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apítulo 461 - Capítulo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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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1화

“상황 봐서요.”은택은 또 한 번 말이 막혔다.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배씨 집안 큰딸은 꽤 다루기 어렵다고.보아하니, 소문은 과장이 아니었다.그래도 괜찮았다.은택은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수지가 꽤 마음에 들었다.“그럼 우리... 정략결혼을 전제로 만나보는 건 어떠세요?”“시간요.”수지가 그를 보며 말했다.은택이 되물었다.“시간이요?”“평소에는 아기를 봐야 해서요. 시간을 정해 주세요. 그럼 제가 최대한 맞추겠어요.”수지는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다.은택은 웃음이 나올 듯 말 듯했다. ‘데이트를 하려면 예약부터 해야 하다니.’“수지 씨, 이렇게 하면 웬만한 정략결혼 상대는 다 도망가겠는데요.”“도망가셔도 돼요. 제가 붙잡아 둔 것도 아닌데요.”수지는 그를 힐끗 보았다. 세상 일에 아무 관심도 없다는 얼굴이었다.은택은 짧게 웃었다.‘그래, 이거지.’은택은 이런 태도가 좋았다.“알겠습니다. 제가 미리 예약하죠.”이 정도면 서로 얼굴은 텄다고 할 수 있었다.원씨 집안은 수지와 함께 오는 아기 역시 문제 삼지 않았다.은택 역시 마찬가지였다.과거를 따지자면 은택도 꽤 자유롭게 살았던 사람이었다.그렇기에 공평하다고 느꼈다.다만 은택은 일 욕심이 강한 편이었고, 최근 몇 년은 많이 정리한 상태였다.마양진보다는 그래도 훨씬 단정한 편이었다.이번 정략결혼은 호민의 뜻이 아니었다.수지 스스로의 선택이었다.수지는 더 이상 이겸과 얽히고 싶지 않았고, 이겸이 완전히 포기하길 바랐다.원씨 집안과의 혼인은 적어도 유지강이 공공연하게 수지를 모욕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더 이상 무슨 장기를 내놓으라는 말도 듣지 않아도 됐다.무엇보다 이겸이 더이상 수지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그게 수지가 바라는 전부였다.사랑이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았다.남은 인생을 서로 방해하지 않고 사는 것... 수지에게는 그게 중요했다....결혼식은 두 달 뒤로 잡혔다.그동안 수지와 은택의 관계는 무난했다.은택은 사사로운 일에 간섭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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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원씨 집안과 배씨 집안의 혼인 소식은 한 달 전부터 이미 K시 언론을 통해 떠들썩하게 퍼져 있었다.소문에 따르면 은택은 수지를 몹시 아꼈다. 수백억 원을 들여 Y국 여왕이 왕세자 시절 쓰던 왕관을 경매로 낙찰 받았고, 약혼식 날 밤에는 그녀를 위해 밤새 불꽃놀이를 올렸다.은택은 화려했다. 한때의 강준을 떠올리게 할 만큼.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수지는 운이 좋다고.재혼이면서도 나이 차이도 크지 않고, 잘생긴 데다가 돈도 많았다. 무엇보다 과거를 따지지 않는 남자를 만났다고.별아는 그 기사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사랑이라는 건... 외모나 돈으로 재단되는 게 아니었다.별아는 강준에게 물었다.“그 원은택이라는 사람, 어떤 사람이야?”“젊을 땐 좀 놀긴 했지. 그래도 요즘 몇 년은 일에 집중하고 있어. 나쁘진 않아. 할 건 다 해본 타입이라 결혼하고 나서 사고 칠 확률은 낮은 편이야. 마양진처럼 여기저기 씨 뿌리는 스타일은 아니고.”“근데 수지가 안 행복해 보여.”별아는 수지를 너무 잘 알았다.이겸과 결혼하기 전에는 수지가 메시지를 보내 긴장된다고, 떨린다고 털어놓곤 했다.하지만 은택과의 정략혼이 결정된 이후로는 불평 한 마디도 없었다.수지의 SNS는 텅 비어 있었고 보이는 건 미소뿐이었다. 그마저도 공개 범위를 제한해 둔 상태였다.“유 변호사님도 많이 힘들겠지.”별아는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았다.“왜 세상에는 이렇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많을까? 난 수지를 알아. 한번 결정하면 절대 뒤돌아보지 않아. 후회해도 아직 사랑이 남아 있어도 그래.”수지는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시간으로 상처를 덮는 데 능숙했다.“유 변호사님과의 결혼이... 결국 수지를 다치게 했어.”강준은 말을 아꼈다. 남자의 입장에서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이겸이 수지를 선택한 건... 수지를 사랑해서라기보다는 별아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차선책이었다.그 결혼 생활 속에서 사랑이 생겼는지는 아무도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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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은택은 자기 인생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기준을 가진 사람이었다.