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72화

Author: 은지아
양서진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찌는 듯한 더위에 모두가 지쳐서 쉬고 싶어 하는데, 송 선배는 굳이 일을 끝마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재능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지만 남들이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려면 남들이 견딜 수 없는 끈기가 필요한 법이었다.

양서진은 한숨을 내쉬며 시원한 물 한 병을 들고 송남지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송남지의 얼굴은 이미 오색찬란한 물감으로 얼룩덜룩했다. 마치 송남지가 그린 판다와 똑같았다.

“선배님, 잠깐만 쉬면서 물이라도 드세요. 땀을 너무 많이 흘리셔서 탈수라도 오면 어떡해요? 저 책임 못 져요.”

송남지는 물병을 받아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거의 한 병을 다 비울 기세였다.

양서진은 벽에 그려진 그림을 감탄하며 칭찬했다.

“역시 서경 미대의 모네는 다르네요. 빛과 그림자의 조화가 정말 환상적이에요! 그리고 이 아기 판다가 대나무를 먹는 모습은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죠?”

양서진의 칭찬에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가면을 쓴 남편   제740화

    화동 공항.송남지는 옆에 놓인 초고가 명품 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가방 안의 과자 부스러기는 이미 그녀가 말끔히 털어낸 뒤였다.그날 가장 잘한 결정이 있다면 바로 이 가방을 챙겨 나온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가방 안에는 여권을 비롯한 각종 신분증이 들어 있었고 덕분에 박재용이 죽어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가 있는 병원으로 곧장 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항에 앉아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인파를 바라보며, 송남지는 문득 이 모든 것이 그저 기나긴 악몽은 아닐까 생각했다.하정훈과 연락이 끊긴 일부터 지금 박재용의 끔찍한 상태를 알게 된 것까지.만약 이 모든 게 그저 깨어날 수 있는 악몽일 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곁에 있던 천남현은 그런 송남지를 몇 초간 지켜보더니 입을 열었다.“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으니 안 그래도 차가운 분위기가 더 얼어붙네요. 저조차 섣불리 다가가지 못할 만큼요.”자신이 평정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은 송남지는 황급히 옅은 미소로 표정을 꾸며냈다.그러자 천남현이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그렇게 웃으니 훨씬 낫군요.”말을 마친 그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제 비행기도 곧 이륙할 시간입니다...”송남지가 지체 없이 대답했다.“네, 얼른 가보세요. 비행기 놓치지 마시고요.”천남현이 떠나고 곁의 빈자리가 남겨지자, 송남지는 그제야 억눌렀던 감정이 무너지며 민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지현은 그녀와 박재용 사이를 이어준 일종의 연결 고리였고 그들 세 사람은 모두 예전에 재스민에서 한솥밥을 먹던 직장 동료이자 친구였다.민지현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송남지의 전화에 적잖이 당황했다.그녀가 아는 송남지의 근황이라곤 남쪽 도시로 떠났다는 사실이 전부였다. 평소 송남지는 SNS도 업데이트하지 않은 채 카톡 답장도 거의 하지 않고 지냈기 때문에 민지현은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하고 지내던 참이었다.그래서 뜬금없이 걸려 온 전화에 덜컥 긴장부터 솟구쳤다.“남지 씨, 무슨 일 생겼어요?”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 가면을 쓴 남편   제739화

