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첫사랑만 구한 남자: Bab 51 - Bab 60

100 Bab

제51화

이나은은 그의 감정변화를 눈치챘다.무심한 듯 휴대폰 화면을 흘깃 보니 채팅창에 ‘신지아’라는 이름이 또렷하게 보였다.또 신지아였다.이나은은 괜히 짜증이 일었다.그녀는 자신이 변도영과 함께하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장애물은 다 치워낼 수 있다고 믿었다.하지만 단 한 사람, 변도영 그 본인만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그가 신지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감정만큼은 끝내 짚어낼 수가 없었다.그때 변도영이 휴대폰을 꺼버리고 담담히 말했다.“나 일이 있어서 너랑은 더 못 있어. 벌써 어두워졌으니까 밖에 오래 있지 말고. 기사한테 너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할게.”“혹시 지아 일 때문이야?”이나은이 물었다.“지아 아직도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은 거야?”말이 끝나자 변도영의 미간이 더 깊게 찌푸려지는 게 분명히 보였다.대답은 없었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이나은은 낮게 말했다.“이번에는 지아가 조금 제멋대로긴 했어. 그래도 사실 난 지아가 부러워. 너랑 결혼했을 뿐 아니라 할머니까지 그렇게 아껴주잖아. 편애받는 사람만이 그렇게 두려울 것 없이 굴 수 있는 거겠지.”“너도 너무 고집부리지 마. 만약 정말로 지아랑 잘 살아갈 생각이라면 고개 숙일 때는 조금 숙이는 게 맞아.”변도영은 그녀가 방금 붕대 감은 손을 바라보며 의아해했다.“너한테 그렇게 했는데... 넌 왜 아직도 신지아 편을 들어?”“어쨌든 지아도 여자잖아. 나도 여자로서 미움받고 싶진 않으니까. 게다가...”이나은은 잠시 멈췄다가 시선을 곧장 변도영에게 고정했다.“도영아, 난 널 좋아해. 하지만 내가 널 좋아하는 방식은 네가 더 잘되길 바라는 거야.”“그때의 우리는 너무 어리고 너무 제멋대로였어. 그래서 결국 헤어진 거잖아.”“그동안 난 늘 후회했어.”그녀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5년 전, 겉으로는 변씨 가문이 그들을 갈라놓은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 당시 그녀와 변도영 사이에도 문제는 있었다.그때의 그녀는 어리고 제멋대로라 사소한 일에도 변도영과 자주 다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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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특수한 자리라 기사 동행이 어울리지 않을 때만 예외였다.그런 상황을 대비해 변도영은 양준명에게 초과 수당은 물론 세 배의 급여까지 챙겨주곤 했다. 갑작스럽고 곤란한 일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말이다.“행복아파트.”변도영이 담담히 말했다.그 이름을 들은 양준명은 잠시 놀랐다.평소라면 가는 곳은 대부분 고급 클럽이나 유흥업소였는데 이런 평범한 아파트 단지는 처음이었다.하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같았다.세어 보듯 잠깐 생각하던 그는 곧 깨달았다.이 아파트는 바로 신지아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었다....낡은 아파트 단지는 관리가 허술했다.멀리서 봐도 허름했지만 안에서 보면 더 초라했다.차에서 내리자 고우빈은 신지아를 안아 들고 곧장 그녀가 세를 들어 사는 집으로 향했다.오래된 엘리베이터, 벽지가 벗겨진 복도...신지아는 원래 그를 집까지 데려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취가 덜 풀린 발은 전혀 감각이 없었다.다행히 그녀는 원래 둔감한 편이었고 이런 난처한 상황도 여러 번 겪어 익숙했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금세 마음을 추스르고 태연해졌다.집에 들어서자 신지아는 외발로 깡충대며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고우빈에게 건넸다.고우빈은 병을 받아들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방은 소박했다. 사방은 하얗게 비어 있었지만 벽에 걸린 작은 장식 그림들이 방 안을 환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담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괜찮네. 따뜻한 집 냄새도 나고... 이 아파트 단지도 괜찮아 보여.”그가 말했다.신지아는 쓴웃음을 지었다.“굳이 위로 안 해줘도 돼요.”그녀는 과거 고우빈의 만류를 무시하고 고집스럽게 변도영과 결혼했다. 그리고 지금 이런 신세가 되었다.고우빈이 비아냥거릴 거라 예상했지만 그런 말은 전혀 없었다.그는 그저 음료수를 열어 한 모금 마셨다.신지아는 벽을 짚으며 부엌 쪽으로 몸을 옮겼다.“잠깐만 기다려요. 뭐라도 해드릴게요.”원래는 식당에 예약을 잡아 제대로 대접하려 했지만 병원에서 돌아오자 고우빈은 그녀의 발을 이유로 기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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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신지아는 의아한 눈빛으로 차를 똑바로 바라봤다.