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201 - Chapter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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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대표님, 저, 저 정말... 제발 용서해 주세요. 다음에는 절대 이런 짓 안 하겠습니다.”“누가 시킨 거지?”몸을 굽힌 강준이 겁에 질린 남자의 턱을 발끝으로 들어 올렸다. 노골적인 조롱이 섞여 있는 태도였다.“내가 한번 맞혀볼까? 음... 손영애 여사겠지?”이건국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하씨 가문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건국과 손영애의 관계, 그 은밀한 일들은 하씨 가문 누구도 모른다고 믿고 있었다.‘어떻게...’“아닙니다. 그게 아니라...”이건국이 부정하려는 순간, 재환의 손이 먼저 날아왔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뺨이 돌아갔고, 재환은 이를 악물고 내뱉었다.“너랑 손영애가 수년간 붙어 다니며 바람 피운 걸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어? 이건국, 하씨 가문의 재산을 들고 손영애랑 도망칠 생각을 하다니. 꿈을 너무 빨리 꾼 거 아니야?”“저, 저는...”설명하려던 말은 다시 날아든 주먹에 잘려 나갔다.머리가 울리며 시야가 흔들렸다.“당장 유골함을 내놔. 그렇지 않으면 손영애도 못 빠져나가고, 너는 더더욱 그래.”재환의 거듭된 경고 앞에서, 이건국은 완전히 무너졌다.“손영애가 시켰습니다. 유골함을 훔치라고 한 것도 전부 손영애였습니다. 하씨 가문이 너무 비정하다고 했어요.”“하명식 옆에서 그렇게 오래 지냈는데도, 외부인 취급만 받았다고... 받아야 할 것도, 받지 말아야 할 것도 하나도 없었다고요. 너무 억울해서 그랬다고... 그래서 저한테...”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준의 발이 이건국의 옆구리를 찍었다.이건국은 그대로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그래서 내 어머니의 유골을 훔쳤단 말이지. 죽을 줄 알아.”“저도, 저도 원해서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방법이 없었습니다...”배를 움켜쥔 이건국은 피를 토하면서 기침을 했다.“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하 대표님, 제가 바로 유골함을 돌려놓겠습니다. 바로... 켁, 켁...”재환은 자리를 벗어나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손영애가 유골함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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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술은... 쓰디썼다.목을 타고 넘어간 순간, 강준은 두어 번 거칠게 기침을 했다.세 번째 잔이었다.“엄마, 거기서는 잘 지내고 계셔야 해요. 앞으로는 제 모든 시간을 별아를 돌보는 데 쓰려고 해요.”“별아가 아이를 잃을 뻔했고, 지금은 눈도 보이지 않게 됐어요. 전부 제 잘못이에요. 엄마도 저 원망하고 계시죠?”“저는 항상 완벽하게 하려고 했는데, 결국엔 아무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어요.”“...”이제 강준은 이 모든 걸 바로잡으려 하고 있었다.그는 오직 별아만 바라보고, 별아 곁에 머물 작정이었다.별아의 눈이 되어주고,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엄마, 이제 갈게요. 전생이든 이번 생이든, 후회가 너무 많았어요. 더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엄마, 저를 좀 도와주세요. 네?”강준은 천천히 세 번 절을 했다.그리고 몸을 돌려, 산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병원.별아는 자신의 상태를 송지국에게 알리지 않았다.아버지가 걱정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별아는 직접 송지국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빠, 아기 상태가 조금 불안정하대요. 의사 선생님이 당분간은 쉬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갑자기 왜 그런 거야?]송지국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요즘 너무 무리한 거 아니냐? 다 아빠 탓이지... 하필 이럴 때...]자책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그 말이 마음에 걸리면서, 별아는 왠지 가슴이 아팠다.“아빠, 아빠 탓 아니에요. 아빠는 치료 잘 받으시고, 저는 아이 잘 지킬게요. 우리 둘 다 같이 잘 버텨요.”[그래.]송지국은 짧게 대답했지만, 그 안에는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모든 정리를 마친 뒤, 별아는 이겸의 도움을 받아 퇴원 수속을 밟았다.이제부터는, 이 세상이 주는 어둠에 조금씩 적응해야 했다.“집에 혼자 있으면 생활은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이겸은 끝내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별아는 가볍게 웃었다.