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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첫사랑만 구한 남자: Kabanata 541 - Kabanata 550

559 Kabanata

제541화

변도영이 헛웃음을 쳤다.“그럼 어쩌라고. 무릎이라도 꿇고 애걸복걸하며 붙잡으라고?”하지만 그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신지아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돌아섰다는 것을. 설령 무릎을 꿇고 애원한들 그녀가 들어줄 리 없으며 오히려 그만 더 한심하고 비참해 보일 뿐이었다.“지아를 좀 보고 배웠어야지. 옛날에 오빠가 그렇게 쌀쌀맞게 굴 때도 지아는 기어이 오빠 곁에 남으려고 온갖 애를 썼잖아.”변하늘이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오빠랑 지아는 오랜 세월 쌓아온 감정의 토대라도 있지 나랑 고우빈은 그런 것도 없단 말이야.”변하늘은 새삼스레 아쉬움이 밀려왔다.만약 예전에 자신이 신지아와 조금 더 친하게 지냈더라면 신지아가 고우빈을 소개해 주었을지도 모르고 그랬다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지아의 말이 옳다는 생각도 들었다.고우빈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데 억지로 이어진다면, 결국 자신도 제2의 신지아가 되어 고통받을 뿐일 테니까.게다가 듣기로 고씨 가문의 내부 사정은 변씨 가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험난하다던데 신지아가 걸어갔던 고통스러운 전철을 똑같이 밟고 싶지는 않았다.변하늘이 한숨을 섞어 덧붙였다.“끝나는 게 뭐가 무서워? 정말 무서운 건 우리 사이에 아무런 시작조차 없었다는 거지.”변하늘은 스스로가 처량해져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 말을 들은 변도영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졌고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번쩍 눈을 떴다.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갔다.‘시작이라니?’“그때는 그 사람이 참 멋지고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웃는 모습도 무척 좋아했고 온몸에서 눈 부신 빛이 나는 것만 같았죠.”얼마 전 본가에서 신지아가 했던 말이 변도영의 뇌리에 흐릿하게 떠올랐다.‘끝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것.’그 몇 글자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변도영이 흥분한 듯 몸을 벌떡 일으키자,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놀란 변하늘의 시선이 그의 손끝에 꽂혔다. 그곳에는 변도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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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괜찮을 거야, 이진아. 아무 일 없을 거야.”윤재혁의 목소리는 전례 없이 부드러웠고 또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속삭임은 침대 위의 고이진에게 건네는 필사적인 위로인지, 아니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주문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고이진은 이미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아 반쯤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지만, 입안 가득 차오르는 비릿한 피맛과 온몸을 난도질하는 통증이 잔인하게 그녀를 가혹한 현실로 끄집어내고 있었다.“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란 말이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사람 살려내!”윤재혁은 구석에 웅크려 선 주치의들을 향해 미친 듯이 포효했다.주치의 중 한 명이 사시나무 떨듯 앞으로 나서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대표님, 고이진 씨는 현재 심리적 스트레스에 너무 심하게 노출된 상태입니다. 지금 상태로는 어떤 약을 처방하더라도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게다가 약물은 결국 독성을 동반합니다. 이미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환자분께 무리하게 투약했다가는 다른 장기마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금 투약을 강행하는 것은, 목마르다고 독약을 마셔 갈증을 해소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부디 환자분의 마음을 잘 달래주셔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평온을 찾으실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시는 게...”“당장 꺼져!”의사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극도로 흥분한 윤재혁이 베개를 맹렬하게 집어 던지며 고함을 질렀다.“쓸데없는 놈들, 다 꺼져버려! 돈을 처먹으면서 도대체 하는 일이 뭐야! 사람 하나 제대로 살려내지 못해?”윤재혁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충혈되어 있었다.잔뜩 겁에 질린 주치의들은 한순간도 지체하지 못하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그때 송민기가 문밖에서 조용히 들어서며 이 참담한 광경을 보고 나직하게 읊조렸다.“대표님, 의사들 말이 맞습니다. 그동안 고이진 씨는 정서적으로 너무 피폐해졌고, 끼니마저 거른 탓에 몸이 도저히 버텨내질 못하는 겁니다.”