    죄책감에 휩싸인 송남지의 낯빛을 응시하던 천남현의 입술 사이로 불쑥 의문이 새어 나왔다.“송남지 씨에게 박재용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입니까?”스스로를 냉혈한이라 여기는 천남현은 가족이나 자신이 아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타인의 생사 따위엔 도통 관심이 없었다.그렇기에 박재용 같은 인물이 송남지의 마음속에 이토록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할 뿐이었다.“재용 씨는 제 친구인데 당연히 저한테 중요한 사람이죠!”송남지가 천남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천남현 역시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송남지는 길을 잃은 사람처럼 휴대폰을 쥐고 허둥지둥 누군가의 번호를 찾았지만, 정작 통화 버튼을 누를 대상을 찾지 못한 채 방황했다.짧은 침묵 끝에 그녀의 손끝이 향한 곳은 여 관장의 번호였다.“오빠, 며칠 휴가를 좀 써야 할 것 같아요.”여준휘는 긴말을 덧붙이거나 무슨 일인지 캐묻지도 않고 흔쾌히 대답했다.“그래. 괜찮아. 서면으로 휴가계만 올리고 며칠 쉴 건지만 적어둬.”휴가 허락을 받아낸 송남지는 다시 천남현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그녀는 자신의 뜻을 단호히 밝혔다.“천 대표님, 저 베리히에 가서 재용 씨를 직접 만나보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 재용 씨와 연락이 닿지 않으니, 막상 베리히에 도착해도 만날 방법이 묘연하잖아요. 그래서 묻고 싶은데, 혹시 재용 씨가 어느 병원에 있는지 아시나요?”천남현은 그녀의 이런 돌발 행동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고작 친구일 뿐인데 굳이 베리히까지 날아가는 수고로움을 감내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송남지에게 그 최고급 사립 병원의 이름을 알려주었다.“수리스의 성루이아 병원입니다. 베리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수준 높은 최고급 사립 병원이자 그가 있는 곳이죠.”송남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휴대폰 잠금을 풀었다.그리고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곧장 수리스로 향하는 항공권을 결제했다.다행히 예전에 윤해진과 인타리 여행을 가려고 ETIAS를 받아둔 덕분에 추가로 승

  • 가면을 쓴 남편   제738화

    송남지는 이렇게 빨리 찾을 수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박재용은 거의 석 달 동안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기 때문이다.그녀의 눈동자에 미세한 빛이 일었다.“찾았어요? 그렇게 빨리요?”천남현은 짐짓 으스대는 말투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누구 손을 거친 건데 그러세요.”송남지는 새삼 실감했다. 때로 권력과 지위는 곧 실행력이라는 사실을.천남현은 호텔 밖으로 거의 나가지도 않았음에도 박재용의 행방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럼 지금 어디 있나요? 라인국으로 돌아간 건가요? 전화를 해도 안 받던데, 번호랑 계정을 다 바꾼 걸까요?”천남현은 고개를 저었다.“라인국엔 없습니다. 그의 행방을 찾은 건 참 다행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다네요.”송남지는 그의 말을 곧장 소화하지 못했다.“안 좋다니요? 그게 무슨 의미죠?”“말 그대로입니다.”천남현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박재용은 지금 베리히의 병원에 있어요. 생명이 위급한 상황입니다.”운전대를 잡고 있던 송남지의 온몸이 일시에 마비되는 듯한 충격이 몰려왔다.이대로는 위험하다는 본능적인 판단에 그녀는 차를 갓길로 몰아세웠다.과태료를 무는 것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이 통제 불능의 상태로 운전을 계속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낼 것만 같았을 뿐이었다.“병원에 있다니요? 위급하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예요? 농담하지 말아요!”송남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천남현을 바라보며 그의 얼굴에서 농담의 흔적이라도 찾아보려 애썼다.하지만 천남현은 그 어느 때보다 서늘하고 진지했다.그 엄숙함이 송남지가 붙들고 있던 실낱같은 희망을 가차 없이 끊어냈다.한참 동안 정적이 흐른 뒤, 송남지는 사시나무 떨듯 물었다.“그 말이 정말인가요... 박재용이 정말 곧 죽는다는 건가요?”“일단 내려요. 내가 운전하죠.”넋을 잃고 조수석으로 옮겨 탄 송남지는 차가 다시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음에도 경악과 회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온

