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221 - Chapter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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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하 서방 집안의 친척인가...?’남선애의 머릿속에 의문이 스쳤다.“별아야, 이게... 무슨 상황이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준이 남정을 부축하면서 안으로 들어왔다.“여보, 장모님.”강준이 먼저 인사하면서, 곧바로 자신의 친모를 별아와 남선애에게 소개했다.“제 친어머니세요. 엄마, 이쪽이 별아고, 이분이 장모님이세요.”강준은 곁에 서 있는 수연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다.별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낯선 소녀인 수연에게로 옮겨갔다.키도 크지 않고 마른 체구에 어딘가 소심해 보였지만, 눈빛은 주위를 숨김없이 훑고 있었다.“사부인, 안녕하세요. 저는 강준이 엄마예요.”남정은 정성껏 고른 선물을 내밀었다.“처음 뵙는 자리라,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이것저것 고민했어요. 마음에 안 드셔도 이해해 주세요.”남선애는 잠시 당황했다.이런 이야기를 미리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아유, 뭘 이렇게까지 하셨어요. 어서 들어와서 앉으세요.”그러고는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별아, 과일 좀 내와.”“네.”별아는 주방으로 향하기 전, 남정을 한 번 더 바라봤다.‘저 분이... 진짜 시어머니.’전생에서 강준은 늘 N국을 오갔고, 그때 별아는 그가 소시정을 데리고 휴가를 간다고만 생각했다.그런데 이번 생에서는, 강준이 어머니를 직접 데리고 돌아왔다.‘그럼... 앞으로는 N국에 갈 필요가 없는 건가?’남정의 얼굴은 세월에 닳지 않은 평온함을 지니고 있었다.몸짓 하나, 말투 하나에도 오래된 가문의 교육에서 비롯된 우아함과 여유가 묻어났다.손영애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녀는 한눈에 봐도 날이 선 인상이었으니까.별아는 주방으로 들어갔다.그 뒤를 강준이 따라왔다.“여보.”강준이 뒤에서 별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나 보고 싶었어?”“언제부터 친엄마가 있었어?”별아는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강준의 속내를 알고 싶었다.“여보, 너도 알잖아.”강준이 별아의 어깨에 턱을 살짝 걸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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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남정은 가방에서 크고 작은 상자들을 하나씩 꺼냈다.본래는 집에 돌아가서 별아에게 건네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이 며느리가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이 팔찌는 말이야. 엄마가 결혼할 때 외할머니가 혼수로 주신 거야. 수종도 괜찮고, 색이 조금 묵었지? 네가 나이가 좀 더 들었을 때 그때 차면 딱이야.”“이 목걸이는 엄마가 결혼할 때 해외에서 아주 유명한 디자이너한테 특별히 주문한 건데, 가운데 이 다이아몬드는 여왕의 왕관에서 떼어냈다더라. 그래도 제법 품위가 있어.”“그리고 이 귀걸이는 엄마가 국내에 와서 직접 산 거야. 매장 직원이 젊은 아가씨한테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고. 이런 보석 세팅 스타일을 네가 좋아할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하나같이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물건들인 데다가, 가격도 매길 수 없을 정도였다.결혼한 지 삼 년, 별아는 손영애에게서 제대로 된 장신구 하나 받아본 적이 없었다.생모와 계모의 차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분명할 수 있나 싶었다.별아는 조금, 아니 꽤나 마음이 흔들렸다.‘하지만... 나랑 하강준은 이혼할 거야. 이런 걸 받아도 결국은 다시 돌려줘야 해.’며느리의 망설임을 알아차린 듯, 남정은 별아가 거절할까 봐 서둘러 말했다.“아가, 이건 엄마 마음이야. 앞으로 강준이가 한 번이라도 너를 속상하게 하면, 그때마다 엄마가 하나씩 더 줄게. 대신 네가 엄마 대신 강준이를 좀 단단히 잡아줘. 엄마는 널 믿을게.”“어머니, 저는...”남선애 역시 딸이 괜히 시어머니 체면을 깎을까 봐 말을 보탰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사부인 마음이신데 받아두렴.”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들을 모두 받아 들었다.“감사합니다.”남정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수연의 시선이 크고 작은 상자들로부터 천천히 별아의 얼굴로 옮겨왔다.마침 고개를 든 별아와 시선이 마주치자, 수연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그 눈빛 속에서 별아는 분명히 보았다.질투였다.남정과 남선애는 비슷한 또래라 그런지 말이 잘 통했고, 서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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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별아는 순간 멍해졌다.