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251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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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주말.가인은 시내의 한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해 두었다. 긴장한 탓에 강준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가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강준 씨... 제가 강준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중요한 이야기인데, 오늘 시간 괜찮으세요?”강준은 거절하지 않았다.[주소 보내 주세요.]“네.”전화를 끊고 나서도 가인의 심장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이미 룸은 충분히 화사하고 축제 같은 분위기였지만, 그녀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학생 몇 명에게 부탁해 장식을 조금 더 보완하게 했다.“교수님, 이거 혹시 프러포즈 아니에요? 너무 딱 프러포즈 현장 같은데요.”“맞아요. 혹시 교수님이 먼저 프러포즈하시는 거예요? 교수님, 진짜 사랑을 찾으신 거예요? 와, 용기 대단하세요.”“진짜 사랑엔 남자 여자 구분이 없죠. 누가 프러포즈하든 다 같은 거잖아요. 교수님, 꼭 성공하세요.”“...”학생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보탰지만, 별현만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인은 별현에게 밀크티 한 잔을 건네며 웃었다.“별현아,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 오늘 내 프러포즈, 성공할 것 같아?”가인의 입가에 살짝 올라간 미소를 바라보던 별현은 왠지 가슴이 서늘해졌다.‘왜 이렇게... 숨이 막히지?’“교수님이 프러포즈하려는 사람이... 제 매형이에요?”가인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조금 민망한 듯 귀 뒤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넘겼다.“응... 정확히 말하면, 이제는 전 매형이지. 서강준 씨하고 지금 만나고 있는데, 난 우리가 이제 다음 단계로 가도 될 때라고 생각해. 넌 어떻게 생각해?”끝내 대답하지 못한 별현의 가슴속에는 쓰고 시린 감정만 남았다.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고 해도 그저 어색할 뿐이었다.“교수님이 프러포즈하시는 자리에 제가 있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먼저 가 볼게요.”가방을 움켜쥔 별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룸에서 나갔다. 호텔 입구에 다다랐을 때, 별현은 마침 지팡이에 의지한 채 안으로 들어오던 강준과 마주쳤다.“별현?”별현은 강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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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별현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건, 강준이라는 사람이 너무도 냉정하고 무정하게 느껴졌다는 사실뿐이었다.가인은 표정 관리가 쉽지 않았다. 체면이 구겨진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강준 앞에서 별현을 직접적으로 나무라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강준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걸 보자, 가인은 초조해졌다.“강준 씨, 결혼이랑 아들 돌보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예요. 예전엔 우리가 부족했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제가 강준 씨랑 함께 은준이를 돌볼게요. 은준이를 제 아이처럼 생각하고 키울게요.”그러나 강준의 시선은 끝내 가인을 향하지 않고 그저 별현에게만 머물러 있었다.“별현아...”“그렇게 부르지 말아요.”별현은 이미 강준에게 마음 깊이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마음껏 로맨틱하게 사세요. 이제 당신은 제 매형도 아니고, 난 당신 같은 매형 필요 없어요. 앞으로 훨씬 좋은 매형을 만날 거예요. 적어도 당신은 아닐 거예요.”별현은 누나 별아가 너무 억울했고, 이 상황 자체가 견딜 수 없었다.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와 자전거에 올라타 앉은 뒤, 아무도 보지 못하게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쳤다.“송별현, 왜 울어?”동기인 주미소가 급히 다가왔다.“누가 너 괴롭혔어?”“아무도 아니야.”별현은 고집스럽게 눈가를 닦았다.미소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괜찮아, 놀리진 않을게.”“나 갈게.”“학교로 돌아가는 거야?”“응. 왜?”미소는 손에 들고 있던 소포 봉투를 흔들었다.“마침 잘됐다. 나 우리 아빠 대신 건강검진 결과를 전달해야 하는데, 잠깐만 기다려. 같이 가자.”별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밥 먹는 데 와서 검진 결과를 전해?”