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231 - Chapter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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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화

별아는 이겸에게 괜히 형식적인 인사는 하지 않았다.앞으로도 이겸의 도움이 필요할 일이 많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때 가서 한꺼번에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로펌을 나선 뒤, 별아는 한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사흘 뒤.두 사람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한 조용한 장소에서 만났다.별아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자는 스무 살을 갓 넘긴 또래로 보였다.피부는 유난히 하얗고, 웃을 때면 인위적이지 않은 청초함이 묻어났다.눈매에는 은근한 온기와 함께, 책을 많이 읽은 사람 특유의 분위기가 배어 있었다.강준이 좋아할 만한 타입이었다.“이름이 뭐야?”별아가 물었다.여자가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이아윤이에요. 강명대 학생이고요, K시 출신은 아니에요.”별아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옆에 앉아 있던 마흔 살쯤 되어 보이는 차주애가 말을 거들었다.“아윤 씨가 사람 마음을 아주 잘 흔들어요. 남녀 관계 쪽에서는 아윤 씨가 못 넘어뜨린 남자가 없어요. 며칠 전에는 처녀막 복원 수술도 마쳤고요.”별아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아윤 씨가 상대해야 할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하강준이야. 쉽지 않을 거고, 그만큼 공도 들어가야 해. 선금으로 2억 원, 일이 성사되면 추가로 2억 원. 아윤 씨 생각은 어때?”별아는 준비해 온 수표를 건넸다.차주애는 능숙하게 수표를 집어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걱정 마세요. 석 달이면 충분해요. 아윤 씨가 맡은 일은 확실하게 끝낼 거고, 원하시는 증거도 손에 쥐게 해 드릴게요.”“차 여사님 안목은 믿어요.”별아는 시선을 이아윤에게 옮겼다.“아윤 씨도 믿을게요.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별아는 가방에서 네모난 보석 상자를 하나 꺼냈다.안에는 유명 명품 브랜드의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가격은 삼천만 원대였다.별아는 직접 그걸 아윤의 손에 쥐어 주었다.“이건 선물이야.”자연스럽게 받아 열어본 아윤이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사모님, 걱정 마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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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강준은 끝내 별아에게 은준을 보여 주지 않았다.만남의 장소는 병원 근처의 작은 카페였다.카페는 고급스럽지도 않았고, 대부분 젊은 청년들과 취업 준비생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두 사람은 구석 자리에 마주 앉았다.상대적으로 조용했지만, 공기는 묘하게 팽팽했다.“그 남편은 안 데리고 왔네?”강준은 입꼬리를 비틀듯 올리며 길게 말을 끌었다.“아... 그렇지. 잡혀갔지. 중혼 혐의로.”별아는 말문이 막혔다.‘이 모든 걸 꾸민 게 하강준이면서, 이렇게 비아냥대는 게 그렇게 즐거운가.’“하강준, 너도 알잖아...”“난 몰라.”강준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무정해졌다.“말해 봐. 이번에 K시에 온 이유가 뭐야?”“아들 보러 왔어.”별아는 숨기지 않았다.“못 봐.”강준은 단호했다.별아는 눈을 크게 떴다.“왜 못 봐? 설사 이혼을 했다 해도 난 만날 권리가 있어. 게다가 아들을 데려간 건 너야. 그건 납치야. 신고하면 너 큰일 나.”“난 아버지야.”강준은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태도는 지나치게 점잖았고, 그래서 더 불쾌했다.“내 아들한테는 이혼도 안 해 놓고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생각부터 하는 엄마는 없어.”“너...”별아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강준이 이렇게까지 비열한 말을 할 줄은 몰랐다.‘전생에서 보여 주던 그 애절한 재결합 타령은 전부 거짓이었구나.’‘하강준은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참고 기다렸다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도... 다 자기가 원하는 결말을 얻기 위한 연기였을 뿐이야.’‘뜻대로 안 되면, 바로 이 본색이 드러나는 거고.’별아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이미 시천과의 관계도 알고 있겠지.’‘지금 이 비아냥은... 내가 직접 인정하길 바라는 거겠지.’“나 결혼 안 했어. 양시천하고도 그런 관계가 아니고, 배 속에 아이도 없어.”별아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그렇게 말한 건, 너랑 완전히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묻는 거야. 