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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첫사랑만 구한 남자: Kabanata 91 - Kabanata 100

100 Kabanata

제91화

클럽 밖에서 하민재는 웃는 얼굴로 어리둥절해 하는 서인호를 배웅했다. 차가 멀리 사라지자마자 금세 표정이 싹 변했다.위층으로 올라가 변도영을 보자마자 짜증 섞인 얼굴로 말했다.“형, 저 사람 진짜 눈치도 없네. 형이 그렇게 높은 가격까지 불러줬는데도 UME에서 안 나오겠다잖아. 저렇게 고집 센 사람은 처음 봐.”UME가 투자받을 뜻이 없다는 걸 알게 된 뒤, 변도영은 양준명에게 UME의 기술 담당자를 알아보게 했다.그날 밤 내내 온갖 회유와 협박을 쏟아내며 심지어 UME보다 세 배나 높은 조건까지 내걸었지만 상대는 완강했다.뭐라 해도 서인호의 대답은 늘 같았다.“UME는 제가 직접 키워온 거나 마찬가지예요. 제 아이 같은 거죠. 남의 아이가 더 잘났다고 해서 그 집 식모 노릇을 할 순 없잖아요. 또 제 아이가 가난하다고 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하민재도 고집 센 사람은 많이 봤지만 이 정도로 완고한 건 처음이었다.아무리 이익이 중요하다고 설득해도 통하지 않았다.급기야 흥분해서 칼까지 꺼냈지만 서인호는 끝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그는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변도영은 그저 미묘하게 눈썹만 올렸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하민재는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잠시 뒤, 번뜩이는 눈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그럼 오늘 내가 사람 불러서 처리해버릴까? 형이 못 갖는 거라면 UME도 절대 못 가지게.”그러자 변도영이 느긋하게 시선만 들어 올리며 말했다.“그래.”“...진짜야?’변도영은 가볍게 말했다.“네가 이미 결심했는데 내가 막아봤자 뭐하겠냐.”“...”‘그럴 마음은 전혀 없었지... 그냥 말만 한 건데.’그런데도 변도영이 전혀 당황하지 않는 걸 보고 뭔가 눈치챈 듯 물었다.“형, 벌써 다른 방법을 떠올린 거지? 다른 수가 있는 거지?”변도영은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아까 그 사람이 말했잖아. UME의 핵심 기술이랑 알고리즘은 자기 손에서 나온 게 아니라고. 그 말은 UME 뒤에 숨은 고수가 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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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비록 변도영이 사업 판에서는 날개 돋친 듯 사람을 갖고 노는 재주가 있어도 연애 쪽에서는 둔한 편이라 한번 밀어줘야 할 타입이었다.하민재가 그렇게 말하자 변도영은 미간을 찌푸렸다.하민재는 자신이 부성 그룹 일에 끼어든 거로 불쾌해한 줄 알고 해명하려다 변도영의 눈빛에서 점점 더 짙어지는 싸늘함을 느꼈다. 그의 시선이 한곳에 꽂혀 있었다.하민재도 시선을 따라 내려다보니 맞은편에 차 한 대가 서 있고 다소 배가 나온 중년 남자가 한 여자를 부축해 차에서 내리며 호텔 쪽으로 들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여자는 예쁜 드레스를 입고 몸매가 완벽했고 얼굴도 꽤 예뻐 보였다.하민재는 누군지 알아보지 못한 채 ‘쳇, 저 몸매에 저 얼굴인데 취향 참 독특하네’하고 웃었다.두 번 웃고 나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하민재는 여자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그러자 눈이 휘둥그레졌다.“헐, 설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변도영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차 안에 있던 신지아는 어렴풋이 정신이 깨어나기 시작했다.몸이 뜨겁고 거칠었으며 가슴이 간질거려 견딜 수 없었다. 전에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감각이 온몸을 뒤덮었다.곧 그녀는 오 대표가 준 술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신지아는 휴대폰을 꺼내 고우빈에게 전화하려 했지만 막 꺼내는 순간 오 대표가 휴대폰을 낚아챘다.머리가 어질어질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힘에 의해 제압당했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손바닥을 꽉 꼬집어 정신을 붙들었다.그렇게 오 대표가 신지아를 부축해 호텔 안으로 들어가면서 직원에게 방을 내달라고 하려던 참이었다. 신지아가 먼저 로비 쪽으로 뛰어나가긴 했지만 두 걸음 만에 풀썩 넘어졌다.그녀는 위를 올려다보며 약하고도 다급하게 외쳤다.“살려주세요. 누가 제 술에 약을 타 넣었어요...”데스크 직원이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몰라 하자 오 대표는 얼른 다가가 신지아를 다시 일으키더니 품에 안은 채 웃으며 말했다.“됐어, 그만 소동 피워. 안에서나 신나게 놀자고. 여기서 그러면 남들 다 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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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오 대표는 뒤쫓다 변도영을 보고 움찔하며 걸음을 멈췄다.