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첫사랑만 구한 남자: Bab 81 - Bab 90

100 Bab

제81화

이나은이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비웃었다.“신지아, 지난번 본가에서 봤잖아? 도영이 마음속에 넌 없어. 그런데도 아직 이런 수작으로 그 사람한테 다가가려 해?”“쓸데없는 짓 그만해. 그러면 우빈이한테 더 미움만 살 테니까.”신지아는 대꾸할 마음도 없이 담담히 말했다.“난 이미 말했어요. 곧 떠날 거라고.”이나은은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신지아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대로 지나쳐 가려 했다.그러자 이나은이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건넸다.“아직도 우빈이가 널 좋아할 거라는 기대가 남아 있다면 이걸 한번 보지 그래?”신지아가 받아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그녀의 입사 지원서였다.곧바로 눈에 들어온 건 ‘급여’란에 적힌 60만 원이라는 비꼬는 듯한 숫자였다.“부성 그룹에서 가장 평범한 경비원 월급도 60만 원이 넘고 갓 졸업한 신입사원도 기본이 100만 원은 받아.”이나은이 입을 손으로 가리며 소리 내 웃었다.“그런데 난 얼마 전 부성 그룹 계열사에 들어갔어. 우빈이가 내게 제시한 조건은 연봉 1억 2천에다가 회사 지분까지였지. 이게 뭘 뜻하는지 알아?”그 급여 표는 이나은이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서류 하단에 선명하게 부성 그룹 도장이 찍혀 있었다.즉, 부성 그룹은 정말로 신지아를 60만 원짜리 월급으로 채용할 생각이었던 것이다.이나은의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보면서도 신지아는 별로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진지하게 받아쳤다.“그건 나은 씨의 연봉 1억 2천만 원짜리 자리가 곧 날아간다는 뜻이죠.”이나은은 순간 얼어붙었다.“뭐라고?”“부성 그룹 사내 규정에 직원 급여 유출은 금지예요. 그런데 나은 씨는 지금 내부 정보를 내게 흘렸잖아요?”신지아가 입사 지원서를 흔들며 말했다.“이거 대형 사고라 바로 잘리는 거로 아는데...”이나은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그러나 곧 뭔가를 떠올린 듯 다시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헛소리 마. 우빈이는 네 말 안 믿어.”“그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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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신지아를 불리하게 몰아갈 말들이 혹시라도 변도영의 반감을 살까, 이나은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손을 빼냈다.“내가 이런 말한 것도 다 널 생각해서야. 네가 싫다니... 그럼 됐어.”이렇게 말하고는 뒤돌아 떠났다.신지아는 여전히 당당하고 자만 가득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어버렸다.‘저게 빽 믿고 나댄다는 건가...’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녹음을 설령 변도영에게 들려줘도 별 효과가 없다는 걸.변도영은 이나은을 믿고 편애했다.녹음은커녕 직접 눈으로 이나은이 대놓고 도발하는 걸 봐도 변도영은 고작 형식적으로 한두 마디 나무라는 척할 뿐, 그 이상은 절대 하지 않았다.그래서 신지아도 애초에 이 녹음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다만 이나은이 더 이상 자기 앞에 나타나 성가시게 굴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시간이 꽤 흘러, 신지아는 UME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 했다.그때 변도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그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종종 밥에 트집을 잡았다.음식이 너무 뜨겁다, 식었다, 다시 데워 오라, 심지어는 그대로 가져가라며 괜히 시비를 걸 때도 있었다.이번에도 그럴 줄 알고 신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그냥 할머니가 끓인 국이라고 말하고 마시기 싫으면 말라고 하려는 참이었다.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싸늘한 목소리였다.“지난번 본가에서 나은이 괴롭혔지? 팔 삐끗한 거 아직 다 낫지도 않았는데 왜 또 못살게 구는 거야?”날카로운 비난에 신지아는 얼어붙더니 반사적으로 말했다.“난 안 괴롭혔어요.”“아직도 잡아떼?”변도영이 비웃듯 말했다.“고개 들어.”신지아는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고개를 들어 올렸다.부성 그룹 빌딩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다.순간 현기증이 스치듯 지나가고 고개를 젖히자 꼭대기에 선 한 사람이 보였다.그 시각, 변도영은 총재실의 거대한 유리창 앞에 서서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지아가 밥을 두고 바로 돌아갔다는 전화를 받았다.