‘소시정은 하강준의 어머니를 살리기 위한 혈액 공급원이었어.’‘앞선 두 번의 삶에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었는데.’별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어떻게 처리했는데? 소시정을 죽인 거야? 아니면...”“숨만 붙어 있게 뒀어. 혀는 잘랐고, 팔이랑 다리는 전부 힘줄을 끊어서 병상에 묶어놨지. 죽은 거나 다름없어. 소시정의 골수는 약물 연구에 필수라서, 연구가 끝나면 공해로 던져질 거야. 다시는, 영원히 우리 세계에 나타나지 못하게.”강준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평온했다.마치 업무 중에 귀찮은 문제 하나를 정리해버렸다는 듯한 어조였다.별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준의 잔혹함에 박수를 쳐야 하나... 아니면 그의 결단에 갈채를 보내야 하나...한참의 침묵 끝에, 별아가 입을 열었다.“잘됐네. 그건 소시정의 업보야. 소시정 한 사람 죽어서 다섯 명이 산다면, 그 정도면 값어치 있는 죽음이지.”별아는 인정했다.자신은 강준처럼 세상을 투명하게 살아가지 못했고, 강준 같은 번개 같은 수단도 없었다.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옳았다.그래야 모두가 나름의 좋은 결말을 맞을 수 있었다....그날 밤은 아무 일도 없이 흘러갔다.그리고 다음 날.이른 아침부터 하명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왜 남정을 K시에 데려왔느냐고 다짜고짜 추궁했다.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소음은 온통 하명식의 분노 섞인 고함뿐이었다.남정이 돌아온 일로 하씨 가문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해 질 무렵, 이번에는 하태산에게서 전화가 왔다.본가로 한 번 들어오라는 말이었다.별아는 따라가고 싶지 않아서 적당한 이유를 댔다.“집에서 어머니랑 있을게.”“그래.”강준은 더 말하지 않았고, 혼자 차를 타고 본가로 향했다.사실 별아도 시어머니와 딱히 나눌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게다가 수연이라는 존재가 중간에 애매하게 끼어 있었다.남정은 조용한 성품이었다.입가에는 늘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고, 별아를 위해 견과류를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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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그날 밤, 강준은 돌아오지 않았다.별아는 강준이 본가에서 밤새 무릎을 꿇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거리 모퉁이에 있는 작은 카페에 별아가 앉아 있었다.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이 공간을 채웠다.다시 살아 돌아온 이후, 별아는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수지에게도, 도설에게도, 그리고... 이겸에게도.이겸은 좋은 사람이었다.그래서 더더욱 괜히 그의 삶을 흔들고 싶지 않았다.짙은 커피 향이 퍼지는 가운데, 별아는 정교한 커피 잔을 손에 쥔 채 창밖의 세상을 바라봤다.많은 생각이 스쳤다.강준과의 결혼은 시작부터 요란했고 사랑도 세상을 뒤집을 만큼 격렬했지만, 신뢰는 어느 순간부터 조용히, 아주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였다.출산에 대한 기억은 별아에게 너무 깊은 상처를 남겼다.그건 말 몇 마디로 덮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오직 시간만이 겨우 다독일 수 있는 고통이었다.그런 상처가 섞여 버린 결혼은 더 이상 순수할 수가 없었다.강준이 무슨 말을 하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이혼에 대한 생각은 전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다만 이번 생에서의 별아는, 이혼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을 뿐이었다.별아는 떠나기로 결심했다.해 질 무렵, 별아는 강준에게 저녁을 함께 먹자고 했다.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연기가 자욱한 포장마차였다.사람 냄새가 가득한 곳.두 사람은 묵시적으로 전생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그저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들, 사소한 말들만 주고받았다.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K시의 밤거리를 천천히 걸었다.화려한 불빛과 스쳐 가는 사람들, 끝없이 이어지는 도시의 소음 속에서.그리고 별아가 미리 예약해 둔 온천 호텔로 향했다.고급스러운 스위트룸, 테이블 위의 와인과 꽃, 은은하게 감도는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강준과 별아는 여러 번 관계를 가졌다.마치 어떤 의식이라도 치르듯이.새벽빛이 스며들 무렵이 되어서야, 두 사람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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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그 시각.R시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강준은 마지막 서류에 서명을 마친 참이었다.