윤재혁은 제 와이셔츠 소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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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윤형우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그러니까 한마디로, 제 눈이 영영 안 보일 확률이 더 높다는 말씀이군요.”수술을 하면 실명할 위험이 있었고 수술하지 않더라도 몇 달 뒤에 시력을 잃을 가능성은 마찬가지였다.외국인 의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윤형우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그럼 수술하겠습니다.”의사는 그의 곁을 힐끗 살피며 조심스레 덧붙였다.“가족분들과 연락해서 이 일을 상의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윤형우는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이 웃었다.“그 사람은 지금 무척 바빠서, 저 때문에 신경 쓰며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 여자친구를 믿습니다. 수술이 잘못되어 최악의 상황이 온다고 해도, 저를 버리고 떠날 사람은 아니니까요.”그 말에 외국인 의사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여자친구분이 참 괜찮은 분이시네요. 큰 시련이 닥치면 각자 제 갈 길 바쁜 연인이나 부부들을 아주 많이 보아왔거든요.”윤형우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눈앞에 문득 절벽 아래에서 자신이 잘못된 줄 알고, 망설임 없이 돌조각을 들어 손목을 그으려 했던 신지아의 모습이 다시금 아른거렸다.“그냥 괜찮은 정도가 아닙니다.”윤형우가 의사의 말을 정정했다.“아주 훌륭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고 행복한 일이니까요.”병원을 나선 윤형우는 고모 윤세은의 전화를 받았다.윤형우가 이곳 상황을 설명하자, 윤세은은 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너무 큰 부담은 갖지 마라. 비록 이번 일은 너 스스로 견뎌내야 할 몫이겠지만, 다른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이 고모에게 말하렴.”윤형우가 웃으며 대답했다.“역시 고모가 절 제일 아껴주실 줄 알았어요.”윤세은은 어릴 때부터 윤씨 가문의 사랑을 독차지하긴 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집안의 실권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다.하지만 그런 윤세은이 그 달콤한 총애에 안주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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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윤형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는 기꺼이 받고 싶습니다만 지아에게 그런 일을 부탁한 적이 없어서요.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고우빈은 잠시 말을 멈추고, 지난번 지분 계약서를 재검토해야 할 때 신지아의 다소 긴장했던 표정을 떠올렸다.그는 어렴풋이 무언가 깨달았다.고우빈은 윤형우에게 더 이상 말을 얹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아마 제가 착각했나 봅니다. 실례했습니다.”전화를 끊은 고우빈은 곧바로 신지아를 찾아갔다.마침 신지아는 업무로 바쁘던 참이라 고우빈을 보고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나 좀 보자.”고우빈이 그 한마디를 남기고는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평소와 사뭇 다른 그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신지아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나, 그래도 하던 일을 내려놓고 그를 따라나섰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고 고우빈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평소 그의 서글서글한 모습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지금처럼 무표정하고 화가 난 듯한 얼굴을 보니 신지아는 순간 겁이 덜컥 났다.그녀는 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이 기간 동안 업무상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되짚어보았다.하지만 업무상 실수라 해봐야 김주리 건밖에 없는데, 그 일은 이미 해결된 게 아닌가? 게다가 이 일은 고우빈도 이미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지?그녀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고우빈이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전에 UME로 보낸 그 돈, 대체 어디서 난 거야?”그가 물어본 게 이 일일 줄은 몰랐던 신지아는 눈알을 도르륵 굴리더니 대답하는 대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얘기는 전에 우리끼리 다 끝난 이야기 아니었던가요?”그녀가 진실을 숨기려 한다는 걸 눈치챈 고우빈이 단도직입적으로 쏘아붙였다.“나 방금 윤형우한테 전화했었어.”신지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살짝 긴장했다.“그 사람한테 다 말했어요?”그녀가 확연히 켕기는 태도를 보이자 고우빈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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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자, 오늘 일은 이만하죠. 