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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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진차균은 무언가를 곱씹는 듯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오늘 작은 사모님은, 어딘가 조금 달라.’...별아는 캐리어를 끌고 수지의 차에 올라탔다.“진짜로 떠나는 거야?”수지는 쉽게 마음을 떼지 못한 표정이었다.수지는 이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전혀 몰랐다.별아에게 선택지가 오직 K시를 떠나는 것 하나만 있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이 도시는 별아에게 너무 많은 슬픔을 안겨주었다.별아는 결국 이 방법밖에 없었다.“아빠랑 S국에서 잠깐 지내려고. 아버지가 언제 돌아오고 싶어질지 모르니까, 그때 같이 돌아오자.”“기분 전환도 필요해. 아버님도 잘 챙기고, 너 자신도 잘 챙기고.”수지는 시동을 걸고, 별아를 공항으로 데려갈 준비를 했다.“나 시간 나면 보러 갈게.”“좋지. 그땐 같이 등산 가자.”별아에게 이별의 슬픔은 없었다. 다만 수지와의 이별만은 예외였다.별아는 수지가 행복하길 바랐다.하지만 제발, 자기처럼 연애에 올인하는 타입이 되지는 않기를.한 번 빠지면, 혼이 다 빠져나갈 정도로 망가지는 그런 타입 말이다.별아는 웃음을 지었다.‘수지가 연애에 올인하는 타입일 리가 없지. 수지는 엄청나게 이성적이잖아.’“왜 웃어?”수지는 별아의 웃음이 영문도 모른 채 신경 쓰였다.“너 꽤 예쁘다고.”수지는 눈을 흘겼다.“헛소리.”별아는 S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이번에 떠나면, 가장 빨라도 동생과 어머니의 기일이 되어야 다시 K시에 돌아올 수 있을 터였다....강준의 전용기 안.강준은 N국 쪽 의료팀과 통화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얼굴엔 피로가 역력했다.재환은 커피 한 잔을 따라 강준에게 건넸다.“대표님, 그쪽 상황은 어떻습니까?”“지금 소시정의 골수를 채취하려고 준비 중이야. 그런데 소시정의 반항이 심해. 정말 안 되면 약물 투여해서 재울 수밖에 없지. 이번 연구만 성공하면, 치료 약물도 곧 나올 거야.”그야말로 가슴이 뛰는 소식이었다.강준이 1년 넘게 N국을 수차례 오가며 버틴 보람이 있었다.어머니도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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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별아는 나를 사랑해.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그렇지 않았다면, 내 생일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큰 선물을 보낼 리가 없잖아.’‘강 비서가 아까 상자를 가져왔을 때, 분명 묵직했어.’‘임신 확인서 말고도, 다른 선물이 더 있을 거야.’강준은 생각할수록 가슴이 벅차올랐다.“대표님, 사모님이 다른 깜짝 선물도 준비하신 것 같은데요. 얼른 열어보시죠.”강준은 기쁨에 이성이 흐려질 지경이었다.그는 상자 안 깊숙한 곳에서 네모 반듯한 상자 하나를 천천히 꺼냈다.동작은 지나치게 신중했다.포장은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뜯었다.분명 약간의 무게감이 있었다.‘대체 뭘까?’그는 어떤 종류의 놀라움일지 짐작하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뚜껑을 여는 순간, 지독한 악취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숨이 막힐 정도였다.피로 얼룩진 투명한 비닐봉지.그 안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혼탁했다.강준은 본능적인 혐오감에 그것을 거칠게 밀어냈다.“이게 뭐야?”냄새가 너무 심했다.재환은 입과 코를 틀어막은 채, 불편함을 억누르며 비닐에 붙어 있던 쪽지를 떼어냈다.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이건 우리 아이야. 세 달 됐어. 하강준, 나는 아이의 생을 끝냈고, 그 아이를 당신에게 보내.]“대표님...”재환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어떻게 이런 일이...’순식간에 강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별아가... 세 달 된 생명을 끝냈어.’‘별아가 우리 아이를... 죽였어.’‘그리고 형체가 잡혀가던 태아를, 나에게 보냈어.’‘왜?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지?’‘왜 나한테 이런 짓을...’“아이를... 지웠다고?”강준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떨리는 목소리로 재환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왜 아이를 지웠어? 별아는 알고 있었잖아. 하씨 가문 전체가 우리 아이를 얼마나 바라고 있었는지. 내가 별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그런데 왜?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보복인가? 