그의 앞에 쓰러진 채 매달려 있는 신지아를 보자 욕심도 치밀고 아쉬움에 속이 쓰렸다.‘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빨리하면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그러나 아무리 분해도 더 이상 나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신지아와 변도영 사이의 사정을 아는 그로서는 변도영이 아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건 좋아하지 않는 것이고 어쨌든 아내는 아내였다.그 아내에게 흑심을 품었다는 사실이 들통나면 자기 목숨은 끝이었다.오 대표는 얼른 태연한 척 웃으며 말했다.“변 대표님, 누가 신지아 씨의 술에 약을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까 길에서 갑자기 절 붙잡고 안기려 해서 사고 날까 싶어 일단 호텔에 데리고 와 안정을 취하게 하려던 거예요. 마침 대표님이 오셨으니 안심이 되네요.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믿든 말든 상관없이 그는 변도영의 말을 듣기도 전에 잽싸게 몸을 빼 호텔 밖으로 달아났다.변도영은 하민재에게 눈빛을 보냈다.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하민재는 이미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그가 뒤쫓아가 오 대표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어딜 그렇게 급히 가십니까, 오 대표님. 이런 좋은 일을 해주셨는데 저희가 그냥 넘어갈 순 없잖아요?”오 대표는 헛웃음을 지으며 도망치려 했지만 하민재가 뒷덜미를 낚아채 닭 새끼처럼 호텔 밖으로 질질 끌고 나갔다.그들이 사라지자, 변도영은 비로소 시선을 내려 자신의 다리를 꼭 붙잡고 있는 신지아를 바라봤다.평소와 달리 그녀는 오늘 화려한 드레스 차림에 진한 화장까지 하고 있었다.예전의 조용하고 단정한 신지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이상하게 가슴에 불이 이는 듯했다.함께 지낸 세월 동안 그녀는 언제나 보수적이고 얌전한 차림뿐이었다.그런데 이제는 별장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면서까지 이런 차림이라니,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었다.분노가 차올랐다가도 이내 식은 그는 결국 몸을 숙여 그녀를 안아 들고 호텔을 나섰다.데스크 직원은 멍하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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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바닥에 토사물을 본 순간, 변도영은 머리까지 쭈뼛 서며 당장이라도 문을 닫고 나가버리고 싶었다.하지만 의식 잃은 신지아의 상태가 눈에 들어오자 이를 악물고 무너지는 마음을 꾹 참았다.그녀를 부축해 욕실로 데려가자 드레스며 몸에 토가 묻어 있는 게 보였다. 변도영은 간단히라도 씻겨주려고 좁은 샤워부스 안에서 수도를 틀었다.그런데 연결된 건 꼭대기에서 내리꽂는 대형 샤워기였다.순간 폭우처럼 차가운 물이 쏟아지며 신지아는 온몸이 움찔 굳었다.혼미하던 정신이 잠시 맑아졌지만 곧 입안이 바짝 마르고 온몸이 불타는 듯한 감각이 다시 휘몰아쳤다.차가운 물은 오히려 불길을 키웠고 그녀는 숨까지 뜨겁게 느껴졌다.가장 원초적인 충동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헐떡이며 무언가를 더듬던 그녀는 그대로 변도영 품에 안겨들었다.가녀린 손길이 그의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변도영은 멈칫하다가 흐린 눈빛 속의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물에 젖어 달라붙은 드레스가 곡선을 고스란히 드러냈고 그의 목젖이 덜컥 움직였다.잠시 정신이 아득해진 변도영은 결국 본능처럼 신지아를 받아들이고 말았다.샤워부스 안은 금세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그녀를 벽에 밀치던 순간, 실수로 어딘가가 눌리며 다시 물이 세차게 쏟아졌다....차가운 물줄기에 변도영도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다.게다가 신지아가 갑자기 울며 몸부림치더니 그를 밀어내자 더는 흥이 이어지지 않았다.결국 물러서서 그녀가 갈증을 호소할 때 물을 건네는 정도만 하며 진정되길 기다렸다.신지아가 완전히 기진맥진해 쓰러지자 그는 다시 다가가 간단히 씻겨주고 준비된 잠옷으로 갈아입힌 뒤 침대에 눕혔다.방안을 정리한 뒤, 변도영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늘 자신을 모셔오던 여자를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수발을 들게 되다니...일부러 꾸민 상황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따질 기운조차 없었다.중간에 여러 번 그냥 떠나고 싶었지만 이미 옷이 흠뻑 젖어 이런 몰골로는 밖에 나갈 수도 없었다.휴대폰도 물에 고장 나 버렸고 방 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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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별장에서 늘 요리를 해온 건 오영희였기에 변도영은 신지아가 요리를 할 줄 아는지조차 몰랐다.