예전 같았으면 꼭 자기가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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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신지아가 담담히 말했다.“화낼 일도 아니잖아요.”다음에 마주칠 일이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스무날쯤 지나면 이혼 서류가 나오고 자신과 변도영은 더 이상 아무 관계도 아닌 사이가 된다.만나든 안 만나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일 때문에 괜히 마음만 다치는 건 의미가 없었다.“다른 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신지아가 차분히 말했다.변도영은 그녀의 말투에 삐친 기색이 전혀 없음을 느끼자 가라앉지 않던 화가 조금씩 풀렸다.“사과는 됐고 저녁에 별장으로 와.”“저녁에는 약속 있어요.”“무슨 약속?”변도영이 캐물었다.그러자 신지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업무상 일정이요.”그 말에 변도영은 문득 얼마 전 양준명이 보고했던 일이 떠올랐다.신지아가 부성 그룹 입사를 거절하고 다른 회사로 갔다는 것이었다.왠지 알 수 없는 불쾌감이 치밀었고 말투에도 비아냥거림이 섞였다.“그럼 네 일이나 계속해.”말을 마치자 그는 주저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신지아는 변도영이 화난 걸 알아챘지만 굳이 다시 걸어 달랠 생각은 없었다.그저 택시를 잡아 UME로 돌아갈 뿐이었다.오후가 되어 신지아는 먼저 고우빈에게 직원들의 취향과 습관을 물은 뒤, 모두에게 어울릴 만한 간식을 주문했다.그리고 직접 나눠주었다.받은 사람들은 고마워하며 인사했고 전과 같은 싸늘한 태도는 조금 누그러졌다.그때 서인호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자신의 몫을 신지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얄밉게 웃었다.“팀장님, 일에 신경 쓰는 게 좋을 겁니다. 이런 식의 뇌물은 저희한테 통하지 않거든요.”그 말과 함께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직원들에게 흘기더니 차갑게 사무실로 돌아갔다.직접적인 지시는 없었지만 동료들은 이미 그의 뜻을 알아챘다.불과 삼십 초도 안 돼 누군가 먼저 일어나 자신이 받은 간식을 그대로 돌려주고 말없이 자리로 돌아갔다.선례가 생기자 다른 이들도 줄줄이 따라 했다.어떤 이들은 민망한 듯 돌려주면서 굳이 변명을 덧붙였다.“죄송해요, 단 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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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곧 다시 간식이 각자의 손에 돌아갔다.고우빈은 마지막으로 남은 서인호 몫을 집어 들고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문 앞에 이르러서는 뒤돌아서서 신지아에게 살짝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내주기도 했다.서인호는 블라인드 너머로 이미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있었다.고우빈이 들어오자 시큰둥한 표정으로 눈을 흘겼다.이내 그가 손에 든 음료를 보더니 비꼬듯 말했다.“고 대표님, 저한테는 안 주셔도 됩니다. 전 이런 거 안 받습니다. 전처럼 달콤한 거로 사람들 마음 돌릴 거라고 생각 마세요.”“아.”고우빈이 가볍게 소리를 내더니 곧바로 빨대를 꽂아 밀크티를 크게 들이켰다.그러고는 쫄깃한 펄을 씹으며 태연하게 말했다.“대리님 주려고 가져온 거 아니에요.”“...”고우빈은 그를 곤란하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대리님, 너무 앞서나가는 거 아니에요? 세상일이 다 대리님 생각하는 대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거든요.”“...”고우빈은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어갔다.“사실 나도 원래 단 거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괜찮더라고요. 서 대리님은 UME 기술의 핵심 인원이라면서요?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요?”이렇게 말하며 다시 한 모금 마시고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사무실을 나섰다.서인호는 분노와 무력감이 뒤섞여 어쩔 줄 몰랐다.고우빈의 의도가 뭔지 충분히 알아들었다.신지아를 인정하고 굳이 맞서지 말라는 말이었다.하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새로운 기술을 완성하려면 자기처럼 숙련된 기술자라도 반년은 걸렸다.그런데 경력 공백이 5년이나 되는 전업주부 출신 신지아가 고작 한 달이면 된다고 큰소리쳤다.그런 허풍을 믿어주는 사람은 세상에 고우빈밖에 없을 것이다.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져 서인호는 펜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구실로 향했다.한편, 고우빈이 나간 뒤로는 아무도 더 이상 밀크티를 돌려놓지 않았다.