어떻게 하면 은준을 돌려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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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송지국의 비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떻게 그런 일이...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송지국에게 일이 터졌다. 계약서 위조 혐의로 누군가가 그를 고발했고, 회사 계좌에 있던 자금도 전부 동결됐다.사업을 계속 이어 가려면, 거액의 보증금을 납부해야 했다.사건은 너무도 갑작스러웠고, 송지국은 곧바로 조사를 받기 위해 연행됐다.별아의 머릿속에는 단 한 사람만 떠올랐다.‘하강준이야. 저 사람은 늘 이런 식이었어.’‘가장 비열한 방법으로,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사람.’별아는 강준을 노려봤다.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인 눈빛이었다.“너지? 하강준, 네가 한 거지? 네가 꾸민 거잖아. 일부러 우리 아버지 건드린 거잖아. 왜 꼭 내 가족이어야 해? 할 말이 있으면 나한테 해. 나한테 하라고.”강준은 씁쓸하게 웃었다.‘봐라. 일이 터지기만 하면, 내가 항상 범인이지.’‘이 여자는... 단 한 번도 날 믿은 적이 없었지.’강준은 해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생각해.”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 순간, 별아가 그의 앞을 막아서며 손을 휘둘렀다.짝!“정말 너야? 끝까지 말해. 진짜 네가 한 거야?”강준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아프지 않다고 할 수는 없었다.그는 턱 근육을 한 번 움직이며 고개를 바로 세웠다.검은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날카로워졌다.“머리는 장식으로 달린 거야? 이렇게 노골적인 경쟁사 수법도 못 알아봐? 송 회장님은 누군가에게 제대로 걸린 거야. 하지만 그 사람이 나는 아니야.”“정말... 너 아니야?”별아는 순간 흔들렸다.‘아버지는 원래 신중한 사람이야.’‘사업하면서 원한 살 일도 거의 없었는데... 왜 하필 지금...’“네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해? 하강준, 넌 왜 이렇게 여유가 있어?”별아는 여전히 강준을 의심하고 있었다.강준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내가 했는지 아닌지는, 네가 직접 알아봐.”...별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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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거절해도 돼. 내가 강요한 건 아니니까. 사흘 줄게. 생각해 본 뒤에 동의하면 만나서 계약서 쓰고, 아니라면 더는 연락하지 마. 시간이 지나면, 네 선택은 자연히 알게 될 테니까.]강준의 목소리에는 별다른 온기가 없었다.지극히 담담했고, 그래서 더 냉정하게 느껴졌다.별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칫밥을 먹는 사람처럼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고, 모욕감이 가슴 깊숙이 내려앉았다.통화는 그렇게 끝났다.수화기 너머로 뚜뚜 신호음만 울렸다.강준은 철저한 사업가였다.송명그룹의 지분 10퍼센트는 2조 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액수지만, 그 지분으로 경영 전반에 대해서 실질적인 발언권을 쥘 수 있었다.그는 시장의 논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별아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사흘째 되는 날, 별아는 결국 강준을 찾아갔다.강준은 별아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재환에게 계약서 준비를 지시했을 뿐이다.날씨는 흐렸고, 실내는 유난히 어두웠다.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물잔을 들었던 강준은, 잔이 빈 걸 보고 다시 내려놓았다.“채권자 앞에서 최소한 얼굴 표정 정도는 갖추는 게 예의야.”강준이 말했다.별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이게... 네가 짠 판이 아니길 바랄 뿐이야.”“아까도 말했잖아. 거절할 수 있다고.”“하지만 너도 알잖아. 내가 거절할 수 없다는 걸.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아.”별아의 목소리가 끝내 떨리더니, 눈가가 붉어지면서 눈물이 맺혔다.강준은 별아를 한 번 훑어본 뒤,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통유리창 앞에 서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물었다.연기가 피어올랐다가 창틈으로 스며든 바람에 금세 흩어졌다.“사람 사이란 원래 그래. 돈을 얘기할 때나 감정을 얘기할 때도 뭘 얘기할 수 있는지는, 상대가 뭘 필요로 하는지에 달렸지.”별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내가 그걸 모르겠어?’‘이 세상이 얼마나 냉정한지, 이미 충분히 배웠어.’‘하강준도 다르지 않아. 틈을 파고들고,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거지.’