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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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하지만 강준은 유난히 집요했다.어떻게 살아남을지를 고민하기보다, 끝까지 별아에게 용서를 구하려 했다.“용서 못 해.”별아는 단호했다. 강준에게 해 줄 용서 따위는 없었다.‘하강준이 죽는 건 죽는 거지. 그렇다고 빚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한 목숨으로 세 목숨을 대신할 수는 없어.’‘게다가 내가 한 번 더 죽는다면, 그건 네 번째 목숨이야.’‘비록... 이번에 내가 죽는 건 하강준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그래도 죽는 건 죽는 거잖아.’‘다 죽게 생겼는데도, 하강준은 왜 이렇게 요구가 많아?’별아는 솔직히 지쳤다.“그만 좀 말해. 잠깐만 조용히 있으면 안 돼?”별아는 그냥 잠시라도 고요해지고 싶었다.“여보...”강준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별아가 욕이라도 퍼부으려는 순간, 강준은 그녀의 뒷머리를 감싸 쥐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인생의 마지막 순간이잖아.’‘이 정도로 대담하고 무례해도 되겠지. 내 여자를...’별아가 몸을 비틀며 밀어내려는 순간.끼익-둘의 머리 위에서 소리가 들렸다.놀란 별아가 반사적으로 강준의 가슴팍 셔츠를 움켜쥐었다.강준의 키스는 이상하리만큼 부드러웠다.뜨거웠지만 선을 넘지 않았고 절제되어 있었지만 분명했다.전생에서 강준과 연애하던 시절,별아는 강준과 키스하는 걸 좋아했다.강준은 키스를 잘했다. 늘 조금씩, 조금씩 별아의 의식을 잠식하듯 다가왔고, 키스는 결국 남녀의 일로 이어지곤 했다.전희도 늘 충분했다. 별아가 더는 버티지 못할 때쯤, 그는 입꼬리를 올린 채 묻곤 했다. 괜찮냐고.별아는 얼굴이 빨개진 채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을 가리고, 마음에도 없는 말로 아니라고 했었다.그런 기억들은 이제 감히 떠올릴 수 없는... 꿈 같은 과거였다.꿈속의 강준은 별아를 깊이 사랑했고, K시 사람들 모두가 송별아가 하강준에게 무슨 주문이라도 걸었다고 말할 정도였다.그런 과거가 지금의 별아를 더 아프게 했다.강준은 숨을 억누르며 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사실... 네 앞에서 죽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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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별아의 몸은 극심한 통증에 잠겨 있었다. 마치 산산조각 난 뒤 다시 억지로 맞춰진 것처럼, 온몸이 낯설고 무거웠다.눈을 뜨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누군가의 말소리가 귓가에 희미하게 스며들었다.“계속 이렇게 열이 나면 어떡해?”“누나 좋아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사다 주면 좀 나아질까?”“아이스 커피를 지금 마셔도 되는 거야? 위 다 버리겠네.”“그럼 어쩌라는 거야.”“...”별아는 그 소리들이 엄마와 별현의 목소리라는 걸 어렴풋이 알아차렸다.미간을 몇 번 찌푸린 뒤에야,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새하얀 천장에 달린 조명은 금빛이었다.‘나... 눈이 멀었던 거 아니었어? 어떻게 갑자기 다시 보이게 된 거지?’남선애는 손에 들고 있던 축축한 수건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별아의 이마를 짚었다.“아이고, 이제야 깼네. 하씨 저택에서 운전기사가 왔었어. 무슨 자선 만찬에 데려가야 한다고 하더니, 우리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네가 갑자기 쓰러졌대. 얼마나 놀랐겠어. 정신없이 바로 집으로 데려왔지.”“누나, 좀 괜찮아?”별현은 별아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눈앞에는 남선애와 별현의 초조한 얼굴이 있었다.별아는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래서 보였던 거구나. 사람이 죽으면 병도 사라진다는 말, 진짜였네.’‘난 분명히 죽었어.’‘엄마랑 별현이 이렇게 보이는 걸 보면 틀림없어.’별아는 가만히 숨을 내쉬었다.‘결국 나는 죽었구나.’‘그래도 다행이야. 저승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가족이라서... 그건 좀 위안이 되네.’‘그런데 미안한 마음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플 만큼.’“엄마, 누나가 왜 우리한테 말을 안 해?”“열이 나서 그래. 많이 힘들 거야.”“아...”여전히 귀에는 엄마와 동생의 목소리가 선명했다.그 소리에 별아의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죽고 나서도 가족이랑 다시 만난다는 말도 사실이네.’‘그렇다면 내가 뭐가 무섭겠어.’별아는 다시 눈을 떴다.“엄마, 별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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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집으로 가라고?’별아는 고개를 저었다.저승의 집이 어디 있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제 집은...”