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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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맞아, 나도 기억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강준이 어떤 톱스타 집에서 밤 새웠다는 기사 돌았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순정남 코스프레야? 누구 보라고 하는 건데? 우린 안 봐. 눈만 버렸어.][그러니까. 예전 K시 헤드라인은 죄다 하강준이 내연녀를 얼마나 아끼는지 기사로 도배됐었잖아. 내연녀를 집에까지 들여서, 아내에게 돌보게 했다는 말도 있던데? 그건 그냥 심장에 칼 꽂는 거지. 난 솔직히, 이 이혼 너무 늦었다고 본다.][이런 남자는 절대 용서하면 안 돼. 돈 많으면 뭐든 해도 되는 줄 아나? 인간성은 어디다 두고 왔어? 사과 몇 마디로 과거가 지워질 거라 생각하는 거야? 착각도 정도가 있지. 송별아는 끝까지 버텨라, 절대 용서하지 마.][...]댓글은 말 그대로 바다처럼 쏟아졌고,그중 3분의 2 이상이 하강준을 향한 비난이었다.하산그룹의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연일 하락하며, 사실상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하명식은 급히 문제의 ‘진심 어린 사과’ 영상이라는 것을 내리게 했지만,이미 퍼질 대로 퍼진 뒤였다.회사의 손실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너 미쳤냐?”하명식의 분노가 폭발했다.“하산그룹이 네 개인 회사야? 사과하고 싶으면 별아 앞에 가서 무릎을 꿇어. 이런 짓을 벌여서 그룹을 통째로 흔들어? 하산그룹이 망하는 꼴을 보고 싶은 거냐?”그 옆에서 늘 손자 편을 들던 하태산조차 이번만큼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사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네가 이렇게 나서는 게 진정성이라고 생각했느냐? 강준아, 정말 별아를 되찾고 싶다면, 그 아이 입장에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봐라.”“사람을 여론의 한가운데 세워 놓는 건, 사과가 아니라 또 다른 폭력이야. 너무 성급했다.”하태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무거웠다.결혼이 이 지경까지 온 데에는 강준 개인의 책임도, 하 씨 가문의 책임도 있었다.다만 문제는 모든 선택이 잘못된 방향이었다는 것이었다.강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하명식의 신경을 더 긁었다.그는 옆에 있던 재떨이를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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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그래서 말인데. 하강준이랑 소시정, 둘이 진짜로 바람은 핀 거야?”“그게 그렇게 중요해?”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강준이 다른 사람 때문에 별아를 상처 입혔다는 사실이었다.그 상대가 소시정이든... 아니면 강준의 친어머니였든...“하긴... 그렇네.”별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나 S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K시에 너무 오래 있었어. 아버지가 마음에 걸려.”“노호진도 같이 데려갈 거야?”“응.”“호진 씨 있으면 강준이 또 쫓아가서 너랑 아버님 귀찮게 할 일은 없겠네.”별아는 문득 K시로 돌아왔던 선택 자체가 잘한 일이었는지 회의가 들었다.업무는 도설에게 정리해 맡긴 뒤, 별아는 호진과 함께 S국으로 돌아갔다.S국에서의 생활은 아주 담담했다.소란도, 예기치 못한 사건도 없었다.호진의 역할도 자연스레 달라졌다.별아를 ‘지키는’ 일에서, 송지국을 ‘돌보는’ 일로 옮겨 갔다.단조롭지만, 그만큼 평온한 나날이었다....K시.강준은 재환을 데리고 시정이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시정은 깨어 있었다.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였다.폭발 사고 당시 시정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팔 하나를 잃었고, 얼굴도 심하게 손상되었다.모두가 그녀는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끝내 살아남았다.강준을 보자 시정은 음산한 웃음을 지었다.마치 그를 비웃듯이.모든 걸 손에 쥐었다고 믿던 남자가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는 걸 조롱하듯.재환이 손을 들어 시정의 뺨을 세게 때렸다.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렸지만, 시정의 입꼬리와 눈꼬리에 걸린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많이 괴롭지, 하강준? 엄마는 죽고 아내는 떠나고 하산그룹 주가는 바닥을 치고... 네가 세상 다 쥐고 있는 줄 알았지?”“현실은 어때? 넌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잖아.”시정은 고개를 젖히며 미친 듯이 웃었다. 얼굴은 일그러지고 눈빛은 광기에 차 있었다.재환이 다시 손을 들려는 순간, 강준이 그를 막았다.