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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첫사랑만 구한 남자: Chapter 511 - Chapter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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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박수미는 신지아의 머리를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말했다.“사실 네 엄마가 도영이와의 결혼을 서두른 건, 네 아빠 신영호가 재혼해서 네가 구박받을까 걱정된 탓도 있지만 네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맺어지길 바라셨기 때문이야.”엄마라는 단어가 나오자 신지아의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졌다.엄마가 일찍이 혼약을 정한 것이 아버지 때문이라는 것쯤은 짐작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저 엄마가 변씨 가문에 베푼 은혜가 있으니, 설령 변도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그 집안 어른들이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자신을 홀대하지는 않을 거란 마음으로 맺어준 줄 알았다.그런데 엄마가 진작 자신이 변도영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니.그러니까 만약 그때 그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비극은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신지아의 복잡한 눈빛에서 생각을 읽어낸 듯 박수미가 말을 이었다.“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아니었어도 도영이와 이나은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을 거야. 이나은은 집안도 그렇고 도영이와는 어울리는 짝이 아니었어. 네가 아니었어도 서로 다른 가치관 때문에 조만간 갈라섰을 테지. 사실 그들이 헤어질 때 나랑 네 엄마가 이나은에게 보상금을 줬었어.”“보상금을요?”신지아가 멍하니 되물었다.그 순간 문밖에서 안의 대화를 전해 들은 변도영 역시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이나은에게 보상금에 관한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박수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이나은은 애초에 도영이와 갈 길이 다른 아이였어. 미애 역시 그 아이를 변씨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지. 그래서 나랑 네 엄마가 그 아이를 따로 만나 거래를 제안했단다. 해외 대학 입학을 주선해주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충분한 돈을 줄 테니, 도영이와 헤어지고 변씨 가문에 발을 들이는 걸 포기하라고 말이야.”“그래서 그 제안을 받아들였나요?”신지아가 묻자 박수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아인 자존심이 무척 강한 아이였어. 우리가 굳이 말하지 않았어도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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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변하늘은 할머니를 뵈러 마당에 들어섰다가 문 앞에 서 있는 변도영을 발견했다.하지만 그녀가 말을 붙이기가 무섭게 변도영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싸늘하게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서늘한 기운을 내뿜는 그의 표정에는 분노인지, 혹은 알 수 없는 또 다른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평소 같지 않은 분위기에 겁을 먹은 변하늘은 뒤쫓아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한동안 얼어붙어 있었다. 그러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는 박수미의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조금 전 밖에서 들린 목소리를 이미 들은 듯, 방 안에 있던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향했다.“신지아 씨, 나 할머니랑 할 얘기 있으니까 잠깐 나가 있어요.”나름대로 부드럽게 말하려 노력한 것이었지만 오랜 습관 때문인지 말투는 여전히 딱딱했고 명령하는 것처럼 들렸다.어조 역시 몹시 어색했다.신지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박수미가 선수를 쳤다.“그럴 것 없다. 지아는 남이 아니니, 할 말이 있으면 여기서 그냥 하거라.”“할머니.”변하늘은 박수미의 품에 파고들며 애교를 부렸다.“전 할머니 친손녀잖아요. 할머니랑 둘이서만 비밀 얘기하고 싶단 말이에요.”말을 하면서도 변하늘은 신지아를 힐끔거렸다. 신지아가 눈치껏 자리를 비워주기를 바랐던 것이다.솔직히 신지아 앞에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웠다.하지만 신지아는 눈치채지 못한 듯 여전히 제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변하늘은 슬슬 조바심이 났다.박수미는 미소를 지으며 변하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비밀 얘기라는 게, 할머니한테 지아 잘 구슬려서 네 나은 언니 좀 봐달라고 사정해 달라는 거야?”