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네가 그린 거야?”송남지는 고개를 들어 벽화를 바라보았다. 푸르른 대나무와 판다의 검은색과 흰색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그녀 특유의 화려한 색감이었다.그녀는 추측하듯 말했다.“내 몸에 묻은 물감 보고 짐작한 거죠?”역시 하정훈답게 관찰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하정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네 그림 스타일을 보고 알아낸 거야.”그는 벽화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석양의 잔광 속에서 빛과 그림자가 조화를 이루며 더욱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하정훈은 고개를 숙여, 물감이 잔뜩 묻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을 바라보았다. 햇볕에 오래 노출된 탓에 물감이 그녀의 피부에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그는 그녀의 재능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정말이지, 신이 내린 손재주야.”하정훈은 좀처럼 남을 칭찬하는 법이 없었다.송남지는 서경 미대를 다닐 때 귀가 닳도록 칭찬을 들어왔지만 그때마다 겸손하게 몸을 낮추며 그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하곤 했다.하지만 하정훈의 진심 어린 칭찬은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었다.하루 종일 쏟아낸 땀과 노력이 그 순간 모두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었다.그때, 양서진에게서 온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다.송금 내역과 짧은 메시지가 덧붙어 있었다.“선배님, 이건 저희가 약속한 작업 보수예요!”하정훈은 송금 내역을 슬쩍 곁눈질하며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양서진? 남자 이름 같지는 않은데.”송남지 또한 궁금했던 점을 꺼내어 물었다.“그러게요. 분명 여자애인데, 곽지민은 왜 자꾸 훈남이라고 한 걸까요?”송남지는 의아했지만 하정훈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곽지민, 그 녀석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하정훈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생각했다.‘뭔가 꾸미려면 뒷감당할 자신부터 있었어야지.’하정훈은 차에 시동을 걸었고 반달 동물원의 벽은 석양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이번 작업 보수는 어떻게 쓸 거야? 아니면 오늘 보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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