“혹시 기억상실인가?”침대 옆에 놓인 차트를 집어 든 젊은 간호사는 다시 한번 차트를 훑어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뇌 쪽은 다친 데가 없는데... 왜 이런 말을 하지?”별아는 간호사를 가만히 바라봤다.그녀의 눈에는 계산도 경계심도 없이, 너무나 순수한 눈빛만 담겨 있었다.간호사는 확신이 서지 않는 듯 다시 한번 별아를 살폈고, 몇 번이나 확인한 뒤에야 차트를 내려놓았다.“그럼... 조금 더 주무실래요?”“간호사님, 저 지금 어디예요? 어느 단계까지 온 건가요? 저승 문은 이미 지난 건가요? 아직 저승으로는 완전하게 들어간 건 아니죠? 혹시... 아직 대기 중인 건가요?”그 말을 듣는 순간, 간호사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침을 한 번 삼킨 뒤, 조심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송별아 씨, 앞으로는 그런 괴담 소설 같은 거 조금만 보세요. 듣는 사람도 좀 무섭네요. 일단 쉬세요, 잠깐 눈 좀 붙이시는 게 좋겠어요.”이상했다.‘왜 이 사람은,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별아는 고개를 젖혀 새하얀 천장을 바라봤다.‘죽으면 의식 같은 건 전부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또렷할까?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별아는 갑자기 팔을 세게 꼬집었다.“읏...”아팠다.확실히... 너무나 분명하게 아팠다.‘귀신이 됐는데도 통증이 느껴진다고?’‘이건 말이 안 되는데... 설마...’별아의 눈이 순간 크게 떠졌다가, 급격히 조여 들었다.‘설마... 또다시 과거로 돌아왔어? 정말로?’별아는 케이블카가 바닥으로 떨어지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눈부시게 밝은 빛이 한 번 번쩍였다는 걸.‘그 빛이... 다시 과거로 돌아올 수 있는 문이었을까?’‘만약 정말로 다시 나도 과거로 돌아왔면... 그렇다면 하강준은?’‘하강준도 살아 있을까... 나처럼 다시 과거로 돌아왔을까?’별아의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너무나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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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자선 만찬은 일주일 연기된 끝에 결국 예정대로 열리게 되었다.아침 일찍, 재환이 송씨 저택으로 별아를 데리러 왔다. 오늘 밤 만찬을 위해, 별아와 강준이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차에 탄 뒤로 별아는 내내 재환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재환의 뒤통수였다. 그 시선이 너무 오래 머문 탓인지, 재환은 점점 목덜미가 뻣뻣해지는 기분이 들었다.“사모님, 혹시 저한테 물어보실 거라도 있으세요? 그럼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재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웃고는 있었지만, 표정은 썩 자연스럽지 않았다.“우리 그이... 병은 다 나은 건가요?”별아는 사실 무엇을 물어야 할지도 몰랐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강준이 자신처럼 다시 살아 돌아온 존재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께서는 과로로 쓰러지셨다가 이틀 정도 의식이 없으셨고요. 지금은 많이 회복하셨습니다. 다만 이번 자선 만찬 준비로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사모님을 찾아 뵐 시간이 없으셨습니다. 혹시라도 서운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별아는 잠시 말이 막혔다.‘하강준이... 자선 만찬을 준비하고 있다고?’‘그 만찬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그런데도 그대로 진행한다는 건...’‘혹시 하강준은 나처럼 다시 과거로 돌아온 게 아닌 걸까?’별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이번에 하산그룹에서 후원하는 사람들 중에 특별히 눈에 띄는 분들은 없나요?”재환은 조심스러웠다. 함부로 말을 얹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특별하다고 할 만한 분은 없습니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고요.”차는 곧 집 앞에 멈춰 섰다.별아는 익숙한 집을 바라보며 잠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사모님, 저녁에 다시 대표님과 사모님을 모시러 오겠습니다.”재환은 예의를 갖춰 말했다.별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모든 것이 지나치게 익숙했다.정원에 놓인 화분들, 잘 가꿔진 화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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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이번에는 별아가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선수를 쳐서 뒤에 이어질 모든 비극을 원천적으로 끊어버리려는 것이다.“그래?”