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가면을 쓴 남편: Bab 191 - Bab 200

398 Bab

제191화

그녀는 완벽한 사모님 포스를 내야 했다.고개를 들자 송남지의 눈망울은 촉촉한 안개로 가득 차 끈적하게 비단결 같았다.그녀는 거침없이 두 손을 뻗어 하정훈의 어깨에 올리고 발꿈치를 들어 올려 정확하게 하정훈의 얇은 입술을 포획했다.은은한 박하 향이 상쾌하고 깔끔하게 코끝을 간질였고 맞닿은 입술은 곧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짧은 입맞춤 후, 송남지는 아쉬움이 가득한 하정훈을 보며 책에서 본 대로 한 손으로 그의 탄탄한 복근 위를 부드럽게 쓸었다.“원해요?”세 글자에 하정훈은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남지는 지금 나를 유혹하고 있는 걸까? 이럴 필요 없는데. 남지가 그저 손짓만 해도 나는 충분히 넘어갈 텐데.’하정훈은 그녀의 손길에 온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원해.”송남지는 먼저 하정훈의 손을 잡고 그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옷을 풀게 했다.하정훈은 손에 들린 실크 같은 끈을 내려다보았다. 끈을 살짝 잡아당기자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부드러운 옷이 눈꽃처럼 흩날리며 흘러내렸다.하정훈의 심장이 쿵쾅거렸고 온몸에 피가 솟구치는 듯 숨이 가빠졌다.“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난 이런 수법에는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단 말이야.”송남지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의 귓가에 바싹 붙어 물었다.“마음에는 들어요?”하정훈은 온몸이 달아올라 충성스러운 강아지처럼 송남지에게 대답했다.“좋아, 너무 좋아.”송남지는 최보라가 알려준 방법이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최보라는 그녀에게 그 이후를 그녀의 작은 체구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경고해주지 않았다.끝없이 이어지는 밤이었다. 둥근 달이 높이 떠올랐다.송남지는 자신의 애원이 몇 번째인지 잊어버렸다.하지만 여전히 소용이 없었다.달마저 검은 안개에 가려지고 나서야 하정훈은 모든 것을 끝맺었고 그녀가 추울까 봐 황급히 명주 이불을 덮어주었다.송남지는 조금 더워 이불을 걷으려 했지만 하정훈이 붙잡았다.“방금 너무 격렬했잖아. 지금 찬 기운을 쐬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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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허상미의 배가 점점 불러오자 윤해진은 서경에서 가장 비싸고 유명한 산후조리원을 예약하고 허상미와 함께 그곳으로 이사했다.손윤영 역시 허상미 배 속의 아이를 몹시 신경 썼다. 그녀는 원래 그 산후조리원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무슨 산후조리원 비용이 2억이나 한단 말인가.하지만 출산이 임박하자 이제 와서 뭘 어쩔 수도 없어 손윤영은 그냥 눈감아주기로 했다.오늘 그녀는 특별히 윤해진과 허상미를 산후조리원에 데려다주기까지 했다.허상미가 윤씨 저택의 물건을 다 가져갈 기세로 이것저것 챙겼지만 손윤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자만 낳아준다면 뭔들 못 해주겠는가.허상미는 산후조리원에 도착하자마자 불룩한 배를 하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마지막에는 윤해진과 손윤영을 끌어 함께 사진을 찍었다.윤해진과 손윤영 역시 억지로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했다.사진을 다 찍고 나서야 윤해진은 입을 열었다.“상미야, 이젠 출산이 임박하는데 많이 돌아다니는 건 좋지 않아. 아까 사진 찍을 때 보니까 계단이 있었는데, 못 봤지? 넘어지면 큰일 나.”허상미는 이를 윤해진이 자신을 걱정하는 증거로 받아들이고 입이 찢어지도록 웃었다.“이렇게 행복한데 당연히 네티즌들과 공유해야지.”손윤영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허상미가 자랑을 하든 말든 윤씨 가문이 며느리에게 후하다는 평판을 얻을 수만 있다면 괜찮았다.허상미는 사진을 찍고 바로 앱에 자랑하려 했지만 앱을 열자마자 송남지의 그림으로 도배된 것을 보았다.윤해진은 고개를 숙여 허상미의 휴대폰을 보며 물었다.“뭐 하느라 그렇게 오래 걸려?”허상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온라인에 쏟아지는 송남지에 대한 칭찬과 찬사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이게 어떻게 가능해? 몇 년 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잖아?”송남지 이야기가 나오자 손윤영은 바로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 볼수록 기분이 나빠졌다.마지막에는 퉁명스럽게 휴대폰을 허상미에게 돌려주었다.“벽화일 뿐인데, 요즘 네티즌들은 뭘 제대로 본 적이 없나 봐. 저런 걸로 호들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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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송남지가 지금 밖에서 딴 놈들이랑 놀아나는 거 몰라? 네 마누라인데 단속 좀 제대로 해!]하정훈은 막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윤해진에게서 온 메시지를 발견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드물게 심한 욕설을 내뱉었다.