혹시 끔찍한 음식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입안에 맴도는 낯익은 맛, 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배가 너무 고픈 탓에 착각이겠거니 했다.“똑똑.”문 두드리는 소리에 변도영이 문을 열자 땀에 젖은 양준명이 헐레벌떡 와 서 있는 게 보였다.“죄송합니다, 대표님. 고가도로 위에서 추돌사고가 나서 길이 꽉 막혀 있었습니다.”그는 내심 변도영이 분노할 거라 각오했지만 의외로 담담한 반응이 돌아왔다.“옷.”손만 내미는 변도영의 태도에 놀라면서도 옷을 내밀었다.신지아에게 끌려다니느라 이미 진이 빠진 변도영은 화낼 기운조차 없었다.옷을 갈아입은 뒤, 무슨 기분인지 발걸음이 저절로 침실로 향했다.문을 열자 침대 위에 신지아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는 게 보였다.가지런한 눈썹이 곤히 찡그려져 편치 못한 꿈에 시달리는 듯했다.잠시 후, 그녀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였다.“뭐라고?”잘 안 들려 무심코 두 걸음 다가서더니 이내 분명하게 들렸다.“희망아... 신희망...”...별장 안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식탁 위 푸짐한 음식들은 이미 다 식어 있었다.고미애는 소파에 앉아 차가운 눈빛으로 전화를 붙들고 있었지만 또다시 연결음만 울리자 결국 더는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바닥에 내던졌다.오영희가 허겁지겁 달려와 조심스레 주워 곁에 놓고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뒤로 물러섰다.한마디라도 잘못 꺼냈다가는 그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게 뻔했다.그러나 피하려 해도 소용없었다.고미애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흘러나왔다.“내가 자네를 여기 들인 이유가 뭔지 기억은 해?”“대표님과 사모님을 잘 돌봐드리라고 하셨습니다...”오영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그건 기억은 하네.”고미애가 냉소했다.“두 사람이 밤새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자네는 엉뚱한 외부인을 들여놓고...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말끝에 시선은 멀찍이 앉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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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이나은이 담담하게 속마음을 드러내자 고미애가 잠시 멈칫했다.그녀 기억 속의 예전 이나은은 늘 자존심 세고 오만해서 이런 부드러운 말을 할 리 없는 사람이었다.고미애는 곧 비웃듯 말했다.“이런다고 내가 마음이 약해질 줄 알아? 도영이는 이미 결혼했어. 네가 그 애들의 가정을 깨뜨리면 안 되지.”이나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차분히 말했다.“아주머니께서 그렇게 생각하실 거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지아가 별장을 떠난 건 정말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제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나가 있었어요. 믿기 힘드시면 영희 아주머니한테 물어보셔도 돼요.”그제야 오영희는 자신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괜히 오판했음을 깨달았다. 이나은과 고미애 사이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신도 곤란해질 수 있었다. 만약 고미애가 자신이 이나은 편에 서서 신지아를 괴롭힌 걸 알게 된다면 뒤탈이 클 게 뻔했다.이나은의 말에 오영희도 급히 앞으로 나서서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했다.“맞아요. 그때 지아 씨가 대표님과 조금 다투고는 울면서 집을 나가겠다고 했어요. 대표님도 나은 씨도 달래 봤고 저도 애써 붙잡았지만 결국 본인이 끝까지 고집을 부려서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그 후로 대표님은 화도 나고 걱정도 돼서 며칠을 밥도 제대로 못 드셨어요. 겨우겨우 나은 씨가 돌아오고 나서야 조금씩 드시기 시작했죠. 그때 대표님 살이 눈에 띄게 빠졌습니다. 아, 그리고 그 뒤에 대표님께서 본가에 다녀오셨잖아요, 사모님도 느끼셨을 거예요.”“...”고미애는 오영희의 말에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그동안 변하늘 문제로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신지아의 상황은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불과 며칠 손을 놓았을 뿐인데 별장에서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기다니...’물론 오영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말 속에 몇 가지 생각할 거리가 있었다. 오영희는 신지아를 5년이나 돌봐온 사람인데 정작 이나은이 돌아오자마자 이나은 편을 들며 신지아의 흠만 지적한다는 사실이었다.그렇게 떠올리다 보니, 며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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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신지아 기억 속의 변도영은 결코 공손하게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늘 할 말이 있으면 그냥 문을 밀고 들어오는 쪽이었다.