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정민수의 급소를 건드린 듯 그의 표정은 서서히 굳어갔다.“내가 남자인지 아닌지는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네가 다쳐서 아파도, 죽어도 안 무서워한다는 거 나도 알아. 그래서 난 널 안 다치게 할 거고 죽게도 안 할 거야. 대신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 줄 거야. 네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한때 널 사랑했던 사람,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네 손으로 선택해서 다른 한 명을 죽게 만드는 거지.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매일, 매 순간, 고통 속에서 살아가도록.”신지아는 정민수의 말에 기가 막히고 허탈했다.‘복수는 두 사람 문제 아니었어? 나를 끌어들이는 건 무슨 의도지? 변도영 씨가 나 때문에 고통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혹시 나를 선택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내가 죽으면 변도영은 잠깐 미안해하고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주기나 하겠지.’그게 전부다.변도영이 하루 종일 차마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워할 확률은 전혀 없어 보였다.솔직히 말해 신지아를 잡아 온 것보다 차라리 변하늘을 잡는 게 백배는 더 효과적일 것이다.신지아는 어이가 없어 속으로 헛웃음을 터뜨리면서도 한편으론 서서히 깨달았다.오늘 여기서 죽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아이도, 변도영의 선택 앞에서 죽었다.그리고 이제 자신도 똑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따라가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생각할수록 온몸이 싸늘해졌다.신지아는 시선을 산 아래로 떨어진 울창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숲으로 돌렸다.혹시 떨어져도 매달릴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서였다.죽지만 않는다면, 반쯤 부러져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너무 높았다.두어 번 내려다본 것만으로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시야 한쪽에 뭔가가 스쳤다.외딴 산길, 멀리서 흐릿하게 움직이는 몇 개의 그림자.신지아의 눈이 살짝 커졌다.절벽 끝에서 화가 나 날 선 말들을 다 쏟아낸 정민수는 한결 차분해진 표정이었다.그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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