그러나 그 고급 승용차는 서서히 시동을 걸더니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대표님...”운전석의 양준명이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그는 룸미러로 뒷좌석에 앉은 변도영의 얼굴을 살폈다. 표정을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대표님, 혹시... 신지아 씨와 가서 이야기 좀 나눠보시는 게 어떨까요.”조금 전, 양준명은 변도영과 함께 그 남자를 보았다.그 남자가 신지아의 집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전 과정을 말이다.다행히 커튼이 쳐져 있지 않아 유리창 너머로 안쪽의 그림자가 보였다.두 사람은 줄곧 밥만 먹고 있었고 단 한 번도 선을 넘는 행동은 없었다.그럼에도 변도영의 얼굴은 얼음처럼 굳어 있었고 그 기색은 분명 화가 난 것이었다.양준명의 말을 들은 변도영은 곁눈질로 그를 스쳐보았다.가늘고 긴 손가락이 팔걸이를 두드렸지만 입술은 꾹 닫힌 채였다.‘집 나간 것도 결국 다른 남자랑 만나기 위함이라는 거지? 얘기는 무슨... 나더러 다시 집으로 들어오라 명령해서 그 남자랑 두 번 다시 만나지 말라고 하라는 거야?’어떤 식으로든 그녀가 원하는 그림을 그대로 그려주는 꼴이 될 뿐이었다.이러한 생각에 변도영은 코웃음을 흘렸다.처음 그 남자를 봤을 때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금세 냉정함을 되찾았다.이 모든 게 신지아가 짠 함정이라는 걸 알아챘다.이유는 뻔했다.그가 질투하도록 만들려는 것이었다.이나은을 데리고 변씨 가문에 들어간 일을 두고 복수하는 셈이었다.게다가 그는 집안 배경이든 능력이든 연성시에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결혼해 5년의 세월 동안, 신지아가 매일 봐온 것도 그런 ‘완벽한 남자’였는데 다른 남자 따위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변도영에게서 아무 말이 없자 양준명이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님, 주제넘을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대표님이 신지아 씨랑 차분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변도영은 비웃듯 말했다.“말할 게 뭐 있어. 뻔한 수작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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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그가 낮게 말했다.“집에 가자.”양준명은 더 말하지 못하고 삼켜버렸다.“대표님, 별장으로 가실 겁니까?”변도영은 고개를 끄덕이려다 문득 며칠 전 집으로 돌아왔을 때를 떠올랐다.어둠 속에 홀로 서 있던 별장의 쓸쓸한 모습, 신지아가 짐을 빼고 나간 뒤라 예전보다도 더 황량하게 느껴질 게 뻔했다.변도영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양준명은 룸미러로 변도영의 난처한 표정을 보고 대강 짐작했다.변도영은 하늘이 무너져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어둠’만은 못 견뎠다.어릴 적 어떤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구체적으로 아는 이는 없었다.그가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차 안에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화면을 본 변도영은 주저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변하늘이었다.그런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울먹이는 소리였다.“오빠, 나... 실연당했어.”변도영은 순간 어리둥절했다.‘얘가 언제 연애를 했지?’변하늘은 훌쩍이며 말도 제대로 못 했다.하는 수 없이 변도영은 양준명에게 차를 돌려 변씨 가문으로 향하게 했다.집에 들어서 보니 거실 소파에 변하늘이 웅크려 앉아 있었다.눈은 울어서 새빨갛게 부어 있고 코까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곁에는 쓰다 버린 휴지가 반 바구니나 쌓여 있었다.변승주와 고미애는 옆에서 속수무책으로 달래고 있었다.고미애는 눈물을 닦아주며 애타게 말했다.“우리 아가, 남자는 세상에 널렸어. 넌 변씨 가문의 금지옥엽인데 마음만 먹으면 어떤 남자든 못 얻겠니?”하지만 변하늘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니에요, 그 사람은 달라요. 세상에 단 하나뿐이에요.”변승주는 곧장 맞장구쳤다.“그럼 내가 그 여자 친구 찾아가서 돈 주고 헤어지게 할게.”딸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둘째가라면 서러웠다.눈앞에서 울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하지만 변하늘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그러면 분명 절 더 싫어할 거예요.”“게다가 그 사람은 오빠랑 달라요. 