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apítulo 441 - Capítulo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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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1화

“미소야. 미소가 매일 웃으면서 천천히 자라줬으면 좋겠어.”수지가 웃으며 말했다.“이 아이 말이야, 유씨 집안 사람들에 알릴 생각 없는 거지?” 수지는 별아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알잖아. 사실은 언젠가 반드시 드러나게 되기 마련이야.”수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말 감출 수 없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수지는 그 걱정 때문에 가족과 떨어진 채 B시에서 평생을 살 생각은 없었다.“아직은... 생각이 안 끝났어.”“천천히 해. 아기가 있으면, 마음도 많이 달라질 거야. 훨씬 단단해지게 되거든.”두 사람은 유씨 집안 이야기를 더 이상 꺼내지 않았다.대신 헤어져 있던 지난 1년 동안 K시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을 이야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근데 지금 네 회사를 도설 씨한테 맡겼다면서? 그렇게 믿어도 돼? 능력은 어때?”별아는 도설에 대해선 어떤 의심도 없었다.“능력은 정말 좋아. 물론 사람인 이상 완벽할 순 없지.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훨씬 더 잘해. 난 도설 씨를 꽤 높게 보고 있어.”“우리 오빠한테 들었어. 오빠 회사랑 네 회사가 프로젝트 같이 한다던데, 계속 도설 씨가 담당이라며?”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리고 결과도 정말 좋았어. 연말에 성과급도 지급할 생각이야.”“너 진짜 부하 직원들한테는 아끼지 않는구나.”별아는 돈에 크게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돈은 함께 벌면 된다고 생각했다.아래 사람들에게 잘해야 그 사람들이 진짜 힘을 내서 일해 준다는 사실도 별아는 잘 알고 있었다.“저녁 먹고 가. 은준 아빠는 오늘 안 들어와.”수지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요즘 마음이 좀 복잡해서 그냥 집에 가서 혼자 정리 좀 하려고. 너 이렇게 잘 지내는 거 보니까, 난 그걸로 됐어.”“난 괜찮아. 다만 살이 거의 20kg 가까이 쪄서 문제지. 지금은 거의 공처럼 됐어.”별아가 스스로를 놀리듯 웃었다.별아의 배는 바구니처럼 앞으로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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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간호사의 손끝을 타고 계속 떨어지는 피가 바닥에 붉은 자국을 만들었다.그 장면 앞에서 복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숨이 멎은 듯 멈췄다.강준의 머릿속에서 ‘웅’ 하는 소리가 터졌다.마치 전동 드릴이 두개골 안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견딜 수 없을 만큼 머리가 아프자, 강준은 벽을 짚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뭐라고 했어요...? 잘 못 들었어요. 대량 출혈? 대량 출혈이라고? 내 아내... 별아가 어떻게 됐다는 건가요?”강준의 숨소리는 점점 가늘어졌다. 말끝이 흐려지면서, 마지막에는 거의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하 대표님... 사모님이 대량 출혈이에요. 출혈이 멈추질 않아서요. 지금 계속 전력을 다해 살리고 있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아요.”젊은 간호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이 정도로 피가 쏟아지는 상황을 처음 겪는 듯했다.수혈을 해도 곧바로 빠져나가 버렸다.강준은 억지로 정신을 붙잡았다.강준은 간호사의 어깨를 꽉 붙잡고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살려요. 꼭 살려야 해요. 아이는... 아이는 괜찮아요, 안 가져도 돼요. 내 아내는 꼭 살아야 해요. 무조건 살려야 해요. 알겠어요?”“하 대표님...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습니다.”간호사는 고개를 숙인 뒤, 급히 수술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그 순간, 강준의 시야가 어두워지더니 휘청거리면서 힘없이 무너졌다.“강준아... 너 왜 그래, 아들... 별아는 괜찮을 거야. 꼭 괜찮을 거야. 하늘이 지켜줄 거야.”남정과 남선애는 급히 강준을 부축해서 의자에 앉혔다.어른들 모두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조금 전 겨우 앉혀 놓은 강준이 다시 멍한 얼굴로 일어섰다.“내가 들어가야 해. 같이 있어야 해. 별아 지금 분명히 무서울 거야. 우리 별아... 분명히 너무 무서울 거야. 내가 옆에 있어야 해.”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또다시 그 장면이 오는 건가.’전생에서 겪었던 그 악몽 같은 기억이...