별아는 계속 나를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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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아이야말로, 별아가 나에게 휘두른 가장 날카로운 칼이었어.’‘별아는 나와 완전히 끊어내려 했던 거야. 우리 아이를 지우는 한이 있더라도.’‘내가... 별아를 그렇게까지 실망하게 만들었구나.’‘한 치의 여지도 남기지 않을 만큼.’‘나는... 별아를 잃었어.’강준은 눈을 감았다.그 순간, 눈꼬리에서 뜨거운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비행기는 고도 만 미터 상공에서, 계속해서 N국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재환은 말없이 기내의 참혹한 흔적들을 정리했다.‘여자가 마음을 정리하면, 남자는 설 자리조차 없어지는구나.’‘이별이면 이별이지, 왜 이렇게까지...’‘사랑이 끝났다면 차라리 깔끔하게 헤어지면 되잖아.’‘자기 핏줄을 이용해서 상대를 벌주는 게, 결국 자기 자신을 찌르는 일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아이... 이미 사람 형체를 갖춰가고 있었는데.’재환은 억누르려 해도 새어 나오는 한숨을 참지 못했다.슬픔이 목을 막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정리를 마친 뒤, 재환은 강준과 멀지 않은 좌석에 앉았다.시선은 자연스럽게,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강준의 어깨로 향했다.가슴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이 뒤엉켜 있었다.‘사랑의 끝은 결국 상처뿐인 걸까.’재환은 정말로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비행기가 갑작스럽게 난기류를 만났다.기체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기내 경보음이 울리며 붉은 경고등이 쉴 새 없이 깜빡였다.날카로운 경고음이 기내를 가득 채웠다.강준은 머리를 움켜쥐었다.두통이 걷잡을 수 없이 몰려왔다.고통에 몸을 웅크린 채,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강준은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귀에는 오직 재환의 다급한 목소리만이 남아 있었다.“대표님, 대표님... 정신 차리세요!”그 목소리는 너무 멀었다.마치 깊은 물속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거의 닿지 않았다.강준은 관자놀이를 꽉 붙잡았다.‘내 머릿속이... 왜 이렇게 갑자기 뭔가로 꽉 찬 것 같지?’기압 변화 때문인지, 귀에서 심한 이명이 울리기 시작했다.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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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별아는 담담하게 웃었다.“아마 그렇겠지.”[너, 아무 느낌 없어?]수지는 별아가 자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이해하지 못했을까 봐 한마디를 덧붙였다.[내 말은, 만약 하강준이 진짜 죽었다면... 너, 좀 슬플 것 같아?]“기분에 따라 다르겠지.”별아는 지금 임신 초기 입덧이 한창이었다.솔직히 말해, 다른 사람의 생사에까지 마음을 쏟을 여유조차 없었다.설령 슬프다 해도, 그 감정이 별아의 몫일 리는 없었다.‘하강준에겐 소시정이 있잖아.’‘전생에서는 하강준이 소시정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고.’‘이번 생에서는... 소시정이 하강준을 위해 죽어 줄지는 모르겠네.’‘운이 좋다면, 장례식장에서 울어주는 정도는 가능하겠지.’‘나는 이미 하강준과 이혼했어.’아무런 관계도 남아 있지 않은 이상,별아는 그 자리에 갈 이유가 없었다.강준이 살아 있든, 죽어 있든.[너 요즘 너무 이성적이라, 예전의 연애에 올인하던 송별아가 맞나 싶다.]“연애에 올인하는 타입이라... 사람만 제대로 만나면, 평생 바보처럼 살아도 괜찮지. 근데 난 그럴 팔자가 아니었어.”다행히도 모든 건 지나갔다.별아 앞에 놓인 건, 완전히 새로운 삶이었다.이제 강준은 그저 스쳐 가는 타인이었다.수지와의 통화를 끊은 뒤,별아는 부엌으로 가 송지국을 위해 차를 끓였다.“아버지, 차 드세요.”이 차는 K시에서 가져온 것이었다.과거에 아내가 직접 골라 송지국에게 건네준 차였다.그래서 이 차를 마실 때마다, 송지국은 자연스럽게 사람을 떠올리곤 했다.“이번엔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네 엄마 유품을 몇 개 놓고 왔구나.”별아는 조용히 찻물을 따라 송지국의 찻잔을 채웠다.“아버지, 엄마 물건 보면 더 힘드실 거예요.”“언제쯤 마음이 좀 괜찮아지시면, 제가 K시에 가서 엄마 물건 전부 가져올게요.”송지국은 딸을 바라보았다.가슴속에서 감정이 출렁였지만, 억지로 눌러 삼켰다.아내와 아들에 대한 그리움의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별아가 냉정해서가 아니었다.아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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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강준 오빠 지금 병원에 있는데, 한 번쯤 가서 볼 생각 없어요?”