고우빈의 체면을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이제는 단순히 서인호의 눈치를 보는 문제에서 고우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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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신영호는 술잔을 비우고 나서야 딸에게 대답했다.“내가 알아봤어. 고우빈 씨, 오늘 올 거야.”지난번 공항에서 신하나가 고우빈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신영호는 줄곧 그의 소식을 수소문했다.알고 보니 고우빈은 연성시 고씨 가문 출신이었다.처음에는 무척 신경이 쓰였다.하지만 나중에야 이미 그가 7년 전 고씨 가문과 결별하고 독립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건 다소 아쉬운 일이었다.원래 고씨 가문과 신씨 가문은 돈독했으나 몇 가지 오해로 서먹해진 터였다.그래서 고우빈을 연결고리 삼아 다시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이다.비록 독립했다고는 해도 어쨌든 고씨 가문 사람이니 기회는 여전히 있을 거라 여겼다.옆에 있던 임문영도 신하나에게 다정하게 말했다.“걱정 마, 딸. 네 아빠가 하는 일은 틀림없으니 믿고 기다려. 알았지?”신하나는 여전히 못마땅해하며 고개를 돌렸다.그 사이, 또 다른 남자가 다가와 신영호에게 술을 권했다.하지만 시선은 줄곧 신하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따님이십니까? 세상에, 이 얼굴, 이 몸매... 웬만한 여자 연예인보다도 훨씬 낫겠는데요.”그 말과 함께 남자의 눈빛은 탐욕스럽게 신하나의 몸매를 훑었다.신하나는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불쾌했다.임문영은 서둘러 딸을 자기 뒤로 보냈다.그러나 신영호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칭찬이 달갑기만 해 호탕하게 웃어젖혔다.“에이, 오 대표님, 과찬이십니다.”오 대표의 눈이 번뜩이며 물었다.“따님은 혹시 혼인하셨습니까?”신영호는 고개를 저었다.“아직이요. 아직 대학 다니고 있습니다.”“대학이라, 참 젊고 좋네요.”오 대표의 눈빛이 더욱 짙어지며 신하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탐욕이 가득했다.“따님이랑 저랑 한잔하면 어떻습니까?”“물론이지요, 오 대표님.”신영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말이 떨어지자마자 신하나가 분노했다.“아빠, 싫어요!”임문영도 불쾌한 기색을 숨기며 신영호의 팔을 슬쩍 당겼다.그러고는 대신 나서며 여전히 우아한 미소를 유지했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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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머리를 정성스럽게 틀어 올려 고운 목선을 더욱 길고 단아하게 드러냈다.움직임 하나하나마다 기품이 넘쳤다.하지만 여자의 얼굴을 보자 신하나는 이를 갈 정도로 분노가 치밀었다.‘신지아? 어떻게 신지아일 수가 있지?’신하나는 당장 신영호에게 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고개를 돌린 순간 신영호의 시선이 신지아에게 꽂혀 있는 걸 봤다. 역시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리고 있었다.신영호뿐만 아니라 다른 남자들의 시선도 모조리 신지아에게 쏠려 있었다.심지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눈독 들이며 억지로 술을 권하던 오 대표조차 혼이 빠져나간 듯 신지아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정신이 팔려 손에 든 잔까지 기울어져 술이 흘러내렸다.신하나는 더더욱 화가 치밀었다.오늘 신지아의 차림새가 자기의 존재감을 완전히 가려버린 것도 분했고 더 분한 건 신지아가 고우빈 옆에 당당히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변도영이랑 결혼한 건 잊었나?’그 생각에 신하나는 성질을 못 이기고 임문영에게 말했다.“엄마, 저 여자 좀 봐요, 분명히 이미...”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임문영이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러고는 앞으로 나서 오 대표의 잔을 바로 세워주며 부드럽게 웃었다.“오 대표님, 저 아이가 제 큰딸 신지아예요. 어떠세요?”오 대표는 아쉬움이 남은 듯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연성시에 이런 미인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그러면서 일부러 화난 척 신영호를 보며 투덜댔다.“이건 너무하잖아요. 이런 예쁜 딸이 있으면서 왜 나한테 소개도 안 해준 겁니까?”그제야 정신을 차린 신영호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조금 전까지 그는 그 여자가 자기 딸인지조차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자신의 기억 속 신지아는 언제나 얌전하고 소극적이며 대개 구석에만 머물던 아이였다.오늘처럼 화려하게 차려입은 모습을 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자연스레 신영호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의 기억이 겹쳐졌다.그가 말을 잇기도 전에 임문영이 부드럽게 웃으며 거들었다.