별아는 강준과 똑같이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그렇다면, 하 대표님을 실망시키는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은데?”다시 살아서 과거로 돌아온 건, 별아에게 분명 축복이었다.어머니는 살아 계시고, 별현도 곁에 있는 데다가 아버지의 몸도 건강했다.모든 것이 다시 예전의 평온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단 하나의 아쉬움만 빼고.소시정이 다시 나타난다는 것, 그리고 자신과 강준이 또다시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내 아이도...’별아는 무의식적으로 평평한 아랫배를 손으로 쓸어내렸다. 마음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드레스는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웠다.원단, 디자인, 마감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았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디자이너의 손길이 느껴졌다.전생이든, 그 전생이든, 그날의 만찬에서 별아는 이런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본 적이 없었다.“정말 예뻐. 오늘 밤, 우리 여보가 제일 눈에 띌 거야.”강준은 별아의 어깨를 감싸 쥐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별아는 거울 속에 비친, 키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물었다.“확실해? 다른 여자가 나보다 더 주목받는 일은 없을 거라고.”“확실해.”‘하강준은 참 사람을 잘 달래지.’‘어느 생에서든 똑같이.’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몸을 돌린 별아가, 강준의 넥타이를 정리해 주었다. 손끝은 부드럽고 느긋했다.“그래도 누군가 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하면 어쩌려고?”“누가 감히 내 파티에서 그런 짓을 하겠어.”강준은 별아의 허리를 끌어안고 살짝 몸을 숙였다. 두 사람의 코끝이 거의 맞닿았다.“걱정 마. 그렇게 멍청한 사람은 없어.”별아는 화사하게 웃었다.강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만찬장으로 향했다.가는 동안 별아도, 강준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각자 마음속에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듯했다....연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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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돌린 별아가, 망설임 없이 시정의 뺨을 후려쳤다.“복수하고 싶어? 네가 그런 기회나 있을 것 같아? 너도 다시 살아 돌아왔다면 알 거야. 전생에서 네 결말은 죽음이었고, 이번 생도 다르지 않아.”“나를... 때렸어?”시정은 눈을 부릅뜨고 손을 들어 반격하려 했지만, 별아가 먼저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대로 비틀어 잡아당긴 뒤, 반대쪽 뺨을 또 한 번 세게 때렸다.“때리는 거 맞아, 소시정. 전생에서 네가 내 동생이랑 우리 엄마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잊었어?”“네가 기억을 안고 다시 살아났든 말든 상관없어. 살아 돌아오지 않았어도, 내가 널 반드시 죽였을 거야.”뺨 한 대로는 전생의 원한이 풀릴 리 없었다.별아는 시정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화장실에서 끌어냈다. 복도로 나오는 동안 머리를 잡아당기고 살을 꼬집으면서, 손바닥이 다시 여러 번 날아들었다.사람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시정은 금세 태도를 바꿨다.“살려주세요... 제발요...”눈물까지 흘리며 가련한 얼굴로 애원했다.상황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멀찍이서 그 모습을 보고 수군거렸다.왜 저렇게까지 싸우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그 장면을, 재환도 멀리서 보고 있었다.재환이 다가가려는 순간, 등을 돌린 채 서 있던 강준이 손을 들어 막았다.“어디 가려고?”“대표님, 사모님이랑 소시정 씨가... 뭔가 다툼이 있는 것 같습니다.”재환은 머리를 몇 번 긁적이며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이상합니다. 처음 만났을 텐데, 저렇게까지 몸싸움이 날 일인가 싶어서요.”강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빛만 착 가라앉아 있었다.“지켜봐. 별아가 손해 보는 일만 없게.”재환은 순간 말을 잃었다.‘네...?’그때 시정도 재환을 발견했다.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살려 달라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재환은 시정을 한 번 보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강준의 뒤를 따랐다.그리고는 다른 그룹 회장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사업 이야기를 이어갔다.