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Chapter 341 - Chapter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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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1화

촌장의 아내가 성질이 억세어 남의 논두렁을 오늘 한 치, 내일 또 한 치 옮겨 가져갔었던 것 같다. 그것을 아람이 놀다가 발로 짓밟는 바람에 촌장의 아내가 반 년 가까이 공을 들인 것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던 적이 있었다. 앞서 걷던 석 포두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이런 작은 고을 사람들은 다들 죽을 힘을 다해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합니다. 한데 두 분은 좋은 경성의 큰 집을 두고 하필 이런 산골까지 내려오셨네요.”아람이 웃으며 되물었다.“여기가 나쁜가요? 포두님도 아직 여기 계시잖아요.”석 포두는 길을 안내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저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글공부에는 영 소질이 없었거든요. 지금처럼 현아에서 포졸 노릇하며 부모와 자식을 먹여 살리는 것만 해도 제겐 더없는 길입니다.”논에는 벌써 농부들이 나와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석이 왔네!”석 포두는 정현 토박이었다. 어릴 적부터 이 고을에서 자라, 논밭의 늙은이들은 그가 기저귀를 차고 다니던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두 지켜본 셈이었다.“칠 백부, 유지는 아직 안 돌아왔습니까?”석 포두는 익숙하게ㅊ 안부를 물었다. 노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그 애는 글 읽는 사람이라 이런 일은 손에 익지 않아. 마음 편히 공부해서 훗날 과거에 오르면 그게 집안을 빛내는 거지.”석 포두와 유지라 불리우는 자는 어릴 적 함께 뛰놀던 사이였다. 그러다 어른이 되면서 한 사람은 주로 올라가 학문을 닦고 또다른 한 사람은 현아에서 포졸이 되면서 자연스레 왕래도 뜸해졌다.“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앞쪽에 압수한 조 씨의 논을 살펴봐야 해서요.”“석아.”노인이 그를 불러 세우고는 뒤따르는 두 젊은 처녀를 힐끗 보았다.“저쪽의 두 마지기는 예전에 유재네 아비가 도박으로 조 씨한테 잡혔던 땅이잖니. 이제 조 씨도 잡혀갔으니 그 땅은 다시 돌려주거라. 유재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약을 달고 살았지. 아비도 믿을 게 못 되니, 남은 건 늙은 어미가 이 땅들을 바래며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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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그 역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해 자신이 먼저 입을 열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아람과 아설이 인심을 써서 두 마지기를 구 숙모에게 나누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안 됩니다.”아람이 단호하게 잘랐다.“작년에 베푼 선의가 지금 어떤 결과로 돌아왔습니까? 정말로 땅이 필요했다면, 마땅히 땅을 되찾을 방법을 찾았겠지요. 지금 토지 문서는 관아에 있습니다. 조 씨처럼 앉아서 값을 올리지도 않을 테니 원래 값으로 충분히 되찾을 수도 있습니다.”석 포두도 결국 한마디 거들었다.“아 마님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정말로 살 길이 막막하지 않았다면 이런 짓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아람은 석 포두가 저자들과 같은 마을 사람 출신이기에 혈연이나 혼맥으로 엮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크게 무언가를 돕지 않는다 해도 말 한 두마디를 보태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이 땅들은 모두 조 씨한테서 몰수한 것입니다. 강제로 빼앗았던 땅과 아직 판결을 기다리는 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토지 문서가 분명한 땅입니다. 만약 오늘 이 집이 두 마지기를 차지하고, 모레는 저 집이 두 마지기를 차지한다면 마을 사람들은 이 땅들이 어차피 조 씨한테서 거둬들인 무주지라 생각하고 마음대로 차지해도 된다고 여기지 않겠습니까? 그때가 되면 현령이 와서 쫓아내야 합니까, 아니면 석 포두가 직접 나서야 합니까?”아람의 말은 차분했으나 날카로웠다.“선의가 지나치면, 은혜가 아니라 원망이 됩니다. 산적을 토벌한 공이 아무리 커도, 현령이 자기 살을 베어 백성을 살렸다 해도, 사람들은 침 한 번씩 뱉고 돌아설 수가 있습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서 말하던 구 숙모 집 말고도 두 집이 논두렁을 파헤치며 자기 땅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거기 무얼 하는 것입니까? 그 땅이 당신들의 땅입니까, 마음대로 파헤치게!”방금까지 구 숙모네 집을 두둔하던 석 포두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체면이 땅바닥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유재 어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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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뒤로 물러서세요!”석 포두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리고는 즉시 칼을 뽑아 두 사람 앞을 가로막았다. 아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저 사람에 대해 정말 아무런 기억도 없었다. 그의 아들은 꼬신 적도, 그렇다고 해서 다리를 부러뜨린 적도 없었다.그때, 주변에서 밭을 일구던 백성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석아! 