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환은 머릿속에서 빠르게 기억을 훑었지만, 관련된 사람도 상황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이럴 리가 없는데.’재환은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배가 불러온 여자를 향해 말했다.“저기요, 혹시 사람을 잘못 보신 거 아닙니까? 제가... 아이를 갖게 했다고요? 저희 서로 본 적도 없지 않습니까?”자신의 인생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너무 황당했다.임신부는 재환을 똑바로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바로 너야! 너! 강재환! 그때는 그렇게 달콤한 말만 해 놓고, 이제 와서 모른 척하는 거야?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거잖아!”“저는 정말로 당신을 모릅니다.”재환은 ‘큰일에 걸렸다’는 걸 직감했다. 입술을 달싹거리면서 도움을 구하듯 강준을 바라봤다.강준은 재환이 이 여자와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다만, 이 여자가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재환이 이 회사에 다닌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강 비서, 근무 시간에 이런 일은 곤란해. 이분 모시고 나가서 따로 이야기해.”“네, 대표님.”재환이 몇 번이나 설득한 끝에 임신부는 마지못해 재환을 따라 대표이사실을 나갔다.별아는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저 여자, 혹시 강 비서님이... 밤에 술 좀 마시고, 노래 좀 부르다가... 그랬나?”별아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장면이 자동으로 이어졌다.강준은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별아를 담담하게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지금 내 비서 뒷담화를 하는 거야?”“무슨 소리야. 여자가 직접 찾아와서 난리를 치는데, 사연이 없을 리가 있어?”강준은 화제를 돌렸다.“그건 그렇고, 오늘 나 보러 온 거야?”요즘 강준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인수합병, 부동산 개발, AI 관련 사업까지, 직접 챙겨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별아는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강준 옆으로 다가갔다.그리고 고개를 숙여 남자의 옷깃 근처 냄새를 맡아봤다.“하 대표님, 요즘 되게 향기가 나네.”강준은 팔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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