‘본질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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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노숙현은 이런 사정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보기에는 강준이 꽤 정이 있고 책임감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계단 중간에 서 있던 별아는 재환과 노숙현의 대화를 그대로 들었다.그제야 알 것 같았다. 자신이 보기엔 강준에게 그저 ‘가능한 선택지’처럼 보였던 일들이... 사실 강준이가 애써 가볍게 넘기려 했던 무게였다는 걸.그때, 화장실 쪽에서 다시 구토 소리가 들려왔다.별아는 더 듣지 않고, 조용히 몸을 돌려 방으로 올라갔다.엄마가 곁에 있어서인지, 은준은 깊고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작은 숨결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렸다.시간이 한참 지난 후, 샤워를 마친 강준이 은준의 방으로 들어왔다.강준은 한동안 말 없이 아들의 얼굴을 바라봤다.작은 손을 살짝 쥐어 보고 말랑한 발을 가볍게 눌러 보면서, 구석구석 보는 시선은 묘하게 부드러웠다.은준은 몸을 한 번 뒤척이더니, 다시 곤하게 잠들었다.“이 녀석, 나를 별로 안 좋아해.”강준이 낮게 말했다.“맨날 나랑 반대로만 하고. 커도 절대 순한 타입은 아닐 거야.”말은 그렇게 했지만, 입가에는 씁쓸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샤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준에게서는 아직 술기운이 남아 있었다.“앞으로 술 좀 줄여.”별아는 말하고 나서야,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스스로도 놀랐다.곧바로 후회가 밀려왔다.이건 분명 걱정이었다.강준이 죽으면 아버지 일도, 은준 문제도 모두 공중에 떠버릴까 걱정이 된 건지, 아니면 그보다 더 복잡한 이유였는지... 별아 자신도 알 수기 없었다.강준은 별아가 술 냄새를 싫어한다고 생각한 듯,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은준의 방을 나와 거실로 간 강준은, 다시 와인 한 잔을 따랐다.붉은 액체가 잔 안에서 천천히 흔들렸다.그는 그대로 와인을 목으로 넘겼다.별아가 다가와, 그의 손에서 와인 잔을 빼앗았다.“하강준, 너 나이가 몇인데 이러고 살아. 좀 적당히 해.”강준은 화를 내지 않았다.오히려 별아의 손목을 잡아 쥐고, 자연스럽게 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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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송지국은 계속 유치장에 수감된 채, 최종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별아가 보석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사람을 써서 알아본 결과, 아버지에게 씌워진 이 뜬금없는 사건 뒤에는 분명 어떤 힘이 개입돼 있는 듯했지만, 이상하리만치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보이지 않는 손이 끊임없이 개입해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게 막고 있는 느낌이었다.별아는 친정에 돌아가지도 못했다.어머니가 물어보고 말끝이 흐트러질까 봐, 무엇보다 진실이 새어 나올까 봐 두려웠다.아무도 몰랐다.별아가 얼마나 숨 막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사실 마음만 먹으면 강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다.강준이라면 분명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별아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리고 강준이 과연 아무 조건 없이 도와줄지도 알 수가 없었다.결국 별아가 할 수 있는 건, 하루하루 버티며 기다리는 것뿐이었다....하산그룹.재환은 그동안 수집한 조사 자료를 정리해 강준에게 보고했다.“대표님, 송지국 회장님은 이번 사업 입찰 과정에서 사람을 하나 잘못 건드렸습니다. 이 사람 이름은 왕주근, 업계에서는 ‘왕계살’이라고 불립니다.”“그리고 보증금 관련 실무를 맡았던 공무원 왕태철이 있는데, 두 사람이 사촌 관계입니다.”재환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두 사람이 공모해서 판을 짰습니다. 요구된 2조 원의 보증금 가운데, 왕태철이 대표님께 추가로 요구한 1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전부 왕주근과 왕태철이 나눠 가졌습니다. 즉, 실제 상부에서 요구한 보증금은 100억 원뿐이었습니다.”강준의 눈빛이 서늘해졌다.“목적은 단순합니다. 송지국 회장님은 2조 원을 마련하지 못할 걸 알고, 송명그룹이 무너지면 헐값에 지분을 사들여서 회사를 통째로 차지하려 했던 겁니다. 상당히 잔인한 수법이죠.”재환은 덧붙였다.“대표님이 개입하시면서 그들의 계획은 틀어졌지만, 대신 거액을 챙겼으니 손해는 아니었을 겁니다. 지금쯤 두 사람은 이불 속에서 돈을 세고 있을 가능성이 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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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이렇게 값비싼 걸 보내 주셔 봤자, 결국 송별아 씨가 밖에 있는 남자 먹여 살리는 데 쓰면 어떡해요. 