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241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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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무슨 상황이야?”어딘가에서 물건이 타는 냄새가 확연히 느껴졌다.“뭐가 붙은 거야?”재환과 송지국의 비서 장영실, 그리고 몇몇 작업자들이 상황을 확인하러 밖으로 나갔다.별아와 강준은 컴퓨터실 안에 남아 있었고, 공기는 점점 팽팽해졌다.이 창고에는 가연성 물품이 너무 많았다.한번 불이 붙으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된다.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너는 여기 있어. 아무 데도 가지 마.”강준은 손에 들고 있던 소화기와 방독면을 아주 신중하게 별아에게 건넸다.“그럼 너는?”별아는 무의식중에 강준의 옷자락을 붙잡았다.“강 비서랑 장 비서는 이미 나갔잖아. 너까지...”“불은 순식간이야.”강준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불이 번지면, 우리 전부 여기서 끝장이야. 그러니까 내 말대로 이 방에서 절대 움직이지 마.”별아는 컴퓨터 화면을 보았다.창고 전체의 온도가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었고, 연기도 점점 퍼졌다.밖으로 나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이 작은 컴퓨터실만이 아직은 공기가 버티고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사람들이 돌아왔다.모두 얼굴이 그을리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소화기는 이미 다 써 버렸고, 연기가 너무 짙어서 재발화 위험이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창고 안의 통신 신호는 약했지만, 모두가 필사적으로 구조 요청을 시도하고 있었다.그때.쿵!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순식간에 창고 전체를 검은 연기가 삼켰다.사람들은 서둘러 방독면을 착용했다.몇몇 작업자들은 남아 있던 소화기를 들고 다시 밖으로 뛰쳐나갔다.별아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그녀는 누구보다도 죽음에 대한 공포가 컸다.몸이 제멋대로 떨리기 시작했다.강준이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아무 일 없을 거야.”설령 사신이 온다 해도 이번에도 강준은 별아의 앞을 막아설 것이다.공기는 점점 희박해졌다.밖으로 나간 작업자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영실과 재환도 언제부터인지 보이지 않았다.좁은 공간 안에서 산소는 계속 줄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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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별아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병원 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송지국과 남선애의 얼굴이었다.두 사람의 표정에는 걱정과 안도, 그리고 죽음의 문턱을 넘기고 돌아온 딸을 확인한 안심이 뒤섞여 있었다.“괜찮아, 괜찮아. 다 지나갔어. 하늘이 도왔어.”남선애는 눈가가 붉어져 있었고, 말끝이 자꾸 떨렸다.송지국 역시 다르지 않았다.별아는 구조되었고, 살아 있었다.“아빠... 엄마...”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 별아는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는 공포를 눌러 담듯 말했다.“창고에서 갑자기 불이 나면서 안에 갇혔어요. 지금 밖은...”“불은 다 잡혔다. 다 끝난 일이야. 무서워하지 마.”송지국은 딸의 다리에 남은 화상 자국을 보고 눈을 떼지 못했다.미안함과 자책이 한꺼번에 몰려왔다.“아빠가 잘못했다. 너까지 이런 고생을 시켜서...”“아빠,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아버지가 풀려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별아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안이었다.‘그럼... 하강준은?’“아빠, 하 서방은...”“강 비서한테 들었다. 하 서방은 해외 출장을 갔다더라. 하산그룹 새 프로젝트 때문에, 몇 달은 돌아오기 힘들 거라고.”별아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았다.‘무사하면 됐어.’입원했을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별아는 강준도 재환도 보지 못했다.마치 그들이 이 공간에 존재한 적조차 없었던 것처럼....집으로 돌아온 날, 노숙현이 별아에게 택배 하나를 건넸다.“사모님, 택배 왔습니다.”봉투 하나.별아는 그걸 보는 순간, 마음이 묘하게 가라앉았다.K시를 떠날 때, 그녀가 강준에게 보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예감이 들었지만 손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올 건 결국 오지. 피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어.’