재환은 눈치를 보며 담요를 하나 건넸다.“대표님, 조금이라도 주무세요. 아직 두 시간은 더 가야 도착합니다.”강준은 창밖을 바라본 채 낮게 말했다.“마동기 선생 작품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던데, 그분 작품을 우리가 새로 여는 경매소의 첫 출품작으로 올리면, 시작부터 운이 좋겠지.”“맞습니다, 대표님. 제가 마 선생님께 저희 쪽 의사를 전했고요, 선생님도 꽤 기대하고 계신 분위기였습니다.”지나치게 부풀려진 가격은 언제나 쉽게 맞출 수 있었다.이름 있는 예술가들이 지닌 허영과 자존심은... 자본 앞에서 늘 명확했다.사업이라는 게 본디 그렇듯,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일 뿐이었다.재환은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아, 그리고 대표님... 본가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요.”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강준은 눈을 감은 채 담담하게 물었다.“뭐라고 하던가.”“사모님이 실종된 지 벌써 3년이 됐으니, 밖에서 이미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다면서... 이제 마음 정리하시고, 하루빨리 재혼해서 하씨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하지 않겠냐고...”말이 뒤로 갈수록 재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다른 사람들은 몰랐을 것이다.이 3년을 강준이 어떻게 버텨왔는지.재환은 알고 있었다.수없이 많은 밤, 강준은 혼자 사무실에 남아 창밖의 네온을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냈다.그 시선의 끝에는 늘 별아가 있었다.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는 걸 재환은 알고 있었다.강준은 짧게 웃었다.이 말이 누구 입에서 나왔는지, 굳이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하명식이었다.남정이 돌아온 뒤로, 하명식의 심사는 내내 뒤틀려 있었다.K시 일부 언론에서는 교묘하게, 하명식이 젊었을 적 저질렀던 추한 일들을 다시 끄집어내 보도하고 있었다.기분이 좋을 리 없었고, 화풀이의 대상은 늘 손영애 아니면 강준이었다.“그분께 전해. 난 아직 이혼 안 했고, 다른 사람과 결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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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3년 동안, 별아는 R시와 K시를 수없이 오갔지만 강준과 마주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의도적으로 피한 것도 맞고, 그저 운이 그랬다고 해도 맞을 것이다.R시에서의 그 우연한 재회 이후, 별아의 마음은 조금 불안정해졌다.“엄마!”작은 아이가 집 밖으로 달려 나와서 별아의 품에 안겼다.“어디 갔다 왔어, 나 엄청 오래 기다렸어.”별아는 잠시 멈칫했다.이 3년 동안, 별아는 또 하나의 인생을 살았다.아이를 낳았다.전생과 마찬가지였다.강준과 마지막으로 격렬하게 몸을 섞었던 그날 밤 이후, 별아는 사후 피임약을 먹었고 그것도 사흘이나 연달아 복용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했다.의사는 말했다.그렇게 많은 약을 먹은 상태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그러니 포기하는 게 낫다고.하지만 별아는 고집스럽게 아이를 낳았다.마치 두 번의 삶에서 남겨진 공백을 반드시 메워야 한다는 듯이.다행히도 아이는 아주 건강했고 유난히 영리했다.외모는 강준을 그대로 빼닮았고, 말도 많았다.아들을 품에 안고 살아온 지난 2년여의 시간은, 별아에게 진심으로 행복한 나날들이었다.“마동기 만났어?”젊은 남자가 아이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이 남자의 이름은 양시천이었다.별아가 여행 도중 알게 된 사람이었다.2년 전, 별아는 고원 지대로 여행을 갔다가 고산병으로 위독해진 시천을 만났다.정신이 혼미해져 유언처럼 사진까지 찍고 있던 상황이었다.별아는 망설임 없이 차를 몰았다.하루 밤낮을 쉬지 않고 달려서 병원까지 데려갔고, 시천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그 이후로, 시천은 별아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다행히도 두 사람은 말이 잘 통했다.시천은 별아를 이해했고, 별아는 그와 함께 있을 때 유난히 편안했다.별아는 시천을 연인이라기보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지기라고 여겼다.“아니.”별아는 아이를 품에 안고 말했다.“너희는 밥 먹었어? 난 아직 못 먹어서 지금 좀 많이 배고파.”“뭐 먹을까? 국수? 아니면...”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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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시천은 아이를 안고 마당으로 들어오면서 별아를 바라봤다.“밖에 서 있는 그 남자, 별아 씨 보러 온 거지?”별아는 이미 강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처음부터 모르는 척한 것도, 우연인 척한 것도 아니었다.