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윤은 부드러운 야채죽과 가벼운 밑반찬 몇 가지를 주문했다.사실 배가 그리 고프지는 않았다. 어젯밤 와인과 함께 안주를 꽤나 집어먹은 탓에 잠들기 직전까지 속이 더부룩한 상태였다.최승우 역시 야채죽을 시키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갈비 만두 한 판을 추가했다.최예원은 본인이 먹을 것을 따로 주문하고는 하시윤의 옆자리에 앉아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그녀는 하시윤에게 당장 지낼 곳이 필요하지 않냐며, 자기 명의로 된 빈집이 있다고 넌지시 말을 꺼냈다. 인테리어도 새로 마쳤고 가전제품도 풀옵션이니 몸만 들어오면 된다는 제안이었다.하시윤은 손사래를 치며 극구 사양했다.“아니에요, 괜찮아요. 지혁 씨가 챙겨준 돈이 꽤 돼서 먹고 자는 건 문제없거든요. 지금은 그저 만사가 귀찮아서 호텔에 머무는 게 제일 편해요.”최예원은 하시윤의 마음이 아직 추슬러지지 않아서 그런 줄로만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해야 해. 미안해할 것 없으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고.”하시윤은 그 마음이 고마워 미소를 지어 보였다.최예원이 손을 휘저으며 타박했다.“에이, 고맙긴. 그렇게 선을 그으니까 우리가 아직 남처럼 느껴지잖아.”주문한 음식이 금세 차려졌다. 하시윤이 죽을 몇 숟갈 뜨기도 전에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확인해 보니 지윤정이었다.지윤정 역시 최예원과 마찬가지로 하시윤이 걱정됐는지 벌써 일어났느냐며, 곁에 있어 줄 필요가 있는지 묻고 있었다.하시윤이 답했다.“나 지금 예원 씨랑 밖에서 밥 먹고 있어요. 윤정 씨는 아침 먹었어요? 이쪽으로 올래요?”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윤정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위치 찍어줘요! 당장 갈게요! 지금 바로!”지윤정이 덧붙였다.“두 사람만 맛있는 거 먹기예요? 치사하게!”맛있는 걸 몰래 먹긴 무슨. 하시윤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가게 위치를 보내주었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최승우가 식사를 멈추고 입을 뗐다.“다 먹고 어디 갈 생각이에요? 제가 태워다 줄게요.”창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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