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되살아나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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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남선애는 곧바로 별아의 힘없이 늘어진 손을 두 손으로 꼭 움켜쥐었다.눈물이 얼굴을 가득 적셨다.아찔했던 고비는 일단 지나간 셈이었다.별아는 힘겹게 눈을 깜빡였다.시선은 천천히 강준의 얼굴 위에 머물렀다.강준은 이전보다 훨씬 수척해 보였다. 턱에는 거뭇거뭇한 수염이 자라 있었고, 이마에 남은 자줏빛 멍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별아는 힘을 쥐어짜서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그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었다.거의 동시에 강준의 따뜻한 손이 별아의 손을 감싸 쥐었다.그리고 그 손을 자신의 뺨에 살며시 붙였다.강준의 손바닥은 뜨거웠다. 눈가를 타고 흐르는 눈물처럼.“왜 울어?”황급히 고개를 돌린 강준이 눈가를 아무렇게나 문질렀다.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렸지만, 웃음은 울음보다 더 어색했다.“안 울어. 안 울어... 그냥 좀... 네가 걱정돼서.”강준은 두 사람이 맞잡은 손 위에 이마를 조심스럽게 기댔다.“우리 이제 아이는 더 낳지 말자. 다시는 더 안 낳을 거야.”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별아는 문득 떠올랐다.아직 아이 얼굴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는 사실이.“아들이야... 딸이야?”“아들 하나, 딸 하나야. 아들딸 쌍둥이야. 최근 3년 동안 이 병원에서 처음 나온 아들딸 쌍둥이래. 병원장님이 직접 증서도 보내줬어.”남선애와 남정은 각각 한 아이씩 안고 별아 앞으로 다가왔다.별아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좋다...”어른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건강 검사를 하러 나갔다.병실 안에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만 남았다.강준은 계속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무서웠어?”별아는 강준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온몸에는 힘이 전혀 없었다. 겨우 손을 들어서 강준의 손등 위에 얹었다.“난 괜찮아.”잠시 숨을 고른 뒤, 별아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나 꿈을 꿨어. 꿈에 어떤 남자아이가 나와서 꼭 자기를 낳아 달라고 했어. 그리고 잘 키워 달라고...”별아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그 아이가... 혹시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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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별아는 허리에 손을 얹고 씩씩거리며 말했다.“미치면, 물 거야.”“아, 나는 날아오를 줄 알았는데.”강준은 가볍게 웃더니, 다시 눈앞의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별아는 눈을 부릅떴다.“진짜 맞고 싶어?”“나 이길 수는 있고?”별아는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곧바로 강준 쪽으로 몸을 던졌다.강준의 무릎 위에 올라타자, 노트북은 그대로 카펫 위에 떨어졌다.별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럼, 한 번 해 볼까?”강준은 별아의 허리를 붙잡더니 몸을 뒤집었다. 곧 별아는 소파 위에서 강준의 아래에 깔린 자세가 됐다.“여보, 아직 몸 완전히 회복 안 된 거 아니까 봐준다. 지금은 안 건드려. 다 나으면, 그땐 내가 진짜 가만 안 둔다.”“하강준, 감히 날 괴롭혔어...”별아는 일부러 약한 소리를 냈다.강준이 막 별아의 입술로 얼굴을 기울이려는 그때였다.핸드폰이 울렸다.재환의 전화였다.[대표님, 유 변호사님이 깨어났습니다. 병원에 한번 오시겠습니까?]“깨어났다고?”강준은 놀란 듯 되물었다.“그건 기적이네. 그럼 가 봐야지.”전화를 끊고 나서 강준은 다시 아까 하지 못한 일을 이어가려고 했다.그러나 별아가 손으로 강준의 얼굴을 막았다.“방금 뭐랬어? 깨어났다고? 누가?”“내 라이벌. 유이겸. 유 변.”별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세상에... 1년 넘게 못 깨어났는데, 수지가 K시에 돌아온 지 몇 달 만에 깨어났다고? 역시 사랑의 힘인가 보다.”별아는 강준을 밀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바로 계단을 올라갔다가 단정하게 옷을 갖춰 입고 다시 내려왔다.“가자. 상태 좀 보러.”강준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 드러내지 못했지만 속에서는 질투가 들끓고 있었다.“왜 이렇게 급해? 네 남편이야?”“아, 좀. 괜히 질투하지 말고 가자.”...강준과 별아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겸의 병실 앞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유씨 집안의 친척들과 지인들, 의사와 간호사들까지 복도에 서 있었다.