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311 -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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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강준은 턱밑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켰다.솔직히 말하면, 배호민은 좋은 사람이었다.여러 면에서 강준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별아가 정말로 배호민과 함께한다면, 강준은 마음이 조금 놓일 것 같았다.적어도 유이겸보다는 훨씬 낫기에.“내가 배호민을 싫어하긴 해.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배호민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야.”“속에 있는 걸 숨기지 않고 드러내 놓고 사는 사람이지. 유이겸처럼 속을 알 수 없는 타입은 아니야. 유이겸만 아니면, 네가 누구하고 결혼하든 상관없어.”별아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강준이 왜 그렇게까지 이겸을 못마땅해하는지.이겸이 음흉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강준이 얼마나 떳떳한 사람인지는 별개의 문제였다.하지만 그걸 따질 기회도 이제는 많지 않았다.“유 변호사님, 수지랑 약혼해.”별아가 말했다.강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놀람과 의문이 동시에 섞인 표정이었다.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다음 달 초야. 청첩장도 받았어. 근데 네 치료 때문에, 난 아마 못 갈 것 같아. 나중에 시간 나면 수지한테 제대로 된 선물이나 준비하려고.”별아는 담담하게 말했다.강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이 소식이 강준에게는 갑작스러웠을 것이다.강준은 이겸이 평생 별아를 마음속에서 내려 놓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까.강준은 늘 확신에 찬 오해를 많이 했다. 그게 별아가 가장 안 좋아하는 점이기도 했다.별아는 생각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더 성숙하고 너그러워져야 한다고.별아와 강준은 이미 수없이 많은 사랑과 증오를 지나왔다.성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강준에게 기회가 있다면 말이다.“이런 얘긴 다 필요 없어. 괜히 머리 쓰지 말고, 얼른 나아. 은준이를 생각해서라도 그래야지. 아빠가 있어야 할 아이잖아.”강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말수도 더 줄면서 별아와의 대화도 거의 끊어졌다.별아는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호민에게 강준의 검사 결과와 영상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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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별아는 잠시 시간을 내서 작업실에 들렀다.수지가 약혼을 앞두고 있어서, 가장 가까운 친구인 별아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수지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직접 디자인한 주얼리 목걸이였다.중앙에 세팅된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는 별아가 지인을 통해 해외 경매에서 낙찰 받은 것이었다.가격은 상상을 초월했고, 솔직히 말하면 별아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운 금액이었다.“사장님, 이 목걸이 드디어 주인이 생기네요. 수지 언니가 받으면, 분명히 행복해서 울 거예요.”도설은 가장 고급스러운 케이스에 목걸이를 담아서 별아에게 건넸다.별아는 씩 웃었다. 최근 들어 거의 느끼지 못했던 기분 좋은 감정이었다.“수지가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네.”“분명히 그럴 겁니다, 사장님.”도설은 공손히 서서 차분한 미소를 유지했다.별아는 도설을 바라보다가 뭔가 떠오른 듯 서랍을 열었다.그리고 카드 한 장을 꺼내서 도설에게 내밀었다.“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 시천 씨가 나간 뒤로, 작업실 안팎을 도설 씨 혼자서 다 감당했잖아. 그 점, 진심으로 고마워.”“아니에요, 사장님.”도설은 놀라 손을 내저었다.“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연말 보너스라고 생각해.”전생에서는 별아가 도설에게 작은 집 한 채를 마련해 주었다.이번 생에서도 카드 안의 금액이면, 충분히 괜찮은 집을 살 수 있었다.“받아 둬.”더 이상 사양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카드를 받은 도설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앞으로도 당분간은 도설 씨가 조금 더 고생해야 할 것 같아. 하 대표 병원에 함께 있어야 해서... 대신, 최대한 빨리 도설 씨를 도와줄 사람을 붙여줄게.”별아가 신뢰를 담아 말했다.도설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사장님, 맡겨 주신 일은 꼭 잘 해내겠습니다.”“그리고... 도설 씨, 어머니 모시고 K시로 오고... 