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첫사랑만 구한 남자: Bab 71 - Bab 80

100 Bab

제71화

UME 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려던 참에 신지아는 이미 고우빈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봤다.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둘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에서 막 나오자마자 사내에서 격한 언성이 들려왔다.“오늘 고 대표님이 신입을 기술팀 부장으로 데려왔다면서요?”“그뿐만이 아니래요. 대학만 졸업했지 대학원도 안 나왔고 5년 동안 결혼생활에만 전념한 전업주부라던데요?”“게다가 여자라고요?”한 남자가 놀란 듯 소리쳤다.“5년 동안 경력 공백이 있는 전업주부가 바로 기술팀 팀장이라뇨? 고 대표님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래요?”UME에 남아 있는 직원들은 대체로 학력이 화려했다. 해외 명문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국내 주요 대학의 박사, 못해도 석사 졸업자가 대부분이었다.그런데 치열하게 경쟁해도 얻기 힘든 부장 자리를 오랜 기간 일을 쉰 전업주부가 갑자기 꿰찬 것이다.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그때 누군가 조심스레 말했다.“이력서를 보니까 고 대표님이랑 동문이더라고요. 예쁘게 생기긴 했는데... 왠지 화근이 될 것 같아요. 들으니까 이번에 고 대표님이 부성 그룹 투자도 거절한 게 그 여자 때문이라던데...”“화근이죠, 화근! 안 돼요, 난 도저히 못 참아요. 당장 가서 고 대표님한테 따질 거예요!”조금 전 말한 그 남자가 얼굴을 붉히며 사무실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그러다 마침 신지아와 고우빈이 정면에서 마주쳤다.신지아는 자신이 기술팀 팀장으로 가면 논란이 생기리라 각오했지만 출근 첫날부터 이렇게 시끄럽게 터질 줄은 몰랐다.민망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하지만 고우빈은 태연했다. 마치 당연한 일이라도 되는 듯 말이다.그는 남자 앞에 서서 담담히 말했다.“불만 있으면 지금 말해요.”남자는 고우빈이 직접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 한 듯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다 결국 분을 못 참고 터뜨렸다.“고 대표님, UME가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들 압니다. 저희가 해외 생활 접고 따라온 것도
Baca selengkapnya

제72화

‘하. 이름도 알려지지 않고 권한 위임장도 없다? 그럼 개나 소나 다 이 기술은 내가 만든 거다라고 우길 수 있지 않나? 증거가 없으니까.’서인호는 속으로 그렇게 비아냥거렸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고우빈에게 신지아가 했다는 증거가 없는 것처럼, 자신 역시 신지아가 아니라는 증거를 댈 수는 없으니 말이다.게다가 고우빈이 저렇게 단단히 치켜세우는데 더 이상 따져봤자 소용도 없었다.그래서 그는 화제를 돌렸다.“좋습니다. 설령 그게 이분이 한 거라 쳐도 이미 5년 동안 현장을 떠난 사람입니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데 그 긴 세월 동안 수차례 판이 바뀌었죠. 지금 와서 과연 따라잡을 수 있겠습니까?”고우빈이 대답하기도 전에 서인호는 말을 이어갔다.“뭐, 그건 차후의 문제라 치죠. 제가 당장 지적하고 싶은 건 이번에 UME의 투자 라인이 끊겼다는 겁니다. 부성 그룹의 자금까지 대표님은 거절했어요. 대표님, 제가 어떻게 대표님이 사적인 감정 때문에 앞으로 더 어리석은 결정을 안 할 거라 믿을 수 있죠?”서인호의 잔소리는 끝이 없었다.속으로만 삼킨 말도 있었다.고우빈이 갑자기 귀국을 결심한 것도 사실은 신지아 때문일 거라는 의심이었다.하지만 역시 증거는 없었다.예전에 고우빈의 비서 유해성에게 슬쩍 물었을 때, 유해성은 ‘대표님은 본래 고향에 과학으로 보답하고 싶어 했고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늘 말해왔다’고 했었다.이건 서인호도 쉽게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우빈이 묵묵히 서인호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옆에 있던 신지아가 먼저 나섰다.“투자 건은 제 요청으로 고 대표님이 거절하신 겁니다. 새 투자처는 제가 책임지고 마련할 겁니다.”“그리고 그쪽이 의심하는 기술 문제도 제가 보장하죠. 한 달 안에 새로운 기술로 개량해 보이겠습니다.”단호하고 확신에 찬 어조에 서인호는 순간 멈칫했다.그러나 곧 비웃음을 흘렸다.“허세는 대단하군요. 만약 못 해낸다면요?”신지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답했다.“단
Baca selengkapnya

