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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면을 쓴 남편: Chapter 391 - Chapter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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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하정훈은 더 대꾸하기 싫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 쪽으로 걸어갔다.의학 서적으로 빼곡한 책장에서 영문 원서 한 권을 꺼내 든 하정훈은 이내 독서에 몰두했다.15분쯤 지나 유경태의 비서가 섬 요리를 차려 왔다.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 시선을 강탈했다.유경태는 일부러 소란을 떨며 하정훈을 불렀다.“벌써 열두 시야. 하 대표도 이리 와서 한입 하지 그래?”하정훈은 곁눈질조차 주지 않고 대답했다.“책 읽는 중이야. 안 먹어.”“책? 그 의학 영문 서적 말이야, 나도 읽기 힘든 건데 네 눈에 들어오긴 해?”그제야 하정훈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는 고추냉이를 곁들인 연어 뱃살을 맛있게 먹고 있는 유경태를 가늘게 뜬 눈으로 훑어보며 입을 뗐다.“이 정도가 읽기 힘들다니, 너 의사 맞아? 실력이 의심되는데. 설마 흉부외과 일인자라는 타이틀도 돈 주고 마케팅해서 얻은 거 아니지?”유경태는 확신했다. 자신이 사레들린 건 고추냉이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하정훈의 말 때문이라는 것을.“내가? 돈 주고 마케팅을 했다고? 너 사람 모욕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나 전공의 8년 하면서 졸업 못 할 뻔했던 거 너도 알잖아!”그는 자신이 8년 동안 얼마나 치열하고 성실하게 공부했는지를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하정훈의 귀에는 전혀 다르게 들린 모양이었다.하정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졸업하는 데 8년이나 걸렸다는 건 네 자질이 평범하다는 증거 아니야? 흉부외과 일인자라는 명성이 허울뿐이라는 걸 네 입으로 증명한 셈인데. 나 같으면 남들한테 절대 말 안 해.”유경태는 이제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 되어 젓가락을 탁자에 내동댕이쳤다.하정훈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경태야, 신은 공평해. 문 하나를 닫으시면 분명 창문 하나는 열어두시거든.”그 말에 유경태는 귀가 솔깃해져 물었다.“창문? 그게 뭔데? 자세히 좀 말해봐. 진짜 적성 찾아서 전업할지도 모르니까.”하정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적어도 네가 먹는 모습만큼은 사람 입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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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하정훈은 얄밉게 구는 유경태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짙은 눈썹을 찌푸린 채 잠시 침묵하던 그는 얇은 입술을 떼려다 이내 관두었다.그럴 기분이 아니었다.“회사에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갈게.”하정훈은 이 한마디만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유경태의 사무실을 나섰다.하정훈의 오만하고도 고귀한 뒷모습을 보며 유경태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송남지, 배짱 한번 두둑하시네. 하 대표를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고 바람까지 맞히다니.’...한편 송남지는 류무영과 온유미를 서경 공항까지 배웅했다.비행기에 오르기 전, 공항 귀빈실에서 온유미는 송남지의 손을 꼭 잡았다.“남지 씨, 다음 달 라쿠는 단풍이 머물고 겨울이 고개를 내미는 참 아름다운 계절이에요. 그때 열릴 선생님과 나의 결혼식에 남지 씨를 초대하고 싶은데, 꼭 라쿠로 놀러 오세요.”송남지는 류무영과 온유미의 결혼 소식을 접한 적이 없었기에 내심 깜짝 놀랐다.아마도 지난번 온유미가 말했던 ‘중요한 결심'이 바로 이 일인 모양이었다.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류무영이 온유미의 말에 눈을 번쩍 떴다. 세월의 흐름 탓에 그의 눈동자는 다소 탁해 보였으나 눈빛만큼은 의아함으로 가득했다.“유미야, 정말 결심한 거야? 전에는 남들이 뭐라고 한마디씩 하는 걸 그렇게 힘들어했잖아.”온유미는 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 화사하게 미소 지으며 조용히 입을 뗐다.“지난번 축하 파티가 끝나고 남지랑 대화를 좀 나눴는데, 군자는 마음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어요. 진심을 일일이 증명할 수 없다면 차라리 마음을 보여주려 애쓰지 않기로 했죠. 대신 행동으로써 그 시기 어린 소문들을 모두 잠재울 생각이에요.”류무영은 그제야 안심한 듯 미소 지었다.사실 그는 온유미에게 정식 아내라는 명분을 만들어주지 못할까 봐 늘 노심초사해 왔다.