미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응. 우리 아빠가 꼭 오늘 여기서 식사 중인 분한테 직접 전하래. 금방 다녀올게.”레스토랑 안으로 뛰어 들어간 미소는 채 십 분도 되지 않아서 다시 나왔다.“가자.”별현은 자전거 뒤 좌석을 툭툭 쳤다.“차는 없고, 이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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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별아는 테이블 위에 펼쳐 두었던 디자인 초안을 차분히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가능합니다. 내부에서 한 번 더 회의를 거쳐서 방향을 정리한 뒤, 최종 시안은 변호사님께 다시 전달해 드리고 확인 받도록 할게요.”“별아 씨의 전문성을 믿습니다.”“감사합니다.”이겸은 무언가 더 말을 하려다 멈춘 듯 보였다.별아도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이겸이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다는 걸.그래서 오히려 더 긴장됐다.‘지금은... 듣고 싶지 않은 말일 수도 있어.’마침 그때, 별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어린이집 번호가 떠 있었다.“네, 제가 은준이 엄마인데요. ...네? 뭐라고요? 또 싸웠다고요? 다친 데는요? 귀를... 물어뜯었다고요? 세상에... 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 어느 병원이죠? 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는 순간, 별아의 얼굴이 굳어졌다.은준이 또 사고를 쳤다.이번엔 상대 아이의 귀를 물어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고 했다.‘점점 더 심해지네...’별아는 가방을 집어 들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죄송합니다, 유 변호사님.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요. 잠시 후에 도설 씨가 이어서 설명드릴 거예요. 일정은 절대 늦어지지 않게 하겠습니다.”이겸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따라왔다.“혹시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병원 쪽이라면 제가 아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서요.”별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럼... 같이 가시죠.”병원에 도착했을 때, 은준은 대기실 한쪽 의자에 혼자 앉아 있었다. 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 얼굴엔 기운이 없었다.자기가 큰 잘못을 했다는 걸 아는 듯, 별아를 보는 눈빛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미안해, 엄마.”별아는 먼저 은준의 몸 상태를 살폈다. 팔과 목에는 긁힌 자국이 여러 개 남아 있었고, 코피도 흘린 듯 콧구멍에는 휴지가 꽂혀 있었다. 하지만 휴지는 이미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이겸이 상황을 정리하듯 조용히 말했다.“별아 씨, 제가 은준이 먼저 데리고 가서 상처부터 처리할게요. 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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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그만하세요.”별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우리 은준이가 왜 폭력적이야?’‘왜 가정교육이 문제라는 거야? 도대체 누가 지금 이성을 잃은 거야?’아이들끼리 싸우는 일은 흔하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별아는 먼저 사과했고, 책임지겠다는 태도도 충분히 보였다.“진한이가 먼저 은준이한테 아빠 없는 애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은준이가 왜 손을 썼겠어요?”“진한 어머님, 진한이가 그런 말을 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에요. 어머님께서는 한 번이라도 가르치신 적이 있으세요? 그게 예의 바른 태도인가요? 그게 가정교육이 잘된 건가요?”“은준 어머님, 지금 뭐라고...”장숙경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별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우리 진한이가 틀린 말 했어요? 은준이는 아빠 없는 애 맞잖아요. 없는데 없다고 말한 게 뭐가 문제예요? 아빠가 없다는 말도 못 해요? 표현의 자유도 없는 거예요?”별아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내가 이혼한 건 맞지만, 은준이가 아빠 없는 애는 아니야.’‘어떻게 이런 말을 이렇게 당당하게 하지?’“진한 어머님, 은준이 아버지 있습니다. 그런 말씀은 너무 상처가 되지 않나요?”이겸이 은준의 손을 잡고 다가왔다.조금 전, 그는 이미 은준에게 상황을 들었다. 진한이가 매일같이 따라다니며 욕을 했고, 그걸 참고 참다가 결국 폭발한 거였다.“그리고 이번 일은 분명 진한이 쪽에 잘못이 더 큽니다. 어머님께서는 최소한의 사과나 태도조차 없으신데, 그건 좀 납득하기 어렵네요.”장숙경은 온화해 보이는 이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남자는 또 뭐야?’