봉투를 열자 별아는 웃음이 났다.‘역시... 이혼합의서야.’하산그룹 법무팀에서 작성한 문서는 흠잡을 데 없이 깔끔했다.혼인 기간 중의 공동 재산은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 있었고, 하산그룹 지분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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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그건 엄밀히 말하면 스캔들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강준이 어떤 여자와 함께 있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었을 뿐이었다.사진에는 강준의 뒷모습만 담겨 있었지만, 별아는 단번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여자는 단정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고, 강준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얼굴에는 담담하면서도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차분하고 품위 있는 인상, 누가 보아도 교양 있어 보이는 사람이었다.‘괜찮네. 하강준도 이제 새로운 삶을 사는 거겠지.’‘그럼 나도... 슬슬 시작해도 되려나.’그로부터 1년.시천은 R시를 떠나 K시로 와 별아의 회사를 도와주고 있었다.매일같이 얼굴을 보며 함께 일하다 보니, 두 사람의 관계는 예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시천은 분명히 말한 적이 있었다.평생 별아와 은준을 돌보고 싶다고. 이름이나 자리도 필요 없고, 친구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존재가 되고 싶다고.별아는 그 거리감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라, 반쯤 농담처럼 그 제안을 흘려보냈다.사랑이라는 건 원한다고 해서 바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이성과도 마음만 먹으면 시작할 수 있는 감정은 아니었으니까.이 1년 동안 별아는 남정과의 연락도 끊지 않았다.남정은 종종 은준을 데려가 며칠씩 함께 지냈고, 두 사람은 암묵적인 합의라도 한 듯 강준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시간은 그렇게 단조롭게 흘러갔고, 별아 역시 전생의 상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별현은 대학생이 되었다. 올해 신입생으로 강명대에 입학하자, 별아가 직접 차를 몰고 동생을 데려다 주었다.짐은 크고 작은 가방들로 한가득이었다.“동기들이랑 잘 지내고, 괜히 싸우지 말고, 웬만하면 말로 해결해. 말이 안 통하면 그냥 넘어가. 절대 일 키우지 말고.”별아는 그저 별현이 무사하기만을 바랐다.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덧붙였다.“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괜히 대출받거나 돈 빌리지 말고, 알았지?”“알았어. 누나, 나 이제 애 아니야. 걱정하지 마.”두 사람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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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그뿐만이 아니었다. 평소에 안경을 쓰지 않던 강준은 콧등에 금테 안경까지 걸치고 있었다.‘장식일까... 아니면 정말 필요해서?’별아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그녀는 그저 차 안에 앉은 채로, 강준을 바라보고 있었다.‘허리가 예전만큼 곧지 않아 보이네. 다리 때문일까, 아니면...’강준은 차 옆에 서서 전화를 한 통 받았다.몇 분 지나지 않아 서가인이 건물 안에서 나왔다.두 사람은 무언가를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다.과한 스킨십은 없었지만, 어색함도 없었다.그냥... 잘 어울렸다.곧 가인은 강준의 차에 올랐고, 차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별아의 가슴 한쪽이 텅 비는 느낌이 들었다.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그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강준이 장애를 입었다는 사실이 준 충격인지,아니면 그가 새로운 연인을 곁에 두었다는 사실이 준 여파인지.어쨌든... 마음이 어지러웠다.그날 저녁,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던 중, 별아가 의도했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강준 얘기를 꺼냈다.“아빠, 하강준 다리는 어떻게 된 거야?”“강준이를 봤어?”송지국은 소문을 조금 들은 적은 있었지만 확실하지는 않았다.“해외에 있을 때 사고가 있었다고만 들었지, 자세한 건 나도 몰라.”별아는 고개를 숙인 채 밥을 먹다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오늘 별현이 학교 데려다주다가 멀리서 봤어요. 하강준 여자친구가... 별현이 학과 교수님이더라고요.”“그래? 참 묘한 인연이네.”별아는 웃었다.‘하강준은 정말로 내려놓았구나.’“아마... 곧 결혼하지 않을까요?”송지국은 딸을 한 번 보고, 남선애를 한 번 보았다.