‘설마 성격이 바뀐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렇게 생각하는 사이, 일단 신지아는 ‘들어오세요’ 하고 대답했다.말이 끝나자마자 고우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작은 그릇이 들려 있었다.“해장국 좀 마셔. 훨씬 나아질 거야.”신지아는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생각이 이어져 잠시 굳어졌다.생각해 보니 고우빈이라면 원래부터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어젯밤 그 모든 일들을 떠올리면 차라리 그가 했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설마 내가 우빈 선배를 변도영으로 착각했나? 그럼 어젯밤은...’그 순간, 머리에 번개를 맞은 듯하며 신지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어젯밤 내내... 여기 있었어요?”그녀의 생각을 알아챈 듯, 고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상황이 급했으니까.”전날 그는 자선 파티에서 얼굴만 비추고 나왔는데 이후 그녀가 보이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 그때 신씨 가문의 사람들이 ‘혹시 집에 돌아갔을지도 모른다’라고 알려주었다.처음에는 그들이 속이는 줄 알았고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와 보니 사실이었다.게다가 이 집 도어락에는 그의 지문이 등록돼 있어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어젯밤 내내 신지아는 상태가 좋지 않았고 새벽 내내 토해내느라 혼자 둘 수 없어 고우빈은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신지아의 얼굴이 굳자 그는 그녀가 여전히 속이 불편한 줄 알고 담담히 말했다.“속이 힘들면 참지 말고 다 토해내. 그래야 훨씬 편해져.”신지아는 넋이 나간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속도 불편했지만 머릿속은 더 복잡했다.그녀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고우빈이 내민 해장국을 조금 들이켰다. 곧 속이 한결 편해졌고 고우빈 역시 내내 담담한 태도로 있었기에 어색함도 덜했다.그는 애써 아무 일 없던 듯 행동했고 신지아도 굳이 집착하지 않았다.아침을 먹고 나서야 신지아는 휴대폰이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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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하루요?”서인호가 비웃으며 노려봤다.“좋습니다, 하루 드리죠. 내일까지 해결 못 하면 그때는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말을 끝내자마자 신지아가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그는 화난 기색으로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원래는 차분히 대화를 해보려 했는데 김주리가 괜히 끼어들어 불을 지핀 탓에 이제는 힘들 것 같았다.서인호가 떠나자 김주리는 마치 큰 공을 세운 듯한 표정으로 신지아에게 다가왔다.“팀장님, 변 대표님께 가서 사과드리고 고 대표님을 설득해서 부성 그룹 투자받으세요. 변 대표님은 예전부터 UME랑 협력하고 싶어 했다잖아요. 게다가 신 팀장님처럼 예쁘신 분이 직접 가면 분명 마음을 돌리실 거예요.”신지아는 입꼬리를 살짝 당겼다.솔직히 불쾌했지만 이제 막 합류한 상황에서 이들과 친분도 없었고 김주리가 일부러 훼방을 놓는 건지 아니면 그냥 어설픈 충고를 한 건지 알 수 없었다.결국 화를 내지 않고 정중히 답했다.“이건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굳이 나서실 필요 없어요.”그러자 김주리는 억울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팀장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 제가 괜히 오지랖 부렸단 말씀이세요?”그러고는 신지아가 대꾸하기도 전에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알았어요, 제가 나서지 말았어야 했네요.”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자기 일만 했다.마치 크게 배신당한 사람처럼 온몸에서 서운함이 뿜어져 나왔다.신지아는 어이가 없었다. 더불어 머리도 더 지끈거렸다.그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기척이 들려왔다.데스크 직원이 급히 달려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팀장님, 잘생긴 분이 찾아오셨어요!”‘잘생긴 분’이라는 말에 그녀 얼굴이 흥분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신지아가 의아해하며 따라나서자 멀리 입구에서 커다란 장미 꽃다발을 안고 서 있는 윤형우가 보였다.그는 잘 다려진 슈트에 조끼까지 갖춰 입고 금테 안경을 걸친 채 입가에는 장미 한 송이를 물고 있었다. 그런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태연하면서도 우아했다.