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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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재환은 시정을 안아 올린 뒤, 망설임 없이 빠른 걸음으로 연회장을 빠져나갔다.소란은 금세 정리됐고, 그 자리에 남은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웃음과 대화를 이어 갔다.잠시 후, 몇몇 사모님들이 별아 쪽으로 다가왔다.그들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호감과 묘한 연대감이 담겨 있었다.“사모님, 정말 대단하세요. 내연녀라는 게 원래 저렇게 맞아야 정신 차리는 법이죠. 어디 감히 선을 넘어요. 저는 사모님 편이에요.”“저도 얼마 전에 뉴스에서 봤어요. 그 여자가 하 대표님 차에 타는 사진 말이에요. 그때부터 딱 느낌이 왔죠. 저런 애들이 꼭 사고를 치거든요.”“사모님 눈썰미가 정말 대단하세요. 저런 밑바닥 출신일수록 수법이 교묘하잖아요. 솔직히 오늘은 좀 약하게 때리신 것 같아요.”“제 말이요. 이건 하 대표님 책임도 반은 있어요. 사모님 돌아가셔서 대표님도 제대로 단속 좀 하셔야겠어요. 이렇게 예쁘고 몸매 좋은 아내를 두고 밖에서 여자를 찾다니, 그건 집안 재물을 낭비하는 짓이죠.”‘재물?’별아는 속으로 냉소했다.‘그 정도가 아니야. 소시정은 사람을 물어뜯는 하이에나 같은 존재야.’‘하강준을... 그리고 하씨 집안을 완전히 무너뜨릴 여자지.’별아는 부드러운 미소로 그 사모님들의 말을 받아 넘겼다.명문 재벌가의 정실 부인으로서 흐트러짐 없는 태도였다.강준이 다시 별아 곁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샴페인 한 잔을 따라 천천히 마시고 있었다.별아는 잔을 든 채, 무심하게 그를 한 번 바라봤다.“아까 어디 갔어?”“이 회장님이랑 잠깐 얘기 좀 했어. 무슨 일 있었어?”강준은 자연스럽게 팔로 별아의 허리를 끌어당기면서, 여자의 가느다란 어깨 위에 턱을 얹었다.“내가 잠깐 안 보이니까... 벌써 나 보고 싶었어?”지나치게 다정한 말투였다.별아는 본능적으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강 비서가 여자 한 명 데려온 거 같던데, 왜 나한테는 소개 안 해 줬어?”별아는 강준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지금 여기서라도... 조금이라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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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어찌 되었든, 이번 생에서 별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시정이 다시는 날뛰지 못하게 만드는 것!별아는 시선을 거두고, 차창 너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나, 당분간 친정에 가서 지내고 싶어.”“그래, 나도 같이 갈게.”강준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아니, 나 혼자.”별아는 모든 것이 아직도 현실감이 없었다. 이게 정말 꿈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다.“엄마 아빠랑 좀 시간을 보내고 싶고, 별현이랑... 걔가 좋아하는 산악자전거도 하나 사 주고 싶어.”전생에서의 빚.이번 생에서는 반드시 갚아야 했다.강준은 별아의 우울한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깊은 눈으로 말했다.“알겠어.”그는 더 묻지 않았다....밤이 되었다.샤워를 마친 뒤, 강준과 별아는 같은 침대에 누웠지만 각자의 반쪽을 차지하고 있었다.강준은 비교적 자연스러웠다. 무릎 위에는 노트북을 놓은 채, 그는 여전히 업무 메일을 처리하고 있었다.별아는 잠시 SNS를 훑어보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나 먼저 잘게.”“응.”별아는 자신의 쪽 스탠드를 끄고 몸을 돌려 강준에게 등을 보였다.잠이 오지 않았다.눈을 감으면, 그날의 장면이 반복해서 떠올랐다.자신과 강준이 서로를 끌어안은 채, 산골짜기로 추락하던 순간.강준은 끝까지 별아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그는 별아만큼은 살아 남게 하려고 했었다.별아는 뒤척이다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왜 한숨을 쉬어?”강준의 팔이 뒤에서 다가왔다.큰 손이 조심스럽게 별아의 아랫배 위에 얹혔다.“여보, 우리 아이 하나 가지자. 아들도 좋고 딸도 좋아. 우리 사랑의 결실이면 다 괜찮아.”“나중에 생각해 보자.”강준은 서운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부드럽게 별아를 끌어안았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 전부 네가 하고 싶은 대로.”그의 턱이 별아의 목덜미에 닿았다.천천히, 반복해서 입맞춤이 내려왔다.남자의 손은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힘으로 별아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별아는 미묘한 불편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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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강준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마치 시정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그래. 