너무 아깝잖아요.”남정은 고개를 저었다.별아가 그런 사람이라는 말은 믿고 싶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었다.“별아가 밖에 정말 남자가 있었으면, 아예 돌아오지도 않았을 거야.”“송별아 씨가 돌아온 건 송명그룹에 일이 생겨서 오빠 도움을 받으려고 온 거예요. 엄마, 너무 착하게만 대하지 마세요. 송별아 씨는 절대 선한 사람이 아니에요.”수연의 말에 남정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하지만 남정은 끝내 말 없이 준비해 둔 선물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했다.“그럼 둘 다 별아한테 주자. 번갈아 가면서 착용하라고.”두 개의 보석 팔찌.가치만 해도 오십억 원이 넘는 물건들이었다.수연은 그런 선물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엄마, 제가 이렇게 말씀드려도... 하나도 안 들으시네요.”“됐어. 엄마가 알아서 판단할게.”남정은 몸이 좋지 않아 직접 가지 않고, 수연에게 선물을 대신 전해 달라고 했다.손자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수연아, 엄마 마음 잘 전해주고, 네 오빠 집에 있으면서 몸조심하라고 꼭 말해 줘.”“네, 알겠어요.”수연은 보석과 액세서리들을 정리하다가,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꺼냈다.“엄마, 사실 하나 상의드릴 게 있어요.”“무슨 일이니?”“제가 친구랑 같이 보석 회사를 하나 차리려고 하는데요, 투자금이 십억 정도 필요해요. 제 돈도 조금은 있는데... 아직 좀 부족해서요.”수연은 남정이 일부라도 보태 주길 바랐다.하지만 남정은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끊었다.“별아가 원래 보석 디자이너잖니. 정말 그쪽 일을 하고 싶으면, 먼저 별아한테 가서 배워. 너는 이쪽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으면서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돈만 날릴 뿐이야.”“아... 네, 알겠어요.”수연은 더 말하지 않았다.다만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그녀는 값비싼 선물들을 들고 강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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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노숙현이 급히 위층으로 올라가 별아에게 말했다.수연이 왔다는 전갈이었다.별아는 솔직히 수연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수연은 남정을 대신해 온 것이라서, 무시할 수도 없었다.“이모님, 은준이 좀 봐 주세요.”“네, 사모님.”별아는 겉옷을 하나 걸치고 계단을 내려갔다.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수연은 다리를 꼬고 기대앉아 있었다.자세에는 조금도 품위가 없었다.아무리 상류층 집안에서 자랐다고 해도, 타고난 바탕이 천박하면 뼛속까지 고귀한 사람으로 변하기는 어려운 법이다.별아를 보자 수연은 그나마 자세를 조금 고쳤다.“엄마가 언니한테 전해주라고 하셨어요.”수연은 무심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여기 안에 언니 아들 줄 ‘무사안녕’ 새긴 작은 금목걸이가 있어요. 엄마가 절에 가서 직접 기도하고 받아온 거라서, 꼭 은준이한테 채워 주라고 하셨어요. 나머지는... 전부 언니 거고요.”수연은 선물 상자를 앞으로 밀어 놓으며 비꼬듯 말했다.“하씨 가문 물건 들고 나가서 밖에서 어린 남자나 키우는 데 쓰지 마세요. 시어머니 마음 더럽히지 말고요.”별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수연의 말투가 몹시 불쾌했지만, 굳이 다툴 생각은 없었다.“다른 할 말은?”별아는 냉담하게 물었다.수연은 입술을 비죽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없어요. 피곤해서 좀 자려고요.”수연은 자신을 손님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그대로 1층 손님방으로 들어갔다....시어머니가 보낸 선물들은 하나같이 값이 나가는 것들이었다.별아는 그것들을 모두 방 안에 옮겨 두었다.정리하자마자 남정에게서 전화가 왔다.연결된 뒤 한참 만에 남정은 깊고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별아야, 너하고 강준이 일은... 강준이가 전부 나한테 이야기했어. 3년이 지났는데, 네 마음속 응어리는 좀 풀렸니?]별아는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다.수화기 너머에는 적막만 흘렀다.남정은 그 침묵으로 충분히 알아들었다.[아직 풀리지 않았어도 괜찮다. 나랑 강준이는... 평생 속죄할 각오는 돼 있다.]“어머니 잘못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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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아, 네.”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욕실에서 나왔다.문을 닫는 순간까지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이게... 심장이 끌리는 느낌이구나.’수연은 멀리 가지 않았다.