“당신은 누구세요?”“은준이 아버지입니다.”이겸이 숨을 고르면서 또렷하게 말했다.그 한마디에 어린이집 담임교사, 장숙경, 별아, 그리고 은준까지 모두 이겸을 바라보았다.잠시 멈칫하던 장숙경은 이내 비웃듯 크게 웃었다.“아버지인지 뭔지 누가 알아요? 요즘 세상에 가짜 아버지도 많잖아요. 아빠 없는 거, 그 자체는 창피한 일 아니에요. 그런데 가짜 아빠까지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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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진한이가 울면서 빌 때까지 때렸고, 귀도 물었어.”은준은 말끝에 묘하게 자랑스러운 기색까지 묻어 있었다.강준은 그 표정을 보고 입꼬리를 느리게 끌어올렸다.“그럼 손해 본 건 없네. 잘했다.”“야, 당신도 또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아빠가 왜 이렇게 많아?”장숙경이 비웃듯 웃음을 터뜨렸다.“다들 좀 봐요. 애 하나에 아빠가 둘이네요?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예요? 아니면 둘 다 진짜예요? 둘 다 가짜예요?”장숙경의 웃음소리가 점점 높아지면서, 조롱으로 일그러진 얼굴은 거의 광기에 가까웠다.강준이 갑자기 말 없이 손을 들어 올렸다.짝!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장숙경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정신 좀 차렸어?”장숙경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내가 맞았어?’“당신이 감히 사람을 때려?”웃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당신들 꼴을 보니까 딱 봐도 관계가 정상은 아니네. 내가 틀린 말 했어? 아까 그 남자는 은준이 아빠라고 그러고, 당신도 은준이 아빠라 그러고. 뭐야, 남자 둘이 여자 하나 공유하는 거야?”짝!또 한 번의 따귀 소리.장숙경은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아직도 정신을 덜 차렸네. 입만 열면 헛소리야.”강준은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뒤로 시선을 돌렸다.“강 비서.”“네, 대표님.”“이 사람 경찰서로 데려가. 협박이랑 공갈로 신고해. 하루쯤 정신 차리고 오게.”“알겠습니다.”소란은 그렇게 끝났다.강준은 은준을 안은 채 그대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잠시 멍하니 있던 별아가 정신을 차리고 급히 뒤따라갔다.“하강준, 내 아들 내려놔.”강준은 고개만 돌려 별아를 흘끗 봤다.“넌 애를 이렇게 키워? 애가 당하기만 하고, 네가 한 건 뭐야? 거기다 아빠를 둘이나 만들어 주고. 송별아, 참 대단하다.”“너, 지금...”말이 막힌 건 분노 때문이었다.그때 이겸도 뒤따라 나왔다.“강준아, 오해하지 마. 난 그냥 별아 씨를 돕고 싶었을 뿐이야.”“참 열심이네.”강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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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참, 죄를 씌우려면 이유는 얼마든지 붙일 수 있지.’‘스캔들 달고 살던 남자가 이제는 자기가 스캔들을 만들어 내다니.’별아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너랑 무슨 상관이야? 전남편.”차에서 내린 별아가 뒷좌석 문을 열고 강준을 끌어내리려 했지만, 강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때 은준이 울먹이며 별아를 바라봤다.“엄마... 아빠랑 조금만 더 있고 싶어.”아들의 부탁을, 별아는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지금 은준에게 필요한 건, 그 어떤 것보다도 아빠였기에.“네가 괜찮다면, 오늘은 내가 하루 데리고 있을게. 저녁에 데려다 주면 되지?”강준이 말했다.별아는 못마땅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은준이 잘 봐야 해.”“고마워, 엄마. 나 말 잘 들을게.”얼굴이 환해진 은준이 강준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키 큰 남자는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로 은준의 손을 잡았다.두 사람은 마치 갑자기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진 것처럼 나란히 걸어갔다.‘그러니까... 은준이가 말했던 ‘나쁜 아빠’라는 말은 거짓이었네.’‘은준이는 아빠를 좋아해.’‘아빠랑 같이 살고 싶어 해.’하지만 곧바로 다른 생각이 이어졌다.‘하강준에겐 지금 연인이 있어. 언젠가는 결혼도 하고 다른 아이도 생기겠지.’‘은준이는 결국 부성애를 많이 누리지는 못할 거야.’별아의 마음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강준은 다리가 불편했고 허리도 오래 서 있을 수 없었지만, 은준을 위해 놀이공원에 갔다.바이킹, 회전목마, 관람차, 달 모양 보트까지 하나씩 함께 탔다.강준은 아들에게 빚이 있었다.별아를 힘들게 하지 않겠다는 생각만 했지, 이혼이 아이에게 남길 상처까지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강준은 은준에게 솜사탕을 사 주고, 엄마가 못 먹게 하던 소시지도 사 줬다.은준은 너무 신이 나서 아빠 어깨 위에 올라탔다.손에는 레이저가 나오는 양쪽으로 늘어나는 장난감 검을 들고, 마치 자랑스러운 기사라도 된 것처럼.“아빠, 나 지금 엄청 강한 것 같아.”“그래?