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현은 이런 사정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보기에는 강준이 꽤 정이 있고 책임감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계단 중간에 서 있던 별아는 재환과 노숙현의 대화를 그대로 들었다.그제야 알 것 같았다. 자신이 보기엔 강준에게 그저 ‘가능한 선택지’처럼 보였던 일들이... 사실 강준이가 애써 가볍게 넘기려 했던 무게였다는 걸.그때, 화장실 쪽에서 다시 구토 소리가 들려왔다.별아는 더 듣지 않고, 조용히 몸을 돌려 방으로 올라갔다.엄마가 곁에 있어서인지, 은준은 깊고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작은 숨결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렸다.시간이 한참 지난 후, 샤워를 마친 강준이 은준의 방으로 들어왔다.강준은 한동안 말 없이 아들의 얼굴을 바라봤다.작은 손을 살짝 쥐어 보고 말랑한 발을 가볍게 눌러 보면서, 구석구석 보는 시선은 묘하게 부드러웠다.은준은 몸을 한 번 뒤척이더니, 다시 곤하게 잠들었다.“이 녀석, 나를 별로 안 좋아해.”강준이 낮게 말했다.“맨날 나랑 반대로만 하고. 커도 절대 순한 타입은 아닐 거야.”말은 그렇게 했지만, 입가에는 씁쓸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샤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준에게서는 아직 술기운이 남아 있었다.“앞으로 술 좀 줄여.”별아는 말하고 나서야,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스스로도 놀랐다.곧바로 후회가 밀려왔다.이건 분명 걱정이었다.강준이 죽으면 아버지 일도, 은준 문제도 모두 공중에 떠버릴까 걱정이 된 건지, 아니면 그보다 더 복잡한 이유였는지... 별아 자신도 알 수기 없었다.강준은 별아가 술 냄새를 싫어한다고 생각한 듯,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은준의 방을 나와 거실로 간 강준은, 다시 와인 한 잔을 따랐다.붉은 액체가 잔 안에서 천천히 흔들렸다.그는 그대로 와인을 목으로 넘겼다.별아가 다가와, 그의 손에서 와인 잔을 빼앗았다.“하강준, 너 나이가 몇인데 이러고 살아. 좀 적당히 해.”강준은 화를 내지 않았다.오히려 별아의 손목을 잡아 쥐고, 자연스럽게 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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