강준의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그 안에는 살기가 서려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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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강준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별아에게 다가가 붙잡고 따져 묻고 싶었다.그보다 먼저 호진이 팔을 들어 강준을 막아섰다.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한 경고였다.“하 대표님, 안전 거리를 유지해 주십시오. 그 이상 접근하시면, 저도 물러서지 않겠습니다.”“별아. 그 아이... 누구 애야? 내 아이야? 맞지?”강준의 눈빛이 집요하게 흔들렸다.만약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면, 그와 별아 사이에는 다시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가 생긴다.‘아이만 있다면... 아이 때문에라도 별아는 날 용서할 수밖에 없을 거야.’“그래서 그런 거지? 별아야, 너 애 안 지웠잖아. 나한테 화난 거지, 날 자극하려는 거지. 날 벌주려고 이러는 거지. 너 그렇게까지 매정한 사람 아니잖아.”강준은 울고 싶은지, 웃고 싶은지 모를 얼굴이었다.‘이건 하늘이 준 기회야.’‘내가 잘못을 바로잡으라고 준 기회라고.’호진이 막고 있어 강준은 더 다가갈 수 없었다.그런데도, 지금 이 순간 그는 별아를 안고 싶었다.하지만 별아의 눈빛은 차가웠다.그녀는 강준을 사람이 아니라 낯선 괴물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네 아이든 아니든, 그게 그렇게 중요해?”별아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하강준. 전생에 우리 아이 태어났어. 내가 목숨 걸고 낳았어. 그 아이를 네가 어디로 보냈는지 기억해? 보육원이야. 다 잊었어?”“지금 와서 무슨 사랑 많은 아버지인 척이야. 이제 와서 내가 감동이라도 받길 바라? 의미 없어.”말 한마디, 한마디가 과거의 피를 들추고 있었다.“이혼은 서로 죽은 걸로 치는 거야. 그게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야.”“계속 들러붙는 건, 미련이 아니라 추함이야. 이제 그만해. 내 앞에 다시 나타나지 마. 내 삶에 더 이상 끼어들지 마.”별아의 말에는 조금의 여지도, 흔들림도 없었다.과거의 결혼을 완전히 잘라내겠다는 선언이었다.강준은 알고 있었다.그녀의 말이 진심이라는 걸.그럼에도 그는 모른 척하고 싶었다. 예전처럼 자신이 고개를 숙이고 약해 보이면 눈물 몇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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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호진은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았다.어떤 고통은 타인이 대신 소화해 줄 수 없었다.별아에게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아무리 호진이 경계를 세워도 강준은 결국 틈을 타 별아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강준은 문가에 서 있었고, 별아는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는 마치 한 세기가 흐른 것처럼 먼 거리가 놓여 있었다.강준과 별아는 서로를 너무 잘 알던 사이였고, 이제는 너무 낯선 사이였다.피와 눈물이 그 관계를 난도질해 놓은 한때의 부부였다.지금은 말이 없었다.강준은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였지만, 몸이 심하게 떨려 끝내 한 마디도 꺼내지 못했다.그는 전생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설명하고 싶었다. 하나도 빠짐없이 사건 하나하나, 감정 하나하나를 모두 이해시키고 싶었다.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때 자신이 어떤 상태였는지, 자신이 저지른 모든 일의 ‘처음 의도’를... 전부 말하고 싶었다.강준의 가슴에는 너무 많은 말이 쌓여 있었다.그러나 그 모든 말은 결국 한 문장으로 무너졌다.“별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너한테 진 빚, 평생 갚을게. 정말... 정말 미안해.”강준은 울고 있었다.별아는 이 눈물이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강준 자신의 억울함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별아는 생각했다.‘하강준은 나를 위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억울함 때문에 이러겠지.’그녀는 오래도록 자신이 강준을 잘 안다고 믿어 왔다.강준이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그 사랑이 가장 크다고 믿었다.하지만 전생에서의 처참한 죽음을 겪고 나서야 별아는 깨달았다.강준의 사랑은 말로만 존재했고, 그 사랑은 자신에게도, 다른 여자에게도 얼마든지 줄 수 있는 것이었다.그래서 그는 자신을 상처 입히는 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던 것이다.별아는 자신의 사람 보는 눈을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나한테 사과하지 마. 