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습관처럼 여전히 신씨 가문을 4대 가문에 넣어 말했지만 실제로는 변씨 가문과의 혼인 관계 때문에 숫자만 채워주는 셈이었다.엄밀히 따지면 사실상 3대 가문뿐이었다.그리고 그 세 가문 가운데서도 변씨 가문과 윤씨 가문은 힘이 엇비슷했고 사업 영역도 많이 겹쳤기에 연성시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두 집안은 거의 공공연한 숙적이라 불렸다.물론 다투는 건 다투는 것이고 겉으로는 체면을 지켜야 했다.그래서 두 집안이 연회를 주최할 때면 형식적으로는 상대 가문도 초대했지만 상대는 늘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오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방계 인물을 보내 얼굴만 비추고 마는 게 보통이었다.직계의 실권자가 직접 참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변도영은 책상 위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이나은이 짙은 적색 슈트 차림에 하이힐을 신고 들어왔다. 손에는 보온 도시락통이 들려 있었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도영아, 이제 점심 먹어야지. 아주머니 말로는 구내식당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한다 해서 집에서 직접 해왔어. 한번 먹어봐.”말을 마치자마자 다정하게 옆에 있는 티테이블을 정리하고 도시락통에서 음식을 하나씩 꺼내 가지런히 놓았다.그러다 양준명이 아직 나가지 않은 걸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양 비서님도 같이 드세요.”“아, 아닙니다. 전 구내식당이 편해서요.”양준명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대표님,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변도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이나은에게도 인사하고 서둘러 나갔다.솔직히 좀 낯설었다.예전에 신지아가 점심밥을 가져올 때는, 결코 이렇게 무턱대고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았다.항상 먼저 비서에게 양해를 구하고 변도영의 업무가 끝났다는 신호를 받은 뒤에야 들어오곤 했다.하지만 이번에 이나은이 바로 들어왔는데도 변도영은 아무 말이 없었다.비서 입장에서 그걸 지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양준명이 떠난 뒤, 이나은이 입을 열었다.“방금 도영이 네가 양 비서님하고 얘기하는 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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