  • 가면을 쓴 남편   제737화

    송남지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이내 힘없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진심으로 좋아하니까 그렇게 떠들썩하게 티를 내는 걸지도 모르죠.”천남현은 은근슬쩍 속을 긁었다.“그 말인즉슨, 하정훈이 예전에는 그쪽을 안 좋아해서 그렇게 꽁꽁 숨기고 다녔다는 뜻입니까?”송남지는 팍 인상을 쓰며 천남현을 정색하고 쳐다보았다.“저기요, 저는 대표님을 도와드린 거지, 피해를 드린 건 아니지 않습니까? 어째서 자꾸 하시는 말씀마다 가시가 박혀 있는 거죠?”천남현은 꿍꿍이를 들킨 사람마냥 뻘쭘하게 웃어넘겼다.“미안합니다. 제가 남의 사생활에 관심이 좀 많은 편이라서요.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진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니까.”송남지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남의 일에 그렇게 관심 많은 분인 줄 미처 몰랐네요.”천남현은 마음속으로 가만히 뇌까렸다. ‘전에는 송남지한테 털끝만큼의 호기심도 없었으니 당연히 관심도 없었지. 그런데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이 여자, 은근히 매력 있단 말이야.’주최 측은 송남지에게 호텔을 잡아주고 작업실을 마련해 주었으며 작품 복원에 필요한 재료들까지 한가득 구매해 두었다.천남현은 송남지를 힐튼 호텔까지 바래다주고는 자신의 일정을 알렸다.“전 화동에 이틀 정도 머물 생각입니다. 남지 씨가 작업 다 끝내면 그림 챙겨서 곧장 서경에 돌아가려고요.”꼬박 이틀 동안, 송남지는 주최 측이 내준 작업실에 아예 뼈를 묻다시피 했다.미술품 복원은 인내와 세밀함, 끈기를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극도로 정교한 작업이자, 깊이 있는 회화적 기본기가 전제되어야 하는 일이었다.불행 중 다행으로 송남지는 그 모든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정통 미술 교육을 받아 백 화백의 화풍에 대한 이해까지 남달리 깊었던 덕에, 그녀는 단 이틀 만에 훼손된 그림을 완벽히 복원해 낼 수 있었다.주최 측은 크게 기뻐하며 윤양 전시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심지어 송남지에게 화동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며 스카우트 제의까지 건넸다.“송 선생님 같은 인재가 윤양에서 썩

  • 가면을 쓴 남편   제736화

    서경 번호판을 단 벤틀리는 화동 어디에 세워두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하물며 북적이는 유명 디저트 가게 앞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가게 앞을 빙 둘러싼 엄청난 대기 줄을 보며 송남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이거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돼요?”하지만 그 말이 무섭게 제복을 입은 가게 직원이 최고급으로 포장된 디저트 박스를 들고나왔다. 그걸 본 순간, 송남지는 자신이 천남현이 뼛속까지 재벌 2세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음을 깨달았다.예쁘게 포장된 파이가 뒷좌석에 조심스레 놓였을 때, 송남지는 잠시 머뭇거렸다. 당장 꺼내야 할 말을 두고 속으로 꽤나 갈등하는 기색이었다.그 기류를 단번에 읽어낸 천남현이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보통 사람들이 나한테 아쉬운 소리 할 때 딱 그런 표정을 짓던데요. 나한테 이렇게 큰 신세를 지워 놓고 새삼스럽게 뭘 그렇게 눈치를 봅니까?”송남지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역시 귀신같이 아시네요. 맞아요, 부탁할 게 하나 있어요.”“뭔지 들어나 봅시다.”천남현은 송남지가 꺼낼 얘기가 당연히 하정훈과 얽힌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막상 그녀의 입을 빠져나온 건 하정훈과는 일절 관련이 없는, 전혀 다른 남자의 이야기였다.“제 친구 중에 라인국에서 온 박재용이라고 있어요. 들어보셨을 수도 있는데, 그 친구 행방을 좀 알아봐 주셨으면 해서요. 아예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 같거든요.”천남현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그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박재용? 예전에 재스민이랑 계약했던 그 어린 화가 말입니까? 나중에 무슨 예능에 나와서 확 떴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사람을 못 찾겠다고요?”송남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지난번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눈 뒤로 박재용은 그야말로 종적을 감췄다.지금까지 무슨 수를 써도 연락이 닿질 않으니, 마음 한구석에서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던 것이다“알겠습니다. 정 찾고 싶다니 내가 한번 알아보죠. 그런데 하나만 물어봅시다. 이미 재스민에서 손 뗐으면서 대체 왜