네 말대로라면, 너는 앞으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겠지.”강준은 재환을 한 번 바라봤다.“입 막아.”“네.”시정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곧이어 강준이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N국에 도착하면 연구소 쪽에 전달해. 이 여자는 반드시 철저하게 관리하라고. 약이 개발되는 시점이 되면, 그때 처리해도 되니까.”“그리고 우리 어머니 쪽은, 소시정의 골수를 일부 채취해서 이식해. 완치까진 아니어도, 최소한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거야.”강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아, 연구소에 미리 말해 둬. 혀부터 자르고, 발목 힘줄도 끊어 놔. 괜히 자해하거나 도망칠 생각 못 하게.”그 말을 듣는 순간, 시정의 눈이 공포로 크게 벌어졌다.전생에서도 강준은 자신을 연구소로 보냈었다.그때는 경비가 잠깐 졸았던 틈을 타서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내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하강준은 하나도 안 들은 거야?’‘설마... 하강준도 나처럼 다시 과거로 돌아온 건가?’시정은 테이프에 막힌 입으로 ‘음, 음’ 소리를 냈다.재환은 시정을 힐끗 보고, 강준에게 물었다.“그럼 이번에 N국에 가시는 목적은...”“어머니를 모시고 K시로 돌아올 거야.”그건 오래전부터 강준이 품어 온 바람이었고, 해외를 떠돌며 살아온 그의 어머니가 바라던 일이기도 했다.이제는 실행할 때였다.“여사님을 K시로 모셔오신다고요? 그럼 거처는 어디로...”“나하고 같이 살 거야.”재환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여사님 병이 간헐적으로 발작하잖습니까. 혹시 사모님께서 놀라시지 않을까요?”맞는 말이었다.강준의 어머니 남정은 발작이 오면 본인도 고통스럽지만, 주변 사람들 역시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강 비서, 연구소 투자 금액을 100억 원 더 늘려.”강준의 목소리는 조급했다.“치료 가능한 약을, 최대한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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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해가 기울 무렵, 강준에게서 별아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산악자전거는 잘 받았어? 처남이 마음에 들어 해?]나지막한 강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너무 자연스럽고 평범해서, 마치 원래부터 다정한 부부 사이였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별아는 순간 적응하지 못한 채, 짧게 대답했다.“응. 선물 고마워.”[처남이 좋아한다니 다행이네. 조금 더 크면, 그땐 더 좋은 걸로 하나 더 사 줄게.]“응.”더 이어갈 말은 없었다.시차를 따져 보면, 지금 N국은 새벽대 시간일 것이다.“이제 좀 쉬어.”별아가 말했다.[내일이면 돌아가. 돌아오면 내가 데리러 갈게.]별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응. 돌아오면... 나도 너한테 할 말이 있어.”[그래.]전화는 그 짧은 대화로 끝났다....비행기는 K시에 착륙했다.기품이 배어 있는 남정 여사가 강준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탑승교를 내려왔다.그들의 뒤로 젊은 여자아이가 하나 따라오고 있었다.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위를 훑어보고 있었다.“조심하세요.”강준의 말에, 남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강준아, 이상하게 조금 긴장된다.”“긴장 안 하셔도 돼요. 별아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너희 결혼식 때, 내가 갔어야 했는데...”남정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짙게 남아 있었다.강준은 남정의 손을 잡고 천천히 차량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땐 어머님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으셨잖아요. 지금 이렇게 기회가 생겼으니까, 앞으로 같이 지내면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실 수 있어요.”“그래, 네 말이 맞다.”남정은 고개를 끄덕였다.“K시에 돌아오면, 만날 기회도 많아지겠지. 나도... 좀 기대가 된다.”강준이 뒷좌석 문을 열자, 남정은 몸을 숙여 차에 올랐다.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K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남정의 눈가에는 깊은 주름과 함께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남정은 태어날 때부터 병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었다.그 시절, 남정은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다.의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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