병실 밖에 서 있던 호민이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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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가녀린 실루엣이 소리 없이 다가와서 이겸의 병상 앞에 멈춰 섰다.수지였다.수지는 말없이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이겸을 바라보고 있었다.차분하고 절제된 행동에서는 어딘가 거리감도 느껴졌다.이겸은 마치 예감이라도 한 듯 천천히 눈을 떴다.“이겸 씨, 괜찮아?”익숙한 목소리였다.이겸의 멍하던 시선이 그 순간 미세하게 살아났다.힘겹게 고개를 돌린 이겸이 수지를 바라봤다.그리고 웃었다. 이겸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수지의 눈시울도 붉어졌다.이겸의 눈물 앞에서, 애써 붙잡고 있던 마음의 평정이 무너져버렸다.그래도 수지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이겸 씨 보러 왔어.”“수지 씨.”이겸이 수지의 이름을 불렀다. 아득한 시간 너머에서 불러낸 것처럼,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다.수지는 가볍게 웃었다....별아와 강준은 병원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었다.별아는 줄곧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이겸의 상태가 자꾸 떠올라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강준이 별아를 힐끗 보며 말했다.“마음이 쓰여?”“너 말 좀 곱게 해.”“보니까... 아직도 이겸이 생각하는 것 같아서.”별아는 그 말이 어처구니없었지만, 강준을 괜히 더 약 올리고 싶어졌다.“나랑 유 변호사님은 시작도 안 했어. 근데 솔직히 말하면, 호감이 있었던 건 맞아. 좋은 사람이잖아. 그리고 네 죽마고우만 아니었으면, 진짜로 말인데... 지금쯤 내가 유씨 집안의 안주인이었을 수도 있지.”강준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하, 우리 여보도 진짜 대단하다. 배수지 같은 사람도 유씨 집안에 들어가서 탈탈 털렸는데, 네가 이겸이랑 결혼했으면 벌써 네 제삿상 차렸겠다.”별아는 혀를 찼다.‘입에 독을 발랐나?’예전에는 강준이 이렇게 사람 긁는 말을 잘하는 줄 몰랐다.“그럼 네가 제사 비용 아낀 거네.”“고맙다.”둘은 그렇게 몇 마디 더 주고받다가 별아는 어느새 강준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버렸다....두 아이는 여전히 친정에 있었다.별아는 매일 어머니와 영상 통화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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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말도 안 되지. 하 대표님 애가 셋이나 있는데, 허 비서가 바보야? 세 아이 새엄마 노릇하게?”“하 대표님 그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으니까, 허 비서가 마음이 있을 수는 있지. 근데 하 대표님이 그쪽을 거들떠보기나 하겠어?”...별아는 입술을 삐죽거렸다.‘진짜 재미없네.’전부 근거 없는 말뿐이었다.별아가 보기에 찬미는 꽤 단정해 보였다.대표이사와 비서라고 해서 꼭 무슨 일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적어도 지금까지는 별아는 강준이 외도를 할 사람이라고는 믿지 않았다.물론 10년, 20년 뒤는 모를 일이지만.별아는 계속해서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그런데 로비 문에 다다르기도 전에 배가 꽤 불러온 여자가 비틀거리며 안내데스크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하 대표님 만나야 해요. 하강준 대표님 만나야 해요...”임신부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여직원의 팔을 붙잡았다.“지금 당장 연락해 주세요. 하강준을 만나야 해요.”여직원은 깜짝 놀라 물었다.“고객님, 하 대표님을 왜 찾으시는 거죠? 예약 없으시면 하 대표님은 만나실 수 없어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무슨 예약이에요? 전 임신한 거 안 보여요?”임신부는 배를 부여잡고 소리쳤다.“하강준 대표님을 만나야 해요. 지금 당장 연락해요. 당장!”임신부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았다.별아는 그 임신부를 위아래로 찬찬히 훑어봤다.젊다고 보기는 어려웠고, 서른쯤은 되어 보였다.임신 때문에 몸은 다소 불어 있었다.‘임신한 상태로 하강준을 찾는다? 설마...’‘하강준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건드렸다는 건가?’‘아닌데. 이 여자... 하강준 취향도 아니고, 나이도 그렇고...’임신부는 강준이 선호할 타입이 아니었다.임신부는 울음을 터뜨리며 안쪽으로 밀고 들어갔다.안내데스크 직원은 막지 못했다.호기심이 생긴 별아가 그 뒤를 따라갔다.대표이사실 문을 거칠게 밀고 들어간 임신부는 강준을 향해 그대로 달려들었다.강준은 재빨리 몸을 피했다.“누구신가요?”강준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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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재환은 머릿속에서 빠르게 기억을 훑었지만, 관련된 사람도 상황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이럴 리가 없는데.’