이 나이에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가 간절히 원하고 자신이 기꺼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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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기사에게 재스민 갤러리로 가 달라 말하고 턱을 괸 채 가을밤 풍경을 감상하려던 찰나, 무언가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송남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행선지를 바꿨다.“기사님, 재스민 말고요.”그녀는 하씨 저택 주소를 댔다.서둘러 휴대폰을 꺼냈다. 아까 공항 귀빈실에서 류무영이 잠시 휴식을 취할 때 방해가 될까 봐 무음으로 설정해 두었던 것이 화근이었다.화면에는 읽지 않은 카톡 메시지가 네다섯 개나 와 있었다.송남지는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제발 하정훈이 아니길.’하지만 원래 두려워하는 일일수록 어김없이 벌어지는 법이다.네다섯 개의 메시지 중 업무 관련 내용은 단 하나도 없었다.전부 하정훈이 보낸 것이었다.[밥은 잘 챙겨 먹었어?][일은 끝났고?][선생님 비행기는 이륙한 거야?][저녁 먹으러 올 거야? 먹고 싶은 거 말하면 미리 준비해 두라고 할게.]송남지의 시선이 마지막 메시지에 머물렀다.정갈하게 적힌 세 글자였다.[송남지.]그 외에 다른 말은 없었다.송남지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고개를 젖히며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몸을 앞으로 숙여 기사에게 말했다.“기사님, 안전에 문제없는 선에서 최대한 빨리 좀 가주세요. 제가 좀 급해서요.”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안전벨트 꽉 매세요!”벨트를 매고 난 뒤에도 송남지는 휴대폰 화면을 보고 또 보았다.몇 초간 고민하던 그녀가 하정훈에게 답장을 보냈다.[미안해요, 무음이라 메시지를 이제야 봤어요.][방금 일 다 끝났고 선생님 비행기도 이륙했어요.][저녁 먹었어요?][아직 안 먹었으면 같이 먹을래요?]그녀는 연달아 네 개의 메시지를 전송했다.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시간이 무심하게 흐를수록 송남지는 하정훈의 노기를 더욱 선명하게 체감했다.단단히 화난 게 분명했다.송남지는 난처한 듯 입술을 깨물며 뒤늦게 후회했다.‘왜 폰 볼 생각을 못 했을까?’점심때 이미 바람을 맞힌 처지에 연락까지 받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정말 큰 일이었다.송남지는 조용한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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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전용기?’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솔직하게 말했다.“오 대표님, 농담 마세요. 전용기 같은 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오지훈도 장난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예전에 하정훈은 늦가을이나 초겨울만 되면 무봉산에 가서 온천욕을 즐기곤 했죠.”“온천요?”송남지는 그 말을 되뇌며 잠시 고민했다.“감사해요, 오 대표님. 바쁘신데 실례 많았습니다.”전화를 끊은 송남지는 저택에 도착했다.평소보다 고요한 분위기였다.송남지가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지만 그곳 역시 적막했다.거실엔 아무도 없었고 식탁엔 식사한 흔적조차 없었다.송남지는 이미란을 찾아 물었다.“정훈 씨는 식사했나요?”이미란은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저었다.“입맛이 없다고 하시더니, 돌아오셔서 줄곧 서재에만 계시네요.”송남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녀는 거실에 잠시 앉아 오지훈이 말했던 그 온천을 찾아냈다.고객센터에 전화를 거니 가장 비싼 프라이빗 스파만 남았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송남지는 망설임 없이 예약을 확정했다.전화를 마친 그녀는 그제야 2층 서재로 향했다.서재 안은 정적이 감돌아 밖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미란 이모는 분명 하정훈이 서재에 있다고 했는데.’찰나의 의구심을 뒤로하고 그녀는 서재 문을 두드렸다.“정훈 씨, 안에 있어요?”한참이 지나서야 안에서 반응이 왔다.“있어.”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송남지가 천천히 문을 열자 정면을 응시하며 앉아 있는 하정훈의 모습이 보였다.엄숙한 표정의 그의 곁에는 방금까지 검토한 듯한 서류들이 놓여 있었다.눈이 마주친 순간 하정훈이 먼저 입을 뗐다.“왔어?”먼저 말을 건넸음에도 그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고저도 없었다.그저 무미건조한 인사일 뿐이었다.갑작스러운 냉담함에 송남지는 좀처럼 적응하기 힘들었다.타인 앞에서의 하정훈은 늘 이런 태도였지만, 그녀 앞에서만큼은 달랐기 때문이다.