수지는 이겸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걸 부정하지 않았다.하지만 은택 역시 그에 못지않았다.무엇보다 은택은 수지의 감정을 먼저 살폈다.방금 전에도 한 지인이 수지를 곤란하게 만들려 하자, 은택은 그 사람에게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수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은택 씨, 나는요... 솔직히 재미없는 사람이에요. 아이도 있고, 내 모든 시간을 은택 씨한테 쏟을 수는 없어요.”“내 무심함에 익숙해져야 할지도 몰라요. 만약 언젠가 내가 힘들어지면... 그땐 이혼하자고 얘기해도 돼요. 나는 괜찮아요.”쪽, 쪽, 쪽.은택은 수지의 손을 꽉 잡아 입술에 가져가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연달아 가볍게 입을 맞췄다.“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 우리 결혼하는 날이에요. 이런 날에 이혼 얘기가 왜 나와요. 내 인생에 이혼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그 순간, 수지는 마음 한쪽이 조금 불편해졌다.처음부터 은택과 수지는 결혼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나도 좀 바뀌어야 하는 걸까?’수지는 얼굴을 은댁의 어깨에 살짝 기댔다.“은택 씨, 나도... 노력할게요. 잘 지내볼게요.”은택은 수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그럼 됐어요. 정략결혼이 무서운 게 아니라 같이 가겠다는 마음이 없는 게 무서운 거죠.”수지는 살짝 웃으며 앞을 바라봤다.하객들은 이미 예식장에 모두 모여 있었다.수지는 웨딩드레스로 갈아입기 위해 자리를 떴고, 은택은 부모와 함께 입구에서 하객을 맞이하고 있었다.그때 강준과 별아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은택이 빠르게 다가갔다.“하 대표님,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와 수지 씨의 결혼식에 와 주시다니, 큰 영광입니다.”“수지도 제 동생이나 마찬가지예요.”강준이 말했다.“원 대표님은 진짜 수지에게 잘해야 해요.”은택은 환하게 웃었다.“그럼요. 제 아내인데요. 제가 잘하지 않으면 누가 잘하겠습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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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하객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입구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별아도 시선을 옮겼는데, 입을 가리며 말했다.“세상에... 유 변호사님이잖아. 설마, 결혼식장에 와서 신부를 데려가려는 거야?”강준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쟤가... 오늘 갑자기 각성했나? 저렇게 나서는 타입이었어?”강준이 알던 이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호민이 앞으로 나서 이겸을 막으며 말했다.“이겸아, 우리 나가서 얘기하자.”이겸은 고개를 저었다.“호민아, 오늘... 수지를 데려가려고 왔어. 괜찮지?”묻는 말투였지만, 이미 결심은 끝난 얼굴이었다.주례단 앞에 서 있던 신랑과 신부도 이겸을 바라봤다.은택은 수지가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생각해 봤다.하지만 오늘 같은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유이겸 씨, 제 결혼식장에 와서 이게 무슨 짓입니까?”은택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제 앞에서 수지 씨를 데려가겠다고요? 수지 씨 본인한테 물어는 봤어요? 정말로 당신이랑 가고 싶은지...”결혼식장은 점점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이겸의 등장은 원씨 집안도, 배씨 집안도 원하지 않는 그림이었다.하지만 이겸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수지 앞에 선 이겸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수지 씨, 내가 이번 인생에서 이 한 번만은 용기를 내볼 테니까 믿어 줘. 내가 반드시 좋은 미래를 만들어 줄게. 당신, 나랑 가자. 응?”수지는 이겸의 눈을 바라봤다. 눈가에는 물기가 고여 있었다.놀랍게도 수지는 흔들리지 않았다.수지는 조용히 손을 빼냈다.“유 변호사님, 오늘은 제 결혼식이에요. 이만 돌아가 주세요. 세 집안 다 곤란해지잖아요.”이겸은 아프게 웃었다.이번에는 누구의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이겸은 수지의 손목을 붙잡고 그대로 끌고 가려고 했다.은택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은택이 이겸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미쳤습니까? 오늘 제가 결혼하는 날이에요. 지금 와서 제 신부를 데려가겠다고요? 유이겸 씨, 당신이 진짜 남자라면, 놓지 말고 진작에 붙잡았어야죠. 지금 이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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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이겸의 눈시울이 피가 맺힌 것처럼 붉어졌다.