저 아직 일 남아서 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치며 신지아는 그를 향해 미소 짓고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고우빈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지만, 복잡해진 마음은 도저히 가라앉지 않았다.속은 걷잡을 수 없이 불안감으로 타들어 가고 있었다.이나은의 별장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 변호사를 통해 이미 전해 들었지만, 변도영이 그렇게 쉽게 관계를 정리하고 물러날 사람으로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변도영은 그 돈이 신지아를 위한 보상이라고 말했지만, 소문이 퍼지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터였다.과거 자신의 부주의 탓에 고이진이 한 남자 때문에 인생을 거의 망칠 뻔했었기에 신지아마저 남자 문제로 무너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는 휴대폰을 꺼내 변도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좀 봅시다.]...저녁에 신지아는 밥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고양이와 놀아주다가, 윤형우에게 걸려 온 영상 통화를 받았다.그녀는 곧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돈하고는, 별문제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통화 버튼을 눌렀다.화면 너머로 윤형우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밖은 초저녁이었고 금빛 노을이 그의 뒤를 비추며 어깨에 내려앉아 있었다. 역광이라 신지아는 그의 얼굴을 정확히 볼 수 없었지만 뚜렷한 이목구비와 지금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신지아는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뭐 하고 있어?”윤형우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옆에서 열심히 발을 핥고 있던 찰이를 번쩍 안아 든 신지아는 녀석을 화면 앞에 들이밀었다.그러자 화면 가득 커다란 고양이 얼굴이 나타났고, 녀석은 코를 화면에 바짝 붙인 채 킁킁대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윤형우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귀엽죠?”신지아가 웃으며 묻자 윤형우가 답했다.“응, 귀엽네.”신지아가 피식 웃으며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윤형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지아야, 네가 너무 보고 싶어.”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살짝 쉰 듯한 허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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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다음 날, 신지아는 밀린 업무를 모두 정리하고 퇴근하기 전 고우빈의 사무실에 보고하러 갔으나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잠시 뒤, 서인호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고우빈이 오늘 하루 종일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이야기를 꺼내자 서인호는 잔뜩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신지아를 은밀하게 끌어당기며 말했다. “얼마 전에 어떤 여자가 밑에서 기다리고 있더니, 둘이 차를 타고 같이 가더라고요. 설마 연애라도 시작한 건 아니겠죠?”그의 호들갑스러운 모습에 신지아가 웃음을 터뜨리며 답했다.“선배도 나이가 있으니까 연애하는 게 그렇게 신기한 일은 아니잖아요.”“신기하죠, 당연히.”서인호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고 대표님은 보기보다 지조 있는 편이라, 전에는 분명히...”그러나 서인호는 끝내 뒷말을 흐리며 입을 다물었다.신지아에게 지금 남자친구가 있긴 하지만 예전에는 서인호 역시 신지아가 윤형우와 헤어지면 고우빈에게도 기회가 올지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고우빈에게 정말 새로운 연애가 시작되었다면, 이제 와서 그런 말을 꺼내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그가 말을 아끼자 신지아도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신지아는 새벽 비행기 표를 예매해 둔 터라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가 가볍게 씻고 짐을 챙겨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했다.비행기에 탑승한 신지아는 혹시라도 이동 중에 윤형우에게 연락이 올까 걱정되어, 전원을 끄기 전 야근 때문에 전화를 받기 어려울 것 같다는 거짓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알았어.]윤형우도 별다른 의심 없이 짤막하게 답장을 해왔다.메시지를 확인한 신지아는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한 뒤 시트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그렇게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누군가 그녀의 바로 옆자리에 와서 앉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신지아는 처음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내 코끝을 스치는 익숙한 남성 향수 냄새에 온몸이 굳어졌다.천천히 눈을 떠 보니 역시나 변도영이었다.