제73화

원래라면 그녀와 변도영은 부부이니 청첩장은 한 장만 보내면 충분했다.다른 가문에서 연회를 열 때도 언제나 변도영 앞으로만 초대장이 도착했으니까.그런데 윤씨 가문은 달랐다.변씨 가문과 철천지원수인 그들은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거의 매번 그녀 앞으로도 따로 청첩장을 보냈다.그동안 그녀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하지만 이번만큼 신지아는 손에 쥔 청첩장을 쓰다듬으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어차피 변도영은 오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든 이 기회를 붙잡아야 했다.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조롱당해도 상관없었다.신지아는 담담히 UME 자료를 정리하며 투자 유치를 준비했다.그러다 부성 그룹에서 전화가 왔다.하루 종일 출근하지 않았는데 여전히 입사할 의향이 있느냐는 확인이었다.신지아는 그제야 어제 변도영이 자신을 부성 그룹에 들일 거라 말했던 게 떠올랐다.다른 얘기로 흐르다 보니 깜빡 거절하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하여 이번에는 단호히 답했다.“이미 다른 회사에 들어갔습니다.”인사 담당자가 공적인 어조로 물었다.“사유를 여쭤봐도 될까요?”“말씀드린 그대로예요. 다른 곳에 취직했습니다.”“알겠습니다. 그럼 더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상대는 더 묻지 않았지만 전화를 끊은 뒤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레 입사 지원서의 ‘희망 월급’ 칸으로 떨어졌다.거기에 적힌 액수는 고작 60만 원, 연성시 최저임금에 간신히 걸치는 수준이었다.그녀는 처음 그 숫자를 봤을 때, 담당자가 0을 빼먹은 줄 알았다.재차 확인하고 나서야 정말 60만 원이라는 걸 알았다.그때 담당 여직원은 손끝의 도톰한 분홍빛 네일로 신지아의 사진을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이 사람 누군지 알아요?”그녀는 사실대로 고개를 저었다.“잘 모르겠습니다.”인사팀은 비서실만큼 정보가 빠르지 않았다.윗선에서 내려오는 업무만 처리하기에도 벅찼다.하루 종일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느라 회사 내 잡담을 챙길 겨를은 없었다.예상한 대답이 나온 듯, 여직원은 의미심장하
Baca selengkapnya

