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apítulo 451 - Capítulo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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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화

별아는 강준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던졌다.어딘가 장난스러우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웃음이었다.그 미소 하나에 강준은 완전히 겁을 먹었다.생일 당일이었다.이미 밤이 깊었는데도 강준은 대표실에서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한 발자국도 나가고 싶지 않았다.“대표님, 아직도 안 가세요?”찬미가 다가와 물었다.강준은 멍하니 대답했다.“어... 그... 강 비서는... 아직 회사에 있나?”“강 비서님은 출장 가셨어요.”“출, 출장?”그제야 기억이 났다.강준은 이마를 짚었다.“아... 그래. 알았어. 너도 이제 퇴근해.”“네, 대표님.”찬미가 나간 뒤, 강준은 담배를 하나 꺼내 입술로 가져갔다.라이터를 두 번 튕겼지만 불이 붙지 않았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이름은 ‘내 여자 별아’였다.강준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면서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전화를 받았다.“여보...”[왜 아직도 안 와? 오늘 네 생일이잖아. 내가 생일상 차려 놨는데, 얼른 들어와. 음식 다 식겠어.]“아...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전화를 끊자마자 강준은 담배를 그대로 버렸다.다리에 힘이 풀린 듯해서 직접 운전할 자신도 없었다.‘이게... 수천억 원짜리 계약 따러 갈 때보다 더 긴장되네.’운전기사가 강준을 집 앞까지 데려다 줬다.강준은 억지로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사실은 울상에 가까웠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식탁 앞에는 별아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강준이 들어오자 별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 별아는 어두운 레드 컬러의 몸에 딱 맞는 미니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어깨를 드러낸 디자인이었고, 몸선을 자연스럽게 감싸며 곡선을 또렷하게 드러냈다.정갈하게 올린 머리 덕분에 목선이 훤히 드러났다.고운 옥처럼 보였다.별아가 허리를 살짝 흔들며 강준에게 다가왔다.가느다란 손끝이 강준의 넥타이에 닿았다.별아는 그대로 강준을 이끌고 식탁 쪽으로 데려갔다.강준은 이런 연출을 본 적이 없었다.‘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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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강준은 침을 한 번 삼켰다.“예뻐. 정말 예뻐.”별아는 강준의 큰 손을 잡아 자기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여보, 왜 이렇게 갑자기 조심스러워?”“아, 아니야. 그냥... 네가 갑자기 이렇게 적극적이니까, 좀 적응이 안 돼서.”강준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사실은... 아까 그 와인에 뭐 타진 않았는지 아직도 신경이 쓰여서.’별아는 몸을 더 밀착시켰다. 부드러운 손끝이 강준의 입술 위를 천천히 스쳤다.“여보, 하고 싶어?”“하, 하고 싶어? 뭐를?”‘혹시 내가 오늘 여기서 죽는 건 아니겠지.’그 정도까진 아니길 바랐다.강준은 진심으로 항복하고 싶어졌다.“여, 여, 여보... 아, 아니지.”강준은 자신의 입을 한 번 때렸다.“여보... 취한 거 아니야? 그냥 침대 가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별아는 고개를 들고 발뒤꿈치를 살짝 들어 올려, 강준의 울대에 입을 맞췄다.“우리 여보... 울대는... 진짜, 진짜 섹시해.”강준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네가... 좋다니까 다행이네.”“여보, 지금 이 상황이면, 키스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야?”별아가 강준의 목을 감았다.강준의 상체가 자연스럽게 숙여졌다.“나한테 욕망이 없는 거야? 아니면... 내가 유혹을 잘 못한 거야?”“아니, 그게 아니라.”강준은 말라버린 입술을 핥았다.그리고 형식적으로 별아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너 지금 취했어.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자는 거야.”“싫어.”별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강준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단추 하나가 풀릴 때마다 강준의 심장도 같이 덜컹거렸다.마지막 단추에 손이 닿자 강준이 별아의 손목을 붙잡았다.“자기야... 나 먼저 샤워 좀 하고 올게. 금방, 진짜 금방. 조금만 기다려.”강준은 별아를 조심스럽게 밀어내고 욕실로 들어갔다.잠시 후, 욕실 안에서 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별아는 입술을 깨물면서 웃었다.