모를 리 없었다.이겸은 다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수지가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차갑고, 너무 담담해서 이겸은 숨이 막혔다.“거절했어.”이겸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수지는... 나랑 안 가.”“안 갈 거란 거 알았잖아.”호민이 이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그럼 이제 좀 내려놔.”세 남자.같은 상황 앞에서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이겸의 미련.호민의 후퇴.강준의 돌진.어느 쪽이든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수지는 돌아오지 않는다.하나의 관계는 이렇게 아무도 말하지 않은 채 모두의 묵인 속에서 끝났다.결혼식은 계속 진행됐다.잠시 공백이 생긴 시간, 은택은 신부 대기실에서 들러리와 메이크업 스태프를 모두 내보냈다.방 안에는 은택과 수지, 두 사람만 남았다.은택은 담배를 한 개 꺼내 입술에 물고 천천히 연기를 들이마셨다.한참 후, 은택이 물었다.“그 사람하고 가고 싶었어요?”수지는 고개를 들어 은택을 바라봤다.잠시 후 말했다.“왜 그렇게 물어요?”“그 사람은 아이의 친부잖아요. 보통 여자들은 아이 때문에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도 하죠. 만약 그 사람하고 떠나고 싶다면, 나도 막지 않겠습니다.”은택은 알고 있었다. 마음이 떠난 사람을 붙잡아 두는 건 의미 없다는 걸.몸을 붙잡아도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다면 결국 무너진다.은택은 강요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수지는 시선을 내렸다.지나간 감정은 지나간 것이다.아픈 건 자기 안에서 삼키면 된다.수지는 은택이 아무 이유 없이 이 사건의 피해자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난... 갈 생각 없어요.”“오늘 그 사람, 저 정도까지 나왔는데...”은택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래도 아무 느낌도 없었어요?”솔직히 말하면 은택은 화가 나 있었다.원씨 집안도 체면이 있는데, 부모도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은택 자신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니, 이겸이 한 선택이 쉽지 않았다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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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수지는 웃었다. 비웃음에 가까운 웃음이었다.“은택 씨, 만약에요.”수지가 물었다.“부모님이랑 아내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시겠어요?”은택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당연히 아내 편에 서죠. 설령 아내가 틀렸다고 해도요.”“왜요?”“아내는 내가 선택한 사람이잖아요.”은택의 말투는 담담했다.“내가 선택했으니 지켜야죠. 아내 뒤에는 나 말고는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부모님은 내가 아내 편을 들었다고 해서 나를 자식으로 부정하시지는 않을 거니까요.”정말 단순한 논리였다.이겸은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아니, 어쩌면 이겸은 이해했지만, 너무 늦게 깨달은 건지도 몰랐다.이겸은 닫힌 가족 안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유지강의 말에 지나치게 익숙해졌고, 변호사가 된 뒤에도 가족 안에서는 독립하지 못했다.이겸이 얼마나 변했는지, 얼마나 성장했는지... 수지는 알지 못했다.그리고 수지는 그걸 걸고 다시 한번 인생을 내기엔 너무 지쳐 있었다.“은택 씨.”수지가 말했다.“나는... 은택 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아요.”“아, 그건 좀...”은택이 손을 내저었다.“좋은 사람 카드, 그건 사양하겠습니다.”소독약을 정리하며 말했다.“예전에 그거 많이 받아서 이제 면역 생겼어요.”수지는 고개를 저었다.“진심이에요.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나를 몰아붙이지도 않았고, 화를 내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지도 않았어요. 그냥 차분하게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잖아요.”수지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솔직히 말하면, 은택 씨는 이미 대부분의 남자들보다 훨씬 성숙해요. 그리고 이렇게까지 배려해 주시니까... 나는 은택 씨가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말에는 꾸밈이 없었다.진심이었다.은택은 수지를 바라봤다.그 눈 안쪽까지 가만히 들여다보듯.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좋은 사람에, 좋은 친구요?”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은택은 씁쓸하게 웃었다.