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아를 보자 이나은의 얼굴에 찰나의 긴장감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들어왔어? 집 비밀번호는 어떻게 안 거야?”신지아의 대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이나은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소리 내어 웃었다. 그녀는 들고 있던 과도를 탁자에 던지듯 내려놓고는 조롱 섞인 눈빛으로 신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아, 생각났어. 예전에 너랑 도영이 신혼집 비밀번호도 내 생일이었지.”다분히 의도적인 말투였다.대놓고 심기를 건드려 우스운 꼴을 보겠다는 심산이 뻔했다.그러나 신지아의 마음은 티끌만큼도 요동치지 않았다. 그녀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마찬가지로 조소를 머금고 맞받아쳤다.“변도영이 그쪽한테서 마음이 떠나니까, 이제 와서 옛날 일로 날 자극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나 보죠?”그 말은 이나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그녀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이를 빠드득 갈았다. “내가 오늘 여기 온 건, 나은 씨와 치졸한 감정싸움이나 하려는 게 아니에요. 부성 그룹이 UME를 상대로 저지른 명예훼손 건에 대해, 내 변호사와 직접 이야기 나누라고 온 거지.”신지아가 담담하게 말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변호사가 앞으로 나서며 이나은에게 명함을 건네고 방문 목적을 밝혔다.“이나은 씨, 안녕하십니까. 저는 신지아 씨의 대리인으로서, 현재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UME의 부성 그룹 표절 시비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자 찾아왔습니다.”이나은은 바로 명함을 갈가리 찢어 쓰레기통에 처박았다.그녀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신지아, 나 너랑 이런 한가한 얘기 나눌 시간 없어. 용건이 있으면 부성 그룹으로 가. 그리고 잊었나 본데, 넌 내 허락도 없이 무단침입한 거야. 당장 주거침입으로 고소할 수도 있어.”신지아가 차분하게 대꾸했다.“고소하셔도 돼요, 언제든 상대해 드릴 테니까요. 하지만 그전에 대중에게 이번 표절 사건의 전말부터 명명백백히 밝히는 게 먼저예요.”신지아의 말투는 시종일관 평온했다.이나은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쯤은 진즉 예상한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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