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아는 담담하게 웃었다.“아마 그렇겠지.”[너, 아무 느낌 없어?]수지는 별아가 자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이해하지 못했을까 봐 한마디를 덧붙였다.[내 말은, 만약 하강준이 진짜 죽었다면... 너, 좀 슬플 것 같아?]“기분에 따라 다르겠지.”별아는 지금 임신 초기 입덧이 한창이었다.솔직히 말해, 다른 사람의 생사에까지 마음을 쏟을 여유조차 없었다.설령 슬프다 해도, 그 감정이 별아의 몫일 리는 없었다.‘하강준에겐 소시정이 있잖아.’‘전생에서는 하강준이 소시정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고.’‘이번 생에서는... 소시정이 하강준을 위해 죽어 줄지는 모르겠네.’‘운이 좋다면, 장례식장에서 울어주는 정도는 가능하겠지.’‘나는 이미 하강준과 이혼했어.’아무런 관계도 남아 있지 않은 이상,별아는 그 자리에 갈 이유가 없었다.강준이 살아 있든, 죽어 있든.[너 요즘 너무 이성적이라, 예전의 연애에 올인하던 송별아가 맞나 싶다.]“연애에 올인하는 타입이라... 사람만 제대로 만나면, 평생 바보처럼 살아도 괜찮지. 근데 난 그럴 팔자가 아니었어.”다행히도 모든 건 지나갔다.별아 앞에 놓인 건, 완전히 새로운 삶이었다.이제 강준은 그저 스쳐 가는 타인이었다.수지와의 통화를 끊은 뒤,별아는 부엌으로 가 송지국을 위해 차를 끓였다.“아버지, 차 드세요.”이 차는 K시에서 가져온 것이었다.과거에 아내가 직접 골라 송지국에게 건네준 차였다.그래서 이 차를 마실 때마다, 송지국은 자연스럽게 사람을 떠올리곤 했다.“이번엔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네 엄마 유품을 몇 개 놓고 왔구나.”별아는 조용히 찻물을 따라 송지국의 찻잔을 채웠다.“아버지, 엄마 물건 보면 더 힘드실 거예요.”“언제쯤 마음이 좀 괜찮아지시면, 제가 K시에 가서 엄마 물건 전부 가져올게요.”송지국은 딸을 바라보았다.가슴속에서 감정이 출렁였지만, 억지로 눌러 삼켰다.아내와 아들에 대한 그리움의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별아가 냉정해서가 아니었다.아내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