속내를 들킨 변하늘은 무안함에 얼굴이 화끈거렸다.박수미의 목소리가 한층 무거워졌다.“나보고 지아에게 사정해 달라는 건 네 생각에 결정한 거냐, 아니면 네 부모도 동의한 일이냐?”박수미의 표정이 몹시 엄격해졌다.변하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대답이 없어도 박수미는 대강 눈치를 채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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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어젯밤 내내 깊은 생각에 잠겼던 변하늘은 신지아가 생각보다 꽤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적어도 자신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절대 그 억울함을 견디지 못했을 터였다.하지만 정작 변씨 가문에서 신지아를 가장 모질게 괴롭힌 장본인은 바로 자신이었다.변하늘이 한창 멋쩍어하고 있을 때, 신지아가 먼저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변하늘은 얼른 어깨를 곧게 펴고 입을 열려 했으나, 신지아가 한발 앞서 말을 꺼냈다.“몇 달 전에 하늘 씨가 약 기운에 취해서 밤늦게 나한테 전화했던 거 기억하죠?”그 말에 변하늘은 잠시 흠칫하더니 이내 수치심에 화를 버럭 냈다.“그게 무슨 소리예요? 지금 그걸로 날 협박하겠다는 건가요? 증거가 없어서 그렇지, 그때 일 다 지아 씨 짓인 거 내가...”변하늘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신지아는 서류 봉투 하나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직접 보세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다 보고 나서 하죠.”반신반의하며 서류를 받아 든 변하늘은 한 장씩 내용을 확인해 나가다 그만 온몸이 굳어버렸다.안에는 CCTV 각도로 찍힌 사진 한 장이 들어있었는데, 야구모자를 눌러쓴 한 여자가 책장에 꽂힌 책 사이에 아주 얇은 포장 비닐을 밀어 넣고 있었다.사진이 어찌나 선명한지 변하늘은 그녀의 손에 들린 포장지의 문양까지 볼 수 있었고 그 인물이 이나은이라는 사실도 단박에 알아챘다.변도영이 제집처럼 드나드는 탓에 월세방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 신지아는 일찍이 방에 CCTV를 설치해 두었었다.다만 이나은은 이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하지만 당시에는 일로 바빠 미처 CCTV를 확인할 겨를이 없었고 한참 뒤에 짐을 정리하다가 이 약 봉투를 발견하고 나서야 비로소 CCTV를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나중에 포장 봉투에 묻은 약 분말을 가져가 성분 분석을 의뢰해 봤는데, 최음 성분이 검출됐어요. 공교롭게도 이나은이 내 방에 이걸 둔 시점이 하늘 씨가 약에 취했던 바로 다음 날이더라고요.”신지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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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변하늘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멍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지금 마주한 진실은 방금 전 알게 된 사실 못지않게 그녀에게 깊은 타격이 된 듯했다.그녀의 반응을 본 신지아는 변하늘이 상황을 파악했음을 눈치챘다.사실 신지아는 이 일을 굳이 변하늘에게 밝힐 생각이 없었다. 변하늘이 이나은을 얼마나 아끼고 믿든 그건 그녀의 몫이었고, 자신은 그저 이나은과 끝장을 볼 생각이었기에 참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방금 전, 이나은을 위해 할머니 앞에서 간절히 사정하던 변하늘의 모습을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이번 기회에 그녀가 미련을 완전히 끊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번거로운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 뻔했다.“설령 고의가 아니었다 해도 하늘 씨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사실을 은폐하고 그 자리에 내버려 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에요. 하늘 씨한테조차 서슴없이 해를 입히는 여자인데 나한테는 오죽하겠어요? 이제 내 뜻이 어떤지 확실히 알았겠죠? 하늘 씨든 변씨 가문 그 누가 대신 사정하러 온다 해도 내 결심은 결코 변하지 않아요.”신지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마친 뒤 돌아섰다.이번에 변하늘은 차마 붙잡지 못했다. 그저 망연자실하게 서서 가슴속 밑바닥부터 무언가가 서서히 갉아 먹히며 썩어들어가는 듯한 불길한 기분을 느낄 뿐이었다....날씨는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찌푸려 있었다.도로 위를 폭주하듯 내달리는 차 한 대가 행인들의 비명 어린 시선을 받으며 이나은이 묵고 있는 별장 단지로 미친 듯이 돌입했다.변도영은 거칠게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웠다.타이어 타는 냄새와 함께 귀를 찢는 마찰음이 울려 퍼져 주변의 이목이 쏠렸지만 변도영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차에서 내려 대문으로 향하더니 망설임 없이 비밀번호를 눌렀다.이곳은 자신이 이나은을 위해 직접 구해준 거처로 드나든 적은 거의 없었으나 비밀번호만큼은 뼈에 사무치게 잘 알고 있었다.바로 이나은의 생일이었다.