“영자 이모가 다시 와서 도와주기로 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 그리고 수지도 있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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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남자는 많다. 이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수지는 꽤 담담한 편이었다.별아는 이미 큰 상처를 한 번 겪은 사람이라, 수지에게 무엇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수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순간이었다.문득 고개를 들자, 강준이 그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수지는 걸음을 멈췄다.별아도 덩달아 멈춰 섰다. 그녀는 보이지 않았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왜 그래?”수지가 낮게 말했다.“네 그 성가신 전남편이 왔어.”수지는 본능적으로 별아 앞에 섰다. 보호하듯 몸을 내밀었다.강준의 시선이 수지를 스치더니, 곧바로 별아에게 닿았다.“여보, 내가 데리러 왔어. 집에 가자.”수지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발끈했다.“무슨 집? 너희는 이미 이혼해서 가족도 아니야. 하강준, 네가 별아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도 다시 데려가겠다고? 너, 별아를 죽여야 속이 시원해?”강준의 얼굴에는 변명보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자책과 미안함이 깔려 있었다.“그건... 사고였어.”“사고로 사람 죽을 뻔했잖아.”수지는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얼굴이었다.별아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수지의 손을 꽉 붙잡았다.강준을 따라가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분명한 거부였다.“가. 난 내 집으로 갈 거야.”“여보, 나한테 기회를 줘. 내가 잘 돌볼게.”강준은 애초에 별아와 상의하러 온 게 아니었다.그는 별아를 데려갈 생각이었다. 자신들이 살던 그 집으로 다시.“여보, 내 얘기 좀 들어 봐.”강준은 수지와 별아 앞에 다가와, 수지의 손에서 별아의 손을 억지로 떼어냈다.“네가 지금 앞이 안 보여도 괜찮아.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내가 해줄게. 가고 싶은 데가 있으면 내가 같이 갈게.”강준은 별아가 거절할 걸 알고 있었다.그래도 상관없었다. 별아가 자신을 밀어내는 것쯤은 견딜 수 있었다.별아의 가슴에 불안이 차올랐다. 그녀는 몸을 비틀며 손을 빼려 했지만, 강준은 놓아주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이겸이 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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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나한테 몸을 맡겨. 이번에는... 절대 네 손을 놓지 않을게.”강준의 말은 다짐처럼 들렸고, 동시에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처럼 들렸다.별아의 초점 잃은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하강준, 너 자신은 그 말을 믿어?”“난 진심이야, 별아야. 나를 좀 믿어줘.”강준은 몸을 숙여 별아를 끌어안았다.“우린 부부였어. 결혼식 때 맹세했잖아. 가난하든 병들든 서로 손 놓지 않겠다고. 그 약속, 너 설마 잊은 건 아니지?”별아는 속으로 비웃었다.‘당연히 기억하지.’‘남자들은 늘 그래. 자기한테 아무것도 없을 땐, 아내가 같이 고생해 주길 바라지.’‘그러다 마음이 다른 데 가 있으면, 맹세도 사랑도 전부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려.’‘그런 장면을... 난 이미 충분히 봤어.’‘이제는 더 이상 하강준이랑 그 연극을 이어갈 힘이 없어.’“우린 이제 부부가 아니야. 그런 맹세도, 약속도 이미 다 끝났어.”강준은 물러서지 않았다.“그래도 지금은 아이가 있잖아. 아이를 위해서라도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어, 여보?”별아는 웃었다. 웃음에는 서늘한 조소가 섞여 있었다.‘아이를 핑계로, 이미 끝난 감정과 증오까지 엮어서 다시 묶겠다고?’‘정말 지루하고 잔인해.’“혼자만의 착각이야.”별아의 목소리는 차갑기만 했다.그녀는 몸을 돌려 강준이 있는 공간에서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눈앞은 여전히 완전한 어둠이었다. 손이 닿는 곳 어디에서도 안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별아는 어둠 속에서 살고 있었다.불안하고 두려웠고, 이제는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강준이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별아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곧바로 거부했다.“괜찮아. 손대지 마.”“별아, 제발 이러지 마.”