재환은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배가 불러온 여자를 향해 말했다.“저기요, 혹시 사람을 잘못 보신 거 아닙니까? 제가... 아이를 갖게 했다고요? 저희 서로 본 적도 없지 않습니까?”자신의 인생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너무 황당했다.임신부는 재환을 똑바로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바로 너야! 너! 강재환! 그때는 그렇게 달콤한 말만 해 놓고, 이제 와서 모른 척하는 거야?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거잖아!”“저는 정말로 당신을 모릅니다.”재환은 ‘큰일에 걸렸다’는 걸 직감했다. 입술을 달싹거리면서 도움을 구하듯 강준을 바라봤다.강준은 재환이 이 여자와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다만, 이 여자가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재환이 이 회사에 다닌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강 비서, 근무 시간에 이런 일은 곤란해. 이분 모시고 나가서 따로 이야기해.”“네, 대표님.”재환이 몇 번이나 설득한 끝에 임신부는 마지못해 재환을 따라 대표이사실을 나갔다.별아는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저 여자, 혹시 강 비서님이... 밤에 술 좀 마시고, 노래 좀 부르다가... 그랬나?”별아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장면이 자동으로 이어졌다.강준은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별아를 담담하게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지금 내 비서 뒷담화를 하는 거야?”“무슨 소리야. 여자가 직접 찾아와서 난리를 치는데, 사연이 없을 리가 있어?”강준은 화제를 돌렸다.“그건 그렇고, 오늘 나 보러 온 거야?”요즘 강준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인수합병, 부동산 개발, AI 관련 사업까지, 직접 챙겨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별아는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강준 옆으로 다가갔다.그리고 고개를 숙여 남자의 옷깃 근처 냄새를 맡아봤다.“하 대표님, 요즘 되게 향기가 나네.”강준은 팔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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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병원에서 이나는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다만 어느 날부터인가 이겸에게 분명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늘 흐릿하던 눈빛에 생기가 돌면서, 식사도, 잠도, 재활 치료도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모든 게 급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나아지고 있었다.유지강은 아들의 이런 변화를 보며 안도했다.한때는 정말로 포기할 뻔했기 때문이다.“이겸아, 몸부터 제대로 추슬러. 내가 불산사에서 스님 한 분을 모셔 놨다. 며칠 뒤에 와서 네 몸에 붙은 잡귀랑 안 좋은 기운 좀 떼어 줄 거야. 그러면 네 주변에 붙어 있던 나쁜 것들도 다 나가게 돼.”이나는 또다시 들려오는 이런 말에 참지 못하고 말을 받았다.“아버지, 그런 근거 없는 얘기에 너무 기대지 마세요.”“근거가 없긴 뭐가 없어, 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말이야.”유지강은 단호했다.“수지가 우리 집에 들어온 뒤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봐라. 네 할머니 돌아가셨지, 나도 거의 죽을 뻔했지, 이겸이는 그렇게 큰 사고를 당하고 1년 넘게 깨어나지도 못했어.”“이게 다 재수 없는 기운이 아니고 뭐야. 스님 한 번 모셔서 나쁜 기운을 털어내면, 우리 집에도 다시 운이 들어오는 거야.”유지강의 기분은 비교적 좋아 보였다.하지만 수지 이야기가 나오자, 말끝에는 여전히 이를 악무는 기색이 드러났다.이나는 그 말이 부당하다고 느꼈다.“아버지, 처음에 배씨 집안이랑 혼담 이야기 나올 때, 사주랑 궁합 다 보셨잖아요. 그때는 분명히 천생연분이라고 하셨죠. 그런데 이제 와서 집안에 생긴 모든 불운을 수지 씨한테 떠넘기는 게 공평한가요?”“공평?”유지강은 코웃음을 쳤다.“그 여자가 우리 집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게 공평하다는 거냐? 이나야, 너는 그렇게 공부를 하고도 아직도 판단을 못 하니? 이제는 걔까지 감싸고 돌다니.”“저는 사실을 말하는 거예요.”이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아버지도 아시잖아요. 이겸이 수지 씨를 진심으로 좋아했다는 거. 그런데 왜 굳이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고 하세요?”유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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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유지강은 꽤 크게 화가 난 듯했다.