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미는 늘 일부러 엄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타박했다.“지아처럼 좋은 아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너한테 시집온 귀한 사람이니 부디 잘해라. 혹여라도 지아를 괴롭혔다는 소리가 들리면 그땐 정말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당시 그는 그 말을 무시했다. 그에게 신지아의 영특함은 잔머리였고 속 깊음은 가식적인 환심 사기였으며 예쁜 외모는... 외모는 딱히 부정할 수 없었다.하지만 예쁜 여자라면 지겹도록 봐온 그였고 신지아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 탓에 그녀의 미모마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늘 나른하게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양준명에게 전화를 걸게 해 핑계를 대고는 그 자리를 벗어나기 일쑤였다.그러나 지금, 예전 같으면 질색했을 그 상황이 간절히 그리워졌다. 박수미가 다시 한번 그 말을 해주신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진심을 다해 대답하리라. 꼭 소중히 아끼겠노라고.한편, 기자회견장에 온 기자들을 모두 배웅하고 지시 사항을 마친 양준명은 다급히 돌아왔다.제자리에 서 있는 변도영을 발견한 그는 서둘러 다가가며 말했다.“대표님, 회장님께서 거실로 오라고 하십니다.”양준명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했다.조금 전 변승주와 통화했을 때, 그의 목소리와 말투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변승주와 고미애는 평소 아들을 끔찍이 아꼈고 변도영을 변씨 가문의 후계자로 키우며 그가 내리는 결정이 아무리 파격적이어도 늘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었다.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변도영의 판단이 늘 냉철하고 결단력 있었다는 사실에 기반한 신뢰였다. 두 사람은 변도영이 결코 변 씨 가문의 대의를 저해하거나 명예를 실추시킬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오늘 변도영이 보인 행보는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이성적인 판단과는 거리가 멀었다.이나은의 임신을 진작 알고도 침묵했던 그가, 하필이면 논란의 중심에 선 전처 앞에서 보란 듯이 그 사실을 터뜨려 버린 것이다.이는 단순히 이나은에게 수치를 준 것을 넘어, 변씨 가문의 위신을 땅바닥으로 내팽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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