자존심 세고 뼛속까지 곧은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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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하지만 곧 변도영은 정신을 차렸다.포옹 한 번 했다고 다 연인이라는 건가? 그건 터무니없는 소리였다.더구나 자신이 왜 뜬금없이 신지아를 떠올린 건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신지아가 다른 남자를 좋아할 거라는 건 터무니없는 소리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다.그녀가 그렇게 눈이 멀었을 리 없고 자신을 두고 다른 남자를 찾을 리도 없었다.그리고 그 다른 남자가 설령 눈이 멀었다 해도 신지아처럼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여자를 좋아할 리 없다고 믿었다.하지만 변도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변하늘이 또다시 쏟아냈다.“게다가 그 사람은 원래 여자들이랑 거의 접촉도 안 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인터넷에 한 번도 다른 여자랑 다정한 사진이 올라온 적이 없었는데 이번이 처음이라고.”“내 느낌에는... 진심인 것 같아.”“그리고 그 여자를 보는 눈빛도 다르더라고.”“...”변하늘은 점점 더 서러워져 변도영의 팔을 붙잡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려 했다.그러나 변도영은 곧장 그녀의 목덜미를 잡아당겨 휴지 두 장을 쥐여주며 못마땅하게 말했다.“닦아.”변하늘은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결국 얌전히 받아서 눈물을 훔치고 코를 풀었다.변도영의 눈빛에 담긴 노골적인 혐오감을 보고 변하늘은 콧노래처럼 불만을 토해냈다.“맘껏 혐오해. 어차피 누구나 무너질 때가 있는 거잖아. 나라고 없을까? 언니도 분명 그럴 때가 있었을 거야. 내가 만약 나은 언니였으면 오빠 절대 이렇게 싫다 하진 않았을걸.”“...”변도영은 말문이 막혔다.이나은은 그의 앞에서 늘 우아했다.심지어 울 때조차 언제나 적절하고 기품 있게 울었다.생각해 보니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무너지는 걸 본 적은 없었다.그건 오히려 신지아 쪽이었다.변도영은 저도 모르게 기억을 더듬었다.약혼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설날 밤에 신지아가 집에 돌아왔다가 변씨 가문 사람들과 크게 다투고 신씨 가문을 뛰쳐나온 적이 있었다.그때 우연히 마주친 그는 순간 연민이 들어 차에서 내려 상황을 물었고 신지아는 아무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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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상대방은 단칼에 거절했다.파견 보낸 영업 매니저 말로는 혹시 몰라서 굳이 덧붙여 설명했다고 한다. 변씨 가문의 기업이라고.하지만 상대는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알아요, 변씨 가문인 거. 그래도 협력은 안 합니다.”참 거만했다.‘이제 보니 그 사람이었군.’변도영이 다시 남자의 얼굴을 바라봤다.변하늘은 어려서부터 머리 좋고 공부 잘했으며 예술 방면도 두루 뛰어났다. 그래서 그녀 곁에 있던 수많은 잘난 남자들도 눈에 차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눈여겨본 남자라면 보통 인물이 아닐 터였다.마침 변도영도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그는 가볍게 웃으며 사진을 저장해두고 말했다.“시간 내서 가서 얘기 좀 해봐야겠다. 그 사람 옆에 누가 있든 전부 끌어다 줄게.”“너무 거칠게는 하지 마.”변하늘이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그냥 기회 만들어서 우리 만나게만 해줘.”사실 그녀는 그동안 여러 번 해외까지 찾아가 고우빈을 보려 했지만 그는 늘 바빴고 단 한 번도 앉아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겨우 돈을 쓰고서야 두 시간의 시간을 살 수 있었다.물론 그 두 시간 내내 고우빈은 정중하고 신사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변하늘은 그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때문에 ‘아마 돈으로 시간을 산 게 불쾌했을지도 모른다’ 라며 짐작했다.그래서 이번에는 꼭 직접 만나 해명하고 싶었다.진심으로 고우빈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지 결코 모욕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이다.밤은 점점 깊어졌다.변도영은 변하늘을 달래고 난 뒤 변씨 가문 본가 저택을 나섰다.까만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코트 주머니에서 얼마 전 의사에게 받은 약을 꺼냈다.얇은 입술을 지그시 다물고 약병을 손끝으로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머릿속에 자꾸 떠오르는 건, 얼마 전 신지아가 변씨 가문 본가를 나갈 때 절뚝이며 걸어가던 모습이었다.잠시 망설이다가 그는 휴대폰을 꺼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다리는 좀 어때?]