이제는 가정폭력에 단호해져도 돼.”도설은 잠시 동안 말을 못했다.“사장님, 그걸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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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강준이 숨을 고르며 힘겹게 말을 이어 갔다.은준은 강준의 몸에 매달리듯 꼭 안고 놓지 않았다. 울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마치 이별이라도 앞둔 사람처럼 처절했다.그 모습은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까지 마음을 저리게 만들었다.“은준아, 아빠는 지금 좀 쉬어야 해. 재환 아저씨랑 먼저 집에 갈까?”별아는 조심스럽게 은준의 손을 잡았다.은준은 울음을 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길은 여전히 강준을 향해 있었다.그리고 엄마를 향해 진지하게 당부했다.“엄마, 아빠한테 약 먹이면 안 돼.”“왜?”“텔레비전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아저씨한테 약 먹였는데, 그 아저씨가 죽었어.”은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그 아저씨 이름이 ‘나쁜놈’이었어.”별아는 잠시 대답을 못했다.“괜히 그런 생각 하는 거 아니야.”별아는 은준을 재환에게 넘겼다.“강 비서님, 남정 여사님 댁까지 좀 부탁드릴게요.”“알겠습니다.”은준이 떠난 뒤, 강준은 다시 수술실로 옮겨졌다.의사는 강준이 지나치게 흥분해서 호흡이 끊어질 뻔했다고 말했다.별아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며칠 뒤.강준의 병실에 수지와 이겸, 그리고 해외에서 돌아온 호민이 함께 나타났다.“호민 오빠, 들어왔어요?”별아는 놀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었다.“수지랑 이겸이 약혼하잖아. 오빠로서 안 올 수가 있나?”호민의 시선은 곧바로 강준에게로 향했다. 강준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호민의 표정이 굳어졌다.“그것보다... 친구가 이렇게 아픈데, 내가 안 돌아올 수가 없지.”이겸도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맞아요. 약혼이야 나중 문제고, 강준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걱정이 돼요.”강준은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갑게 한참 동안.“하 대표, 이 정도면 다들 네 걱정 엄청 하는 거야. 그러니까 정신 좀 차려. 먼저 죽어 버리면 내가 누구 붙잡고 욕하겠어.”수지가 툭 던지듯 말했다. 말투는 거칠었지만, 악의는 없었다.별아는 모두에게 자리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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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배호민, 너 맞을 짓 했다는 생각 안 드냐?”감정이 고조되자, 강준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다시 거칠게 기침을 했다.별아는 곧바로 물컵을 들어 강준에게 건넸다.호민은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됐어. 괜히 흥분하지 마. 널 좋아하는 사람이든 싫어하는 사람이든, 공통점은 하나야. 아무도 네가 죽는 건 바라지 않아. 다들 네가 살아서 버텨 주길 바라는 거지.”강준의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았다.이겸이 한 걸음 다가왔다.강준과 삼십 년 가까이 알고 지낸 사이였지만, 이렇게 병색이 짙은 모습은 처음이었다.이겸은 속이 쓰렸지만, 여전히 말은 거칠게 내뱉었다.“그래. 네가 진짜로 죽으면 허전할 것 같긴 해. 그러니까 강준아, 제발 이렇게 허무하게 가지는 마. 우리한테 웃음거리도 되지 말고.”사람들의 동정 어린 시선을 견디지 못한 강준이 고개를 돌렸다. 이겸에게 대꾸하지는 않았지만, 표정은 분명히 불편해 보였다.수지가 급한 일이 있다면서 먼저 자리를 뜨자, 이겸도 함께 병실을 나섰다.호민이 남아서 별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수술을 받는 게 최선이야. 성공률이 30%이라고 해서 낮다고만 볼 수는 없어. 줄리안 교수는 더 낮은 확률의 수술도 성공시킨 사람이야. 30%이면, 교수 기준에선 충분히 도전할 만한 수치야.”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적으로는 이해했지만 문제는 강준이었다.‘하강준은 고집이 센 사람이야. 천천히 죽어 가는 건 받아들이면서도 수술대에서 바로 끝나는 건 두려워하지.’‘하강준을 설득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아.’별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강준이랑... 이혼했다면서?”호민이 불쑥 물었다.별아는 호민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네.”“강준은 늘 자기 혼자 감동하는 선택을 해. 과하고, 예민하고, 충동적이고... 솔직히 얼굴 말고는 장점을 찾기 힘든 사람이지.”호민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나지막하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해. 하강준은 너를 정말 많이 사랑해.”