[병신.]윤해진은 답장으로 온 두 글자를 멍하니 바라봤다. 격앙된 어조로 반격하려던 찰나, 허상미가 그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찔리는 마음에 얼른 휴대폰을 집어넣었다.하지만 속으로는 되뇌었다.‘송남지, 네가 부디 몸을 깨끗하게 간수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윤씨 가문으로 돌아오는 건 꿈도 꾸지 마. 밖에서 후회하며 울게 될 거야!’송남지는 승무원이 건네주는 과일 주스를 받아 마시다가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하정훈은 휴대폰을 집어넣고 적절한 타이밍에 휴지를 건네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어젯밤에 이불 제대로 안 덮고 잤어?”송남지는 그제야 어젯밤에 이불을 몇 번이나 걷어찼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야 옆에 있는 남자가 너무 꽉 껴안아서 그런 거 아니겠어? 너무 더워서 어쩔 수 없이 이불을 걷어찼던 거지.’비행하는 동안 하정훈은 남성 하씨 가문의 친척들을 꼼꼼하게 소개해 주었다.“삼촌이 사업 때문에 워낙 바쁘셔서 동생 슬기를 잘 챙기지 못했어. 그래서 애가 성격은 나쁘지 않은데, 혼자 너무 제멋대로인 면이 있어. 혹시라도 불편하게 하거나 무례하게 구는 점이 있다면, 주저 말고 나에게 바로 말해줘. 내가 너를 편하게 해줄게.”송남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하정훈의 말이 너무 재미있었던 것이다. ‘나를 편하게 해준다니, 무슨 뜻일까?’그녀는 나긋하게 말했다.“정훈 씨, 저도 어린애 아니잖아요. 일일이 쪼르르 달려가서 고자질하는 건 딱 질색이에요. 게다가 하슬기는 신부이고 주인공인데 제가 손님 입장에서 좀 참으면 되죠.”하정훈은 갑자기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남지야, 내 옆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굽힐 필요 없어.”송남지는 잠시 멍해졌다. 그녀는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좀 더 부드럽게 대처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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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여자는 송남지를 쳐다보지 않고 하정훈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하지만 불쾌감을 주지는 않았다.그녀는 몇 초 동안 바라보다 시선을 거두고 신경질적인 하슬기를 부드럽게 달랬다.“슬기야, 오늘은 네가 신부가 되는 날이야. 그런 사람 때문에 화내지 마. 어쩌면, 그 여자는 네가 결혼식에서 망신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지도 몰라.”하슬기는 여자의 말을 잘 따르는 듯했다. 금세 기분이 풀린 하슬기는 자신감에 차서 말했다.“나정아, 네 말이 맞아. 그 여우 같은 애는 내가 결혼식에서 망신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게 분명해. 하지만 내가 그렇게 될 것 같아? 겨우 삼류 가정에서 태어난 애가 가진 거라곤 얼굴밖에 없으면서 뭘 믿고 나한테 덤비는 건데?”하슬기는 말을 마치고 송남지 쪽을 흘끗 쳐다봤다.송남지는 하슬기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미소 지었지만 곧 하슬기의 눈빛에서 적대감을 느꼈다.게다가 하슬기는 자연스럽게 옆에 있는 나정이라는 여자의 팔을 잡았다.송남지는 자신이 잘못 본 건가 싶었다.왠지 모르게 자신과 하슬기의 이 친구가 외모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분위기마저 닮았다.신미정은 하정훈에게 물을 건넸지만 송남지에게는 물을 건네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겉으로만 친절하게 송남지에게 인사했다.“이분이 하씨 가문에 새로 들어온 며느린가 보네. 정말 예쁘구나. 이름이 뭐야?”송남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숙모님 칭찬 감사합니다. 저는 송남지라고 합니다. 그냥 남지라고 불러주세요.”어른이 물을 따라주자 송남지도 예의 바르게 물컵을 가지려 했다.하지만 손을 뻗는 순간 하정훈이 그녀의 행동을 막았다.하정훈은 자신이 들고 있던 물을 송남지에게 건네주고 옆에 놓여 있던 컵을 자연스럽게 집어 들었다.그의 행동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송남지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낯선 어른들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 덜 수 있었다.신미정은 하정훈의 행동을 보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어머, 내가 정신이 없어서 남지 물 챙겨주는 걸 깜빡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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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하정훈의 눈동자에 먹구름이 몰아쳤다.“남지는 내 아내인데, 내가 감싸지 않으면 누굴 감싸겠어?”하슬기는 더 이상 하정훈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발을 쾅쾅 구르며 뛰쳐나갔다.신미정은 쫓아나가기 전에 어색하게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아유, 정훈아, 쟤 좀 봐. 나이를 먹어도 저렇게 철이 없어. 말을 함부로 내뱉고 삐져서 뛰쳐나가다니. 정말 철딱서니가 없다니까. 나정이 쟤도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 내가 가서 좀 달래고 와야겠다!”