널 용서하는 건, 내가 과거에 겪은 모든 고통을 스스로 배신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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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강준은 얼굴에 흐르던 눈물을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내고, 별아의 차갑게 굳은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비틀거리듯 몸을 일으켰다.“알아, 내가 저지른 잘못이 이렇게 쉽게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거.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별아야. 난 정말로 너를 사랑해, 너 없이는 못 살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강준은 미련을 끊어내듯 고개를 돌려 방을 나섰다.별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라고 해서 덜 아픈 것은 아니었다. 그가 남긴 상처들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수시로 별아의 심장을 찔러 왔고, 잊으려 해도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이제 정말... 너무 지쳤어.’별아는 몸을 일으켜 자신의 넓은 침대로 돌아가며, 지친 목소리로 호진에게 말했다.“나 좀 자야겠어. 잠깐 나가 있어.”“알겠습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잠든 사이, 전생과 현생의 고통이 꿈속에서 반복해서 되살아났다.별아는 몇 번이나 뒤척이다가 깨어났고, 이마에는 촘촘한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밖에서는 빗소리가 점점 더 거세졌다.마당의 초록 식물들이 빗방울에 얻어맞아 맑으면서도 둔탁한 소리를 냈다.호진이 문을 두드린 뒤 들어와 말했다.“사장님, 회장님께서 저녁 식사하러 내려오시라고 하십니다.”“알겠어.”별아는 원래도 마른 체형이었지만, 임신 초기 입덧이 심해 체중이 십여 킬로그램이나 줄었다. 며칠 전 산부인과 검진에서 의사는 기혈이 많이 부족하다며 영양 보충이 필요하다고 했다.그 말을 들은 송지국은 딸의 상태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그래서 큰돈을 들여 K시에서 가사도우미를 불러왔고, 별아의 식사를 전담하게 했다.가사도우미 주영자의 음식 솜씨는 제법 괜찮았지만, 별아는 입맛이 없어 보통 몇 숟갈 뜨고는 젓가락을 내려놓기 일쑤였다.오늘도 마찬가지였다.“좀 더 먹어라. 네가 안 먹으면 뱃속 아이도 못 먹는 거야. 나중에 출산할 때 힘이 없으면 위험해.”송지국은 과거 남선애가 아이를 낳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사흘을 진통하다가 결국 아이를 낳았지만, 그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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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주영자는 이를 악문 채 잠시 서 있다가, 결국 마음을 정한 듯 우산을 집어 들고 밖으로 나섰다.젊은 사람이라고 해도 몸이 성한 법은 없는 법이었다. 이렇게 비를 맞게 두는 건 분명 좋지 않았다.“하 대표님, 일단 일어나셔서 비부터 피하세요. 이런 일은요 천천히 풀어가야지 그렇게 급하게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주영자는 강준 쪽으로 다가가 우산을 내밀었다.그러나 강준은 여전히 손을 뻗지 않았다. 젖은 머리칼 끝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졌고, 검은 정장은 이미 물을 잔뜩 머금어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의 냉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이 계절의 비는 사람 몸을 깊숙이 상하게 했다.“하 대표님...?”“하 대표님, 무슨 일이든 별아 아가씨랑 차분하게 말씀하셔야죠. 이렇게 자신을 망가뜨리시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하 대표님...?”강준은 끝내 주영자의 말을 듣지 않았다.주영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우산을 다시 거둬들였다.“하 대표님이 말도 안 하고, 우산을 줘도 받질 않으시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송지국은 조용히 숨을 내뱉었다.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감정이 뒤엉켜 파도를 쳤다.아들과 아내를 잃었는데, 어찌 원망이 없을 수 있겠는가?그러나 이성을 잃을 수는 없었다.강준은 하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였다. 이 사람이 자기 집에서 무슨 일이라도 당한다면, 송지국은 물론이고 별아 역시 평온한 날을 보내지 못할 게 분명했다.“별아야.”송지국은 딸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무력감이 서려 있었다.“네가 가서 강준이랑 얘기 좀 해보는 게 어떻겠니? 그래도 안 되면... 하씨 가문 쪽에 연락해서 사람을 보내 데려가게 하는 수밖에 없겠다.”별아는 아버지의 걱정을 모를 리 없었다. 그녀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알겠어요.”송지국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별아는 홀에 혼자 남아 앉아 있었다. 고요한 공간을 채운 것은 점점 거세지는 빗소리뿐이었다.바람이 제멋대로 불면서 사방으로 흩뜨러진 빗줄기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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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강준이도 좀 체면이란 걸 챙겨야지. 