별아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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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별아의 미간이 살짝 움직였다. 승낙도, 거절도 아니었다.사실 별아는 이 제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지도 않았다. 이미 마음속에는 답이 정리돼 있었고, 이 상황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수술대에서 무사히 내려오면, 그때는 너랑 다시 한번 해 볼게. 하지만 내려오지 못하면... 나는 네 아내로서 장례를 치를 거고, 아들은 ‘하은준’이라는 이름으로 네 상주가 될 거야.”강준이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내가 바란 건 재혼이지, 이런 식의 결말은 아니야.’‘결국 살아 있어야만,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는 거구나.’실망이 밀려왔지만, 강준은 더 할 말이 없었다....나무이파리마저 거의 다 떨어진 11월 말. 겨울의 기척이 조용히 스며들 무렵이었다.긴 준비와 까다로운 사전 검사 끝에, 강준의 수술 날짜가 확정됐다.솔직히 말하면, 강준의 몸 상태는 이전보다 더 나빠져 있었다.의학적으로는 수술을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더 기다릴 수는 없었다.수술을 결정한 사람은 별아였다.하씨 가문에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남정에게만 전화로 간단하게 전했다.전 시어머니의 목소리는 늘 그랬듯 담담하고 부드러웠다.“별아야, 네가 판단한 대로 해. 결과가 좋든, 나쁘든... 강준이는 널 원망하지 않을 거고, 나도 그러지 않을 거야.”강준이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별아는 손을 꼭 잡았다.“강해져야 해. 나... 여기서 기다릴게.”강준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듣기가 어려웠다.별아가 몸을 숙이고 귀를 가까이 댔다.“할 말 있어?”“여보... 이번에 정말 내가 못 나오면... 기억해 줘. 나... 너 사랑했어.”강준은 그 한 문장을 말하는 데 거의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얼굴이 붉게 변하면서 숨이 막힐 듯했다.“그런 말 하지 마. 수술 잘 될 거야.”눈시울이 붉어진 별아는 고개를 돌려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죽음이라는 불확실함 앞에서 별아의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아팠다.강준이 수술실로 들어가고 문이 닫혔다.별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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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별아는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호민에게서 꽃을 받은 기억은 정말 없었다.그 시절을 떠올려 보니, 별아의 시야에는 늘 수지가 있었다.수지는 꽃다발을 안고 연극 동아리의 그 잘생긴 신입생을 쫓아다니느라 바빴다.별아는 이마를 짚으며 웃었다.“아마 수지가 다른 데 썼나 봐요.”호민도 웃었다.“그래서 내가 너하고 안 됐던 거구나. 원인은 전부 수지한테 있었네.”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그 시절의 단순하고 맑았던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수지가 그러던데요, 오빠 요즘 여자친구랑도 꽤 잘 지낸다고요. 결혼은 언제쯤 하세요?”별아가 물었다.호민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거의 순식간에 사라졌다.잠깐의 침묵 뒤, 호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나중에. 아직은 생각 없어.”“결정되면 꼭 알려주세요.”“그래.”짧은 여유가 지나가고, 별아의 시선이 다시 수술실 문 위에 켜진 불빛으로 향하면서 마음도 다시 무거워졌다.그때 호출을 받은 호민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별아만 홀로 남아서 강준의 생사가 걸린 수술실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수술실 맞은편 복도에 응급 환자가 급하게 밀려왔다.무심코 고개를 들었던 별아는 얼굴이 낯설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마동기의 아내였다.침대에 실려 들어가는 사람은 중병을 앓고 있던 그 여자의 딸일 가능성이 컸다.여자는 울부짖다시피 울고 있었다.그 절망적인 모습은 그대로 지나치기 어려울 정도였다.수술실 문이 닫힌 뒤, 여자는 별아의 맞은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한동안 흐느끼다 겨우 숨을 고른 여자가 별아를 유심히 바라봤다.그러다가 갑자기 별아 앞에 무릎을 꿇듯이 달려왔다.“당신... 마동기 딸 맞죠? 송별아, 맞죠?”여자는 거의 매달리다시피 말했다.“마동기가 말했어요. 당신이 찾아왔다고. 그럼 우리 하늘이랑 같은 피잖아요. 당신이 내 딸을 살릴 수 있잖아요, 그렇죠?”눈빛은 절박했고, 집요했다.마치 피라도 빨아들일 듯이 별아에게 매달렸다.미간을 누르면서, 별아는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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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별아는 대강만 담담하게 말했다.“저 여자 딸이 요독증인데 신장이 하나 필요하다고 했어요. 