부부로서 딸을 오래 봐 온 입장에서, 별아는 아직 마음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듯 보였다.“딸... 마음이 좀 불편한 거 아니니?”“아니에요.”별아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환하게 웃었다.“그냥 얘기 나온 김에 한 말이에요. 아빠, 엄마 천천히 드세요.”...금요일.별아는 은준을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다.기숙형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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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가인은 은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알록달록한 무지개 막대사탕 하나를 꺼내 아이에게 내밀었다.“친구야, 이모가 하나 줄게.”은준은 받지 않았다.강준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커다란 눈동자 안에는 분노와 서운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가자.”강준이 짧게 말했다.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에는 여자아이를 안은 채였다.별아와 스쳐 지나갈 때, 강준은 그녀를 한 번도 더 보지 않았다.그 순간, 강준과 별아는 완전히 남이 되어 있었다.별아는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하강준... 그래도 은준까지 없는 사람 취급할 필요는 없잖아.’별아는 웃었다. 입꼬리가 떨리는, 아주 쓴웃음이었다.‘새로운 사랑이 있고, 새로운 아이가 있는데...’‘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전처가 낳은 아이에게 다정할 수는 없겠지.’‘하강준은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아.’‘그러니까... 내 아이도 더는 사랑하지 않는 거야.’별아의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은준이 작은 손으로 엄마의 뺨을 닦아주었다.“엄마, 왜 울어?”“엄마 눈에 모래가 들어갔어.”“엄마, 나쁜 아빠가 우리 싫어하면 우리도 나쁜 아빠 싫어하면 돼. 이제 내가 엄마 지켜줄게. 나 할 수 있어.”은준은 가슴을 두드리며 씩씩하게 말했다.별아는 웃었다.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오늘은 엄마가 은준 데리고 KFC 갈까?”“좋아! 좋아!”별아는 감정을 꾹 눌러 담고 은준을 태운 채 차를 몰고 그 자리를 떠났다....강준의 업무용 차량 안.그는 내내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조금 전, 별아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았다.그 흔적이 유난히 따끔거려서 강준은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강준 씨, 오늘 제 딸 데리러 같이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제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외롭지 않을 것 같아요.”가인은 딸을 안은 채 진심으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아저씨, 오늘 하루 아빠 해줘서 고마워요.”강준은 애써 웃음을 지었다.“별일 아니에요. 집까지 데려다 드릴게요.”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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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고개를 숙인 채, 강준은 입술 앞으로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 불을 붙이지도 않은 채 그대로 물고 있었다. 마치 무엇인가에 기대려는 사람처럼.저녁노을이 강준의 얼굴 위로 내려앉았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은 선명했지만, 왠지 설명하기 어려운 쓸쓸함이 함께 배어 있었다.‘이혼을 결심했다면, 이제 더 이상 별아의 삶을 흔들어서는 안 돼.’그건 강준이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이었다....별아가 고개를 들었을 때, 차 안에 앉아 있는 강준이 눈에 들어왔다.콧대 위에 얹힌 안경 때문인지, 강준의 인상은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하강준은 여자를 기분 좋게 만드는 법을 아는 사람이야.’‘아마 서가인 교수님이 이런 모습을 좋아해서 일부러 저렇게 바꾼 거겠지.’‘예전에도 그랬지. 내가 어떤 남자 연예인 귀걸이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말했을 뿐인데, 하강준은 바로 귀를 뚫었으니까.’‘하강준은 누구를 사랑하든 늘 요란하고, 늘 전력을 다해.’‘그래도 나는, 하강준이 우리 아들도 조금은 그렇게 사랑해 주길 바랐어.’“엄마, 뭐 보고 있어?”“아니, 아무것도.”별아는 멍하던 시선을 거두고, 다시 아들에게 집중했다. 은준과 함께 밥을 먹는 일에 마음을 붙잡았다....강준 어머니 남정의 생일이었다. 남정은 별아와 은준을 초대했다.별아는 강준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선물만 전해주고 은준을 남겨 둔 채 먼저 돌아갈 생각이었다.