강준은 별아가 아직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결국 그는 노숙현을 불렀다.“이모님, 잠깐 별아 좀 봐주세요. 저는 의사들한테 다시 연락해 볼게요.”“네, 대표님.”노숙현이 곁에 있자, 별아는 조금 긴장을 풀었다.하지만 말수는 눈에 띄게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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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강준의 큰 손이 조심스럽게 별아의 불룩해진 아랫배 위에 내려앉았다.그 순간이 묘하게도 특별했다. 마치 강준이 직접 자신들의 아이를 안아본 것처럼 느껴졌다.“움직이지 마.”그 손길이 불편해진 별아가 강준을 한 번 밀어냈다.강준은 별아를 들어 올려 욕조 쪽으로 옮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감회가 좀 들어서 그래.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우리 아이도 생기지 않았겠지. 그렇지?”“그건 그냥 사고였을 뿐이야.”“사고였어도, 넌 결국 아이를 가졌잖아.”강준은 별아를 천천히 욕조 안에 앉혔다.“여보, 난 네 얼굴도 닮고 나도 닮은 아이가 우리 앞에 나타나는 걸 상상해. 그때의 우리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져 있을 거야.”‘행복?’별아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하강준 정말 낙관적인 사람이네.’“이제 나가. 다 씻으면 부를게.”강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물러났다.“알겠어. 밖에 있을게.”문은 조심스럽게 닫혔다.강준은 베란다로 나가 아래를 내려다봤다.초록빛 새싹들이 보였다.노숙현이 말했었다.별아가 직접 뿌린 장미 씨앗이고, 올해 안에 꽃을 볼 수 있을 거라고.강준은 생각했다.장미가 피는 그때쯤이면, 자신과 별아 사이에도 완벽한 결말이 와 있을 거라고.담배를 한 개 꺼내 입에 물고, 손을 모아 바람을 막으면서 담배불을 붙였다.하지만 한 모금도 빨지 않았다.그저 입술에 문 채로, 담배가 타 들어 가는 걸 지켜봤다....깊은 밤.별아의 허리에는 강준의 팔이 감겨 있었다.시력을 잃은 뒤로 별아의 시간은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강준은 깊이 잠들어 있었지만, 별아는 오히려 또렷하게 깨어 있었다.별아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다.‘도망가야 해.’하지만 강준은 하산그룹에도 나가지 않았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별아가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그의 시선은 늘 따라붙었다.이 상황에서 벗어난다는 건,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몸이 불편해진 별아가 살짝 뒤척였다.그러자 남자의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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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강준은 웃었다.솔직히 말해, 언젠가 이겸이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까지 자신을 내던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 깊이를 숨기고 살던 남자한테 박수를 쳐야 할까?’‘아니면 뺨을 한 대 날려야 할까?’“경찰이 와도 사람은 못 데려가. 여긴 내 집이고, 별아는 내 아내야.”강준은 소파에 앉아서 다리를 꼬았다. 시선이 닿는 모든 것이 자기 통제 안에 있다는 듯한 태도였다.세 남자는 그렇게 팽팽하게 대치한 채 굳어 있었다.그 긴장은 노숙현이 별아를 부축하며 계단을 내려오면서 깨졌다.호진이 빠르게 다가와 노숙현의 손에서 별아를 넘겨받았다.“사장님, 저희가 모시러 왔습니다.”“호진 씨, 우리 아빠 상태는 어때?”별아는 끝까지 아버지의 병세를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회장님 상태는 비교적 안정적이십니다만, 계속 사장님을 찾고 계십니다.”호진은 별아를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히며 덧붙였다.“가능하시면 병원에 한 번 들르시는 게 좋겠습니다.”“그래야지. 잠시 후에 바로 같이 갈게.”강준은 그 말에 바로 반응했다. 고집스럽게 한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그럼 내가 같이 갈게. 장인어른도 내가 옆에 있으면 좀 안심이 되시겠지.”“강준아, 네가 별아 씨 곁에서 떨어져 주는 게 송 회장님께는 가장 큰 안심이야.”이겸의 말은 차분했지만 날카로웠다.강준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이겸을 바라봤다.말다툼을 하지는 않았지만, 얼굴은 분명히 굳어 있었다.별아는 보이지 않았지만, 두 남자 사이의 날 선 기류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허공을 향한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하강준, 나 병원에 가서 아빠 얼굴만 보고 올 거야. 너는 따라오지 마. 방금 호진 씨한테 들었는데... 영자 이모님도 이미 와 계셔서 생활하는 데는 문제가 없대.”별아가 이렇게까지 차분히 설명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이 집을... 