‘겁은 많아서는...’강준은 욕실에서 시간을 끌었다.‘안 죽었네. 그럼 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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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현금 수표였다.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개인수표.도설은 고개를 들어 호민을 한 번 바라봤다.성인 사이의 얽힘은 감정에서 비롯된다.그 얽힘을 끊는 데에는 돈만큼 명확한 것도 없었다.도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제가 직접 쓰겠습니다.”도설은 수표를 받아 들었다.금액란에 적힌 숫자는, 5만 원이었다.“배 대표님, 그럼 이걸로 정리된 거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도설은 그의 손 옆에 있는 잠금 버튼을 눈짓으로 가리켰다.“문 열어주세요.”차 문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도망치듯 차에서 내린 도설은 곧장 자신의 차로 몸을 숨겼다.그날은...그날 호민은 약에 취해 있었다.의식이 흐릿해져서 눈앞의 사람이 도설인지, 아니면 그날 회사로 찾아왔던 다른 여자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했다.호민이 완전히 정신을 차리기 전에 도설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 사람은... 내가 누구인지 모를 거야.’도설은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호민은 결국 알아냈다.그 이후로 호민은 도설에게 여러 번 메시지를 보냈다.한 번 만나서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고.그런 일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성인 남녀가 한 번의 예상치 못한 관계로 곧바로 결혼 이야기까지 이어진다는 건, 솔직히 조금 우스운 일이었다.호민도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었다.도설은 어디까지나 회사원이었다.별아가 아무리 도설을 중용한다고 해도 도설의 위치는 분명했다.도설은 그저 월급을 받는 사람이었다. 자라온 환경도 배경도 너무나 평범했다.반면 호민은 달랐다.재벌가의 장남이자 장손.위에서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학력, 경력과 능력, 집안 교육과 배경도 모두 완벽했다.호민 앞에서 도설은 늘 조심스러웠다.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썼다.도설은 감히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이런 남자와 하룻밤의 관계가 생길 거라고.더더욱, 책임을 요구할 생각은 없었다.돈이 가장 깔끔한 해결책이었다.돈 몇 푼으로는 첫 경험을 살 수 없고, 자존심을 사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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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호민은 배씨 집안의 장남이다.그리고 배씨 집안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져야 하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호민이 왜 자기 여동생의 좋은 결말을 바라지 않겠는가?하지만...호민은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마양진, 사람 됨됨이가 문제라면 나는 절대로 수지 안 보내.]강준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원씨 집안 장남, 사람 괜찮아. 나랑 몇 번 일로 엮였는데, 처신도 단정해. 집안 규모는 마씨 집안만 못해도, 원은택 자체가 능력이 있어. 신재생 쪽으로 사업을 하잖아. 너희 배성그룹 사업이랑 겹치는 부분도 많고, 수지가 가도 손해 볼 건 없어.”강준에게 사심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하지만 전부 사심은 아니었다.강준이 호민의 입장이라면, 여동생을 집안 발전의 최전선에 세우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다만 현실적으로 정략결혼은 가장 빠른 성장의 수단이기도 했다.강준이 화제를 바꿨다.“수지 얘기는 그렇다 치고, 너는? 너도 정략결혼 생각 있다며?”호민은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있어. 몇몇 집안을 보고 있어.]그리고 한 박자 늦춰 덧붙였다.[내가 정략결혼을 하면, 수지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어. 수지는 어릴 때부터 구속받는 거 싫어했잖아. 누구랑 결혼하든, 무조건적인 보호를 받는 성격도 아니고. 나는... 수지가 불행해지는 건 원하지 않아.]강준은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수지가 정략결혼을 받아들인 건, 오빠 호민이 결혼에서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호민이 정략결혼을 선택하는 건, 여동생 수지가 앞으로의 인생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선택이었다.강준은 그런 남매의 관계가 부러웠다.하지만 강준에게는 형제자매가 없었다.평생 이런 종류의, 서로를 향해 주고 받는 이런 마음은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수지 앞에 한층 수척해진 이겸이 서 있었을 때.