예전과 다름없이 몸에 딱 맞는 블랙 정장 차림을 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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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게다가 변도영의 기억에 신지아는 연애 시절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처럼 아찔하고 높은 놀이기구를 타자며 자신을 이끌던 사람이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고소공포증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어설픈 핑계로 자신과 거리를 두려 하는 건가.그녀가 이토록 냉정하게 면박을 줄 줄은 몰랐기에 변도영은 짜증과 서글픔이 밀려왔지만, 이내 스스로를 다독였다.‘그래, 지아가 나를 쫓아다닐 때 나 역시 이렇게 매정하게 굴었던 적이 있었지. 비긴 셈 치고 천천히 다가가자.’변하늘이 말해준 것처럼 신지아는 자신을 깊이 사랑했으나 상처를 받아 떠난 것뿐이었으니 예전의 그 마음에 닿아 있던 기억들을 하나씩 깨우다 보면, 다시 시작할 기회는 분명 있었다.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자리를 바꾼 여자가 변도영의 옆자리에 앉아 조심스럽게 속삭였다.“저기, 실례지만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도 될까요?”울적했던 변도영은 못 들은 체하며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아버렸고 이내 몽롱한 잠결 속으로 빠져들었다.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의 몸에는 따스한 담요가 덮여 있었다.변도영의 숨결이 찰나의 순간 멎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신지아의 자리를 보았다.고요함이 가라앉은 기내 속에서, 신지아 역시 눈을 감은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이전에 신지아와 함께 외출할 때마다 그가 잠들었다 깨어날 때면, 신지아는 늘 세심하게 얇은 담요를 덮어주곤 했다.변도영은 통로 건너편의 양준명을 바라보며 떠보듯 조용히 물었다.“내 몸에 덮인 이 담요 말이야...”비행기 신문을 보며 시간을 때우던 양준명이 황급히 대답했다.“그거 옆에 앉은 여자분이 승무원한테 달라고 해서 덮어준 건데요.”순간 변도영의 마음에 번졌던 불씨가 차갑게 식어버렸다.하지만 곧 그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묘책이 지나갔다.그는 고개를 돌려 옆자리 여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음악을 들으며 소설을 읽고 있던 여자는 난데없는 변도영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그녀가 이어폰을 빼자, 변도영이 낮게 목소리를 가다듬어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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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공항 대합실.양준명은 전화를 끊은 뒤 카드 위에 펜으로 몇 줄을 적어 변도영에게 건넸다.“변 대표님, 여기가 윤형우 씨의 현재 거주지입니다.”말을 마친 양준명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신지아를 힐끗 바라봤다.순간 마음속에 온갖 감정이 뒤섞였다.그뿐만이 아니었다.어느 순간 변도영마저 자신이 미친 게 아닌가 싶었다.자기가 전처에게 현 남자친구의 주소를 알려주고 있다니?하지만 조금 전 비행기에서 그 여자가 했던 말을 떠올리자, 변도영은 다시 한번 깊게 숨을 내쉬며 미친 짓이라는 생각을 억지로 눌러 삼켰다.과거 신지아가 그를 그렇게 오랫동안 쫓아다녔으니 이 정도는 자신이 빚진 셈 치면 됐다.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게 이토록 괴로운 일일 줄은 몰랐다.변도영은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 뜬 뒤 신지아에게로 걸어갔다.그때 신지아는 고개를 숙인 채 윤형우에게 보낼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신지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가 눈앞의 사람을 확인하고 잠시 멍해졌다.“형우 씨가 왜 여기 있어요?”신지아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서 물었다.아까까지만 해도 연락조차 닿지 않던 사람이 지금 그녀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흰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윤형우는 여전히 우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겼다.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더니 신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꿈에 지아가 여기 나오더라고. 그래서 혹시나 해서 공항에 와봤지. 그런데 정말 왔네.”윤형우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리고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여전히 멍하니 있는 신지아를 바라봤다.“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안 안아줄 거야?”신지아는 몇 초간 넋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곧장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윤형우를 힘껏 끌어안았다.윤형우는 아예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공중에서 두 바퀴나 빙글빙글 돌았다.신지아를 내려놓은 뒤에는 볼을 살짝 꼬집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살 빠졌네.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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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신지아는 윤형우의 얼굴이 전보다 조금 더 창백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에 크게 다친 뒤부터 윤형우의 몸 상태는 계속 그다지 좋지 않은 듯했다.