송남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하정훈을 향해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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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하정훈은 거리감을 두며 대답했다.“입맛 없어. 배고프면 미란 이모한테 차려 달라고 해.”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축객령이라도 내리듯 덧붙였다.“보다시피 처리해야 할 서류가 아주 많아.”그의 의사는 더할 나위 없이 명확했다.송남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입을 뗐다.“무봉산 프라이빗 온천 예약해 뒀어요. 집에서 입맛 없으면 거기 가서 먹어요.”‘무봉산 온천이라고? 남지가 그런 곳을 어떻게 알지?’서경에 온천이 한두 군데도 아닌데, 우연히 고른 곳이 하필 무봉산일 리가 없었다.하정훈은 시선을 내리깐 채 책상 위에 쌓인 서류 뭉치를 가리켰다.“이것들 오늘 밤까지 전부 확인하고 결재해야 해. 안 그러면 스케줄 꼬여.”그는 송남지의 제안을 명확히 거절했다.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오히려 그가 수락한 것으로 생각했는지 목소리 톤을 높이며 대꾸했다.“알았어요. 일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릴게요. 너무 늦어지면 기사님은 먼저 퇴근시킬게요. 무봉산은 금방 가니까 다 끝나면 제가 직접 운전해서 가면 돼요.”그녀는 혼자서 이것저것 재잘거리며 준비하더니 만족스러운 듯 서재를 나섰다.나가면서 한마디 말까지 덧붙였다.“배고파지면 말해줘요. 옆방 작은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문이 닫히고 나서야 하정훈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그는 짙은 눈썹을 확 찌푸렸고 가슴속에 억눌러왔던 서운함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바람을 맞힌 것도, 친구 앞에서 망신을 당한 것도 다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속상한 건 그 수많은 메시지 중 단 하나에도 답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메시지 한 줄 보낼 틈도 없을 만큼 그렇게나 바빴던 걸까?’그 답장 하나 때문에 그는 오후 내내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말이다.지금 하정훈은 무봉산에 가서 밥을 먹거나 온천을 즐길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그는 고개를 숙여 쌓여 있는 서류 뭉치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법이었다.하정훈이 뻐근한 목 뒤를 문지르며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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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인기척에 송남지가 번쩍 눈을 떴다.애초에 깊이 잠들지 못했던 탓이다.눈을 뜨자마자 소파 곁에 서 있는 하정훈이 보였다.송남지는 졸음이 가시지 않은 눈을 비비며 미안한 듯 말했다.“요즘 일이 많아서 제대로 못 잤더니 나도 모르게 잠들었나 봐요.”그녀가 몸을 일으켰다.“일 다 끝났어요? 그럼 우리 밥 먹으러 가요.”하정훈이 눈썹을 모으며 되물었다.“너, 점심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은 거야?”송남지는 고민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네.”류무영을 공항까지 배웅하고 돌아온 뒤로 줄곧 2층에서 그가 일을 마치고 함께 식사하러 가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하정훈의 눈동자에 안타까움이 스쳤다.그가 손을 내밀자 송남지는 자연스럽게 그 손을 잡으며 생긋 웃어 보였다.“일 끝났으면 지금 당장 출발해요!”하정훈이 벽에 걸린 시계를 가리켰다.“지금이 몇 시인지나 봐.”송남지가 고개를 들어 확인하니 어느덧 자정이 넘어 있었다. 그녀가 웃음을 잃지 않고 말을 이었다.“조금 늦긴 했지만 밤 나들이라고 생각하면 되죠. 마침 무봉산은 이맘때 밤하늘 별이 그렇게 밝다던데, 가서 별구경도 하고 좋잖아요.”신이 난 그녀의 모습에 하정훈은 손을 꽉 쥐며 말했다.“그럼 가자.”깊은 밤, 하씨 저택은 고요함에 잠겨 있었지만 두 사람은 맞잡은 손을 흔들며 차고로 향했다.송남지가 운전대를 잡으려 하자 하정훈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내가 할게.”“정훈 씨 피곤하잖아요. 난 아까 자서 생생한데.”하정훈이 곧바로 대답했다.“남지야, 내가 살아있는 한 넌 조수석에서 노래나 듣고 풍경 보면서 쉬기만 하면 돼.”그 말에 송남지는 홀린 듯 운전석을 양보했다.차에 타려던 하정훈은 돌연 마음을 바꿔 SUV 한 대를 새로 골랐다.“별 보러 갈 땐 이 차가 딱이야.”송남지는 차에 타고서야 하정훈이 왜 이 차가 적당하다고 했는지 이해했다.커다란 선루프와 완전히 눕혀지는 시트까지, 과연 별 보기에 최적이었다.차는 시동을 걸고 깊은 밤의 무봉산을 향해 달렸다.“지훈이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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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을 거침없이 건네다니. 