  • 가면을 쓴 남편   제735화

    천남현도 굳이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사실 전 장미 파이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그냥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거니까 서경에 좀 가져가 볼까 싶어서요.”송남지는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좋아하는 여자분이 서경에 계신가요?”천남현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그림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거예요. 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 다 해주고 싶거든요.”송남지가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천 대표님은 참 좋은 남자네요.”예전에는 한 남자도 그녀를 위해 그렇게 해 주겠노라 약속했었다.하지만 모든 것은 한순간에 변해버렸다.천남현은 조금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제가 너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복원 작업을 맡기신 것 같아 사과드리고 싶었습니다.”사과가 나오기도 전에 송남지가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천 대표님이 좋아하든,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든 상관없어요. 전 그저 입은 은혜를 갚으려는 것뿐이니까요. 덕을 보는 사람이 천 대표님이면 그걸로 충분합니다.”천남현이 주차장을 빠져나가며 물었다.“언제 저한테 은혜를 입으셨다고 그러세요?”송남지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까 저 대신 화풀이 해 주셨잖아요. 정말 감사했습니다.”그제야 천남현은 무언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 일을 말씀하시는 거였나요?”화동에서 이틀 더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에 송남지는 여준휘에게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화를 걸기도 전에 여준휘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남지 씨, 진 선생님한테 방금 전화가 왔었어. 남지 씨가 큰 도움을 줬다면서 우리 전시관에 장기 파트너십을 제안하더라고. 이번에 아주 큰 공을 세웠으니 보너스 두둑이 챙겨줘야겠어...”“관장님,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어요. 제가 진 선생님 부탁으로 그림 한 점을 복원해 주기로 해서 화동에서 이틀 정도 더 머물러야 할 것 같은데, 전시관 업무는...”“그건 걱정 말아. 내가 완벽하게 조치해 뒀으니까 그쪽 일에만 전념하도록 해. 우리 전시관이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따낸 적이 없었는데, 오

  • 가면을 쓴 남편   제480화

    송남지는 당황했다. 하정훈의 목소리에서 이토록 절절한 슬픔과 상처받은 진심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그의 말은 추궁이라기보다 서글픈 혼잣말에 가까웠다.송남지는 순간 말문이 막혔고 몇 초가 지나서야 간신히 대답을 찾아냈다.“요즘 갤러리에 일이 너무 많아서요. 겨울 전시회 준비가 생각보다 늦어져서...”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아도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다.하정훈은 30초가량 깊은 침묵에 빠졌다.송남지는 통신 상태가 좋지 않은가 싶어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여보세요? 제 목소리 들려요?”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즉각 대답

  • 가면을 쓴 남편   제501화

    박재용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내가 그림 그리느라 고생한 건 알아서 밥 사주러 온 거예요?”이것이 송남지가 말한 서프라이즈인 걸까? 놀라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분이 조금 좋아진 건 사실이었다. 송남지는 여전히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박재용의 의자를 빼주었다.“여기 앉아요. 풍경이 좋거든요. 근사한 경치를 보면서 섬세한 요리를 즐기다 보면 기분도 훨씬 좋아질 거예요.”박재용은 흔쾌히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아는 송남지라면 분명 무언가 부탁할 게 있어서 금쪽같은 시간을 내주었을 터였다.평소의 송 관장님은

  • 가면을 쓴 남편   제503화

    “재용 씨, 최근 방송국에서 제안 온 예능 프로그램이 있는데 재용 씨가 출연해 줬으면 해요. 첫 방송 시기가 마침 겨울 전시회 직전이라 그렇게만 되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재용이 벌떡 일어났다.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며 송남지를 노려보았다.“고작 방송 하나 시키겠다고 엄가을 씨까지 이용한 거 거예요? 송 관장님, 갤러리 사업을 위해서라면 정말 못 할 짓이 없으시네요! 계약서에 명시했잖아요. 난 재스민을 빛내줄 들러리 노릇 따위 안 한다고. 내 일은 오직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에요!”이것은 화가로서 그가 지키

  • 가면을 쓴 남편   제496화

    어젯밤 기력을 너무 소진한 탓인지 송남지는 우유 한 잔을 가득 비워냈고 아침 식사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었다.하정훈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송남지가 햄스터처럼 만두를 입안 가득 밀어 넣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작은 얼굴에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다.송남지는 입을 다물고 오물오물 씹다가 고개를 들자마자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하정훈의 시선과 마주쳤다.그녀는 웃으며 입안의 음식을 다 삼킨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 눈빛 보니까 어릴 때 생각나네요. 우리 엄마가 딱 그런 눈으로 내가 밥 먹는 걸 지켜보셨는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