수지는 자신의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이겸의 회복은 예상보다 빨랐다.너무 빨라서 이겸이 한때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는지조차 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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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아무도 몰랐다.이겸의 사랑이 뜨거운지, 아니면 슬픈지...다만 지금의 이겸은 그 사랑을 더 이상 숨기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정략결혼... 안 하면 안 돼?”수지는 이겸이 왜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는지 알 수 없었다.이겸 역시 알고 있을 터였다.이런 집안에서 태어나면, 선택권 같은 건 없다는 걸.“당신도 마찬가지잖아.”수지는 조용히 말했다.“우리 오빠한테 들었어. 당신네 집에서 오씨 집안이랑 혼담 진행 중이라면서. 날짜도 잡혔다며. 새해 첫날이라고.”이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들 세계에서는 소문이 빠르게 돈다.결국은 모두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나는 오씨 집안 아가씨하고...”“이겸 씨.”수지는 이겸의 말을 끊었다.이겸이 충동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우린 선택지가 없어. 당신도 다른 이유 때문에 정략결혼을 거절하려고 하지 마. 그럴 가치 없어.”“당신은... 내 마음 알잖아.”이겸은 원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수지가 알아듣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수지 씨, 내 마음엔 당신이 있어.”수지는 살짝 미소 지었다.지금 이 타이밍에 이런 말을 나누는 건, 너무 어긋나 있었다.“사랑은 사람을 아프게 해.”수지는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당신이 아픈 건 보고 싶지 않아.”“앞으로 가. 과거는 잊고.”“나는... 당신을 응원할게.”수지는 자리를 떠났다.저녁빛 속으로 천천히 사라져 갔다. 마치 아무 의미 없는 작은 돌멩이처럼.하지만 그 돌멩이는 이겸의 마음속에서 거센 파도를 일으켰다.이겸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지를 따라 나갔다.길모퉁이에서 이겸은 수지의 팔을 붙잡아 끌어당겼다.그리고 그대로 품에 안았다.“가지 마. 떠나지 마...”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였다. 이겸의 품은 따뜻했고 힘이 있었다.이겸은 수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반쯤 강요하듯 부끄러움도 잊은 채 수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이겸은 이렇게까지 대담한 적이 없었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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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수지가 집에 돌아왔을 때, 호민은 거실에서 경제 잡지를 보고 있었다.수지는 가방을 던져 놓고 그대로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겼다.이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호민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왜?”“아무것도 아니야.”수지는 곧바로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배고파서 뭐 좀 먹으려고.”아무 생각 없는 아이처럼 뭔가를 먹으면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이러지 않았다면, 호민도 정말로 수지가 단순히 배가 고픈 줄 알았을 것이다.수지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그건, 마음이 괴로울 때만 나오는 버릇이었다.“수지야, 이리 와.”호민이 불렀다.수지가 다가와서 호민의 맞은편에 앉았다. 손끝에는 아직 다 먹지 못한 작은 과자가 들려 있었다.“할 말 있으면 빨리 해. 나 좀 자야 돼.”“유이겸이랑 만났어?”수지가 잠시 멈칫했지만 모르는 척 고개를 기울였다.“누구를 만났다는 거야? 누구 얘기하는데?”“그만해. 너 유이겸 만났잖아.”수지는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말했다.“응. 우연히. 인사만 했어. 그 사람이 오씨 집안의 딸이랑 결혼한다고 하기에, 축하한다고 했고.”“그럼 너는? 마씨 집안이랑 결혼하는 거, 생각은 끝났어?”수지는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거부해야 할지는 몰랐다.어쩌면, 마음 깊은 곳에서는 거부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몰랐다.“나...”“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 싫으면 싫다. 그게 그렇게 말하기 어려워?”“나... 그쪽에서 미소한테 잘해줄 지가 걱정돼서... 나는 상관없어.”수지는 작게 중얼거렸다.호민이 짧게 웃었다.“밖에서 다른 여자 임신시켜도 괜찮다는 거야?”수지가 고개를 들었다.‘다른 여자 임신? 그 정도로 막 사는 건가?’