하정훈은 애써 감정을 가라앉혔지만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었다.“숙모님, 슬기가 철없는 건 사실입니다. 앞으로 제대로 가르쳐주세요.”가족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쫓아나갔고 순식간에 송남지와 하정훈만이 남았다.송남지는 오늘 자신이 이곳에 온 것이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일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그녀는 시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을 때 하정훈의 얼굴에 스치듯 드러났던 난처한 기색을 떠올렸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양나정 때문이었을까?’송남지는 가슴 한쪽이 씁쓸해지는 것을 느끼며 나지막이 말했다.“정훈 씨, 여기 바닷가라서 그런지 양나정 씨가 감정 기복이 심한 것 같네요. 가서 위로해 주는 게 어때요?”오늘은 하슬기 결혼식인데 괜히 분위기를 망치면 곤란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송남지를 돌아보았다.“양나정은 삼촌 손님이지 내 손님이 아니야. 감정 기복이 심하면 위로해야 할 사람은 삼촌네 가족이지 내가 아니거든.”송남지는 입을 다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잠시 후, 하정훈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남지야, 나는 네 남편인데 어떻게 다른 여자를 위로하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어?”송남지는 아차 싶어서 솔직하게 말했다.“상황을 보니 양나정 씨는 정훈 씨 때문에 저렇게 감정이 격해진 것 같은데. 오늘은 사촌 동생 결혼식이니 괜히 험한 꼴 보지 않게 좋게좋게 넘어가고 싶어서요.”하정훈은 미간을 더욱 찌푸리며 되물었다.“정말로 내가 가서 위로해 주길 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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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송남지는 갑자기 이 넓은 가족 대기실이 숨 막히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창밖의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결혼식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기에 잠시 나가서 바람을 쐬고 싶었다.호텔 옆문으로 나온 송남지는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하지만 고개를 드는 순간, 하정훈이 담배를 입에 물고 근엄하게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정훈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이전에는 그가 흡연하는 것을 본 적도 없었고 그의 몸에서 담배 냄새를 맡은 적도 없었다.송남지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여기서 뭐해요?”‘양나정을 만나러 간 게 아니었나?’하정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마누라가 자꾸 다른 여자 만나라고 하니 짜증 나서 담배 피우러 나왔다.”그의 말투에는 약간 억울한 듯한 음조가 섞여 있었다.송남지의 마음을 짓누르던 씁쓸함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희미한 죄책감이 대신 채웠다.그녀는 멋쩍게 하정훈을 바라보았다.뚜렷한 마디를 가진 그의 손가락 사이에는 타고 있는 담배가 쥐여 있었고, 붉은 담뱃불은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선명하게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송남지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하정훈은 얇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계속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말을 마친 후, 그는 담배를 얕게 한 모금 빨고 담뱃불을 쓰레기통에 껐다.담배 냄새가 바닷바람을 타고 송남지의 코끝으로 스며들자 그녀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고 고개를 들었을 때 하정훈은 이미 그녀의 앞에 와 있었다.“미안하다고요.”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하정훈은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미안하다는 말 말고 좀 더 쓸모 있는 거로 줘.”“쓸모 있는 거요? 그게 뭔데요?”송남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하정훈은 미소를 더욱 깊게 지으며 아무 말 없이 송남지를 바라보았다.눈이 마주친 순간, 하정훈은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송남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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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그녀는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정훈 오빠 정말 멋있죠? 오늘 신랑은 서씨 가문 사람인데 정훈 오빠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신랑보다 훨씬 더 돋보이더라고요.”양나정은 하정훈의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르며 친밀함을 드러냈다. 