몇 년 동안 그의 별장과 서재 등 사적인 공간의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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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과거 신지아의 어머니는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빌미로 그들을 협박해 헤어지게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세상 사람 모두가 이나은을 억울하게 강요당해 외국으로 쫓겨난 비련의 주인공으로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입에서 나온 진실은 달랐다. 이별을 수용한 것도, 신지아의 어머니가 건넨 막대한 보상금을 챙겨 제 발로 출국한 것 역시 그녀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실토하고 있었다.그렇다면 그들이 주장하던 그 가혹한 강요란 도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그리고 지난 세월 동안 자신이 신지아에게 퍼부었던 그 모진 보복들은 다 무엇이 된단 말인가.변도영의 마디 굵은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려왔고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시뻘겋게 충혈되었다.이와 대조적으로 이나은은 기이할 정도로 차분했다.“널 사랑하니까. 너랑 헤어지기 싫었으니까.”“헤어지기 싫었다면서 왜 동의한 건데?”“내겐 기회가 필요했어. 어떻게든 너와 대등한 위치에 서고 싶었거든. 사람들이 나를 신데렐라 보듯 동정하고 가벼이 여기는 그 눈빛이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었어. 도영아, 넌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나왔잖아. 고귀한 신분 덕에 누구도 감히 너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지. 그러니 사람들의 그 은밀하고 교묘한 악의를 네가 어떻게 알겠어? 낮은 곳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온 사람에게 ‘더 높은 곳'이 어떤 의미인지, 너 같은 사람이 알 리가 없잖아. 난 너와 당당하게 함께하고 싶었을 뿐이야. 네 어머니께도 내 신분을 인정받고 우리 사이를 허락받고 싶었다고.”하지만 이런 속내를 변도영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변씨 가문이 제안한 유학을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들이 앞장서서 마련해 준 유학이라면,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다 한들 그녀는 영원히 변 씨 가문의 아래에 머물러야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신지아가 개입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신지아의 어머니는 이 비밀을 지켜주기로 약속했고 그녀는 이 일을 역이용해 대중의 동정심을 사기로 했다. 사람들의 연민을 얻어낸다면 변씨 가문조차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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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뒤에서 낮은 울음소리가 들려왔지만 변도영은 뒤돌아보지 않았다.대문을 나와 고개를 돌려 흐릿한 하늘을 바라봤다. 이 순간, 마치 커다란 손이 심장을 꽉 움켜쥔 듯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수년간 이나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온갖 방법으로 보상하려 했고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그녀에게 주었다.심지어 그 일로 신지아에게 복수까지 하기도 했다.결혼식 날 밤 신지아를 버려 그녀가 온 도시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게 만들었고 결혼 후에도 깔보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이것이 이나은에게 주는 보상이라 여겼지만 알고 보니 무려 5년 동안 이어진 괴롭힘이었다.너무 우습다. 정말 우습기 짝이 없었다.쾅!바로 그때 천둥이 울리더니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고개를 든 변도영은 따뜻한 빗물에 시야가 흐려졌다. 갑작스러운 비 때문에 온몸이 흠뻑 젖었다.하지만 피하지 않고 그저 빗속에 가만히 서 있었다.비에 젖은 옷이 온몸에 축축하게 달라붙었다.“도영 씨.”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변도영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빗물에 흐릿한 시야 너머로 신지아가 먼 곳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우산을 들고 변도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집에 데려다주러 왔어요.”“신지아?”심장이 미친 듯 요동친 변도영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쏜살같이 뛰어갔다.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확인한 후에야 우산을 쓴 사람이 지나가는 행인인 것을 알았다.자신에게 다가오는 변도영의 모습에 행인은 그를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듯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피하듯 걸음을 재촉해 황급히 자리를 떴다.그 어디에도 신지아는 없었다.