아마 제 신장이 딸과 맞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를 마지막 희망처럼 붙잡은 거겠죠.”호민은 더 캐묻지 않았다. 다만 그 일에 대해서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다른 것도 아닌 장기잖아. 누가 요구하든, 반드시 신중해야 해.”“그럼요. 제가 왜 남한테 신장을 내주겠어요. 친척도 아닌데요.”호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 생기면, 크게 소리쳐서 사람 부르고 그래. 혹시라도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별아는 짧게 대답했다.“알았어요.”수술실 밖 복도는 미친 여자처럼 날뛰던 여자의 퇴장과 함께 고요해졌다.그러나 고요 속에서도 별아의 긴장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수술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 조여 왔다.어느새 강준이 수술실에 들어간 지 거의 세 시간이 되어 가고 있었다.시간이 흐를수록 별아의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다리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손바닥엔 식은땀이 맺혔다.“오빠... 하강준 수술 성공할 수 있을까요?”호민은 별아보다 훨씬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반드시 잘될 거야. 줄리안 교수님의 실력도 믿고, 강준도 믿어야지.”별아는 시선을 떨구면서 손끝을 말아 쥐었다.‘정말일까?’그때 재환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는 두툼한 크기의 크라프트봉투를 들고 있었고, 옆에는 하산그룹 법무팀 소속 변호사도 있었다.“조 변호사님, 하 대표님의 유언장을 송별아 씨께 낭독해 주세요.”별아의 머릿속이 순간적으로 멍해졌다.‘유언장? 아직 안에서 살리려고 애쓰고 있는데, 무슨 유언장이야?’“강 비서님, 제정신이세요? 하 대표님은 아직 수술 중이에요.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전 유언장 같은 거 필요 없습니다.”재환은 붉어진 눈시울을 애써 다잡으며 말했다.“대표님께서 직접 남기신 말씀이었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간 지 세 시간이 넘도록 나오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이 낮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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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줄리안 교수가 수술실 문을 열고 나왔다.수술복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발걸음도 눈에 띄게 불안정했다.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듯 앞으로 나왔다.복도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그 기대와 두려움이 섞인 눈빛을 마주한 줄리안 교수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폐 수술 자체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명에는 큰 문제가 없고, 앞으로 십 년 정도는 무리 없이 지낼 수 있을 겁니다.”“다만... 언제 의식을 회복할지는 앞으로 24시간을 지켜봐야 합니다. 24 시간이 지나도 깨어나지 못한다면, 이후에는 다른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부분은 지금으로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줄리안 교수는 먼저 희망을 전했고, 또 나중에는 불안을 남겼다.별아는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 몰랐다.수술이 무사히 끝났다는 사실을 기뻐해야 하는지, 아니면 강준의 앞에 놓인 미지의 시간을 떠올리며 두려워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살아서 수술실을 나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불행 속에서 건져 올린 다행이었다.“교수님, 감사합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인사를 마친 뒤, 별아는 강준이 실린 침대를 미는 간호사들을 따라서 중환자실로 향했다.중환자실은 유난히 온도가 낮았다.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별아는, 작은 유리창 너머로만 강준의 모습을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침대 위에 누운 강준은 여러 장비에 연결된 채 미동도 없었다.별아의 얼굴에는 슬픔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눈가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별아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재난을 그것도 끊임없이 겹쳐서 겪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모든 시작에 자신이 있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더욱 무겁게 눌렀다.한숨.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자책감.호민이 다가와 별아에게 잠시 앉아 쉬자고 권했다.