신지아는 고우빈이 건네준 자료를 열심히 복습하던 중이었다.휴대폰이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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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신지아는 잠시 멈칫했다.시선이 다시 변도영이 보낸 메시지에 머물렀다.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문밖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퀵 서비스입니다. 나와서 서명 좀 부탁드려요.”바로 그때, 고우빈에게서도 메시지가 도착했다.신지아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병원에서 약을 타올 때 일부 품목이 품절이라 다른 병원에서 조달해야 했고 고우빈이 병원에 있을 때 미리 자신의 주소를 남겨둔 것이었다.문 앞에 있던 배달원은 약을 가져다준 것이었다.신지아는 문을 열었다.배달원은 땀투성이 얼굴로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약품 주문하신 거라 제일 먼저 들렀는데 이 건물에 요즘 공사하는 집이 많아서 엘리베이터가 늦더라고요. 조금 늦어졌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괜찮아요.”신지아가 대답했다.최근 이 건물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는 집이 많았다.맞은편, 오랫동안 비어 있던 집도 새로 수리하는 중이었다.주변의 이런 모든 것들이 과거 ‘변도영 아내’라는 우스꽝스러운 호칭이 서서히 그녀의 일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이제 그녀는 신지아, 연성시 한 평범한 아파트의 세입자이자 낯선 사람들의 이웃일 뿐이었다.그리고 그녀는 그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신지아는 약을 건네받으며 감사 인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때 또다시 알림이 울렸다.거의 사용하지 않는 플랫폼에서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 추천이 온 것이다.무심코 눌러 들어간 순간, 화면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그건 이나은의 계정이었다.그녀는 방금 전에 새로운 게시물을 올려 두었다.사진 속 배경은 신지아에게 너무나 익숙한, 그녀가 5년 동안 살았던 신혼집 별장이었다.사진 속 변도영은 막 외출에서 돌아온 듯 반은 어둠에, 반은 집 안의 따뜻한 조명에 잠겨 있었다.신지아 앞에서 늘 차갑던 얼굴과는 달리 지금은 부드럽게 풀린 표정에 눈빛마저 얼음이 녹아내린 듯했다.그 앞에는 헐렁한 옷차림의 이나은이 서 있었다. 그녀는 다정하게 그의 코트를 받아 걸어주고 있었다.단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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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이나은은 손을 들어 살며시 변도영의 잘생긴 얼굴을 쓰다듬으며 안쓰러운 눈빛을 했다.“며칠 사이에 정말 많이 야윈 게 보여. 두 사람이 떨어져 지내니 서로 많이 힘들겠지?”변도영은 잠시 멈칫했다.문득 얼마 전 신지아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때 그녀 얼굴에 피어난 웃음까지 말이다.‘지아가 힘들다고? 아니, 즐거워 죽겠다는 얼굴이었는데?’그 생각이 스치자 그는 무심코 휴대폰을 내려다봤다.보낸 지 세 시간이 넘도록 신지아에게서 답장은 없었다. 마음속에 짜증이 스멀스멀 치밀었다.“지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은 없어. 다시는 지아 얘기 꺼내지 마. 떠나겠다고 한 것도 본인 선택이야. 돌아올지 말지도 지아 마음에 달렸지.”“하지만...”이나은이 머뭇거렸다.“하지만은 없어. 넌 잘못한 게 없으니까 사과할 필요도 없어.”단호하게 자신을 두둔하는 변도영의 말에 이나은의 마음은 환히 밝아졌다.애써 설득해야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자신 편에 서주다니...역시 변하늘이 말한 것처럼 변도영의 마음속에서 자신은 여전히 첫 번째였다.변도영이 가끔 신지아를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였던 건 다만 지난 5년간의 결혼 생활 때문일 뿐.즉 ‘신지아’라서가 아니라 옆에 있던 ‘부인’이었기 때문에 지켜준 것뿐이다.그 자리가 누구였든 상관없었다.하지만 자기 자리만큼은 변도영 마음속에서 결코 대체될 수 없는 것이었다.이나은은 터져 나올 것 같은 미소를 참았다. 변도영의 진심을 확인한 그녀는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밤은 이미 깊었고 변도영은 이나은을 별장에 머물게 했다.원래는 자기 방을 내주고 본인이 손님방에서 잘 생각이었다.그러나 위층에 오르자 이나은은 곧장 신지아의 방으로 들어섰다.“도영아, 잠자리 바꾸면 제대로 못 쉴 거야. 넌 원래 방에서 자고 난 오늘 밤 여기서 잘게.”그리고는 덧붙였다.“지아가 알게 돼도 이해할 거야.”