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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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그런데... 어린아이가 어떻게 그렇게 위험한 물질에 장기간 노출될 수 있지?’‘장기간이라는 게 도대체 얼마나 돼? 1년? 2년? 아니면...’“말도 안 돼. 집에 그런 위험한 물건이 있을 리도 없고, 어린이집은 더더욱 아니야. 도대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거지?”별아는 완전히 혼란에 빠진 채 판단력도 중심도 잃은 상태였다.불과 반나절 전까지만 해도 팔팔하게 뛰어다니고 싸움까지 하던 아이가... 지금은 이렇게 힘없이 병에 누워 있었다.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정확한 병명과 진행 정도는 모든 정밀 검사가 끝나야 알 수 있어.”별아는 떨리는 손으로 강준의 팔을 붙잡았다.“많이... 심각한 거야?”강준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두려웠다.“그럴 수도 있어.”별아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그럴 리 없어... 왜 이런 일이...”“왜... 왜 우리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거야?”중얼거리듯 혼잣말을 하는 별아의 눈은 이미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그리고 입술을 꽉 깨물며 소리를 삼켰다.강준은 그녀를 안아 주고 싶었다.하지만 별아는 등을 돌리더니 그대로 병실을 뛰쳐나갔다.작은 어깨를 들먹이면서 복도 끝으로 멀어져 가는 별아의 마른 뒷모습을 보자, 강준의 가슴이 거칠게 죄어 왔다.그날 밤, 재환이 금목걸이에 대한 검사 결과를 들고 왔다.“라듐과 유사한 방사성 원소가 포함된 액체 성분입니다. 이 물질은 금에 쉽게 흡착돼 공존하면서, 오랜 시간 방사선을 방출합니다.”“체내에 축적되면 서서히 인체를 손상시키고요. 은준 도련님의 증상은 이 물질로 인한 중독 반응으로 보입니다.”강준은 할 말을 잃었고, 별아 역시 마찬가지였다.“이 목걸이는 어머님이 은준이한테 주신 거예요. 은준이에게 평안을 줄 수 있다고 하시면서 꼭 착용하게 하라고 여러 번 당부하셨어요. 설마 그게...”의심은 들었지만, 별아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전 시어머니는 누구보다 은준을 아꼈다.‘그럼... 누가?’별아의 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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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아이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장대규 교수는 잠시 말을 고른 뒤,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아드님에게 형제자매가 있습니까? 아니면 출생 당시 제대혈을 보관해 두셨는지요? 형제자매가 있다면 조직 적합성 검사를 통해 일정 확률의 치료가 가능하고, 제대혈이 있다면 성공 확률은 훨씬 높아집니다.”강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희망처럼 들리는 모든 선택지는 강준의 앞에서 하나같이 막다른 길이었다.“다른 방법은 없습니까?”장대규 교수는 그 질문의 의미를 이해한 듯,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형제자매도 없고, 제대혈도 없다면 약물 치료밖에는 없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부작용도 큽니다. 결과적으로는... 비용과 시간만 소모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높습니다.”잠시 말을 멈췄던 그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다만...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방법이 하나 더 있긴 합니다.”“어떤 방법입니까?”강준은 교수의 흔들리는 눈빛에서,그 방법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걸 직감했다.“교수님,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은준이 아버지입니다. 필요하다면, 제 목숨으로라도 바꾸겠습니다.”장대규 교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하 대표님과 별아 씨가 다시 아이를 가지는 겁니다. 그 아이의 제대혈을 이용해 치료하는 방식이지요.”“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이기 때문에 적합성이 높고, 성공 확률은 약 70퍼센트 정도 됩니다. 의학적으로는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선택입니다.”강준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다시 아이를 낳는다... 성공 확률 70퍼센트.’오랜 침묵 끝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조용히 물었다.“다른 하나는요?”“다른 하나는 위험성이 훨씬 큽니다. 하지만 성공 확률은 약 90퍼센트에 가깝습니다.”“말씀해 주십시오.”강준은 숨을 깊게 참았다. 아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대가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장대규 교수의 목소리는 더욱 낮고 무거워졌다.