“그래도 당신한테 인정은 받은 거네요. 그걸로 만족하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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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패가망신하는 자식은 봤어도 반평생을 살다 와서 이제 와서 집안을 말아먹으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강준은 몸을 숙여 하명식 맞은편에 앉았다.“하씨 집안의 본가는 수백 년 이어져 온 집입니다. 2조 원이 아니라 수천 조 원을 준다고 해도 팔 일 없습니다.”“지금 내가 자금이 막혀 있어.”하명식이 말했다.“본가는 네 할아버지가 남긴 거고, 나한테도 지분이 있다. 네가 팔 생각이 없으면 내 몫만큼은 현금으로 정리해 줘. 급하게 쓸 데가 있다.”하명식을 본가에서 내보낸 뒤, 강준은 하명식이 뭘 하며 사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다만 새로 회사를 차렸다는 얘기는 들었다.사정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할아버지 유언이 없었다면 지분이 있었을지도 모르죠.”강준은 차분히 말했다.“하지만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본가를 제 앞으로 이전하셨습니다. 법적으로도 본가의 주인은 저입니다.”강준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그래서... 아버지 몫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하명식의 얼굴이 굳어졌다.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강준이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예전에도 말 잘 듣는 아들은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정면으로 맞서지는 않았다.‘남훈 때문인가?’하명식이 입을 열었다.“내가 이걸 가지면 남훈이한테 나눠줄까 봐 그러는 거지?”강준은 어깨를 으쓱했다.“아버지 물건이면 누구를 주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버지 물건일 때 얘기죠.”강준의 말은 단호했다.“아버지 것이 아닌 걸... 억지로 달라고 하시면 그건 제가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하명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남훈이도 불쌍한 애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피 한 방울 안 섞인 것처럼 말을 하냐? 네가 인정하든 안 하든... 그 애도 네 동생이야.”“그 애가 욕심을 내는 건... 하씨 집안에서 자기 자리를 인정받고 싶어서야.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거냐?”하명식의 말에 강준의 표정이 변했다.원래라면 이 문제를 다시 꺼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하명식이 먼저 건드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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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당신은 자식이 여럿이지만, 나는 강준 하나뿐이야. 나는 당신만큼 행복하지도 않고.”남정의 말에 온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남정의 결혼은 애초에 사랑이 없었다. 배신, 거짓과 기만, 그리고 사람을 서서히 마르게 만드는 침묵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그땐 너무 어렸다. 그저 버텼다.강준을 낳은 뒤, 남정은 다시 임신했다. 이번엔 딸이었다.‘그래도 하늘이 아주 잔인하진 않구나.’남정은 그렇게 생각했다. 앞으로는 이 아들과 딸만 바라보며 살 작정이었다. 남편의 마음이 집에 있든 없든, 그다지 따질 생각도 없었다.하지만 하명식은 그녀를 그렇게 두지 않았다. 내연녀가 대놓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남정에게 남편의 외도와 그 여자가 낳은 아이가 사생아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했다.화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남정도 사람이었다.결국 아이는 유산됐다.그때, 남정은 완전히 무너졌다.그 후로 오랜 세월 동안 하씨 집안은 남정이 강준을 만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남정은 홀로 N국으로 떠나 숨어 살았다. 누구의 보호도 없이 홀로 방치된 채로.그리고 지금.이제야 모든 시간이 지나갔다.아들도 있고 며느리도 있다. 손자 둘에 손녀 하나까지.이제 와서 보니, 남정이 하명식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고 있었다.“그래도 말이야...”남정이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나는 이제 할머니야. 손자 둘에 손녀 하나. 이 부분만큼은 내가 당신보다 훨씬 행복하지.”잠시 말을 고른 뒤, 남정은 차분하게 덧붙였다.“하명식, 당신은 당신이 했던 일에 대해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 그리고...”