몇 마디 더 퍼붓고 난 뒤에야, 겨우 자리를 떴다.이나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이나는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이 끝내 갈라선 게 가장 안타까웠다.“빨리 회복해. 빨리... 수지 씨 다시 잡아.”이나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이런 집안에서 태어나서, 진짜 아무것도 네 뜻대로 못 하는 게 너무 서글퍼.”이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덧붙였다.“그리고... 어머니가 임신했다는 얘기 들었어. 만약 아버지한테 아들까지 낳아주면, 너한테 쏟아지던 압박이 좀 줄 수도 있어.”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겸은 늘 얌전한 아이였다.학생 때도 그랬고, 어른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감정이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눌러 담는 편이었다.결혼 문제도 그랬다.이겸은 자신이 수지에게 언제 마음이 움직였는지도 확신하지 못했다.결혼식 날 밤이었는지, 둘이 처음으로 같은 공간에서 오래 시간을 보낸 날이었는지, 아니면 함께 살기 시작한 뒤부터였는지.기억이 뚜렷하지 않았다.이겸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말했다.“누나, 나 몸이 다 나으면 밖에 나가서 살 거야. 누나도 누나 일 해. 더는... 나 때문에 묶이지 말고.”이겸은 이나에게 빚진 마음이 컸다.사고 이후 자신을 돌보는 일은 모두 이나에게 몰렸다.이나는 원래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는 연구자였다.이겸의 자책을 알아차린 이나가 가볍게 웃었다.“너 내 동생이잖아. 나는 남이 너 돌보는 거, 솔직히 못 믿겠어.”이나는 손끝으로 이겸의 이불 끝을 고쳐 주며 말했다.“너무 미안해하지 마. 내가 아프면, 너도 나 챙겨줬을 거잖아.”그러고는 덧붙였다.“근데 네가 밖으로 나가서 살겠다는 건, 나도 찬성이야. 유씨 집안에서 계속 살면... 수지 씨는 다시 네 옆으로 못 올 거야.”이나는 현실적인 말을 이어갔다.“너 직업 좋잖아. 돈도 잘 버니까 너랑 수지 씨 둘이서 산다면, 생활하는 건 충분히 가능해.”다만 이나는 알고 있었다.그 모든 전제는 수지가 이겸에게 다시 기회를 줄 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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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강준은 집에 돌아오면서, 별아를 위해 작은 케이크 하나를 사 왔다.포도 맛이었다.아이 셋은 모두 집에 없었고, 남선애는 자기 집에 가 있었다.각자 할 일을 하는 고용인들만 흩어져 있어서, 집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밤이 내려앉은 집 안에서 강준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봤다.발코니 쪽 불이 켜져 있었다.노란빛이 은근히 번지고 있었다.별아는 두툼한 숄을 두른 채 부드러운 가죽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집중한 모습이었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강준의 가슴 한쪽이 따뜻해졌다.강준의 걸음이 저절로 빨라졌다.안방 문을 열자, 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별아의 치맛자락과 어깨에 흘러내린 살짝 웨이브 진 머리카락을 흔들었다.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강준의 심장이 조용히 뛰었다.별아가 고개를 돌려 강준을 바라봤다. 하루 종일 바깥을 돌아다닌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피곤함 속에서도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별아를 처음 만났을 때보다, 강준은 훨씬 더 어른스러워진 모습이었다.곧장 다가와서 별아 앞에 몸을 낮춘 강준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왜 여기서 책 보고 있어? 감기 걸리겠어.”목소리는 조용하고 부드러웠다.강준의 손이 별아의 뒷머리에 닿으면서 자연스럽게 입을 맞췄다.별아가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아주 깨끗이 씻었네. 이상한 향수 냄새도 안 나고.”별아 옆에 앉은 강준이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여왕님께서 시키신 건데, 안 따를 수가 있나?”별아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내리깔았다.“전생에 너랑 결혼했던 그 3년 동안, 나 되게 질투 많았잖아. 솔직히 좀 귀찮지 않았어?”말투는 담담했다.마치 오래된 기억을 꺼내는 사람처럼.사람은 늘 경험을 통해 배운다. 인생의 경험, 결혼의 경험, 함께 사는 경험까지.“엄청 귀찮다기보단... 감당을 못 했지.”강준은 그때 자신이 별아에게 여유가 없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근데 지금은 달라. 난 네가 질투해 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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