었다.자신의 줄만 풀리면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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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윤해원은 그들이 사적인 감정을 끼워 넣어 보복하는 것과 비열하게 뒤에서 손을 쓰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다.윤씨 가문과 변씨 가문은 원래 사이가 좋지 않으니 그녀가 거절한 건 양준명도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건 고우빈이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칼에 거절했다는 점이었다.거절만 한 게 아니라 차갑게 경고까지 하며 당장 나가라고 했고 중간에 인력이 부족하다고 확인된 순간조차 고우빈은 자기가 직접 내려가겠다며 그들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양준명은 괜히 분위기를 더 나쁘게 만들지 못해 가만히 있었다.그는 변도영에게 이런 모든 배척 상황을 차마 말할 용기가 없어 최대한 좋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변 대표님, 이쪽에서 이미 실종된 두 사람을 찾는 인원이 꽤 많습니다. 보아하니 저희가 도울 수 있는 게 크게 없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쪽에 맡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면 대표님과 이나은 씨의 약혼식이기도 하니까 대표님은 일단...”양준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변도영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지금 신지아는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거니와 이 일이 전부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인데 변도영이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약혼식이 생명보다 중요할 리가 없지.’...신지아는 다시 눈을 뜨자마자 사방에서 물이 코와 입으로 밀려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몸이 제멋대로 떠오르는 듯한 힘이 느껴졌고 그제야 깨달았다.자신이 지금 물속에 있다는 걸.‘나 안 죽은 건가?’상황을 깨닫자 신지아는 허겁지겁 팔다리를 움직여 어떻게든 고개를 수면 위로 내밀었다.그리고 그제야 사방이 넓은 호수라는 걸 알 수 있었고 그녀는 호수 가장자리 근처에 떠 있었다.‘형우 씨는 어디 있지?’그 순간, 기억이 번개처럼 스쳤다.떨어지기 직전 윤형우가 손을 놓는 걸 신지아는 분명히 봤었다.그래서 다급히 주변을 살폈고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뒤쪽에서 천천히 가라앉아가는 윤형우의 모습을 발견했다.신지아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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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네 마음속에 내가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었어?”희미하지만 장난기가 섞인 윤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지아는 그가 어느새 눈을 뜨고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평소보다 얼굴은 창백했지만 윤형우는 애써 그녀를 향해 싱긋 웃고 있었다.신지아는 그대로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이게 꿈이 아니라는 걸 인식하는 순간 코끝이 시큰해졌다.두려움, 공포, 슬픔, 안도, 놀람을 더한 온갖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결국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윤형우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원래라면 윤형우는 신지아를 놀리며 한마디 더 할 생각이었지만 그녀의 울음소리가 너무 애절했다.그래서 가슴이 스르르 무너지는 느낌에 하려던 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얼마 후,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신지아를 꼭 끌어안았다.“이제 괜찮아.”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신지아는 겨우 마음을 안정시키고 눈물을 닦아냈다.“진짜 바보 아니에요?”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잔뜩 갈라지고 떨리고 있었다.“굳이 이렇게 위험한 짓 안 해도 됐잖아요.”사실 윤형우는 애초부터 나서지 않아도 됐다.이 모든 일은 변도영이 벌인 것이고 신지아는 그저 휘말린 것뿐이니 그와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그런데도 윤형우는 그녀를 구하러 왔고 마지막 순간엔 손을 놓고 신지아와 함께 떨어지는 선택까지 했다.신지아가 다시 울컥해 말을 잇지 못하자 윤형우는 못 참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리석기로 치자면 둘은 비슷했다.그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살길만 찾기 마련이다.심지어 누군가를 끌어내리면서라도 손을 놓지 않는 게 보통이다.하지만 신지아는 절박한 순간 스스로 밧줄을 풀어 윤형우를 살렸다.“아마...”윤형우가 천천히 입을 열자 신지아는 그가 진지한 말을 이어 갈 줄 알고 울음을 참으며 그를 올려다봤다.“사랑하면 사람이 좀 바보가 되는 거 아닐까?”윤형우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건 명백히 농담이었다.평소였으면 신지아도 장단을 맞추거나 버럭 받아쳤을 텐데 이번엔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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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윤형우는 겉옷을 벗어 물기를 대충 짜낸 뒤, 신지아의 어깨에 걸쳐주며 말했다.“일단 이거라도 입어. 해 지기 전에 안전한 곳을 찾아서 불부터 피우고 옷부터 말리자.”두 사람이 있는 곳은 거대한 숲속이었다.지금은 고요해 보이지만 그 아래 어떤 위험이 숨어 있을지 알 수 없는 곳.윤형우와 신지아는 떨어지지 않고 함께 움직였다.불과 30분도 안 되어 윤형우가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작은 동굴을 찾았다.신지아는 그의 지시에 따라 마른풀과 나뭇가지, 잘 마른 나무껍질 몇 조각을 모았다.“라이터 있어요?”신지아가 물었다.요즘 윤형우가 담배 피우는 걸 본 적도 없고 몸에서 담배 냄새조차 맡아본 적이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윤형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럼 어떻게 불 피워요?”신지아의 물음에 윤형우는 씩 웃었다.