제74화

그녀는 입사 서류를 책상 위에 내던지듯 놓고 비서 양준명이 신지아에 대해 묻자 방금 통화 내용을 전해주었다.대표이사실, 양준명은 인사팀의 답변을 사실대로 변도영에게 보고했다.말을 들은 변도영은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신지아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몇 년이나 직장을 떠나 있던 그녀가 요즘같이 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설령 자리를 구한다 해도 이름 없는 소규모 회사가 전부일 터였다.더구나 부성 그룹은 연성시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이고 직원 복지도 최상위권이었다.신지아가 그런 회사를 두고 왜 다른 작은 회사로 간단 말인가?그러나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이미 그녀에게 스스로 수습할 시간을 준 상태였다.오늘 하루 보이지 않아 묻긴 했지만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그다지 상관없었다.변도영은 술장으로 가서 와인을 따라 들며 물었다.“나은이 일은 어떻게 처리했나?”양준명이 보고했다.“이미 나은 씨가 새로 입사한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현재 인수인계 절차를 진행 중이고 처우도 개선했습니다. 연봉은 1억 2천으로 올려드렸고요.”“1억 2천?”변도영은 와인잔을 느긋하게 흔들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정도로는 부족하지. 새 회사 지분 30%를 나은이 손에 쥐여줘.”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양준명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비록 계열사라 해도 부성 그룹이 신입사원에게 지분을 내어준 적은 없습니다. 너무 파격적이에요.”사실 그는 연봉만 해도 과분하다고 생각했다.연성시에서 최고 수준일 뿐 아니라 이나은이 해외에 있을 때 받던 금액의 두 배였다.아무리 뛰어나도 막 들어온 신입이고 두각을 나타낸 실적도 없는 상황이었다.소문이라도 퍼지면 반발이 거셀 게 분명했다.하지만 감히 더 직설적으로는 말하지 못했다.어젯밤, 이나은이 입사 후 몇 마디 핀잔을 듣고 속상해한 걸 안 순간, 변도영은 주저 없이 그녀가 다니던 회사를 통째로 사들였다.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거액도 아끼지 않았다.그런 사람에게 이 정도 이익은 아마 대수롭지 않을 터였다.역
Baca selengkapnya

제75화

그를 보자 신지아는 순간 놀랐다.“여기는 웬일이에요?”“옷 가져다주러.”고우빈이 손을 들어 보였다.그제야 신지아는 그가 핑크빛 드레스 박스를 들고 있는 걸 알아챘다.“이건...”“내일 자선 파티에서 입을 드레스.”그는 그녀 손에 곧장 건네주었다.“UME가 부성 그룹 투자를 거절한 건 내 결정이야. 만약 수습할 일이 있다면 그건 네가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지.”그리고 덧붙였다.“나도 자선 파티 초대장 받았어. 내일 퇴근 후 같이 가자.”그의 말투는 한낱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는 듯 담담했다.신지아는 그가 어떻게 자신이 파티에 갈 걸 알았는지 묻지 않았다.고우빈 역시 그녀 입에서 자금 문제를 어떻게 풀지 들을 필요도 없었다.한마디 말, 혹은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실험실을 함께 세웠던 시절부터 생긴 둘만의 호흡이었다.지난 몇 년간 변도영은 그녀를 무시했고 고미애는 늘 자기 뜻만 강요했다.누군가의 사소한 배려조차 느껴본 적 없는 세월이었다.막 목이 마르려는 순간, 누군가 물을 건네는 듯한 감각...신지아는 오랜만에 가슴 한켠이 흔들렸다.긴장이 서서히 풀리자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러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런데... 그거 하나 주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온 거예요?”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고우빈이 묵는 호텔은 이곳에서 한참 떨어져 있었다.“아니.”그는 고개를 저었다.“정확히 말하면 옷은 겸사겸사 가져온 거고...”이내 옆으로 물러서더니 뒤편을 가리켰다.그러자 열려 있는 방문이 보였다.“나 여기 집 얻었어. 이제 우리 이웃이야.”신지아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하지만 그가 농담할 기색이 없는 걸 보고서야 깨달았다.“그럼... 얼마 전 새 세입자 들어와서 공사하던 그 집이 선배 집이었어요?”그때 엘리베이터에서 급히 내려온 남자가 다가왔다.“선생님, 주차 자리는 다 마련했습니다. 여기 계약서 확인해 주세요.”중개인이 친절하게 서류를 건넸다.신지아는 그 남자가 낯이 익다고 느꼈
Baca selengkapnya