남자의 휴대폰엔 온갖 비밀이 숨겨져 있다던데...’송남지는 뜨거운 감자를 쥔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며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그 순간, 휴대폰 화면 위로 메시지 알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송남지는 괜히 잘못 터치했다가 내용을 보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그녀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하정훈에게 돌려주며 말했다.“메, 메시지 왔는데요.”하정훈은 힐끗 폰을 보더니 무심하게 대답했다.“어. 나 운전 중이니까 네가 대신 봐줘.”송남지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의심했다.‘나더러 보라고?’하정훈은 다시 휴대폰을 그녀의 손에 밀어 넣었다.뜨거운 감자가 다시 돌아왔다.송남지는 고개를 숙여 카톡 화면으로 전환했다.업무상의 메시지들이었다.송남지는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메시지를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하정훈에게 전달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하정훈은 메시지를 듣고 눈썹을 치켜세웠다.“주 대표에게 음성 메시지 하나 보내줘. 우리 무봉산으로 휴가 가니까 업무 건은 내 비서에게 연락하라고 해.”송남지는 자신을 가리키며 물어보았다.“제가요?”하정훈은 좌우를 살피며 말했다.“너 말고 또 누가 있어? 무섭게 왜 그래.”송남지는 고개를 저었다.확실히 그녀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녀는 어색함을 무릅쓰고 주 대표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그쪽에서는 메시지를 받자마자 빠르게 답장을 보내왔다.[두 분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나중에 사모님께서 허락하신다면 꼭 식사 대접을 하고 싶군요.]송남지는 상대방이 보낸 메시지를 곤혹스럽게 쳐다보았다.하정훈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기회 줄 거야?”송남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답했다.“나... 시간 없어요.”그 대답에 하정훈의 입가에는 미소가 더욱 선명해졌다.“시간 없는 게 당연해. 아무나 우리랑 밥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차는 완만하게 서경 도심을 벗어났다.도심을 벗어나자 초록빛이 더욱 짙어졌지만, 밤이라 시야가 좋지 않아 풍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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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송남지가 후회와 자책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주변에서 기척이 느껴졌다.한 줄기 밝은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식당 문이 열렸고 그 빛은 식당 앞의 모감주나무를 환하게 비추었다.이맘때의 모감주나무는 분홍빛 꽃을 피워 달빛 아래에서 신비로운 존재감을 뽐냈다.송남지는 감탄하며 추측했다.“설마 식당 오픈 시간이 지금인 건 아니겠죠?”하정훈이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글쎄, 그럴지도?”송남지는 설레는 마음으로 차 문을 열고 내려 식당 입구로 달려갔다. 그리고 안쪽의 불빛을 향해 손을 흔들며 물었다.“안녕하세요! 혹시 지금 식사 되나요?”불을 켜던 사장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됩니다.”답을 들은 송남지는 다시 차로 달려와 운전석 창문에 매달려 아이처럼 기뻐하며 외쳤다.“정훈 씨! 아직 영업한대요!”하정훈은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답했다.“그래.”그는 차 문을 열며 다정하게 덧붙였다.“조심해, 손 끼일라.”송남지는 창문에 기대고 있던 팔을 거두고 운전석 옆에 반듯하게 서서 그를 기다렸다.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가득했다.차에서 내린 하정훈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감상했다.모감주나무 아래 서 있는 그녀는 흐드러진 분홍빛 꽃송이들보다 훨씬 눈부시게 빛났다.“그렇게 좋아?”하정훈이 나직하게 물었다. 마치 혼잣말처럼 낮은 속삭임이었다.송남지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이 순간보다 더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요?”그녀는 하정훈의 손을 꼭 잡고 식당으로 이끌었다.“빨리 가요. 너무 늦어서 사장님이 마음 바꾸시면 어떡해요!”하정훈은 여유롭게 그녀의 걸음에 맞췄다. 그는 사장이 그들을 위해 특별히 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그러니 사장이 마음을 바꿀 리는 만무했다.이곳은 무봉산에서도 손꼽히는 맛집으로 제철 식재료에 따라 메뉴가 정해지며 예약조차 하늘의 별 따기인 곳이었다.그들이 저택에서 출발했을 때 이미 영업은 종료된 상태였다. 