‘난 상관없지. 내 눈앞에만 들이밀지 않으면 돼.’“괜찮아. 어차피... 사랑하지도 않으니까.”“너도 참...”호민이 엄지를 들어 올렸다.“대단하다.”수지는 어깨를 으쓱했다.“다른 일 없으면 나 올라간다.”작은 과자를 베어 문 수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호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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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도설은 한 번 더 자신에게 힘을 줬다.그리고 차를 몰아 유합그룹으로 향했다.유합그룹에는 이미 여러 번 왔었고, 호민의 비서 안지원과도 꽤 친했다.호민의 대표이사실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원이 먼저 도설을 붙잡았다.“도설 씨, 배 대표님 안에서 좀 바쁘세요. 조금 있다가 들어가요.”“손님 오셨어요?”“아니요. 배 대표님이 결혼할 분이거든요. 감정 교류라고 할까. 이름이 뭐더라... 지시유. 맞다, 지시유. 얼굴도 예쁘고요. 수출입으로 시작한 가문이라던데, 재산도 배 대표님 댁보다 더 많다더라고요.”“아, 그래요?”도설의 시선이 살짝 가라앉았다.“배 대표님 같은 분은 역시 비슷한 집안이랑 결혼해야 하는 거네요.”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K시 상류층 집안들은 다 그런 거죠. 제가 알기로는 정략결혼 안 한 사람은... 배 대표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 대표님 집안도 나쁘지 않잖아요. 충분히 잘 어울리죠.”“그리고 배 대표님은 워낙 훌륭하시니까요. 백조는 백조랑 어울리고, 오리는 오리랑 어울리는 게 맞죠. 괜한 상상은 안 하는 게 좋아요.”누구나 다 날아올라 변하는 건 아니었다.도설이 딴생각을 하는 걸 알아차린 지원이 팔꿈치로 가볍게 찔렀다.“그런데 말이에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도 혹시 재벌 왕자님한테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아까 말했잖아요. 우리는 그냥 우리랑 어울리는 사람이랑 사는 거예요. 그런 건 소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고요. 우리는... 열심히 돈이나 벌어야죠.”지원이 한숨을 쉬었다.맞는 말이었다. 돈 버는 게 제일 현실적이었다.대표실 안의 여자는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더 기다리기 힘들어진 도설이 지원에게 말했다.“지원 씨, 혹시 먼저 말씀 좀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갑자기 들어가면 좀 어색할 것 같아서요.”“알겠어요.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세요.”문을 두드리고 호민의 사무실로 들어간 지원이 잠시 후 다시 나왔다.“도설 씨, 들어가셔도 돼요.”“고마워요, 지원 씨. 다음에 제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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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시유의 집은 부촌에 자리한 고급 단독주택 단지 안에 있었다.도설은 이런 부촌에 처음 와봤다.단지 안의 집들은 하나같이 제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서 있었다.낮은 건물은 2, 3층, 높은 건물은 4, 5층쯤 되었고, 집과 집 사이의 간격도 꽤 넓었다.마당도 분명히 넓을 것이다.‘이불을 말리기에도 참 좋겠지.’도설은 속으로 생각했다.도설은 햇볕에 말린 이불에서 나는 냄새를 좋아했다. 자기 집의 작은 베란다보다 훨씬 따뜻하게 햇볕이 들 것 같았다.하지만 도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은 평생 이런 집에 살 일이 없다는 걸.호민은 시유를 내려주었다.두 사람은 차 옆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시유의 얼굴에는 담담하면서도 기분 좋은 빛이 떠 있었다.시유는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집 안으로 들어갔다.호민이 다시 차 쪽으로 걸어오자, 도설은 뒷좌석에서 얼른 허리를 세웠다.“우리... 다른 데부터 가겠습니다.”호민은 안전벨트를 매고도 시동을 걸지 않았다.“앞으로 오시죠.”도설은 당황했다.“저는 뒤에 앉아 있어도 괜찮습니다.”“제가 기사인 줄 아십니까?”호민의 말투는 거의 지시였다.도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꽤나 직설적이었다.“배 대표님을 기사처럼 모실 수는 없지요.”도설은 차에서 내려 조수석에 앉았다.호민은 팔을 길게 뻗어 안전벨트를 끌어당겨 도설에게 채워 주었다.호민의 입술이 도설의 머리카락 끝을 스칠 듯 말 듯했다.거리는 고작 몇 밀리도 되지 않았다.심장 박동이 빨라졌지만, 도설은 이내 스스로를 나무랐다.‘괜한 생각이야.’“아, 제가 할 수 있습니다.”도설이 급히 말했다.호민은 도설을 한 번 바라봤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는 천천히 출발했다.차는 서쪽으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심을 벗어났다.도설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뒤에 일정도 남아 있어서 결국 입을 열었다.“배 대표님, 어디로 가는 건가요?”“영감이 생길 만한 곳입니다.”호민은 도설을 보지 않고 운전에 집중한 채 말했다.