제76화

그가 알고 있던 것들을 종합해 머릿속에서 대략적인 줄거리를 그려냈다.고우빈이 부자인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래에 세워둔 차는 평생 벌어도 열 번은 모아야 살 수 없는 수준이니 당연히 그는 부잣집 아들일 거라 짐작했다.반대로 신지아는 돈이 없는 게 뻔했지만 온몸에 걸친 건 전부 명품이었다. 누가 봐도 누군가에게 얹혀사는 ‘온실 속 화초’같은 존재였다.지금 그 온실 속 화초가 호화스러운 집에서 쫓겨난 상황이니 고우빈이라는 부잣집 도련님이 그 틈을 노리고 다가가려는 게 분명했다.신지아가 여기 사는 건 진짜 돈이 없어서일 수 있지만 고우빈이 여기 머무는 건 딱 봐도 그녀를 따라 들어온 거였다.중개인은 두 손을 비비며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선생님, 이런 건 제가 경험이 많습니다. 도와드릴 방법이 있어요.”고우빈이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이어가라는 뜻이었다.“우선 어떻게 여자를 이런 형편없는 집에 살게 두실 수 있나요? 당장 데리고 나와서 더 넓고 좋은 집으로 옮겨야죠.”중개인이 제안했다.고우빈은 턱에 손가락을 괴고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곧 나갈 거예요.”중개인이 잔뜩 신이 나서 부자 동네 매물을 추천하려던 찰나, 고우빈이 덧붙였다.“저 사람 능력이라면 여기서 벗어나는 데 반년도 걸리지 않을 겁니다.”중개인은 멍해졌다.‘누구 능력? 무슨 소리야? 설마 빈손으로 뭘 해보겠다는 건가?’그의 난감한 얼굴을 무시한 채 고우빈은 차갑게 말했다.“계속하세요.”중개인은 속으로 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고 이어갔다.“둘째로는 선생님이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셔야 합니다. 사실 저 여자분이 이미 마음을 두었을 수도 있어요. 다만 선생님이 고백하기만 기다리는 걸 수도 있죠.”솔직히 고우빈은 잘생겼고 키도 크고 게다가 돈까지 많으니 흠잡을 데가 없었다.며칠 전 부동산 사무실에 왔을 때도 여직원들 몇몇이 난리가 났었다. 잘생겼다고 호들갑을 떨며 연락처를 달라 했었다.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저 담담할 뿐이었다.고우빈은 진지
Baca selengkapnya

제77화

신지아는 문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그녀는 방으로 돌아와 고우빈이 가져다준 드레스를 입어보았다.새빨간 드레스는 화려했고 디자인도 과감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녀가 가장 좋아했을 스타일이었다.하지만 변씨 가문에 시집온 뒤로 고미애는 이런 스타일이 너무 요란하다며 불만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변씨 가문의 며느리라면 얌전하고 단아해야지 이렇게 튀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어린 시절의 신지아라면 절대 듣지 않았을 말이었다.그때는 남들 시선을 즐겼고 레이싱을 좋아했고 암벽 등반도 좋아했고 자극적인 건 뭐든 좋아했다. 사고를 치더라도 엄마가 든든하게 감싸줬으며 신씨 가문이 해결해줬다.하지만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그녀의 뒤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변씨 가문은 결코 그녀의 집이 아니었고 신씨 가문도 더는 그녀의 버팀목이 아니었다. 그래서 신지아는 자신을 감추고 포장하는 법을 배웠다.고미애가 싫어한다면 고미애가 원하는 모습대로 바꿨다. 그래서 드레스들은 점점 더 단정하고 평범해졌다.그럴 때면 변도영이 농담 삼아 자주 놀렸다. 안목이 별로라느니, 성격뿐 아니라 취향도 고지식하다고.그녀는 겉으로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매번 마음이 아팠다.지금 다시 거울 속의 화려한 자신을 마주하자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였다.대담한 디자인은 그녀의 가는 허리를 도드라지게 했고 불타는 듯한 붉은 빛은 본래도 희디흰 피부를 더 빛나게 했다.신지아는 거울을 보며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거울 속의 그녀도 똑같이 손을 들었다. 두 손이 같은 자리에 겹쳐지자 마치 아득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서로의 손끝을 맞잡는 것만 같았다....고우빈은 문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안에서 나는 기척을 들었다.신지아는 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내밀어 바깥을 살폈다. 문 앞에 고우빈 혼자 있는 걸 확인하고서야 안도한 듯 숨을 내쉬었다.“왜 그래?”고우빈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신지아는 조금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안에 들어와요.”고우빈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신지
Baca selengkapnya

