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목소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남지가 알아서 알람 다 맞춰놨어. 알아서 척척 잘하는 사람이니까 네가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돼.”곽지민은 전화기 너머에서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일부러 순진한 척 말했다.“나도 걱정돼서 그런 거지. 봉사 활동인데 혹시라도 늦으면 안 되잖아.”그는 은근히 약을 올리며 덧붙였다.“너 그 젊은 친구가 얼마나 잘 생겼는지 알아? 올해 서경 미대를 갓 졸업한 스무 살 갓 넘은 파릇파릇한 청년인데 쯧쯧, 송남지가 함께 일하면 눈이 호강할 거야.”하정훈은 심호흡을 했다. 곽지민이 고의적으로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지난 몇 년 동안 그들은 늘 이런 식으로 서로를 자극하며 지내왔다“그래? 눈이 호강한다고? 곽 변, 혹시 너 서경의 로펌에 투자할 때 지훈이 그 녀석들이 나까지 끌어들였던 거 기억해?”하정훈이 이 말을 꺼내자 곽지민은 일이 커졌음을 직감하고 서둘러 말했다.“정훈아, 돈 얘기를 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야, 그 스무 살 갓 넘은 애송이가 아무리 잘생겼다고 해도 너만큼 멋있겠어? 게다가 철없는 애송이와는 달리 넌 남성적인 매력이 철철 넘치잖아.”하정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 정도면 됐어. 다음부터 또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면 네 로펌에 투자한 돈, 모조리 회수해 버릴 거야.”곽지민은 마지못해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알았어.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안 할게. 그럼 바빠서 이만 끊을게. 아침부터 회의가 꽉 차 있거든.”하지만 하정훈은 곽지민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제 발로 함정에 뛰어든 녀석을 그냥 보내줄 수는 없었다.“그렇게 바쁜 사람이 새벽부터 내 아내에게 전화를 왜 걸어? 무슨 꿍꿍이야?”곽지민은 멋쩍게 해명하며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좋은 뜻으로 한 일이 잘못된 거잖아. 정훈아, 이제 그만 화 풀어.”“화 안 낼게. 근데 다들 사모님이라고 부르는데 왜 너만 송남지라고 부르는 거야? 왜 그렇게 친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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