초대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남정의 친정 식구 몇 명 정도.그리고 당연히, 강준의 새 여자친구인 서가인도 빠질 리 없었다.별아는 굳이 인사를 나누고 싶지 않아서, 선물을 은준에게 건네며 말했다.“아들, 할머니한테 가서 생신 축하드린다고 말씀드려. 엄마가 조금 있다가 데리러 와도 될까?”“응.”은준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착하네.”별아가 돌아서려는 순간, 누군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아, 송별아 씨. 또 뵙네요. 저도 방금 알았어요. 송별아 씨가 강준 씨의 전 부인이셨다는 걸요.”“강준 씨가 따로 말씀은 안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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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들킬까 봐 두려워진 별아는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 키스에 자신이 반응해 버렸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수치스러웠다. 마치 불륜을 저지른 내연녀가 된 기분이었다.너무 당황한 나머지... 별아는 화장실에서 그대로 뛰쳐나왔다.비틀거리며 나오다가 과일을 나르던 아주머니와 먼저 부딪혔고, 이어 샴페인을 들고 가던 웨이터까지 건드려 상대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말썽 많은 코는 또다시 말을 듣지 않았다. 피가 흘러내리면서, 별아는 온몸이 엉망이 된 채 그대로 밖으로 달려 나갔다.“강준아, 별아가 왜 저래? 얼른 나가서 좀 봐.”남정은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강준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최대한 빠르게 뒤따라 나갔다.“송별아, 거기 서.”별아는 코를 틀어쥔 채 차 옆에서 멈춰 섰다.“뭐야.”왜 이렇게까지 마음이 급한지도 몰랐다. 애초에 오늘 이 자리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코에서 피 나잖아, 감각도 없어?”강준은 손수건을 내밀며 말했다.“병원 가서 처치 좀 해. 계속 흘리면 빈혈 와.”그 말투엔 분명 걱정이 묻어 있었다.별아는 고개를 돌리며 피했다.“코피 좀 난다고 빈혈까지 와? 오버하지 마, 나 먼저 갈게. 너희는... 어머니 생신 잘 챙기고, 좀 이따가 은준 데리러 올게.”잠시 멈췄다가, 별아가 일부러 말을 덧붙였다.“아, 그리고 나 오늘 엄청 바빠. 선도 보러 가야 하거든. 딱히 괜찮은 사람 없으면 시천 씨하고 결혼하는 것도 생각 중이야. 은준이도 시천 씨 좋아하거든.”말은 멈추지 않았다.“서가인 교수님이랑 너 잘 어울리더라. 그 교수님은 딸도 있으니까, 너는 고생 없이 아빠 역할 하면 되겠네. 좋잖아, 축하해.”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별아는 의미 없는 말들을 마구 쏟아냈다.차 문을 열고 타려는 순간, 강준이 손을 들어 문을 닫아 버렸다.“너 진짜 바쁘긴 하구나.”“그럼, 나 바쁘지. 이혼하고 나서 인생 알차게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거든. 너도 마찬가지잖아?”“다리가 그렇게 됐어도 연애도 잘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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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여자가 돈을 벌고 싶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하강준이 나를 협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웃기지 마.’별아의 당혹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지독한 승부욕이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강준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두 사람의 눈빛이 공중에서 세게 부딪혔다.먼저 웃은 쪽은 강준이었다. 상대를 비웃는다기보다 자기 자신을 자조하는 듯한 웃음이었다.“그래, 네가 이겼다.”별아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탄 뒤, 강준이 건네줬던 손수건을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액셀을 밟았다.손수건은 묘하게도 빗나가지 않고, 정확히 강준의 얼굴에 떨어졌다.“송별아...”강준은 헛웃음을 흘렸다.‘전생에 유이겸 하나 상대하는 것도 벅찼는데.’‘이제는 양시천까지, 자칫하면 혈기왕성한 구 회장까지 끼어들겠지.’‘내가 뭘로 경쟁해?’‘세상이 또렷하게 보이지도 않는 눈? 아니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이 다리?’‘별아에게 가장 기본적인 행복조차 줄 수 없는 내가, 무슨 자격으로 욕심을 내.’‘놓아야 해. 더 이상 매달리지 말자.’‘...’남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별아의 상황을 묻는 전화였다.강준은 짧게 대답했다.“별일 없어요.”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남정의 말이 이어졌다.[가인 씨 부모님이 오셨어. 내 생일 축하도 할 겸이라는데, 아무래도 너랑 가인 씨 일도 정리하려는 것 같아. 너 생각은 어떠니?]서가인은 예의 바르고, 성격도 온화한 데다 대학 교수로서 직업도 단정했다.