제78화

솔직히 말하면 중개인이 던진 말은 그를 흔들어놓았다.‘만약 그때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지아에게 내 마음을 고백했더라면, 지아와 변도영의 결혼은 막을 수 있었을까... 만약 조금 더 강하게 나갔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왜 그래요? 많이 꼬였나요?”그가 잠시 생각에 잠겨 멈춰 있자 신지아는 머리카락이 지퍼에 완전히 낀 줄 알고 되레 걱정스레 물었다.“안 되겠으면 그냥 가위로 잘라버리세요.”그렇게 되면 옷은 못 쓰게 되겠지만 말이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고우빈은 시선을 황급히 거두고 조금 전의 잡념을 밀어냈다.그는 조심스레 지퍼를 끝까지 올려주며 말했다.“됐어.”신지아는 안도한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그녀의 환한 표정과 경계 없는 눈빛을 마주하자 고우빈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입술이 저절로 굳게 다물어졌다. 조금 전 흔들린 것이 못마땅하고 괜히 불안했다.어떻게 외부인의 몇 마디에 휘둘려 원래의 계획을 깨뜨릴 수 있단 말인가.신지아가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건 분명하지만 아직 사랑은 아니었다.그녀의 마음을 확신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고우빈은 곧 차분함을 되찾고 드레스가 불편하지 않은지 물었다.신지아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칭찬했다.“사이즈가 딱 맞아요. 어떻게 안 거예요?”자신이 치수를 알려준 기억이 없었다.고우빈은 태연하게 대답했다.“너랑 탕탕이 체형이 비슷해요. 세월이 흘러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더군요.”그 이름을 듣자, 신지아는 순간 얼어붙었다. 눈빛이 스치듯 어두워졌다.곧바로 떠오른 건 고이진의 얼굴이었다.마지막 기억 속 그녀는 바닷가 유람선 앞에 서 있었다. 바람이 불어 단발머리가 가볍게 날렸고 고이진은 그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늘 당당하고 강단 있는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고이진은 애써 웃으며 신지아의 얼굴을 감싸 올렸다.“지아야, 미안해. 더는 곁에 있어 줄 수 없어.”“내 행복은 이미 끝났어. 하지만 지아야, 난 네가 행복하길 바라.”그 기억만으로도 가슴 한켠이 시리
Baca selengkapnya