송남지는 시선을 내리깔고 미소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양나정 씨, 아까 괜찮으셨어요?”양나정은 멋쩍게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좀 감정 기복이 심해서... 죄송해요. 혹시 저 때문에 정훈 오빠랑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어요.”송남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그러자 양나정은 참지 못하고 한마디 덧붙였다.“저와 정훈 오빠는 이미 지난 일이에요.”송남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도 양나정이 자신과 하정훈이 과거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돌려 말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녀는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고 양나정이 굳이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도 알 수 없었기에, 그녀는 그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양나정의 시선은 계속 하정훈에게 고정한 채였지만 송남지에게도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송남지 씨는 역시 보이는 것처럼 조용하고 부드러운 분이시네요. 정훈 오빠는 원래 그런 스타일을 좋아해요.”송남지는 양나정의 말 속에 담긴 의도를 단번에 읽어냈다. 양나정은 하정훈이 처음 만났던 스타일이 바로 자기였으며, 이후에도 계속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상대를 찾아왔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었다.송남지는 미간을 짚으며 양나정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부드럽고 차분하며 어딘가 모르게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얼굴이었다.정면도 닮았지만 측면은 더욱 흡사했다.한참 동안 하정훈에게 시선을 주던 양나정은 드디어 송남지에게로 눈길을 돌렸다.그녀의 눈빛에는 희미하게 설명하기 힘든 우월감이 어려 있었다.“정훈 오빠는 감정 기복이 심해서 하루는 하늘 끝까지 띄워주다가도 다음 날은 아예 모른 척할 수도 있어요. 저는 그 사람이 냉정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송남지 씨를 만나고 나서야 그 사람이 사실은 엄청 순애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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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송남지는 감정적인 면에서는 다소 둔감할지 모르지만 결코 어리석지는 않았다.가족 대기실에서부터 지금까지 양나정의 언행은 그녀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확신하게 했다.양나정은 다소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서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이 하씨 가문의 사모님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양나정 씨가 정훈 씨와의 관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이 기회에 사람들 다 모인 김에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해 보는 게 어때요?”양나정의 얼굴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마침 하정훈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고 양나정은 재빨리 날카로운 눈빛을 감췄다.“남지 씨, 저는 정훈 오빠와 아무 사이 아니에요. 저 좀 놔주세요. 부케 받으러 가야 해요.”양나정의 말은 송남지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하정훈을 향한 호소처럼 들렸다. 하정훈은 두 사람 앞에 멈춰 서서 송남지와 그녀가 양나정의 손목을 잡고 있는 것을 번갈아 쳐다보았다.양나정은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훈 오빠, 송남지 씨가 나를 붙잡고 놔주지 않네.”하정훈의 눈빛은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역광 때문에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얇은 입술을 살짝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사모님이라고 부르거나 새언니라고 불러. 송남지 씨는 너무 어색하잖아.”양나정은 살짝 굳어졌으나 표정의 변화는 찰나에 그쳤다. 그녀는 금세 부드러운 미소를 되찾았다.“새언니, 저 좀 놔주세요. 부케 받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면 안 될까요?”송남지는 붙잡았던 손을 놓아주었다. 사실 그녀는 꽉 붙잡지도 않았다.양나정은 손을 빼면서 찡그린 얼굴로 붙잡혔던 손목을 바라보며 애교스럽게 투정했다.“새언니, 너무 꽉 잡아서 아팠어요.”송남지의 미간에는 펴지지 않는 안개가 낀 듯했다.“미안해요.”양나정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저랑 슬기의 새언니인데 뭐가 미안해요.”부케 던지기 순서에서 하슬기는 다소 흥분했다.“죄송하지만, 오늘 부케는 제 가장 친한 친구 나정에게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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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그의 숨겨진 뜻은 하정훈이 그 먼 길을 바쁜 와중에 온 것은 결국 양나정 때문이라는 것이었다.