이 상황을 무사히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강준은 반대하지도, 그렇다고 순순히 동의하지도 않았다.그저 별아의 손을 살며시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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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진심으로 서로 사랑하기만 하면 돼. 축복을 받든 말든, 난 신경 안 써.”이겸의 태도는 단호했다.강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아무렇지 않게 이겸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눈빛에는 노골적인 조소가 담겨 있었다.강준은 이겸의 순진한 확신이 우습다는 듯, 한마디로 일축했다.사랑 하나로 모든 걸 감당할 수 있을 거라는 건, 결국 혼자만의 꿈이라는 듯이....병실 안.송지국은 별아의 빛을 잃은 눈을 바라보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아니,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눈이 안 보이게 된 거냐... 의사 말로는 언제쯤 좋아진대?”별아는 이미 며칠 사이 어둠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다.오히려 아버지를 안심시키려고 애쓰면서 부드럽게 말했다.“고열 때문에 그런 거래요. 그래도 괜찮아요, 의사 선생님이 일시적인 거라고 하셨어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보일 수도 있대요.”송지국은 그 말을 들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차라리 자신이 집으로 돌아가 별아를 직접 돌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별아는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아빠, 정말 괜찮다니까요.”“안 돼. 나 퇴원할 거야. 약만 잘 먹으면 돼. 이건 예전부터 있던 병이라서, 쉽게 죽을 병도 아니야. 우리 같이 집에 가자.”결국 별아는 송지국을 이기지 못했고, 호진에게 퇴원 수속을 부탁해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주영자가 별아와 송지국의 식사와 생활 전반을 챙겼고, 호진은 집 안팎의 힘든 일들을 도맡아 했다.이겸은 매일같이 들러 별아와 송지국의 안부를 살폈고, 별아와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수지는 주말마다 별아를 데리고 카페에 나가 앉아, 사람 사는 기운을 느끼게 해주었다.마음이 조금씩 안정되면서, 별아는 어느 순간부터 눈에 아주 미약한 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예전처럼 완전히 막막한 어둠만은 아니었다.“이모님, 오늘 동화산에 가서 기도하려고 하는데, 준비는 다 되셨어요?”“유 변호사님도 같이 가신다고 하셨어요.”영자는 짐을 챙기며 말했다.별아는 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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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별아는 속눈썹을 아주 살짝 내리깔았다.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기억 안 나.”강준은 그 한마디에 숨을 고르듯 천천히 말했다.“네가 이번 생에 나를 용서하든 말든 상관없이, 너랑 아이는 끝까지 책임질 거야. 잘 돌볼 거고, 다시는 결혼도 안 할 거야.”별아는 강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그저 그의 기척과 목소리만 느낄 뿐이었다.‘아마도... 하강준 말이 진심일 수도 있겠지.’‘남자들은 원래 약속할 때만큼은, 꽤 그럴듯하니까.’‘하지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그건 네 선택이야. 난 상관없어. 난... 나중에 다시 결혼할 거니까.”별아의 말은, 강준이 혼자 만들어낸 감동을 단번에 깨뜨렸다.“하강준, 넌 네가 원하는 삶을 살 권리가 있어. 하지만 부탁인데, 제발 내 삶에는 끼어들지 마.”강준의 얼굴이 굳었다.“누구랑 결혼할 건데? 유이겸이야? 너도 알잖아. 유씨 가문이 어떤 집안인지. 그 집은 이혼한 여자도 안 받아. 하물며 아이를 임신한 여자를, 그것도 내 아이를 가진 여자를 받아들일 리가 없어.”유씨 가문이 굳이 의붓자식까지 들여서 가업을 이을 이유가 없었다.더구나 이겸이 자신의 결혼을 마음대로 선택하도록 두는 집안도 아니었다.별아는 숨을 고른 뒤, 나지막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꼭 유이겸이랑 결혼해야 해? 세상 남자 다 죽었어? 왜 꼭 너랑 유이겸 사이에서만 골라야 하는데?”‘내가 그렇게까지 초라한 사람이야?’‘남자들 손에 놓고 선택받아야 할 만큼?’“하강준, 난 누구랑도 결혼할 수 있어. 단 하나의 조건만 충족되면 돼.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 그리고 내가 가장 필요할 때 나를 버리지 않는 사람.”강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별아는 아직도 전생의 원한을 품고 있어.’‘그럴 수밖에 없지.’‘그때의 나는... 변명의 여지도 없는 쓰레기였으니까.’“나한테 한 번만 기회를 줘. 앞으로는 내가...”“그만해.”