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던 변도영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서서히 깨달았다. 신지아와는 이미 이혼했다는 사실을...더 이상 신지아가 먼저 다가오지도, 변도영을 데리러 왔다는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언제부턴가 신지아가 변도영의 삶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변도영은 문득 그날 일이 떠올랐다. 신지아가 신씨 가문에서 쫓겨나 그의 품에 안겨 통곡하자 그는 밤새 불꽃놀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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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하지만 이런 사랑은 추상적이며 희미하기만 했다.신지아는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다. 찰나에 사라지는 이런 사랑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으며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UME에서 일하는 것,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것, 그리고...신지아가 고개를 들어 윤형우를 쳐다보았다.전에 윤형우는 목숨을 걸고 신지아를 구해줬다. 그 후에도 신지아 때문에 윤재혁과 사이가 틀어져 큰일이 날 뻔했다. 사랑의 감정과 별개로 윤형우는 확실히 그녀의 은인이었다.윤형우도 신지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윤형우의 미소에 신지아야말로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어색한 얼굴로 시선을 돌리며 다른 말을 꺼냈다.“의사 선생님께서 곧 퇴원해도 된다고 했는데 왜 또 수액을 맞고 있어요? 어디 불편한 데라도 있는 거예요?”신지아가 윤형우의 손등에 꽂힌 링거줄을 바라보았다.윤형우의 안색이 왠지 모르게 안 좋아 보였다.“상태를 안정시켜서 재발을 막으려는 거야.”윤형우가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나도 이러고 있으니까 정말 불편하긴 하네.”불편하다는 말에 신지아가 바로 한마디 했다.“뭐 도와드릴 일 있으면 저 시켜요.”윤형우가 깊은 미소를 지었다.“넌 못 도와줘.”“왜요?”그 말에 신지아는 순간 승부욕이 생겼다.“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못 도와준다고 단정해요?”당당한 태도로 말하는 신지아의 모습에 윤형우는 웃음이 났다.“그렇게 도와주고 싶어?”신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좀 가까이 와봐.”윤형우의 말에 신지아는 별다른 의심 없이 그의 곁으로 걸어갔다. 수상쩍은 윤형우의 모습을 보니 비밀스러운 일인 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병상으로 다가가 고개를 기울였다.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윤형우가 한 손으로 신지아의 얼굴을 잡았다.다른 한 팔로 신지아의 허리를 감싸더니 손바닥으로 등을 눌러 아래로 당겼다.살짝 뜨거운 윤형우의 입술이 신지아의 입술에 닿았다.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한 신지아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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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고우빈에게서 온 전화였다.신지아는 서둘러 통화 버튼을 눌렀다.방금 전까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여 목구멍이 꽉 조여든 탓에, 대답하는 음성이 살짝 떨려 나왔다.그녀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고우빈이 잽싸게 촉을 세웠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신지아는 황급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방금 윤형우와 숨이 멎을 듯한 입맞춤을 나눴다는 사실을 그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다행히 고우빈도 더 캐묻지 않고 그녀의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LL 쪽 피드백이 왔어. 1차 초도 물량 품질은 대만족이라더군. 그런데 제작 기간이 너무 길다며 단축을 요구해 왔어.”고우빈이 현황을 파악한 결과, 신축 공장의 인력 부족과 생산 라인의 관리 부실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UME 측에서 추가 인력을 투입해 현지 프로젝트를 밀착 마크해야만 풀릴 상황이었다.본래 이 프로젝트를 전담했던 건 신지아였기에, 고우빈은 파견 인력을 꾸리기에 앞서 그녀의 판단을 확인하고자 했다.고민하던 신지아가 몇몇 적임자의 이름을 읊조리자 고우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나도 그렇게 리스트업 해놨어.”“그런데 그 사람들 말고도 제가 생각한 후보가 한 명 더 있어요.”신지아의 말에 고우빈이 되물었다.“누구?”“김주리 씨요.”그 말에 고우빈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이유가 궁금한데.”실은 이 전화를 걸기 전에 고우빈은 서인호와도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그가 추천한 리스트에도 김주리의 이름이 있었다.김주리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번에 UME에 심각한 피해를 준 인물이었기에 고우빈은 애초에 그녀를 후보군에서 완전히 제외해 둔 상태였다.