양나정은 애교 섞인 눈빛으로 서정우를 흘겨보며 말했다.“슬기야, 너 빨리 쟤 좀 말려 봐. 송남지 씨도 있는데 입만 열면 헛소리야.”하슬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정우 말이 틀린 것도 없는데 뭘. 헛소리는 무슨.”송남지는 조용히 하정훈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지금 여러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누군가는 그녀가 화를 내고 발끈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다.하정훈은 손을 뻗어 송남지의 무릎 위에 놓인 손을 살짝 감쌌다.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슬기를 노려보며 차갑게 물었다.“그래? 서정우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데? 네가 한번 말해 봐.”하슬기는 하정훈의 매서운 눈빛을 알아채고 뻣뻣하게 굳은 자세로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틀린 말은 아니잖아. 나정이를 보러 온 게 아니었다면 오빠가 굳이 남성까지 왔을 리가 없잖아.”양나정은 얼굴을 붉히며 하슬기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슬기야, 그런 말 하지 마. 오해하면 어떡해.”그녀가 그렇게 말할수록 하슬기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양나정을 뿌리치며 큰소리로 외쳤다.“원래 그런 건데 뭘. 다 아는 사실인데 오해할 게 뭐가 있어? 계속 숨기고 감추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좌중의 안색이 굳어졌다.어른들은 하슬기의 솔직함을 나무랐고 양나정은 미간을 찌푸린 채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서정우는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듯 술잔을 들어 송남지에게 권했다.“송남지 씨, 기분 상해하지 마세요. 슬기가 원래 저렇게 생각 없이 말하는 애라서요.”송남지의 손바닥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마치 대학교 시절, 모두가 자신을 외면하던 그 시간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그때 느꼈던 것과 똑같은 고립감이었다.서정우는 겉으로는 송남지에게 사과하며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은 하슬기의 편을 들고 있을 뿐이었다.그 말은 하슬기를 이해하고 넘어가라는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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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양나정의 눈빛에는 억울함과 체념 그리고 희미하게 억눌린 분노가 스며 있었다.그녀의 표정은 마치 자신에게 화를 내는 가장 소중한 연인을 바라보는 듯했다.솔직한 성격의 하슬기는 자신을 감싸다가 하정훈에게 핀잔을 들은 양나정을 보자 울컥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정훈, 오빠는 그냥 나정이한테 장가 못 가서 앙심을 품은 거잖아. 남자답게 좀 굴어!”송남지는 미간을 움찔거렸다.‘하정훈이 양나정을 못 잊어서 나를 그 대용으로 삼은 건가?’레몬즙처럼 시큼한 감정이 가슴에 왈칵 쏟아졌다.양나정은 슬쩍 송남지의 눈치를 살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송남지가 억울해하고 분노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오히려 손에 든 수저로 하정훈에게 생선 살을 발라주고 있었다.“따뜻할 때 드세요. 식으면 비린내 나요.”금세라도 폭발할 듯했던 하정훈의 얼굴이 송남지의 말에 스르르 풀렸다.송남지의 한마디는 마치 마법의 주문 같았고 순식간에 험악했던 룸 안의 분위기가 누그러졌다.하현준과 신미정 또한 분위기를 틈타 재빨리 분위기를 수습하며 말했다.“그래 맞아.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먹자. 오늘 재료들 진짜 싱싱하니까, 다들 편하게 맘껏 드세요!”하정훈은 차분한 얼굴의 송남지를 힐끗 바라보며 칭찬과 놀라움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그녀는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침착하고 대범했다.식사를 마치고 다들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었다.송남지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 자리에서 일어섰다.하정훈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같이 가줄까?”송남지는 웃으며 거절했다.“내가 세 살짜리 애도 아니고 길 잃을까 봐 그래요?”하정훈은 빙긋 웃으며 그녀의 손을 놓았다.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남들이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하슬기는 이를 악물고 쏘아보더니 고개를 돌려 양나정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나정아, 내가 보기엔 걔가 너랑 좀 닮긴 했어도 너만큼 예쁘진 않아. 성격도 너만큼 매력 있지도 않고. 걱정 마, 정훈 오빠 마음은 분명히 아직 너한테 있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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