이미 이혼까지 해놓고 이렇게 질척대는 게 말이 돼? 세상에 여자가 다 사라진 것도 아닌데, 하씨 가문의 얼굴에 저놈이 먹칠을 하고 있잖아.]하명식은 끝내 분을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재환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대표님께서는 아직도 사모님을 많이 사랑하십니다. 더군다나 사모님께서 지금 임신 중인데, 대표님께서 어떻게 쉽게 포기하시겠습니까?”[뭐라고? 임신이라고?]하명식의 목소리에는 믿기 어려운 충격이 그대로 묻어났다.하태산은 더는 듣고 있을 수 없다는 듯, 하명식의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챘다. 목소리는 한층 다급해져 있었다.[강 비서, 방금 뭐라고 했나? 별아가... 임신했다고? 이미 아이를 정리한 거 아니었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저도 자세한 사정까지는 알지 못합니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사모님 뱃속의 아이가 분명 대표님의 아이라는 점입니다.”[정말 확실한 건가?]하태산의 음성은 흥분으로 인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의심보다 먼저 밀려든 것은 기쁨이었다. 그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직접 S국으로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손자를 위해서라도 나서야 했다.[강 비서, 강준이 옆에서 잘 지켜보게.]하태산은 그렇게 당부한 뒤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재환은 밤새도록 설득했지만, 강준은 결국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할 수 없이 강준 곁에 남아서, 밤새 우산을 들고 비를 막아주었다.이른 아침, 아직 별아가 잠에서 깨기도 전이었다.주영자가 별아의 방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아가씨, 집에 손님이 오셨어요.”“손님이요?”아직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면서, 별아가 핸드폰을 집어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이렇게 이른 시간에요? 누가 오셨다고요.”‘설령 하씨 가문에서 사람이 온다고 해도, 밤새워 올 리는 없는데...’별아는 가운을 걸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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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이 아이는 아직 제 몸 안에 있습니다. 그러니 결정권은 저에게 있어요. 제가 할아버님과 아버님을 모셔온 이유도 하강준 씨와 다시 관계를 이어가려는 게 아니라...”“두 분께서 강준 씨를 데려가 주시고 앞으로는 제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게 해 달라는 뜻이었습니다.”별아의 말은 분명했다.이 아이를 남기기로 한 선택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었고,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한 결정이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까지, 그 선택의 책임과 권리는 전적으로 별아에게 있었다.“별아야, 우리는 아이를 빼앗으러 온 게 아니야. 그건 걱정하지 말거라. 할아버지가 여기서 분명히 말해두마. 누구도 네 아이를 억지로 데려갈 수는 없어.”하태산은 하씨 가문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 말 한마디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별아는 그제야 조금 숨을 고를 수 있었다.“할아버님, 그 말씀을 믿겠습니다.”하태산은 고개를 돌려 손자를 바라보았다.창백한 입술의 강준은 기운이 바닥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이놈이 제 몸 하나 제대로 못 챙기고 이렇게 망가지다니.’‘별아를 붙잡기는커녕, 웬만한 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겠구나.’“강 비서, 얼른 하 대표를 병원부터 데려가. 이러다 여기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괜히 송씨 집안에 누를 끼칠 테니까.”하태산이 말하자 재환은 지체 없이 움직였다.“알겠습니다, 어르신. 바로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검사를 받게 하겠습니다.”강준은 끝까지 버티며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하태산에게 몇 마디 더 호되게 혼이 난 뒤에야 마지못해 자리를 떴다.별아의 마음은 한결 정리된 듯 조금 가벼워졌다.하태산과 송지국이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별아는 조용히 위층으로 올라갔다.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태산이 송지국을 따로 부른 이유는 결국 아이를 무사히 낳게 해 달라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 아이가 하씨 가문의 피를 이은 존재라는 이유로.전생에서도 그랬다.