서씨 집안 역시 대단한 재벌가는 아니었지만, 오래된 학자 집안이었다. 다만 가인은 아이를 가질 수 없었고, 입양한 딸이 하나 있었다. 남정의 눈에는 아무리 봐도 쉽지 않은 관계였다.차별해서가 아니라 강준이 이 복잡한 관계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남정은 무엇보다도 별아와 강준이 다시 이어지기를 바랐다. 은준의 친어머니였고, 가족은 결국 함께해야 온전하다고 믿었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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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수지는 화가 난 얼굴로 핸드폰을 탁 소리 나게 테이블 위에 엎어 놓더니, 강준의 SNS를 향해 대놓고 퍼부었다.“진짜 뭐 하는 짓이야, 세상 사람들이 하강준 재혼하는 거 모를까 봐 안달 난 것도 아니고, 하강준은 역시 하강준이야.”“진짜 뻔뻔하지 않아? ‘이번 생의 유일한 사랑’ 같은 토 나오는 말은 또 어떻게 생각해낸 거야, 대체 누구 보라고!”별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이 복잡하게 엉켜 있었다.‘하강준이랑 서가인은 이제 막 시작한 사이잖아.’‘그런데 이렇게 빨리 공개 연애를 하는 걸 보면, 아마 결혼도 금방 하겠지.’‘둘 사이의 아이도 낳고, 자신들만의 가정을 만들어서, 남들 보기엔 부족함 없는 행복을 누리겠지.’“하강준이 서가인하고 결혼하면, 제일 상처받는 건 은준일 거야.”수지는 잠시 멈칫했다가 말했다.“근데 솔직히 말해서, 은준이가 그렇게까지 아빠를 좋아하는 것 같진 않던데.”입으로는 늘 ‘나쁜 아빠’라고 말했지만, 은준은 분명히 강준에게 의지하고 있었다.별아는 얼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어린이집에서 은준이 다른 아이와 싸웠다.그 아이가 은준에게 ‘아빠 없는 애’라고 말했다고 했다.은준은 울면서도 소리를 질렀다.“나 아빠 있어, 나 아빠 있어, 아빠 없다고 하지 마...”결국 은준은 그 아이를 꽤 심하게 때렸고, 별아는 치료비에 사과까지 몇 번을 한 뒤에야 겨우 아이 부모의 양해를 얻을 수 있었다.그 이후로 며칠 동안, 은준은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별아는 아들에게 미안했다. 너무 미안했다.“요즘은 그런 생각도 해, 은준이한테 새 아빠를 만들어 주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럼 은준이 마음속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별아는 턱을 괴고 멍하니 말했다. 마치 꿈속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처럼 담담했다.수지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완전 찬성이야. 후보는 있어? 내가 같이 골라줄게.”별아는 별 생각 없이 말을 이었다.“정 안 되면 선이라도 봐야지. 아이 좋아하고, 주변 관계 복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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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두 사람은 함께 가게 문을 나섰다.서로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눈 뒤, 별아는 차로 향했다.차 문을 막 열려는 순간,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별아 씨.”이겸이었다.그는 이미 자리를 떠난 줄 알았기에, 별아는 잠시 놀란 듯 뒤돌아섰다.“유 변호사님.”그녀는 애써 전생의 기억을 밀어내며, 최대한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무슨 일이신가요?”“아까 계산을 대신했는데, 혹시 불편하지는 않으셨을까 해서요.”별아는 옅게 웃었다.“불편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유 변호사님, 감사합니다.”“친구니까요.”그는 잠시 말을 고르다, 스스로도 어색한지 가볍게 웃었다.“아, 제 말은... 친구가 계산한 걸 불편해하지 않으신다면요.”“전혀요.”이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몇 달 뒤에 제 누나가 약혼을 합니다. 선물로 주얼리를 하나 해주고 싶은데, 누나가 별아 씨 작업실 브랜드하고 디자인을 많이 좋아하더군요. 시간 괜찮으실 때, 한 번 자세히 상담을 받아 보고 싶습니다.”별아는 잠시 멈칫했다.일과 관련된 제안이라서, 거절할 이유도 일부러 피할 필요도 없었다.괜히 피하는 쪽이 오히려 어색할 수 있었다.“네, 좋아요. 월요일이랑 금요일은 시간이 비교적 여유로워요. 편하신 때에 오세요. 그럼 다음 주 수요일로 하죠.”이겸의 얼굴에는 늘 그렇듯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괜찮습니다. 도설 씨에게 일정 조율해 달라고 얘기해 둘게요.”두 사람은 다시 한번 예의를 갖춰 인사를 나눴다.그 모습을, 의도적으로 각도를 잡은 악의적인 파파라치가 카메라에 담았다.그리고 곧바로 기사가 터졌다.자극적인 제목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가인은 그 기사를 강준에게 보여주었다.“보세요. 송별아 씨도 새로운 인연을 만난 것 같네요. 유 변호사님은 법조계에서도 꽤 이름 있는 분이시잖아요. 분명 행복해지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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