별아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미간을 눌렀다.“보아하니, 이희나 씨도 본인 주얼리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네.”“저는 그냥요, 부부로 지낸 시간이 있는데 이렇게까지 매정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요.”희나는 진심으로 강준이 안됐다고 느끼고 있었다.그 오랜 시간 동안, 마음에 올려두고 아끼고 보호해 온 사람이 별아였다.그런데 이혼도 모자라, 사산된 아이까지 강준에게 보내다니.희나가 보기엔, 그 어떤 남자라도 버텨낼 수 없는 일이었다.“솔직히 말해서요, 당신한테 다른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은 전혀 안 믿겨요.”이희나는 별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섞여 있었다.별아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탁 소리가 나게 테이블 위에 던졌다.인내심이 완전히 바닥난 얼굴이었다.“내가 다른 사람이 있든 말든, 이희나 씨랑도, 하강준이랑도 아무 상관 없어.”“주얼리 얘기할 생각이 없으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별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이희나는 급히 따라 일어나 별아를 불러 세웠다.“정말 강준 오빠가 살든 죽든, 아무렇지도 않아요?”“강준 오빠, 의식도 없는데 계속 송별아 씨 이름만 부르고 있어요.”“하강준이 죽든 살든, 전처가 나설 일은 아니지.”별아는 몸을 돌려, 차갑게 희나를 내려다봤다.“이희나 씨, 더 할 말 없으면 돌아가.”이희나는 문 쪽으로 향하는 별아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송별아...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잔인하고 냉정해.’‘어떻게 강준 오빠한테 아무 감정도 없을 수가 있지?’‘그렇게나 사랑받았던 여자인데...’별아가 문 손잡이에 손을 올리는 순간, 희나는 낮고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전 정말 당신이 참 경멸스러워요.”“강준 오빠는 당신한테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양심이 안 아파요?”별아는 웃었다. 얼음처럼 차갑고 단호한 웃음이었다.“하강준이 나한테 떳떳했는지 아닌지, 그걸 이희나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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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하강준도 이 병원에 있다고?’별아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아니.”별아는 감정을 단번에 거둬들이며 차갑게 말했다.“나 볼 일 있어. 먼저 갈게.”재환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별아를 막아섰다.“그렇다면... 잠깐이라도 보시죠.”“대표님은 지난번 생일에 K시를 떠난 뒤 바로 사고를 당하셨고, 그렇게 한 달이 흘렀습니다.”“정말로... 조금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별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재환을 바라봤다.“강 비서. 나와 하강준은 이미 이혼했어.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을 내가 왜 걱정해야 하지? 지금 그 말, 좀 웃기다.”“이혼했어도, 한 번 보는 데 무슨 자격이 필요합니까. 송별아 씨. 딱 한 번만요. 그냥 한 번만 보고 가시면 안 될까요?”재환은 사실상 애원하듯 별아 앞을 막고 있었다.‘혹시라도... 대표님이 가장 사랑하던 여자가 왔다는 걸 느끼면,’‘그래서 깨어나기라도 하면...’“그럴 필요 없어.”별아는 재환을 비켜 지나갔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재환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따라와, 거의 강제로 길을 막았다.“송별아 씨. 비행기는 사고가 났지만 폭발하지도 않았고, 사람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대표님이 이렇게까지 위독해진 건 전부... 송별아 씨가 보내신 그 ‘선물’ 때문입니다.”별아는 고개를 들었다.‘지금 나를 탓하는 거야?’‘하강준이 나한테 한 짓들은 이보다 덜 잔인했나?’“그 정도 자극도 못 견디고 이렇게 된 거면, 하 대표 멘탈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네.”“송별아 씨.”“대표님이 임신 확인서를 열었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아십니까? 대표님은 그게 인생에서 받은 최고의 생일 선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에 대표님을 기다리고 있던 건...”재환은 말을 잇지 못했다.목소리가 잠겨,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별아는 병원 복도에서 더 이상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한 번 보는 게 뭐 대수라고.’“그만 말해. 보기만 하고 갈게.”별아는 재환을 따라 특급 VIP 병실로 향했다.