별아는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오늘 난 내 아이랑 아빠를 위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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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우리 세 식구가 함께, 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풍경을 보러 가는 거야.’‘전 세계에 내 사랑을 선언할 거야.’‘나는 별아를 사랑하고, 아이를 사랑해.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강준은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오늘의 케이블카는 유난히 느렸다.산 중턱쯤 왔을 때, 갑자기 멈춰 섰다.확성기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현재 강우량 증가로 인해 케이블카에 일시적인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별아는 조금 불안해졌다.동화산은 어릴 때부터 수없이 올랐던 곳이었다. 케이블카도 단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다.‘밖에 비가 얼마나 오는 거지?’“비가 많이 와?”별아가 강준에게 물었다.강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중간 정도야.”중간 비라면, 점검이 멈출 정도는 아니었다.게다가 모두가 공중에 매달린 채 갇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을 쉽게 공포로 몰아넣었다.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 케이블카가 사방으로 흔들렸다.“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금방 해결될 거야.”강준은 외투를 벗어 별아의 어깨에 덮어주었다.그리고 몸을 바짝 붙여 앉아, 흔들림에 별아가 중심을 잃을까 봐 조심스레 감싸 안았다.산안개는 점점 짙어졌고,옆에 있던 다른 케이블카들도 비바람 속에서 점점 흐릿해지며 형태조차 알아보기 힘들어졌다.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았다.이곳에는 아무도 없고, 강준과 별아 둘뿐인 것처럼.별아는 보이지 않는 대신, 손끝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난간을 꽉 붙잡고 있었는데, 바람에 한 번 크게 흔들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끼익-케이블카 위쪽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그와 동시에 바람도 더 거세졌다.케이블카는 줄 위에서 회전이라도 할 듯 크게 요동쳤다.별아는 공포에 휩싸였다.“케이블카 떨어지는 거 아니야? 하강준, 지금 상황이 도대체 어때?”강준은 투명한 천창 너머로 레일을 바라봤다.어딘가가 이상했다. 끊어진 것 같기도, 느슨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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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이 초여름답지 않게 뼛속까지 스며들 만큼 차가웠다.별아는 방금 전, 분명히 태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 작은 생명과의 이별을 곧바로 마주해야 했다.‘나와 내 아이 사이의 인연은 이렇게나 얕은 걸까.’‘아가야, 두 번의 삶 동안 우리는 결국 엄마와 아이로 제대로 만나지 못했구나.’‘다음에는 나를 찾지 말고, 다른 사람을 엄마로 만나렴.’‘그럼 훨씬 더 행복한 가정을 가질 수 있을 거야.’‘엄마는 여기까지밖에 함께해 주지 못해...’별아의 가슴이 시큰거리면서 울고 싶었다.‘두 번의 삶 동안, 나와 아이는 제대로 얼굴 한번 마주하지도 못했어.’‘부처님이 나를 불쌍히 여겨 다시 태어나게 해 준 게 아니라...’‘어쩌면 나는 큰 죄를 지어서 이 세상에 벌을 받으러 내려온 건지도 몰라.’비는 마치 끝내 이어지지 못한 이 인연을 애도하듯, 조용히, 또 끊임없이 떨어졌다. 똑똑... 똑똑...주영자는 동화산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을 들었다.산에 기도를 하러 온 다른 사람들처럼 하늘 한가운데 멈춰 선 케이블카 안의 사람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계속 멈춰 있는 것도 문제 아닌가요? 바람도 이렇게 세고 비도 오는데,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래요?”“그러게 말이에요. 이 동화산 케이블카, 꽤 오래됐잖아요. 정비도 제대로 안 했다는 말도 있던데요.”“그럼 어쩌죠? 우리 가족도 위에 타고 있는데... 관리소는 뭐 하는 거예요. 아직도 고치지도 못하고, 그냥 저렇게 공중에 매달아 두면 너무 위험하잖아요...”“...”사람들의 말이 웅성웅성 이어졌다.주영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계속 자리를 서성거렸다.“영자 이모님.”우산을 쓴 이겸이 다가왔다.이겸을 보는 순간, 주영자의 불안은 오히려 더 커졌다.“유 변호사님, 하 대표님이랑 아가씨가 같이 케이블카 타고 산 위로 올라갔어요. 아직도 공중에 갇혀 있다는데, 바람도 이렇게 세고 비도 계속 오고 있어서... 너무 걱정이에요.”이겸은 빗안개에 가려진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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