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아의 일상은 아주 단조로웠다.출근하고, 강준의 다리 치료에 동행하고, 주말이면 은준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왔다.철저한 집과 회사만 반복하는 생활.은준이 집에 있을 때만 그 공간에 웃음소리가 흘렀다.그때 노숙현이 급히 들어왔다.“사모님, 하태산 어르신께서 오셨습니다.”‘할아버님?’별아가 잠시 멍하니 서 있는 사이, 하태산은 이미 진차균의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은준에게 하태산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별아의 뒤로 살짝 숨고는, 커다란 눈을 굴리면서 호기심 섞인 시선으로 바라봤다.“은준이가 얼마 전에 아팠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내가 시간이 나질 않아서 찾아오질 못했구나.”하태산이 은준을 향해 손짓했다.“은준아, 나는 증조할아버지란다. 이리 와서 얼굴 좀 보자.”은준은 낯선 기운이 무서웠다.앞으로 나가지 않고, 오히려 별아 뒤로 더 숨어버렸다.“무서워하지 마. 증조할아버지는 안 잡아먹어. 이리 온.”은준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별아가 몸을 돌려 은준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서 증조할아버님께 인사드려야지. 예의 바르게.”“응...”고개를 끄덕인 은준이, 조심조심 하태산 앞으로 다가가서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증조할아버님, 안녕하세요.”“그래. 네가가 별아 아들이지? 이름이 뭐야?”“송은준.”그 순간, 하태산이 미간을 단번에 찌푸렸다.그리고 묵직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되물었다.“왜 송은준이냐?”놀란 은준은 곧장 별아 뒤로 달려가 숨어버렸다.하태산의 시선이 별아에게로 옮겨졌다.“별아야, 이건 네가 잘못한 거야. 이 아이는 하씨 가문의 핏줄인데, 왜 송씨를 쓰게 놔뒀어? 당장 ‘하은준’으로 이름을 바꿔.”별아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님, 오늘 찾아오신 이유가 있으신가요?”하태산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물렸다.진차균만 자리에 남았다.“할아버지가 오늘 온 건, 네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어서다.”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별아야, 이 할애비도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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