“저희가 잘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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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윤형우는 해외에 있을 때부터 이미 들은 소문이 있었다.당초 사촌 형 윤재혁과 그의 약혼녀 고이진이 결혼을 앞두고 있을 무렵, 신지아가 몰래 고이진을 도와 파혼을 성공시켰다는 것이다.그 일로 윤재혁은 크게 노발대발했고 신지아뿐 아니라 신씨 가문 전체를 겨냥해 온갖 압박을 가해 신씨 가문은 거의 숨도 못 쉴 정도로 몰락 위기에 처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지아는 끝내 고이진의 행방을 밝히지 않았다.“누나, 내가 만약 저 여자 꼬시면 혹시 그 입에서 재혁이 형이 그렇게 찾던 답을 캐낼 수 있지 않을까?”윤형우가 장난스레 웃으며 물었다.이에 윤해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짓 하지 마. 저 여자 이미 변도영의 아내야.”“알아. 그런데 요즘 둘이 곧 이혼한다는 소문이 돌던데?”윤형우가 다시 슬쩍 물었다.“그래도 안 돼. 실제 사정이 어떻든 지금 신지아는 변도영의 아내야. 너는 귀국한 지 얼마 안 돼서 연성시 사정을 잘 모르잖아. 괜히 경솔하게 움직이지 마.”명령조에 가까운 말투에 윤형우는 그녀가 기분이 상한 걸 눈치채고는 금세 두 손을 들어 보이며 항복하는 시늉을 했다.“알았어, 알았어. 누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야지.”그제야 윤해원은 더 말하지 않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멀리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윤형우의 시선은 다시 아래층, 사람들과 대화하는 신지아에게로 향했다.그의 가늘고 긴 눈매가 은은하게 빛을 띠었다.‘연성시 사정을 모른 채 덤비면 경솔한 행동일지 모르지. 하지만 사정을 제대로 안다면 그건 경솔한 행동이 아니지 않을까? 어차피 여자일 뿐이잖아.’윤형우는 수많은 여자를 만나봤지만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은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니 그의 얇은 입술이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자선 파티 현장에 들어서자 신지아와 고우빈은 미리 짜둔 계획대로 각자 따로 움직였다.고우빈은 일찍이 고씨 가문과 갈라서 독립했지만 여전히 고씨 가문의 피붙이인 만큼 행사장에서 그를 알아보고 말을 거는 이들이 많았다.반면 신지아는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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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남자는 신지아의 손을 부드럽게 막으며 신사적으로 말했다.“괜찮습니다.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미리 말씀 못 드린 제 잘못이기도 하죠.”그는 천천히 외투를 벗었다.신지아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잘생긴 얼굴에 금테 안경이 걸려 있었고 우아하면서도 온화한 기운이 풍겨 나왔다.겉모습만 보면 한없이 젠틀하고 품위 있는 남자였지만 신지아는 묘하게도 그 눈빛에서 그의 얼굴과 태도와는 어딘가 맞지 않는 내면의 기운을 느꼈다.“윤형우라고 해요.”그가 그녀의 시선을 알아챈 듯, 미소를 띠며 손을 내밀었다.‘윤씨 가문 사람?’신지아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손을 내밀어 악수를 나눴다.“신지아입니다.”윤형우는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신지아 씨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직접 뵈니 과연 명불허전이군요. 연성시에서든 해외에서든 미인은 많이 봤지만 신지아 씨는 느낌이 달라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사람을 저절로 끌어당깁니다.”그의 말투는 진지했고 그건 거짓이 아니었다.신지아는 확실히 예뻤다.맑고 깨끗한 얼굴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화려하면서도 전혀 위압적이지 않은 아름다움까지...오늘 입은 드레스는 그녀와 놀라울 만큼 잘 어울려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있었다.화려한 관능미와 은은한 온화함이 한 사람에게서 동시에 풍기는 모습이었다.수많은 미인을 봐온 윤형우조차도 그녀의 매력을 부정할 수 없었다.신지아는 짧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그의 팔에 걸쳐진 외투를 흘깃 보았다.“계좌번호 알려주세요. 세탁비는 제가 보내드릴게요.”세탁비라는 말에 속으로 아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외투가 맞춤 수제라 손빨래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듯했다.하여 윤형우는 가볍게 웃었다.“세탁비라니요. 옷 좀 젖은 게 뭐 대수입니까. 게다가 미인분 덕분이라면 오히려 영광이죠.”말은 다소 가볍게 들렸지만 이상하게도 신지아의 귀에서는 거슬리지 않았다.부잣집 도련님들에게서 비슷한 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지만 윤형우의 말은 묘하게 불쾌하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윤씨 가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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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신지아와 그 남자는 옆자리로 가서 마주 앉았다.