욕실 문 밖, 복도에서 그대로 서서 기다렸다.잠시 후, 강준이 욕실에서 나왔다.너무 급하게 일어난 데다 술기운까지 겹쳐서인지, 몸이 잠시 휘청거렸다.수연은 반사적으로 다가가 강준을 붙잡았다.그 손이 정확히 그의 가슴 근육 위에 닿았다.셔츠는 아직 제대로 여며지지 않은 상태라서, 수연의 손은 그대로 맨살에 닿았다.뜨거웠다.남자의 체온이 그대로 전해지자, 수연의 심장은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강준은 본능적으로 수연을 밀어냈다.그리고 빠르게 셔츠 단추를 잠갔다.“왜 아직 여기 있어?”머리가 살짝 멍한 상태였다.‘이상하다... 수연이가 왜 우리 집에 있지?’강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너 왜 우리 집에 있어? 엄마랑 산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여긴 왜 온 거야?”수연은 당황한 듯 고개를 숙였다.“오빠, 엄마가 언니한테 물건을 전해 달라고 해서 왔어요. 잠깐 눈 붙이다가 그대로 잠들었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 엄마 혼자 계신 것도 마음에 걸리고요.”수연이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강준이 불렀다.“됐다. 이 시간에 나가긴 너무 늦었어. 내일 가. 오늘은 그냥 쉬어.“아... 네.”강준은 더 말하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수연은 두 손을 뒤로 깍지 낀 채,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그리고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방금 강준의 가슴에 닿았던 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코끝에 가져갔다.한 번 숨을 들이마신 뒤, 손끝을 입술로 가져가 살짝 물었다.‘남자의 냄새가... 이렇게 강렬할 줄이야.’...강준은 평소처럼 샤워를 마치고, 은준의 방으로 향했다.불은 꺼져 있었고, 조용한 공간에는 고른 숨소리만 흐르고 있었다.은준은 침대 가장자리로 굴러가 있었고, 침대 가운데는 넉넉하게 비어 있었다.조용히 침대에 오른 강준은 아들을 조금 더 옆으로 옮긴 뒤,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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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별아는 어떤 대답을 해야 강준이 만족할지 알 수가 없었다.그저 담담하게 입꼬리를 한 번 슬쩍 올렸을 뿐이다.“난 이미 너를 사랑하지 않아. 네가 왜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는지 모르겠어.”“근데 나는 아직 너를 사랑해.”강준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얼굴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웃기지? 나 이렇게 값어치 없는 인간이야. 이렇게 비참하고 이렇게 비굴하고, 이렇게... 개처럼 매달리고.”끝내 그는 울음을 터뜨렸다.눈물은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과 섞여 그대로 흘러내렸다.별아의 심장도 함께 당겨지는 듯 아팠다.강준의 숨이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는 별아의 턱을 붙잡았다.별아는 의미가 담긴 그의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강준은 그대로 고개를 눌러 입을 맞췄다.그 키스는 분명 발산이었다.억울함과 집착, 억눌린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거칠면서도 집요한 키스였다.이미 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입술에는 완전히 가시지 않은 술기운이 남아 있었다.숨을 쉬기조차 어려워진 별아는, 손끝으로 강준의 어깨를 꽉 움켜쥔 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젖혀야 했다.남자의 숨결은 뜨거웠고, 별아에게는 물러설 공간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밤은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혼란 속으로 가라앉아 갔다....이유도 명확하지 않은 이 관계 이후, 별아는 강준을 마주하는 게 두려워졌다.강준 역시 비슷했는지, 거의 일주일 가까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그 사이 남정이 다녀갔다.남정은 은준을 보자마자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다.은준을 품에 안은 순간,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작고 말랑한 아이의 체온은, 남정에게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하씨 가문을 떠날 무렵의, 그 또래 강준의 모습이었다.남정의 눈가가 붉어졌다.“은준아, 나 누군지 아니? 나는 네 할머니야. 아빠의 엄마.”은준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큰 눈으로 낯선 할머니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말했다.“나 할머니 없어.”남정의 가슴이 잠시 쿵 내려앉았다.하지만 손자에게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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