하정훈은 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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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그녀가 놀란 듯 물었다.“갑자기 왜 웃어요? 좋은 일 있어요?”하정훈은 얼른 입꼬리를 내리고 송남지를 빤히 바라보았다.그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경치가 좋아서 힐링 되는 기분이라 그래.”하정훈은 자신의 속마음에 담긴 소소한 감동을 솔직히 털어놓지 않았다.그러면 너무 가벼워 보일까 봐 나름대로 무게를 잡은 것이다.송남지는 그 말에 뛸 듯이 기뻐했다.그녀는 자부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하정훈이 그렇게 말해준 건 그녀의 데이트 코스가 성공적이었다는 뜻이었으니까.그때 식당 사장이 메뉴판을 들고 다가왔다.하지만 그는 하정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전화를 받았을 때 상대방이 성은 그룹의 대표가 직접 식사하러 올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성은 그룹의 수장 같은 인물은 평범한 사람들이 좀처럼 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식당 사장은 마치 연예인을 보듯 하정훈을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았다.마침내 하정훈이 고개를 들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저기,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식당 사장은 그제야 자신의 무례함을 깨닫고 급히 시선을 거두며 해명했다.“아니요, 전혀 아닙니다! 그저 인물이 너무 출중하셔서 저도 모르게 계속 보게 되었네요.”송남지도 눈을 들어 하정훈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식당 사장이 왜 그토록 넋을 잃고 쳐다봤는지 갑자기 이해가 갔다.이런 외모는 연예계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이었다.하정훈의 잘생김은 상대를 압도하는 공격적인 매력이 있었다.짙은 눈썹과 날카로운 눈매, 완벽한 각도의 콧날까지. 그의 외모는 그가 가진 카리스마만큼이나 강렬했다.하정훈은 시선을 거두었다. 그는 낯선 사람이나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빤히 쳐다보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송남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괜찮았다. 아내가 남편을 보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었고 그는 그것을 즐겼다.약 30초가 지난 뒤 하정훈이 헛기침을 했다.“남지야, 나만 보지 말고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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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식당 사장은 송남지의 어색하고 불편한 기색을 알아차리고 능숙하게 이끌었다.“사모님은 대표님 쪽으로 좀 더 붙어보세요. 네, 대표님은 사모님 허리를 감싸 안으시고요. 네, 좋습니다, 바로 그거예요!”하정훈이 송남지의 한 손에 잡힐 듯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나직하게 물었다.“왜 이렇게 긴장해? 웬만한 자리에도 눈 하나 깜빡 안 하던 사모님께서?”송남지 자신도 조금 의아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가 왜 사람들 앞에서의 키스 한 번에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오르고 숨조차 쉬기 어려운건지 말이다.심장은 이미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자, 대표님! 이제 키스해 주세요!”식당 사장의 신호에 송남지가 고개를 들자 하정훈의 얇은 입술이 다가왔다. 약간 차가운 감촉의 입술이 살며시 닿자 긴장과 부끄러움 너머로 예상치 못한 편안함이 밀려왔다.그것은 결코 가벼운 입맞춤이 아니었다.이 키스는 식당 사장이 사진 촬영을 마치고 자신의 촬영 기법을 감상하고 있을 때까지도 끝나지 않았다.“와, 비주얼이 워낙 좋으시니 막 찍어도 화보네요. 역시...”말을 하던 사장이 고개를 들고는 멈칫했다. 두 사람이 여전히 서로에게 깊게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하정훈은 송남지의 허리를 단단히 받쳐 든 채 그 순간을 놓아주지 않았다.처음엔 주변을 의식하던 송남지도 어느덧 정신이 아득해져 그저 그가 이끄는 대로 깊이 침잠해 갔다.식당 사장도 이 이벤트에서 이토록 정열적인 키스를 본 건 난생처음이었다.식사를 마친 후, 식당 사장이 사진을 들고 찾아왔다.원목색의 액자는 평범하기 그지없었으나 그 속의 사진만은 유독 눈길을 사로잡았다.송남지가 사진 속 두 사람을 바라보니 하정훈의 품에 안긴 자신이 유독 가냘파 보였다. 감싸 안긴 허리는 하정훈의 복부에 단단히 밀착되어 있었다.고개를 치켜든 그녀의 모습은 마치 무언가를 더 갈구하는 듯했다.계산할 때 송남지가 휴대폰을 꺼내자 식당 사장이 말했다.“하 대표님께서 이미 결제했습니다.”심지어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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