강준과는 더 이상 나눌 말이 없다고 생각했고, 며칠 서성이다가 의미 없다는 걸 깨닫고 K시로 돌아갈 거라 여겼다.하지만 아이였다.아이의 얼굴은 강준과 너무도 닮았다.한 번 보고 난 뒤부터, 강준은 점점 더 자주 나타났다.‘그래... 피할 수 없는 감정은... 결국 마주 보고 끝을 내야 하는 거겠지.’별아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강준은 피하지 않았다.초점 없는 눈빛, 젖은 속눈썹과 머리끝에는 이른 아침의 이슬이 그대로 맺혀 있었다.검은 정장 아래로 드러나는 몸선은 여전히 곧고 단정했다.어디선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기와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꼭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 같았다.강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멍하니 별아의 눈을 바라보다가, 아주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인사라도 하듯이.별아도 말없이 그 시선을 받아냈다.오랜 침묵 끝에, 별아가 말했다.“들어와서... 잠깐 앉을래?”강준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가, 힘겹게 웃는 흉내를 냈다.“내가... 들어가도 돼?”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었다.마당은 크지 않았지만,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보다 훨씬 단정했다.곳곳에 놓인 아이 장난감들이 눈에 들어왔다.강준은 그걸 보는 순간, 눈가가 붉어졌다.“내 아이 맞지?”강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네 아이... 내 아들 맞지?”별아는 그 질문이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아이 하나로, 두 사람의 인연이 다시 이어질 일은 없었다.“맞아.”별아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네 아들인 건 사실이야.”강준은 웃었다.그러나 그와 동시에 눈물이 흘러내렸다.‘두 번의 삶을 지나서야, 별아가 아이를 낳았구나.’‘그리고 그건... 내가 없는 곳에서였어.’‘내 곁을 떠난 뒤에야, 별아의 불운이 끝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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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문을 닫는 순간, 별아는 문가에 몸을 기댄 채 그대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그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이였기에 별아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어디를 찌르면 강준이 가장 아파할지.강준의 눈가를 타고 떨어지던 그 한 방울의 붉은 눈물.그걸 본 순간, 별아의 심장 한가운데가 송곳으로 찔린 것처럼 아려 왔다.숨이 막힐 만큼 너무나 아팠다.3년이었다.별아는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어떻게 해야 강준과 완전히 끊어낼 수 있을지를 생각해 왔다.완전히 끝내는 것.다시는 되돌릴 수 없도록.그리고 오늘, 그 바람은 현실이 됐다.시천이 말없이 다가와서 별아의 등을 천천히 두드려 주었다.그는 알고 있었다.별아가 오늘 만들어 낸 말들,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들은 모두 강준이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것임을.시천은 별아에게서 그녀와 강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진짜로 사랑했던 사람들 사이가, 어떻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끝날 수 있겠는가?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괜찮아. 이렇게 한 번 제대로 울어. 다 울고 나면... 조금은 덜 아플 거야.”...강준은 K시로 돌아오자마자 쓰러졌다.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그의 병세를 크게 부풀렸다.‘병세 악화’, ‘위중’, 심지어는 ‘위독’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하씨 집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특히 하태산은 거의 매일같이 병원을 찾았다.의사들은 연달아 위중하다는 진단을 내렸다.손자보다 먼저 아들이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태산 역시 결국 병석에 눕고 말았다.별아 역시 그 뉴스를 보았다.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강준을 보러 갈 수는 없었다.그리고 아들을 데려갈 생각도 없었다.다만 송지국에게 전화를 걸었다.송씨 집안과 하씨 집안의 오랜 인연을 생각해서, 아버지에게 자기 대신 한 번 병문안을 가 달라고 부탁했다....병실 안.하명식은 송씨 집안을 욕한 뒤, 이번엔 아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정말 한심하지. 여자 하나 때문에 이 꼴이 뭐야. 3년 동안 안 보더니, 걔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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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네.”