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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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강준은 이렇게 오래 잠들어 본 적이 없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꿈속에서 자신의 전생과 현생을 이토록 또렷하게, 잔인할 정도로 꿰뚫어 본 적이 없었다.자신이 저질렀던 어리석은 선택들... 스스로 행했던 악행들... 그리고 별아에게 했던 잔혹한 행동들까지.“강 비서.”강준은 힘없이 입을 열었다.“나... 전생에서 정말 터무니없는 짓을 했어. 그걸 되돌리고 싶어. 너라면 말해 줄 수 있겠냐? 이번 생에서는... 아직 기회가 있을까?”재환은 당황한 얼굴로 강준을 바라봤다.‘전생? 이번 생?’“대표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듣기엔... 전혀 이해가 안 됩니다.”‘그래. 강재환이 어떻게 이걸 이해하겠어?’강준은 전생의 기억을 품은 채,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처럼 살아 돌아왔다.전생에서 그때의 ‘강준’은 마침내 소시정을 찾아냈다.시정의 혈액형과 체내 항체는 강준의 어머니와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시정은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강준은 시정을 소중히 여겼다.지나칠 만큼.하지만 별아는 의심했다.그리고 강준에게 알리지 않은 채 몰래 시정을 K시에서 떠나게 했다.시정은 K시를 떠난 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그건 중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에게도 사실상 사형 선고와 다름없었다.강준은 미쳐버렸다. 모든 책임을, 단 하나도 남김없이 송별아에게 돌렸다.그는 별아를 증오했다.그 증오에 눈이 멀어, 그때 이미 별아가 아이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완전히 잊어버렸다.강준은 밤마다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정신적으로 별아를 짓밟았고, 말로는 하루도 빠짐없이 모욕했다.매일, 매일... 강준과 별아 사이에는 끝없는 다툼만이 이어졌다.그런데도 별아는 끝까지 버텼다.별아는 어떻게든 강준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 했다.하지만 강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별아가 아이를 낳던 날, 강준의 어머니는 끝내 맞는 항체를 찾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그날은 강준의 증오가 하늘을 찌르던 날이었다.“윽...”머리가 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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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강준은 수지를 찾아가 별아가 머무는 곳을 캐물었다가, 얼굴도 들 수 없을 만큼 욕을 들었다.“하강준, 제발 염치 좀 챙겨. 별아가 너랑 헤어지면 못 사는 줄 알아? 아니야, 더 잘 살아.”“별아는 더 좋은 사람이랑 결혼할 수도 있고, 훨씬 나은 인생을 살 수도 있어. 너 죽고 싶으면 혼자 멀리 가서 죽어. 왜 남까지 끌고 지옥에 떨어지려고 해?”수지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별아가 너랑 결혼 안 했으면, 지금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행복했을 거야. 지금 별아한테 뭐가 남았는데?”“고향 떠났지, 엄마 잃었지, 동생 별현이도 잃었어. 너는 별아 인생에 대체 뭘 남겨줬어?” 그때 네가 했던 그 개 같은 맹세 기억 안 나?”“K시 사람들이 다 별아가 잘 시집갔다고 부러워했어. 근데 지금은 뭐야? 배신, 이혼, 아이까지 잃고, 별아는 타향으로 떠났어.”“별아는 너랑 완전히 끝내려고 한 거야. 그런데도 아직 별아를 찾겠다고? 별아는 절대, 절대 너를 용서 안 해.”마지막은 거의 저주에 가까웠다.“꺼져, 하강준. 그렇게 별아 인생 짓밟고 살면, 너 좋은 꼴 못 봐. 차라리 죽어도 별아 눈앞엔 나타나지 마. 별아 눈 더럽히지 말라고.”수지는 속이 시원하다는 듯 숨을 골랐다.이렇게 통쾌하게 욕을 퍼부은 것도 오랜만이었다.강준은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한마디도 되받아치지 않았다.수지의 말에 틀린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강준은 손에 쥔 인맥을 총동원했고,결국 허름하고 눈에 띄지 않는 한 호텔에서 별아를 찾아냈다.문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본 순간, 별아는 잠깐 놀랐지만 곧 마음이 잔잔해졌다.“무슨 일이야?”“얘기 좀 하자.”강준은 아직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 많이 쇠약해 보였다.재환의 부축이 있어야 간신히 서 있을 수 있었다.“딱 10분만... 10분만 시간 줘.”강준은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만약 우리 사이가 10분 만에 정리될 수 있었다면, 하늘이 두 번의 인생을 주면서까지 우리를 얽어매진 않았을 거야.”