서인호가 추천한 건 사적인 정 때문일 터였다. 어쨌든 김주리는 서인호가 직접 키워 올린 인재였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하지만 신지아마저 그녀를 지목했으니 고우빈은 그 이유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제가 조사를 해봤는데, 김주리 씨가 핵심 기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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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신지아는 찰나의 당혹감을 비추었으나 이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어떻게 변했는데요?”“전에는 사람을 이렇게 복잡하게 분석하곤 하지 않았잖아. 전보다 생각도 훨씬 깊어지고 이제는 혼자서도 모든 걸 훌륭하게 처리해 내는 걸 보니 말이야.”고우빈은 이런 변화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사람의 복잡한 이면을 꿰뚫어 보게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혹독한 풍파를 겪어냈다는 방증이기에 긍정적인 변화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성장의 밑바닥에 숨겨져 있을 그녀의 아픔과 그간의 설움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그 말을 들은 신지아는 슬쩍 윤형우를 쳐다보았다.실은 그녀 역시 은연중에 윤형우를 답습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윤형우의 통찰은 자신보다 훨씬 예리하고 깊었기에, 자신의 발언들은 어쩐지 아이가 어른의 흉내를 내는 것처럼 치기 어리게만 느껴졌다.시선을 감지한 윤형우가 그녀를 바라보며 은은하게 웃어 보였다.“형우 씨랑 잠깐 얘기 나누고 싶어.”수화기 너머로 고우빈이 다시 말했다.신지아는 별다른 의심 없이 휴대폰을 윤형우에게 건넸다.하지만 전화를 건네주고 나서야 문득 의문이 생겼다. ‘선배가 형우 씨가 지금 여기에 같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거지?’고우빈이 부상 상태를 묻는 모양인지, 윤형우가 싱긋 웃으며 수화기에 대고 답했다.“이제 많이 좋아졌습니다.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 대표님.”두 사람이 또 무슨 이야기를 더 나눴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윽고 윤형우가 덧붙였다.“내일 저녁에 시간 있으신가요? 퇴원하는 기념으로 저랑 지아가 밥 한 끼 대접하려고요. 그날 밤 한걸음에 달려와 주신 것에 대한 보답으로요.”고우빈은 거절하지 않았다.“좋습니다. 어떤 메뉴가 좋을까요? 필요한 식재료는 제가 준비해 가죠.”“샤부샤부로 하죠.”“그래요.”잠시 뜸을 들이던 고우빈이 다시 물었다.“우리 셋 말고 또 누구 더 있어요?”윤형우는 그의 말 속에 뼈가 있음을 알아채고 단번에 그의 속내를 간파했다.“지아 룸메이트랑 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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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다음 날 윤형우는 재검사를 받았고 모든 수치가 정상인 것을 확인한 후에야 신지아는 그의 퇴원 수속을 도왔다.저택에 도착해 윤형우가 문을 열자마자 현관 매트 위에 얌전히 앉아 털을 고르고 있는 찰이가 보였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찰이가 제법 자랐네. 더 예뻐진 것 같기도 하고.”윤형우가 말했다.처음 이 녀석을 길가에서 데려왔을 때는 털이 꾀죄죄하고 푸석푸석했는데, 지금은 부드러운 비단처럼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있었다.덩치도 전보다 한결 커진 느낌이었다.“고양이는 워낙 빨리 자라니까요.”신지아가 대답했다.윤형우가 입원해 있는 동안 줄곧 자신이 고양이를 돌보며 매일 같이 지내서인지, 그녀는 딱히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신지아는 고양이를 품에 덥석 안아 들고는 조건반사처럼 얼굴을 파묻고 부벼댔다.언제나처럼 따스하고 보송보송한 기분 좋은 햇살 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우리 찰이는 어쩜 이렇게 냄새가 좋을까.”신지아가 잔뜩 부드러운 콧소리를 내며 속삭였다.아침의 온화한 햇빛이 정원에 스며들며 신지아의 어깨를 조용히 감싸 안았다. 가늘게 부서지는 금빛 햇무리가 머리칼 사이에 내려앉아 그녀를 지극히 고요하고 순결하게 만들어 주었다.윤형우 역시 찰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준 뒤 위층으로 올라갔다.신지아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임윤지 일행에게 입맛을 묻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따가 저녁에 쓸 식재료를 미리 준비해 두기 위해서였다.고우빈과 임윤지 일행을 초대해 대접하는 것은 전에 윤형우와 이미 상의해 둔 일이었지만, 날짜를 바로 오늘 저녁으로 잡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시간이 촉박한 데다 윤형우의 상처도 이제 막 아문 참이라 그의 몸 상태를 배려해 신지아는 두 가지 맛 육수를 준비하기로 했다.“난 새우 완자랑 소 천엽, 오리 선지...”임윤지가 신이 나서 외쳤지만 옆에 있던 연미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질색했다.“난 내장이나 선지 같은 건 못 먹어.”“그게 바로 샤부샤부의 소울인데! 그게 빠지면 무슨 재미로 샤부샤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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