“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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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별아는 마치 한숨 돌린 사람처럼, 굳게 굳어 있던 표정이 조금 풀렸다.“정말이야? 나한테 거짓말하는 건 아니지?”“너한테 왜 거짓말을 해.”강준은 더 이상 별아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다행히 별아의 시선은 온통 은준에게 쏠려 있어서, 강준의 말을 의심하지도 않았다.두 사람은 병실에 나란히 앉아, 말 없이 한참을 보냈다.한참이 지나서야 별아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은준이 아픈 거... 어머님께는 말하지 마. 원래도 몸이 안 좋으신데, 어머님이 주신 금목걸이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거 아시면, 평생 자책하실 거야.”“알겠어.”강준은 조용히 대답했다.별아가 은준을 바라보고 있으면, 강준은 별아의 옆얼굴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강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그 시절, 강준은 별아를 미친 듯이 사랑했다.바닥도 한계도 없는 사랑이었다.강준은 별아를 번쩍 들어 어깨 위에 올리는 걸 좋아했다.그럴 때마다 별아는 강준의 머리를 꼭 붙잡고 투덜댔다.“자기야, 나 좀 내려줘. 진짜 싫어.”말은 그렇게 해도... 그때의 별아는 세상에서 제일 달콤하게 웃고 있었다.별아는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했다.둘만의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고.강준은 아무 망설임 없이 그 말을 따랐다.심지어 아이 없이 사는 삶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별아가 원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좋았다.그때의 강준은 사랑 앞에서 늘 앞뒤를 재지 않았다.지금도 기회만 있다면, 자신은 똑같이 모든 걸 걸 수 있었다.강준은 씁쓸하게 웃었다.‘이미... 기회는 없어.’“강준 씨.”병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서가인이었다.은준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각종 영양제를 한가득 사 들고 온 모양이었다.“미안해요. 저도 방금 알았어요... 은준이는 좀 어때요? 강준 씨, 이런 일 있으면 말씀해 주셨어야죠. 요 며칠 연락도 없어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가인은 살짝 투정을 섞은 말투로 강준을 탓했다.말 사이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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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송지국과 남선애는 은준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밥도 거른 채 병원으로 달려왔다.아무래도 세대가 한 번 더 건너서인지, 커다란 병상 위에 작게 누워 있는 은준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남선애의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다.“세상에,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악해질 수가 있어. 이렇게 어린 애를 상대로 이런 짓을 하다니... 신고는 했어? 당장 경찰에 넘겨야지. 그 여자 잡아넣어서, 다시는 누구도 못 해치게 해야지.”남선애는 은준의 작은 손을 꼭 쥐고, 몇 번이고 입을 맞췄다.은준은 전보다 훨씬 어른스러워져 있었다.오히려 남선애를 달래듯 말했다.“나 괜찮아. 금방 나을 거야. 외할머니, 울지 마.”“아이고, 우리 은준이 착하지...”별아는 남수연이 한 짓일 거라고 추측은 했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증거도 없이 신고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지금은 치료가 먼저예요. 가해자 책임은 나중 문제고요. 나쁜 짓 한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을 거예요. 저도...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고요.”“아무리 생각해도 남수연이 수상해. 강준이 친여동생도 아니고, 보육원에서 입양한 애잖아. 속을 알 수가 없어.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해.”남선애는 분명한 해명을 원하고 있었다.하지만 딸이 ‘나중에’라고 말하자, 더 밀어붙이지는 않았다.“남수연이 하씨 집안 사람이긴 해도, 지금은 일단 은준이 치료부터 하자. 다만 강준이 그 애를 감싸기만 하면 안 돼. 그건 너한테도, 우리 집에도 설명이 필요한 일이야.”별아는 속으로 확신하지 못했다.강준은 정이 깊은 사람이었다.설령 남수연이 친동생은 아니어도 오랫동안 남정의 곁을 지켜온 사람이었다.만약 정말 남수연이 저지른 일이라면...‘하강준이라면... 큰일을 작게 만들고, 작은 일로 덮으려 들겠지.’그래도 상관없었다.별아는 끝까지 추적할 생각이었다.“아, 그리고... 며칠 전에 별현이가 그러더라. 강준이 몸의 상처가 예전에 창고 화재 때 생긴 거라고. 별현이 동기 아버지가 그때 주치의였대...”송지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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