“별아야, 이쪽으로 와. 내가 강준의 상태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 줄게.”멍하니 있던 별아는 정신을 가다듬고 호민 앞에 와서 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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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호민은 별아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품 안으로 전해지는 체온에 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요.”“그래, 이제 그만 울어.”호민은 미소를 지은 채, 한계를 넘지 않겠다는 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별아의 눈가에 남은 눈물을 닦아주었다.“요 며칠 수지가 약혼 준비 때문에 집에서 정신없을 거야. 혹시라도 네가 혼자 해결하기 힘든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해. 언제든지 갈게.”“정말 감사합니다, 호민 오빠.”“간다.”호민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코끝을 훔친 뒤 별아는 다시 중환자실 앞 의자에 앉았다.유리 너머로 보이는 강준을 바라보며, 깨어나기만을 간절히 바랐다.더 이상 나쁜 일은 생기지 않기를, 그저 그것만 빌었다....강준은 기대에 응답하지 않았다.24시간이 지나고, 48시간이 지나고, 72시간이 흘러도 강준은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하명식이 아들을 보러 병원에 왔을 때, 마침 남정도 자리에 있었다.눈이 퉁퉁 부은 채 울고 있던 전처를 본 하명식이 위로를 건네려고 했지만, 남정이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하명식, 나한테 말 걸지 마. 듣고 싶지도 않아.”호의를 거절당하자 하명식의 얼굴이 굳어졌다.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성격의 하명식이, 남정 앞에서는 유독 자주 자존심을 구겼다. 그 탓에 말투도 거칠어졌다.“사람이 왜 이렇게 변했어? 예전엔 참 부드러웠잖아. 그동안 무슨 약이라도 잘못 먹었나?”“부드러우면 뭐가 달라져? 부드러워서 충실한 남편이 돌아와? 멀쩡한 가정이 지켜져?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어?”코웃음을 치며 돌아선 하명식은 애초에 왜 왔는지도 잊은 채 병실을 떠났다.남정의 성격은 본래 온화했다.다만 하명식을 마주할 때면 젊은 시절 겪었던 억울함과 상처가 떠올라, 말이 날카로워질 뿐이었다.결국 미워하는 얼굴이 앞에 있으면 사람은 이성을 지키기 어려운 법이다.“별아야, 수연이를 여기 남겨서 강준 좀 돌보게 할까 해. 네가 너무 지쳐 보여.”남정은 별아의 안색이 걱정스러웠다. 며칠째 제대로 쉬지 못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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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고남훈과 남수연이 동시에 강준의 병실에 들어선 장면은, 마치 갓난아이에게 마약을 들이붓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이런 상태에서도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들 정도였다.“이 지경인데 정자 상태가 제대로겠어? 남수연, 혹시라도 장애 있는 애를 낳으면 그 몸으로 무슨 수로 재산 싸움할 건데?”얼굴을 바짝 들이민 남훈이 집요하고 불쾌한 기색으로 냄새를 맡았다.“아니면 내 걸로 할래? 나도 하씨 집안 사람이잖아. 하강준이랑 피 한 방울 안 다른데. 내가 제대로 해 주면 너도 만족할 거고, 임신도 확실하게 시켜 줄 수 있어.”수연은 얼굴을 찡그리며 남훈을 밀어냈다.외형만 놓고 보면 남훈은 나쁘지 않았다. 침대에서의 감각도 이미 경험해 본 적 있었고, 그럭저럭 쓸 만하다는 판단도 내려 둔 상태였다.하지만 남훈의 정자는 강준의 것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네 건 값어치 없어. 난 하강준 거만 원해. 설령 장애가 있어도, 바보로 태어나도 상관없어. 하강준의 씨앗이면 돼.”능숙한 손놀림으로 장비 상자를 연 수연이 정자 채취용 기구를 꺼냈다.“가서 하강준 바지 벗겨.”명령은 짧고 단호했다.수연에게 빚을 진 남훈은, 이 기회에 강준을 완전히 끝장낸 뒤 모든 죄를 수연에게 뒤집어씌울 속셈도 품고 있었다.그래서 남훈은 말없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수연이 그다지 가늘지도 않은 주사 바늘을 집어 들고, 병상 위에 누운 강준에게 꽂아 넣는 순간, 강준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렸다.강준을 눌러 잡고 있던 남훈은 그 반응에 흠칫했다.“야... 하강준, 설마 깨어나는 거 아니야?”“통증 반응이야. 이 정도는 정상이지. 잡고 있어. 곧 끝나.”수연의 눈빛은 이미 정상과는 거리가 머 상태였다.남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두 사람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강준을 상대로 손을 놀렸고, 결국 채취는 완료되었다.주사기 안에 담긴 액체를 확인한 수연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완벽해. 이게 앞으로 내 인생을 책임질 거야.”남훈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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