윤형우는 먼저 잔을 한 모금 들이켜고는 만족스럽게 ‘흠’ 하고 소리를 낸 뒤 말했다.“앞에 미인이 앉아 있으니 술맛도 확 달라지네요.”신지아는 말없이 그의 말을 들었다.“본론으로 가죠.”신지아가 말했다.“어떤 세 가지 이유죠?”윤형우는 표정을 고쳐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첫째, 지우 씨는 연성시 사정에 밝으니 알겠지만 지금까지 투자자를 못 모은 이유는 부성 그룹 때문입니다. 부성 그룹의 영향력 때문에 UME가 부성 그룹과 협력하지 않으면 연성시에서는 앞으로도 투자 유치가 매우 어렵습니다.”신지아는 동의하지 않았다.“연성시 안 되면 다른 도시나 해외로 가면 되죠.”그녀의 결연한 표정을 보며 윤형우가 웃었다.“좋아요. 설령 다른 도시에서 투자자를 찾는다고 해도 상대가 진실을 알게 되면 부성 그룹의 권력 때문에 중도에 철회할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만 UME의 연구는 한 번 시작되면 중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때의 손실은 지금보다 훨씬 클 거예요.”그 말에 신지아는 잠시 침묵했다.권력의 무서움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변도영은 원한을 일일이 갚는 성격은 아니지만 부성 그룹의 영향력은 막강했다.예전에 그가 친구들을 동원해 그녀를 압박했던 것처럼, 다른 기업들도 변도영의 눈치를 보느라 선뜻 나서지 못할 것이다.설령 UME가 완벽히 준비되어 있고 운영이 잘되어도 변씨 가문과 맞서면 늘 ‘잘못된 편’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안정적인 투자를 유지하려면 변씨 가문을 두려워하지 않거나 감히 맞설 수 있는 기업만이 선택될 것이다.그녀의 속내를 읽은 듯 윤형우가 이어 말했다.“제가 윤씨 가문 사람이라서니, 뭐 그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윤씨 가문과 변씨 가문은 사이가 안 좋으니까요. 저는 부성 그룹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고 중도에 철수하지도 않을 겁니다.”신지아가 물었다.“윤씨 가문 사람이시라면... 투자 쪽 일에 발언권이 있긴 하신가요?”이번 자선 파티에 윤씨 가문을 떠올린 건 사실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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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신지아는 더는 돌려 말하지 않고 곧장 물었다.“정말 변도영 씨가 두렵지 않아요?”윤형우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신지아 씨 같은 미인을 지킬 수 있다면 뭐든 두렵지 않죠.”“...”그는 정색해야 할 순간마다 장난스러워 보였고 더 대화하고 싶지 않을 때면 꼭 흥미를 끌 만한 말을 던졌다.그녀가 다시 뭔가 물어보려는 순간, 자선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사람들이 속속 옆에 있는 경매장으로 들어갔다.윤형우가 먼저 일어섰다.“저는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네요. 굳이 지금 대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천천히 생각해 보시고 결정되면 연락 주세요.”그는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그가 사라지자 신지아는 휴대폰을 꺼내 ‘윤형우’라는 이름을 검색했다.금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윤형우는 신지아가 생각했던 윤씨 가문의 ‘방계’가 아니라 ‘직계’ 인물이었다.유민 그룹 현 권력자의 차남에게서 태어난 아들이었던 것이다.그가 해외에 오래 머물러서 국내에서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신지아는 기사 속에서 윤씨 가문 전체가 그가 열여덟 살 되던 해에 해외까지 가서 성인식을 치러준 사실을 확인했다.이 사실만 봐도 윤씨 가문이 그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었다.이렇게 놓고 보니 윤형우는 변도영을 제외하고 오히려 더 나은 투자자인 것 같았다.신지아도 변도영과 맞서고 싶은 건 아니었다.다만 앞으로의 길에서 다시는 변씨 가문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마음을 정리한 신지아가 일어나 경매장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멀리서 익숙한 인물이 홀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저 사람이... 왜 여기에?’의아해하며 다가가려는 순간, 누군가의 손이 어깨를 짓눌렀다.그 손은 일부러인 듯 그녀의 드러난 어깨를 스치듯 훑었다.신지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급히 몸을 떨쳐내고 옆으로 피했다.눈앞에는 살집이 통통하게 오른 오 대표가 웃으며 서 있었다.“신지아 씨, 그렇게 급히 어디 가시나요?”“대표님이랑 상관없을 텐데요.”신지아는 그를 전혀 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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