제79화

서인호는 그녀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말 다 듣고는 눈도 안 들며 대꾸했다.“팀장님, 저는 그냥 그 사람들 위에 있는 상급자일 뿐이에요. 할 일만 배정할 수 있지 본인들이 하기 싫어하면 강제로 시킬 수는 없습니다.”그는 덤덤히 말을 이었다.“다들 협조 안 하는 건 결국 팀장님이 인간관계를 잘 풀어야 하는 문제죠. 저한테 와봐야 소용없습니다.”그렇게 오전 내내 진척이 없었고 점심 무렵이 되자 신지아는 지친 몸을 이끌고 휴게실로 들어갔다.의자에 앉아 물 한 잔 따라 마시자 괜히 깊은 한숨이 나왔다.어제만 해도 UME에 자리 잡으려면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버거웠다.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신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 고미애였다.“잠시 후 본가로 들러. 할머니가 닭백숙을 하셨는데 내가 조금 챙겼다. 그거 가져다 도영이한테 전해줘.”늘 그랬듯 고미애는 지시만 하고 전화를 끊으려 했다.하지만 신지아는 예전처럼 고분고분하게 ‘네’ 하고 따르지 않았다.“못 가겠는데요.”고미애는 순간 얼어붙더니 목소리를 단단히 낮췄다.“뭐라고 했니?”신지아는 흔들림 없이 대꾸했다.“저 이제 막 새로 일 시작했습니다. 쉴 시간 많지 않으니 다른 분 시키세요.”일하는 걸 감추는 건 불가능하단 걸 그녀도 알았다.그러니 차라리 지금 말하는 게 낫다.“일?”고미애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갈라졌다.“누가 너더러 밖에 나가 집안 망신 주랬어?”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취업일 뿐이지만 신지아가 일한다는 건 변씨 가문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일이었다.고미애는 그녀를 하찮게 보았다.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갈 리 없고 그런 하찮은 일을 한다는 건 변씨 가문 며느리의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여겼다.고미애가 생각하는 ‘괜찮은 직업’과 ‘하찮은 일’의 경계는 단 하나였다.변씨 가문의 고위직, 혹은 다른 대기업 임원 같은 자리만 괜찮은 일이고 그 외에는 전부 값싼 노동일 뿐이라는 것이었다.심지어
Baca selengkapnya

제80화

“게다가 너희가 같이 산 세월이 얼만데. 도영이가 강하게 나오는 것보다 달래는 말에 약하다는 걸 알잖니. 좋은 말로 자꾸 달래면 그렇게 매정하게 굴 리가 없다. 끊겼던 생활비도 결국 다시 줄 거야.”고미애의 말이 끝나자마자 신지아의 휴대폰에 입금 알림음이 울렸다.“30분 안에 와. 안 오면 국 식는다.”그 말과 함께 전화는 끊겼다.신지아는 계좌에 찍힌 20만 원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고미애는 돈이 많았고 쓰는 데 주저함도 없었다.밖에서 스테이크 한 끼 먹으며 종업원에게 주는 팁만 해도 40만 원이 넘을 때가 있었다.그러니 그녀가 돈을 아끼는 게 아니라는 건 신지아도 잘 알았다.단지 신지아가 버릇이라도 들일까 싶어 일부러 적게 보내는 것뿐이었다.예전 같으면 굳이 이런 돈은 받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생각을 달리했다.그저 고미애가 시킨 ‘심부름 값’이라 여기니 마음이 더 편했다.신지아는 담담히 돈을 받아들이고 고우빈에게 한 시간 휴가를 청한 뒤 택시를 타고 본가로 향했다.그렇게 도시락통에 담긴 닭백숙을 받아든 그녀는 다시 부성 그룹으로 향했다.부성 그룹의 안내 데스크 직원은 신지아를 알아보았다.그녀가 국이 담긴 통을 들고 오자 농담조로 말했다.“사모님, 또 변 대표님 챙기러 오셨네요? 그런데 꽤 오랜만이에요.”신지아는 가볍게 웃어넘기고 말은 아끼며 늘 그렇듯 지시받은 대로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로비 한켠 임시 의자에 앉아 십여 분을 더 보냈다.이미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안내 데스크 직원은 여전히 그녀를 위로 올려보낼 기색이 없었다.이제는 익숙한 일이었다.하지만 오늘은 더 기다릴 수가 없었다. 전해줄 것만 맡기고 돌아갈 생각이었다.막 일어나려던 순간, 멀리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이나은이 부성 그룹 소속 배지를 단 여비서와 함께 나왔다.비서는 허리를 숙여 깍듯했고 이나은의 손에는 텅 빈 도시락통이 들려 있었다.근처에 앉아 있던 직원 몇몇이 속삭이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저 나은 씨 진짜 대단해. 몇 번 밥 가져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5678910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