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낮게 말했다.“집에 가자.”양준명은 더 말하지 못하고 삼켜버렸다.“대표님, 별장으로 가실 겁니까?”변도영은 고개를 끄덕이려다 문득 며칠 전 집으로 돌아왔을 때를 떠올랐다.어둠 속에 홀로 서 있던 별장의 쓸쓸한 모습, 신지아가 짐을 빼고 나간 뒤라 예전보다도 더 황량하게 느껴질 게 뻔했다.변도영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양준명은 룸미러로 변도영의 난처한 표정을 보고 대강 짐작했다.변도영은 하늘이 무너져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어둠’만은 못 견뎠다.어릴 적 어떤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구체적으로 아는 이는 없었다.그가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차 안에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화면을 본 변도영은 주저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변하늘이었다.그런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울먹이는 소리였다.“오빠, 나... 실연당했어.”변도영은 순간 어리둥절했다.‘얘가 언제 연애를 했지?’변하늘은 훌쩍이며 말도 제대로 못 했다.하는 수 없이 변도영은 양준명에게 차를 돌려 변씨 가문으로 향하게 했다.집에 들어서 보니 거실 소파에 변하늘이 웅크려 앉아 있었다.눈은 울어서 새빨갛게 부어 있고 코까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곁에는 쓰다 버린 휴지가 반 바구니나 쌓여 있었다.변승주와 고미애는 옆에서 속수무책으로 달래고 있었다.고미애는 눈물을 닦아주며 애타게 말했다.“우리 아가, 남자는 세상에 널렸어. 넌 변씨 가문의 금지옥엽인데 마음만 먹으면 어떤 남자든 못 얻겠니?”하지만 변하늘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니에요, 그 사람은 달라요. 세상에 단 하나뿐이에요.”변승주는 곧장 맞장구쳤다.“그럼 내가 그 여자 친구 찾아가서 돈 주고 헤어지게 할게.”딸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둘째가라면 서러웠다.눈앞에서 울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하지만 변하늘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그러면 분명 절 더 싫어할 거예요.”“게다가 그 사람은 오빠랑 달라요. 자존심 세고 뼛속까지 곧은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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