별아가 임신했을 때, 하씨 가문 사람들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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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아가씨, 괜찮으세요?”주영자의 물음에 분노가 극에 달한 별아는 오히려 헛웃음을 흘렸다.“의심이 된다면, 애초에 기대도 하지 말아야죠. 이 아이가 앞으로 하씨 가문을 인정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그러게 말이에요. 그분도 연세가 적지 않으신데, 그런 말씀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 정말 염치도 없지요. 하태산 어르신도 그 얘기를 들으시고는 너무 어이가 없으셨는지, 그분을 지팡이로 두 번이나 내리치셨어요.”주영자의 말에, 별아는 차갑게 웃었다.하명식은 본래부터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었다.별아가 아직 강준과 이혼하지 않았을 때, 그는 별아를 하씨 가문의 며느리로 대하며 말과 행동을 조심했고, 때로는 인자한 태도까지 보였다.그러나 이혼을 한 지금, 하명식은 더 이상 별아의 체면도 송 씨 집안과의 인연도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과 근거 없는 의심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면서, 사람의 마음을 너무도 쉽게 짓밟았다.별아의 가슴이 서늘하게 식었다.‘상관없어. 이제 하씨 가문과는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아버지만... 아버지만 무사하면 돼.’그때, 간호사의 다급한 외침이 복도를 울렸다.“205호 VIP 병실 환자 심정지 발생했습니다. 즉시 응급 처치 들어갑니다. 보호자분, 서류 서명 부탁드립니다.”별아는 그 말을 듣자마자 병실 쪽으로 달려갔다.송지국은 다시 수술실로 옮겨졌다.별아는 그대로 발이 묶인 듯 멈춰 섰다.‘아까 분명 수술실에서 나오셨잖아.’‘그런데 왜... 또다시 들어가는 거야...?’호진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회장님 괜찮으실 겁니다. 너무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정말... 괜찮을까요?”별아의 머릿속에 별현의 모습이 떠올랐다.병원 침대 위에서 응급 처치를 받던 그 모습.그때도 별아는, 절대 그렇게 될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하지만 별현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별아의 가슴이 터질 듯 뛰었다.손끝이 차가워지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다행히도, 이번에는 달랐다.송지국은 다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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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호진은 전혀 대비하지 못한 상태였다.강준에게 멱살을 잡힌 순간, 그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강준은 그대로 호진을 끌고 병원 밖으로 나가려 했고, 재환이 뒤에서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오늘 강준은 송지국을 문병하러 왔다. 여기서 호진과 몸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어렵게 마음먹고 온 의미마저 완전히 사라질 판이었다.“대표님, 제발 진정하십시오.”강준은 오래전부터 호진이 눈에 거슬렸다.별아 앞이기에 감정을 눌러왔을 뿐, 불편함은 줄곧 쌓여 있었다.그런데 그 호진이 별아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그 장면을 보고도 참을 수 있다면, 그건 강준이 아닐 것이다.그래도 남아 있던 마지막 이성이, 그를 완전히 망가지게 만들지는 않았다.강준은 호진을 재환 쪽으로 밀어붙였다.“이 자식 잘 붙들어 놔. 이따가 다시 계산할 거니까.”그는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별아에게로 향했다.그리고 아무 예고도 없이, 별아를 안아 들고 밖으로 나갔다.깜짝 놀란 별아가 다리를 차면서 버둥거렸다.“하강준, 너 뭐 하는 거야?”강준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가라앉아 사나운 기색이었다.그는 별아를 차 안에 밀어 넣고 문을 잠근 뒤, 그대로 몸을 기울이며 압박했다.숨이 막힐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별아의 배를 누르지 않도록 공간을 남겨두고 있었다.조심성이라면 조심성이었고, 무례함이라면 더없이 무례한 행동이었다.“하강준, 너 진짜 미쳤어? 지금 뭐 하는 건데? 네가 이럴 자격이 있어? 우리 이미 이혼했잖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별아는 이를 악물고 강준을 노려보았다.연이은 사건들로 지친 눈에는 붉은 실핏줄이 가득 번져 있었다.강준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이 조여 왔다.그는 별아의 손을 꽉 잡았다.“장인어른 아프신 거 알아. 네가 얼마나 힘든지도 알아. 괜찮아, 내가 있어. 내가 제일 좋은 의사 다 찾아서 장인어른 꼭 낫게 해드릴게.”남자의 얼굴은 너무 가까워서 숨결마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별아는 냉소를 흘렸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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