변도영은 순간, 신지아가 그렇게 대범하지 않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만약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화를 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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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꿈속에서 짙게 깔린 하늘이 금세라도 무너져 내릴 듯 검게 드리워져 있었다.그 속에서 변도영은 신지아가 작은 흙무덤 앞에 무릎 꿇고 고개를 떨군 채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몹시 고통스러워한다는 직감이 들었다.가슴 깊숙이 잔잔한 통증이 일었다.무슨 일인지 묻기 위해 다가가려던 찰나 신지아가 몸을 일으켜 그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신지아.”변도영은 반사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그러나 그녀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그 모습에 변도영의 미간이 점점 좁혀졌다. 불현듯 화가 치밀었다.“신지아, 어디 가는 거야? 멈춰!”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지아는 아예 못 들은 듯 더 빠른 걸음으로 멀어졌다.그와의 거리는 점점 더 벌어져만 갔다.변도영의 짙은 눈썹이 더욱 매섭게 찌푸려졌다. 안달이 나서 그녀를 붙잡으려는 순간,어디선가 나타난 이나은이 불쑥 그와 신지아 사이를 가로막았다.이나은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방긋 웃었다.“도영아, 어디 가려는 거야?”변도영은 그녀를 넘어 신지아를 찾으려 했지만 이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사라진 자리에는 강렬한 햇살이 구름을 뚫고 쏟아져 내렸고 그 눈 부신 빛에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도영아?”익숙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사방의 풍경이 서서히 뒤틀리며 무너지고 파도 같은 소음이 점점 멀어져 갔다.변도영은 눈을 떴다.곧바로 들려온 건 침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도영아, 아침 준비됐어. 내려와서 좀 먹어.”문밖에서 울린 이나은의 목소리는 꿈속에서 들리던 그것과 똑같았다. 단지 조금 더 억눌린 듯했을 뿐이었다.변도영은 상체를 일으켜 익숙한 침실을 둘러보았다.조금 전의 일은 그저 꿈이었다.‘어쩌다 이런 터무니없는 꿈을 꾼 걸까...’솔직히 인정하자면 신지아의 요즘 ‘밀당’이 꽤 효과를 보고 있는지도 몰랐다.관자놀이를 꾹 눌러 피로를 달래며 그는 무심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이미 시간이 꽤 흘러 있었다.수면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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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그는 상대방이 이번에는 승낙할 거라 확신했다.변도영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그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시간 잡아, 직접 만나보지.][그리고 상대에게 전해. 조건이 뭐든 부성 그룹이 할 수 있는 거라면 모두 들어주겠다고.][네!]양준명이 서둘러 답했다.메시지를 마치고 난 뒤, 변도영은 무심코 휴대폰을 훑었다.신지아는 여전히 답장을 하지 않았다.이번에는 꽤 끈질기게 버티는 모양이었다.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었다.오늘은 이나은을 데리고 밖에서 끼니를 해결할 생각이었다.오영희가 차린 밥상은 늘 입맛에 맞지 않았다.생각만 해도 속이 더부룩할 정도였다.하지만 계단을 내려가자 변도영은 웃으며 오영희를 거들고 있는 이나은을 보았다.그녀는 어제 다친 손에 아직 붕대를 감고 있었기에 차갑거나 뜨거운 걸 직접 만질 수 없었고 접시를 들 때도 손바닥으로 바닥을 받치듯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어설펐지만 정성스러운 모습에 변도영은 순간 마음이 쓰였다.“아직 다친 상태잖아. 이런 건 아주머니한테 맡기면 돼.”그가 다가와 말했다.이나은은 마지막 접시를 식탁에 내려놓고 깨끗한 젓가락까지 올리며 웃었다.“별거 아니야. 아주머니 평소 집안일 다 하느라 힘들잖아. 조금 거들어 주는 건 아무 일도 아니야.”오영희는 얼굴에 꽃이 핀 듯 싱글벙글하며 재빨리 맞장구쳤다.“이게 어떻게 별일이 아닌가요. 오늘 아침은 다 나은 씨가 직접 준비한 거예요. 손맛이 아주 대단하시더라고요. 차린 것만 봐도 푸짐하고 맛있어 보여요.”변도영은 시선을 식탁으로 돌렸다.정말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훨씬 정갈하고 먹음직스러웠다.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돌았다.그는 자리에 앉았다.이나은도 맞은편에 앉아 작은 만두를 집어 그의 접시에 놓으며 눈웃음을 지었다.“외국에서 설날 보낼 때, 중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배운 거야. 한번 먹어봐.”변도영은 한 입 베어 물었다.며칠 전보다는 훨씬 나았고 맛도 괜찮았다.그런데도 이상하게 문득 신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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