그런데 오늘은 유독 평소보다 더 가냘프고 병약해 보였다.“왜 그래? 아까부터 계속 그렇게 쳐다보고.”윤형우가 웃으며 신지아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내가 그렇게 잘생겼어?”신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형우 씨가 연예계에 안 간 건 정말 연예계의 큰 손실인 것 같아요.”윤형우가 웃었다.신지아는 잠시 망설이다 슬쩍 떠보듯 물었다.“요즘 몸은 좀 어때요?”윤형우는 잠시 멈칫하며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이후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가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오늘 밤 네가 직접 확인해 볼래?”신지아는 할 말을 잃었다.하지만 그날 밤은 확인해 볼 기회가 없었다.신지아는 생리가 시작되었다.윤형우는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지난번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에는 무척 능숙하게 몸보신용 보양식까지 끓였다.그것도 수십 가지의 값비싼 재료를 한데 때려 넣은 것이었다.덕분에 신지아는 그걸 마시고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고, 새벽이 되어서야 비몽사몽인 상태로 겨우 잠이 들었다.원래 윤형우는 그녀를 데리고 밖에 나가 구경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신지아가 너무 피곤하게 잠든 모습을 보고는 깨우지 않았다.대신 그녀의 곁에 누워 책 한 권을 들고 조용히 읽었다.오후가 되자 윤해원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윤형우는 신지아가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방을 빠져나가 전화를 받았다.연결되자마자 윤해원이 물었다.“지아 씨와 변도영 씨는 어떻게 된 거야?”윤형우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러다 윤해원이 기사 하나를 보내주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했다.어떤 매체가 비행기 안과 공항에서 신지아와 변도영이 함께 있는 모습을 찍은 것이었다.그리고 그 사진만 가지고 두 사람이 재결합하려는 게 아니냐며 제멋대로 추측성 기사를 써낸 모양이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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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신지아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고, 창밖에서 어스름한 노란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침실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신지아는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저녁이라는 걸 보자 거의 침대에서 튀어 오르듯 일어났다.서둘러 욕실에서 씻고 나오니 거실 소파에 윤형우가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살며시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잠이 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쉬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신지아는 얇은 담요 하나를 들고 살금살금 다가가 그의 몸 위에 덮어 주었다.막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윤형우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예상치 못한 힘에 휘말린 신지아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그의 몸 위로 쓰러졌다. 놀란 가슴을 안고 상체를 일으키려 했지만, 윤형우의 팔이 단단하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놓아주질 않았다.“널 먹고 싶은데 당장은 먹지도 못하니 잠깐만이라도 안고 있게 해 줘.”윤형우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신지아는 조금 어이없었지만 더는 움직이지 않고 그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막 잠에서 깬 탓인지 윤형우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조명을 받아 맑고 예쁜 빛이 번졌다.이 얼굴만큼은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나가서 뭐 좀 먹을래요?”신지아가 물었다.하루 종일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한 탓인지 신지아도 허기가 느껴졌다.윤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이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몇 군데 있어. 네 입맛에도 잘 맞을 거야.”“그럼 옷 갈아입고 올게요.”신지아는 몸을 일으켜 침실로 돌아가 검은색 슬립 원피스로 갈아입었다.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위에 작은 숄을 하나 더 걸쳤다.“숄 없는 게 더 예쁜데.”윤형우가 문틀에 느긋하게 기대선 채 의견을 냈다.신지아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정말요?”윤형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뽀얀 피부를 가진 신지아가 검은색 슬립 원피스를 입으니 피부가 한층 더 눈부시게 만들었다. 청순한 얼굴과 은근히 요염한 몸매가 어우러져 시선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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