“도설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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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이 말을 할 때만 해도 별아는 상상하지 못했다.언젠가 정말로 집안의 두 아들이 그 ‘소동’의 주인공이 될 줄은...수지는 가볍게 웃었다.“그건 안 되지. 그러면 내가 그 애 때릴 거야. 도덕에 어긋나는 짓은 하면 안 돼.”“그럼 도덕적인 건?”별아가 물었다.“예를 들면, 친아빠를 찾아주는 거라든가.”별아의 말뜻을 수지는 알아들었다.하지만 수지는 그 한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이제는 양쪽 집안 모두 새로운 혼담 상대가 생겼다.다시 엮이는 건 쉽지도 않았고 옳지도 않았다.“유이겸은 오씨 집안의 딸이랑 결혼할 거야.”별아도 그 얘기는 들었다.하지만 그 오씨 집안의 딸이라는 사람은 말하자면, 이혼 경력도 여러 번 있는 데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아이도 둘이나 딸려 있었다.유씨 집안이 무슨 생각인지... 별아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유 변호사님이 그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할까?”수지는 별아를 보고 웃었다.“그게 중요해? 전혀 중요하지 않아. 가문에 도움이 되기만 하면 마흔이든 쉰이든 상관없어.”“그래도 난 잘 모르겠어.”별아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수지는 이해했다.별아는 그런 삶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사실 어떤 면에서 너는 운이 좋은 거야.”별아가 물었다.“어떤 면에서?”“너는 소녀 시절 때부터 하강준이 쫓아다녔잖아.너를 좋아한 하강준이 너하고 결혼하려고 얼마나 많은 집안의 혼담을 거절했는지 몰라.”“물론 내가 강준의 인품을 높이 평가한다는 건 아니야. 다만 말하고 싶은 건, 너희는 서로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그러니 나 같은 사람에 비하면, 정말 운이 좋은 거지.”수지는 몹시 비관적인 얼굴이었다. 그게 별아를 더 아프게 했다.수지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겨울 한가운데서도 주변을 데워주는 작은 태양 같은 사람이었다.늘 자기답게 살아왔고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런 수지가 사랑 때문에 혼자 가라앉아 있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다.어쩌면 사랑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수많은 불확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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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낯을 안 가려서 그래.”수지는 장난감을 건네 아이가 가지고 놀게 했다.그리고 테이블 위의 커피를 들어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이겸은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아이 키우는 거 힘들지 않아?”“그럭저럭.”수지는 고개를 들지 않고 그저 커피만 마셨다.이겸은 카드 키 한 장을 꺼내 수지 앞에 내려놓았다.“집을 하나 샀어. 백 평은 안 되고, 그렇게 큰 편이 아니야. 방 세 개고... 세 식구가 살기엔 충분해.”수지는 이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뭔가 말해 주길 기대하면서도 또 무슨 말을 꺼낼지 두려웠다.“수지 씨, 나 이제 아버지의 말처럼 살고 싶지 않아. 나 돈도 벌 수 있고, 당신이랑 아이가 편하게 살 수 있게 할 능력도 있어. 우리... 다시 한번...”이겸도 알고 있었다. 이 말들이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지...수지가 이겸을 떠난 건... 돈 때문도, 집이나 차 때문도 아니었다.수지는 늘 기댈 곳이 없다고 느꼈다.이겸이 끝내 자기 편에 서 주지 않았다는 게 화가 났다.수지는 늘 혼자 싸웠다.이겸은... 뒤로 숨기만 했다.“수지 씨, 약속할게. 앞으로 유씨 집안하고는 완전히 선을 긋겠어. 우리 셋이서 우리 삶을 살자. 한 번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수지의 마음은 복잡했다.하지만 이런 말에 이제는 아무런 떨림도 없었다.“이겸 씨, 당신이 하루라도 ‘유’ 씨 성을 달고 있는 이상 유씨 집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어. 그리고... 나 때문에 유씨 집안을 끊는 게... 정말로 가치 있는 일이야?”“당연히 가치 있어.”이번만큼은 이겸의 대답이 단호했다.수지는 웃었다.“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과거를 이미 내려놓은 사람처럼 보였다.물론 완전히 놓았다고 말하는 건...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었지만, 수지는 내려놓으려고 애쓰고 있었다.수지와 이겸 사이에는 더 나눌 말이 없었다.그 카드 키는 끝내 손에 들지도 않았다.수지는 미소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미안해. 아이가 쉬어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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