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은 거의 뛰다시피 해서 별아를 따라잡았고, 손을 뻗어 별아의 앞을 가로막았다.시정은 숨을 몰아쉬며 주머니 속을 더듬더니, 이내 칼 하나를 꺼냈다.날카로운 칼끝이 형광등 불빛을 받아 번뜩였다.별아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지난번엔 납치해서 태워 죽이려더니, 이번엔 그냥 찔러 죽이겠다는 건가.’“너 지금 뭐 하는 거야?”시정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칼 역시 그의 손에서 미세하게 흔들렸다.“송별아... 네가 끝까지 경진이를 해치려고 하면, 나... 나 정말...”말끝을 잇지 못한 채 시정은 칼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시정은 별아가 무서운 게 아니었다.그가 진짜로 두려워하는 건 강준이었다.“정말 뭐? 그래서 어쩔 건데?”별아는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그 순간, 칼끝은 거의 그대로 별아의 가슴에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였다.“소시정, 오늘 네 칼이 나한테 조금이라도 닿는 순간, 나는 장담하는데, 그다음 순간엔 소경진이 이 세상에서 사라질 거야.”별아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협박도, 허세도 아니었다.별아는 빈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시정은 숨을 삼켰다.아무리 미쳐 있어도 아무리 분노에 휩싸여 있어도... 시정은 경진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그녀는 동생 경진을 너무도 사랑하고 있었다.“나는... 도저히 못 하겠어.”시정은 결국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바닥에 내던졌다. 금속이 바닥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고, 그다음 시정은 그대로 별아 앞에 무너져 내리듯 무릎을 꿇었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경진이는 아직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요... 저를 상대로 하셔도 됩니다. 원하시는 대로 하셔도 되니까, 제발... 제발 경진이만은 살려주세요”시정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닥에 이마를 세게 찧기 시작했다.한 번, 두 번, 세 번...곧 이마가 찢어졌고,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제법 처참해 보였다.별아는 시정이 흘린 피로 얼룩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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