마치 공작새가 깃털을 활짝 펼친 듯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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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신지아는 그의 농담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개를 숙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 두 부로 정리해 그중 한 부를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윤형우가 손을 내밀었다.신지아는 그가 계약서를 받으려는 줄 알고 일부러 더 가까이 내밀었다.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넓은 손바닥이 손가락을 덮으며 차가운 감촉이 신지아의 손끝을 스쳤다.신지아는 순간 얼어붙더니 반사적으로 손을 빼냈다.“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윤형우는 그녀의 손에서 계약서를 받아들며 미소 지었다.“제가 전에 한 제안, 농담 아니었습니다. 지아 씨도 한 번쯤 생각해 보시죠. 그럼, 이만.”예의 바른 작별 인사를 남기고 그는 우아하게 몸을 돌려 나갔다.나가면서 데스크 직원에게까지 공손히 감사 인사를 전했다.그 모습을 보며 신지아는 잠시 멍해졌다.손끝에 남은 감촉만 아니었다면 조금 전 일이 모두 환상 같았을지도 몰랐다.사실 그녀도 생각해 본 적 있었다. 윤형우가 자신을 찾은 이유가 따로 있는 건 아닐까 하고.하지만 곰곰이 떠올려 봐도 자신에게서 그만한 자금을 끌어올 만한 ‘이득’은 없었다.그럼 자기 자신일까?신지아는 쓴웃음을 지었다.이미 업계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그녀에게 누군가 굳이 다가올 이유는 없을 것 같았다.결국 깊게 파고들지 않기로 했다. 윤형우가 떠난 뒤, 마음을 가라앉히고 서류를 들고 고우빈을 찾아갔다.계약서를 본 고우빈은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윤씨 가문에서의 투자? 어떻게 윤씨 가문 투자를 받아낸 거야? 분명히...”말을 하다 그는 입을 다물었다.그것은 신지아의 능력을 의심해서도 윤씨 가문 투자를 부정해서도 아니었다.그저 이해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예전에 여동생 고이진의 약혼을 피하도록 도운 일로 윤재혁이 분노하며 신지아를 추궁했던 적이 있었다.윤재혁은 가문 내에서 위상이 높았고 후계자로 키워지는 인물이었다.그가 신지아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알기에 UME가 곤란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오히려 짓밟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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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그 말을 마치고 데스크 직원은 진심 어린 감탄까지 덧붙였다.“신 팀장님 남자 친구, 정말 잘생기셨어요.”고우빈의 발걸음이 멈췄다.굳어버린 웃음이 서서히 사라졌다.한편, 신지아는 고우빈의 사무실을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변도영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오늘 밤 본가에 다녀와.”언제나처럼 간단명료한 말투였다.예전 같으면 곧장 대답했겠지만 이번에는 신지아가 먼저 물었다.“이나은 씨도 가나요?”변도영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안 가. 걔는 오늘 밤 다른 일이 있거든.”그 말뜻은 마치 신지아는 늘 한가하다는 뉘앙스로 들렸다.하지만 신지아는 깊이 따지지 않았다.이나은이 없다면 본가에 가서 할머니를 뵙는 일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으니 말이다.“알겠어요.”그녀가 수락하자 평소 같으면 바로 전화를 끊었을 텐데 이번에는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몇 초간 여전히 연결된 채로 있었다.“다른 할 말 있어요?”신지아가 물었다.변도영이 잠시 멈칫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배은망덕한 것.”그러고는 전화를 거칠게 끊어버렸다.분명히 화가 잔뜩 나 있는 것 같았다.신지아는 한동안 어리둥절했다.그러다 곧 생각이 미쳤다.‘혹시 부성 그룹이 UME 투자를 거절한 게 나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건가?’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 없었다.변도영은 늘 그녀의 행적에 무심했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관심 없는 사람이었다.게다가 만약 그 사실을 정말 알았다면 단순히 욕 한마디로 끝낼 리 없었다. 벌써 들이닥쳐서 따지고 난리 쳤을 터였다.그렇지 않다면 굳이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언젠가는 들통나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그녀에게는 여전히 움직일 기회가 남아 있는 셈이었다.한편, 변도영은 전화를 끊고도 괜스레 불편하고 초조했다.‘이전까지는 몰라도 어젯밤은 내가 직접 챙겨주고 거의 밤새 곁을 지켜줬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작 고맙다는 말 한마디조차 없는 거야?’ 이내 생각이 다시 어젯밤으로 흘러갔다.욕실 안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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