“하강준,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R시까지 와서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거야?”별아는 반사적으로 은준을 끌어안으면서 뒤로 물러섰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아이를 감싸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이 아이는 내 아이야. 네가 함부로 데려갈 수 없어.”“내 아이이기도 해.”“그래도 내가 낳았어.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넌 데려갈 수 없어.”별아는 은준을 온몸으로 가리면서 버텼다.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이러지 마. 나 너까지 미워하게 만들지 마.”강준은 그 말을 듣고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그 웃음에는 조롱과 냉기가 뒤섞여 있었다.“내 아이를 안 데려가면 네가 날 안 미워하게 되나? 송별아, 넌 이미 나를 충분히 미워하고 있어. 하나 더 미워하든, 덜 미워하든 뭐가 달라지지? 내가 그걸 신경 쓸 것 같아?”강준은 재환에게 시선을 던졌다.재환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은준을 별아의 품에서 억지로 떼어내서 안았다.“아아아!”은준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다.별아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괜찮아,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별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아저씨가 잠깐 게임하자는 거야. 엄마가 이따가 다시 어린이집 데려다 줄게, 응?”별아는 한 번도 강준에게 매달린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무너졌다.그녀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네가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고, 무슨 분노가 있든 다 나한테 해. 은준은 아직 너무 어려. 엄마 없이는 안 돼. 제발... 제발 데려가지 마.”별아는 온몸이 떨릴 만큼 울고 있었다.그러나 강준의 눈빛은 변해 있었다.예전처럼 쉽게 흔들리는 눈이 아니었다.“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뭐든 다 해 줄게.”별아는 거의 비명처럼 말했다.“은준이만 내 곁에 두게 해 줘. 그럼 전부 네 말대로 할게.”강준은 천천히 몸을 낮춰 반쯤 쪼그려 앉았다.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별아의 날카로운 턱선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눈빛은 깊고 복잡했다.별아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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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은준은 강제로 차에 태워졌다.작은 손을 허공에 휘두르며, 숨이 넘어갈 듯 울부짖었다.“엄마... 엄마... 엄마아...”...아들이 강준에게 끌려간 순간, 별아의 심장도 함께 찢겨 나간 것 같았다.“내가... 하강준을 건드렸어.”별아는 텅 빈 마당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말했다.마치 바람에 닳아버린 것처럼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시천은 조심스럽게 그녀 곁에 섰다.“강준이 은준을 데려가긴 했지만, 친아버지잖아. 아이를 해치지는 않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별아는 퉁퉁 부은 눈으로 시천을 올려다봤다.그리고 마치 주문처럼 같은 말을 되뇌었다.“난 그 말을 한 게 아니야. 내가 하강준을 건드렸다는 말이야. 하강준은 보복할 거야.”“나 하나로 끝나지 않아. 우리 집안, 나와 얽힌 모든 사람들... 시천 너도 포함이야.”시천은 고개를 저었다.두려움보다는 별아가 이렇게까지 몰려 있는 상황이 안타까웠다.“이제 그만 생각해. 한 번은 제대로 마주 보고 얘기해야지.”시천은 알고 있었다.강준이 과거에 별아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그래서 별아가 3년 동안 도망치듯 떠나 있었던 것도.“사랑이든 아니면 사랑이 아니든, 그게 증오로 변해 버리면 안 돼.”“말은 쉽지.”별아는 씁쓸하게 웃었다.‘사람들이 다 그렇게 감정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이렇게까지 아프겠어.’‘인간은 감정으로 사는 존재인데.’별아는 고개를 숙인 채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내가 두 번이나 다시 살아난 이유가 하강준하고 다시 잘해 보려는 게 아니야. 내 인생을 살고 싶었어.”“은준을 낳은 것도, 그 애가 하강준의 아이라서가 아니야. 난... 그 아이에게 두 번의 삶에서 빚을 졌거든.”‘하강준에게 무슨 자격이 있다고 내 아들을 데려가.’‘아이를 사랑해서가 아니잖아.’‘그 사람은... 날 괴롭히고 싶은 거야.’별아는 이를 악물었다.“아이를 두고 싸우겠다면, 법정에서 만나야지.”...강준의 움직임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시천은 별아와의 중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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