남정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내가 들은 얘긴데, 손영애가 당신 옆에 있을 때 이미 밖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더라. 20년 넘게 속은 거면, 그것도 인과응보지. 결국 돌아올 건 돌아오는 법이니까.”하명식의 얼굴이 굳어졌다.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찔린 표정이었다.하명식은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간다.”차에 올라탄 하명식은 문을 닫자마자 담배에 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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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굳이 유이겸이랑 은택 씨를 비교해야 한다면, 나는... 은택 씨가 나한테 더 잘 맞는 사람인 것 같아.”은택은 남자지만 생활 속에서 수지를 챙기는 방식은 세심했다.어느 날 수지가 젓가락을 거의 대지 않은 반찬이 있으면, 그 음식은 다음 식탁에 오르지 않았다.반대로 수지가 한두 번 더 손을 댄 음식은 형태를 바꿔가며 다시 식탁에 올랐다.이겸과 함께했던 생활 속에서는 그런 배려를 받은 적이 없었다.사람이라는 게... 비교를 시작하면 마음이 약해진다.별아는 수지를 대신해 안도해야 할지, 이겸을 대신해 아쉬워해야 할지 몰랐다.“그럼 원은택은 미소 좋아해? 너희... 둘째 생각은 없어?”별아는 아직도 수지가 은택과 방을 따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괜찮아. 아직 애니까 사람 속 썩일 일도 없고, 잠들기 전엔 꼭 놀아줘. 너도 알잖아, 미소 말 많은 거. 가끔은 둘이 한참 떠들어.”그 말을 하는 동안, 수지의 눈가에는 자연스럽게 웃음이 머물렀다.그 웃음은 분명한 안정의 형태였다.별아는 말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수지의 마음이 은택 쪽으로 열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때 은택에게서 전화가 왔다.수지는 몇 마디를 나누고 통화를 끊었다.“은택 씨가 이따가 데리러 온대. 허리 때문에 오래된 한의원에 예약도 해줬고. 침도 좀 맞아야 할 것 같아. 알잖아, 내 허리... 미소 낳고 나서 계속 욱신거리는 거.”수지는 웃으며 말했다.그 웃음이 너무 평온해서 별아는 괜히 마음이 흔들렸다.‘원은택이라는 사람이 수지한테 늦게 온 인연일지도 모르겠다.’사랑이라는 게 그런 거였다.본인이가 붙잡지 못한 걸, 누군가는 붙잡는다.그 순간부터 그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된다.별아는 이겸이 많이 아깝다고 느꼈다.그는 정말로 수지를 놓쳐버린 셈이었다.“그래, 그럼 먼저 가. 조심해서 가고. 원 대표님께도 안부 전해.”“응, 나 먼저 갈게. 다음에 또 보자.”“그래.”오후의 커피숍을 나선 뒤, 별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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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주문하신 녹차 무스 디저트입니다. 맛있게 드세요.”“감사합니다.”연둣빛을 띤 녹차 무스 위에 하얀 설탕 가루가 가볍게 내려앉아 있었다.보기만 해도 계절감이 느껴졌다.별아는 접시를 들고 천천히 떠먹었다.드레스 숍 안의 남녀가 너무 자기들 세계에 빠져 있었던 탓인지, 통유리 밖에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한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다.가장 먼저 별아를 발견한 사람은 허찬미였다.찬미는 별아를 보자 잠시 멈칫하더니, 곧바로 강준에게 조용히 말했다.강준은 몸을 돌려 아내를 바라봤다.별아는 미소를 지은 채 커피잔을 들어 올려, 가볍게 건배하는 듯한 동작을 했다.강준의 마음이 급해졌다.“저기... 언제부터 저기 앉아 있었대?”찬미도 정확히는 몰랐다.“조금 된 것 같아요. 사모님 앞에 디저트가 반쯤은 없어졌더라고요. 대표님, 가서 한번 설명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강준도 설명할 생각이었다.강준은 몸에 걸치고 있던 남성용 정장을 벗어 내려놓고, 거의 뛰듯이 드레스 숍을 나섰다.“여보.”강준의 시선은 어딘가 어수선했고, 의자를 당기는 동작도 눈에 띄게 굼떴다.“언제 왔어? 왜 안 들어오고 있었어. 나 일하고 있었거든. 우리 여보를 못 봤어.”“일?”별아는 웃었다.“일하는 중이면, 내가 괜히 방해하는 것도 그렇잖아.”“아까 드레스 입어보던 여자는 말이야...”강준은 설명하려 했다.별아는 손가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얼굴에는 여전히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일이라면서. 그럼 나한테 굳이 설명 안 해도 돼.”강준은 마른침을 삼켰다.별아는 너무도 평소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그런데 왜 자신만 이렇게 마음이 타는지 알 수가 없었다.“오늘 오후에 다른 일정 있어?”강준은 최대한 부드럽게 물었다.별아는 가볍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작업실에 갈 수도 있고. 아직은 모르겠어.”“그럼 나 일하는 거 조금만 같이 있어줄래? 네가 XY그룹에 오는 일도 거의 없잖아. 오늘은 정말 우연히 딱 맞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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