이내 그는 동굴 안쪽의 상대적으로 마른 바닥 위에 두 사람이 앉고 누울 수 있을 만큼 마른풀을 넓게 깔아두고 가운데로 가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신지아는 오랫동안 야외 생활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설마 이런 상황에서 직접 생존해야 할 날이 올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야외 생존 지식이라곤 전무했다.그런데 윤형우는 몇 번 나무를 비비더니 금세 불씨를 만들었고 나무껍질에 불이 붙자 놀란 신지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런 건 어떻게 할 줄 아세요?”신지아가 놀라 묻자 윤형우는 불붙은 나무껍질을 조심스레 마른 풀 더미 속으로 넣으며 대답했다.“예전에 야외 생존 동아리에 가입했었거든. 그때 좀 배웠지.”불이 제대로 살아나자 그는 나뭇가지를 더 얹으며 계속 말했다.“좀 더 가까이 있어. 그래야 금방 따뜻해지고 옷도 빨리 마를 거야.”신지아가 불가로 다가가자 확실히 금세 몸이 따뜻해졌다.하지만 젖은 옷이 완전히 마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몸에 옷이 달라붙은 느낌은 여전히 불편했다.더 난감한 건, 겉옷은 그나마 말릴 수 있어도 속옷은 그대로라 불 앞에 있어도 잘 마르지 않았다는 점.그렇다고 윤형우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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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두려움이 순식간에 다시 밀려온 신지아는 급히 동굴 밖으로 뛰어나갔다.고개를 들자 윤형우가 멀지 않은 나무 위에서 열매를 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이미 몇 개 따둔 열매를 받기 위해 그는 셔츠를 벗어 바구니처럼 들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상반신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다.산에서 굴러떨어질 때 생긴 상처들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그런 것들이 윤형우의 몸매를 해치지는 못했다.선명한 근육 라인, 탄탄한 허리와 복부. 윤곽이 뚜렷한 복근까지 신지아의 눈에 확 들어왔다.그녀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예전에 본 적이 아예 없던 건 아니지만 그때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몸매를 의식할 여유가 없었다.게다가 윤형우는 얼굴이 워낙 잘생겨서 쉽게 몸매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때도 많았다.그가 나무 아래로 내려오는 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무렵, 마침 윤형우도 신지아를 발견했다.윤형우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그는 셔츠로 열매를 단단히 싸고 자세를 낮춰 튼튼한 나뭇가지를 잡고 조심스레 뛰어내렸고 착지까지 놀랍도록 안정적이었다.“해가 금방 질 것 같아서. 언제 사람들이 우리를 찾을지 모르잖아. 체력 보충도 필요하니까 열매 좀 따왔어.”윤형우는 평소대로 다정하게 말하며 신지아를 데리고 동굴로 향했다.신지아는 그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정신은 자꾸만 딴 데로 새고 있었다.시선은 자꾸 윤형우의 허리 쪽으로 향했고 어느 순간 손이 저절로 뻗어 있었다.이내 탄탄한 촉감이 손에 닿자 당황한 그는 걸음을 멈추며 놀란 듯 살짝 커진 눈으로 신지아를 바라봤다.그제야 신지아도 자신이 방금 뭘 했는지 깨달았다.윤형우가 어이없다는 듯 웃고 있는 얼굴을 보자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았다.신지아는 정신없이 변명을 쥐어짜 냈다.“그냥... 근육에 흙이 좀 묻어서 그랬어요. 아니... 그러니까 그냥 좀 더러워서...”말이 꼬이고 끊기다 겨우겨우 한 문장을 완성했지만 얼굴은 더 붉게,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이제 다 끝났다. 내 인생은 여기서 마무리해야겠네.’다행히도 윤형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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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사실 신지아는 이미 변도영의 복근 촉감 따위는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둘이 이혼한 지도 꽤 됐고 마지막으로 몸을 섞은 것도 몇 달 전의 일이었다.게다가 그때마다 거의 늘 변도영의 일방적인 욕구 해소였기에 신지아가 그의 몸에 손을 댈 수 있는지조차 전부 상대의 기분에 달려 있었다.기분이 좋으면 허락했고 기분이 나쁘면 아예 그녀의 손을 묶어 한쪽에 두기도 했다.‘변도영 씨한테 복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네.’다만 몸매를 보면 있을 확률이 높긴 했다.신지아의 대답을 들은 윤형우는 흐뭇한 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안목은 있네.”그러고는 뭔가 생각난 듯 그녀 옆에 살짝 붙어 앉아 조용히 말을 꺼냈다.“말 나온 김에 그럼...”윤형우가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신지아는 그의 표정을 보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단번에 눈치를 챘다.그래서 얼른 윤형우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불빛이 흔들리며 그녀의 얼굴을 비추자 당장이라도 터질 듯 빨개져 있는 걸 발견했다.그게 모닥불 때문인지, 수줍음 때문인지 구분조차 어려웠다.윤형우는 그녀를 한 번 보고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이 이상 떠들면 신지아가 곧바로 부끄러워 폭발할 게 뻔했다.그래서 그는 손을 들어 항복 제스처를 했다.“알았어. 이제 이런 질문은 안 할게.”말투는 장난스러웠지만 분명한 항복이었다.“약속해요.”윤형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신지아는 손을 내렸다.옷도 얇고 밤공기까지 서늘한데 손바닥은 뜨겁게 느껴졌다.옷이 다 마른 뒤, 윤형우는 다시 나가 장작을 더 가져왔다.구조대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이미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밤이 되면 무슨 짐승이 튀어나올지 몰라 큰 바윗돌을 굴려 와 동굴 입구에 받쳐 두었다.신지아는 여전히 긴장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윤형우가 익숙한 듯 척척 준비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조금은 안정됐다.산 정상의 텐트들은 밝게 빛나 마치 낮처럼 환했다.고우빈은 방금 들어온 구조팀의 보고를 듣고 있었는데 정상 입구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고우빈이 무의식적으로 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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