별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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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여기서 잔다고? 복도에서?’‘하루 이틀도 아니고, 차라리 옆 방 하나를 잡지...’“대표님, 설마 문 앞에서 주무시려는 건 아니시죠?”“문 앞이야. 별아가 나오면 바로 볼 수 있잖아.”강준의 태도는 이유 없이도 단단했다. 고집이라고 해야 할지, 집착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만큼.강준이 떠나지 않으니, 재환도 그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다음 날 아침.별아가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문 양옆 벽에 기대 누워 있는 두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순간적으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하마터면 경찰에 신고할 뻔했다.“뭐 하는 거야? 여기서 나 감시해?”재환은 벌떡 일어나 급히 해명했다.“오해십니다. 대표님은 그저... 송별아 씨와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고 싶어서요. 그 방법밖에 없었던 겁니다.”“당장 너희 대표님 데리고 가. 그 상태로 여기서 버티다간, 진짜 죽을 수도 있겠어.”별아는 발걸음을 높이 들어 두 사람을 피해 지나쳤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걸어 나갔다.재환은 강준을 부축하며 낮게 말했다.“대표님, 사모님 말도 들으셨잖습니까. 우선 몸부터 추스르셔야 합니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닙니다.”“아니.”강준은 숨을 고르며 고개를 저었다.“별아 곁에 있을 거야. 별아가 어디 있든... 쿨럭, 쿨럭...”“그럼...”재환도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재환은 강준을 부축한 채 별아의 뒤를 따라 호텔 밖으로 나왔다.별아는 호텔 문을 나서며 햇빛이 비치는 방향을 향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택시를 잡으려던 순간.“별아 씨? 혹시... 별아 씨 맞으세요?”익숙한 목소리였다.별아는 고개를 돌려 그쪽을 보았다.“유 변호사님?”“정말 별아 씨였군요.”이겸은 서류 가방을 든 채 빠르게 다가왔다.“오랜만입니다. 송 회장님이랑 S국에 가셨다고 들었습니다.”별아는 속으로 생각했다.‘수지, 역시 입이 가볍네.’“아버지랑 잠깐 바람 쐬러 갔어요.”별아는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어쩐지 조금 어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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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병원 안.하태산은 병상 곁에 서서,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손자를 내려다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어쩌다 이렇게... 병약한 인간이 됐을까.”매서운 눈빛이 재환에게로 향했다.“강 비서, 너는 이렇게 하 대표를 보필했냐?”“어르신, 대표님께서는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서 그만... 그게...”재환은 말을 흐렸다.할 말을 삼키는 순간, 하태산의 성미가 먼저 폭발했다.지팡이가 허공을 가르며 휘둘러졌다.“할 말 있으면 똑바로 해.”“왜 반 토막만 남겨?”재환은 바로 자세를 바로잡았다.“송별아 씨께서 유 변호사님 차에 타시는 걸 보신 뒤, 감정이 격해지셨습니다. 오래 의식이 없다가 막 깨어난 상태라 체력도 많이 약했고, 그게 겹쳐서 상태가 더 나빠졌습니다.”하태산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이혼까지 해 놓고 이제 와서 정절 타령이냐.’‘진작 잘했어야지. 꼴값도 이런 꼴값이 없군.’“이미 갈라섰으면 별아 쫓아다니는 거 관둬. 별아 같은 애가 조건이 어디 빠지나? 언젠간 재혼할 사람이다. 자기가 못 지켜 놓고서 남 탓할 자격은 없지.”“화병 나서 죽을 지경이어도, 아파해 줄 사람 없어. 몸부터 추스르고, 억울한 게 있으면 그다음에 생각해.”“말씀... 맞습니다.”강준이 낮게 기침을 하며 눈을 떴다.하태산이 곁에 있는 걸 확인하자,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할아버님.”“너 그 꼴이면, 내가 별아라도 눈길 한 번 안 준다.”하태산은 손자의 이혼을 못내 아쉬워했고, 무엇보다도 잃어버린 증손주가 마음에 걸렸다.“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별아 마음을 그렇게까지 다치게 했냐. 이혼에, 낙태까지. 하씨 가문 망신이 따로 없구나.”강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조금만 더 일찍 말했어야 했어.’‘어머니 병에 대해서.’‘별아는... 내 아내였잖아.’‘알 권리가 있는데.’강준은 스스로 버틸 수 있다고 믿었다.모든 걸 혼자 감당할 수 있다고, 오만하게도 믿었다.하태산은 그런 강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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