멀쩡한데 칼은 왜 빼드는 것이냐? 저 사람은 네 복이 삼촌 아니냐?”“석아! 이게 무슨 짓이냐? 너는 우리 산와촌 사람 아니더냐?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네가 자라는 걸 봐온 자들이란 말이다!”사정을 똑바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복이 삼촌이 또 석이를 난처하게 만드는 거구만! 온 마을에서 말썽을 부리는 것은 자네 집안 뿐이지 않은가!”“그러게 말이! 작년에 현청에서 일부러 상행을 찾아 우리 곡식들을 처리해줬는데 자네만 돈이 적다느니, 곡식이 많다느니 하면서 트집을 잡지 않았나! 왜 조 씨 앞에서는 그리 큰소리를 치지 못한 겐가?”복이 삼촌이라 불리우는 자가 연달아 침을 뱉으며 말했다.“다 꺼져! 너희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냐!”장내가 점점 어수선해지자, 석 포두는 더 지체하지 않고 두 사람을 데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마차에 올라서서야 아설은 방금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떠올렸다.“맞아요! 저 사람 때문에 저희가 두 날이나 발이 묶였어요. 이 집은 너무 무뢰배였는지라 심이 자기가 처리하겠다고 해서 제가 따로 묻지는 않았어요.”작년, 이 마을의 곡식은 전부 조 씨네가 거두어 갔지만 돈은 다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아람이네 상행에서 곡식 창고를 접수하면서 곡식도 함께 거두어 갔고, 돈을 받지 못한 농가들한테 바로 돈을 넘기기도 했다. 그녀와 심이 지나는 곳곳마다 환대를 당했지, 불쾌한 일은 거의 없었다.오직 복이 삼촌네 집만이 문제였다. 장부가 맞지 않다며 시비를 털더니 또 곡식 세 석의 값이 적게 계산되었다면서 행패를 부렸다. 두번째로 다시 갔을 때 아설은 문 앞에서 만난 농가의 장부를 정리하고 있었고, 먼저 복이 삼촌네 집으로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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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그가 수레에 오르자 아람은 깜짝 놀랐다. 눈앞의 사람이 주종현이라는 걸, 처음에는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아설이 재빨리 마차에 올라탔다.“언니, 세자의 모습 좀 보세요. 산적 같지 않나요? 저 꼴이면 그 무리들 기가 죽지 않겠어요!”아람은 아설에게 눈빛으로 왜 주종현을 데리고 왔냐고 물었다. 손 할아범이 주종현의 치료를 도맡은 뒤로 그녀는 그를 거의 보지 못한 셈이었다. 두 사람은 다시 가장 익숙한 타인의 관계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아설은 그녀의 눈빛을 알아보지 못하고는 위로하듯 말했다.“언니 걱정 마세요. 이번엔 분명히 해결될 거예요.”주종현은 아람을 흘끗 쳐다보았다. 지금도 자신을 꺼리고 있다는 것을 그 역시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일부러 화난 듯한 얼굴로는 아설을 향해 말했다.“잘 보거라. 본세자가 산적 같으냐, 아니면 죽은 사람 표정을 하는 위심이 산적 같으냐?”아설은 아람 쪽으로 몸을 움츠렸으나 단호하게 말했다.“세자님이요!”말을 몰고 있던 위심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마차가 논가에 멈추자 밭에서 일하던 노농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어제 보았던 그 두 처녀가 두 사람을 더 데려왔을 뿐만 아니라 아전까지 여럿을 불러왔다. 이내 소문이 퍼졌고 복이 삼촌네에 괴롭힘을 당했던 집들 가운데서는 고소해 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섞여 들렸다.“그렇게 설쳐대더니, 드디어 큰 코를 박았구먼 그래!”좋은 논을 슬쩍 차지해 보려던 이들도 이내 마음을 접었다.유재 어머니는 땅을 되찾을 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유재 아버지가 죽은 뒤로는 숨통이 트였지만 현령은 마음이 약하니 굳이 돈을 들이지 않아도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그러면 굳이 값을 치르고 땅을 되찾을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사람들이 와글와글 몰려오는 것을 본 유재 어머니가 복이 삼촌 옆으로 바짝 붙어서는 말했다.“셋째 오라버니, 이 땅은 원래 지주가 쥐어짠 땅이에요. 본디 우리 백성에게 돌아와야 할 땅이잖아요. 저 사람들은 예전 그 지주들이랑 뭐가 달라요! 오라버니도 예전에 조 씨네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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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주종현의 시선이 그 두 사람에게 내려앉더니 이내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보아하니, 이 둘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군. 그렇다면 형제들의 손을 좀 빌리도록 하지.”아전들이 막 나서려는 순간, 복이 삼촌이 다급히 외쳤다.“잠깐만!”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여러분, 오해입니다. 이 땅은 제 땅이예요. 여기 이 다섯 마지기는 작년에 조 씨네 도련님이 내기에서 지고 넘겨준 것이란 말입니다! 집에 그 증거로 쓴 쪽지도 있구요!”“쪽지라...”주종현이 그를 한 번 보고는 석 포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 조 씨 도련님은 지금 어디 있지?”석 포두가 머쓱하게 웃었다.“작년에 이미 압송되어 경성으로 올라가 목이 떨어진 지 오래 됐습니다.”주종현이 냉소했다.“죽은 사람이 써 준 쪽지를 들이밀고 나를 속이겠다는 건가? 아니면 강 대인을 얕잡아 본 건가?”복이 삼촌은 이를 악물었다. 단 하루 차이였다. 쪽지를 받은 다음 날 바로 잡혀갈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때 차라리 쪽지를 따위 받지 말고, 토지 문서를 요구했어야 했다. 부유한 지주 집안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주종현의 시선이 유재 어머니에게 옮겨갔다.“그럼 너도 쪽지가 있느냐?”유재 어머니가 움찔 떨었다.“없, 없습니다. 하, 한데 현령 대인께서 직접 여기에 농사 지어 생계를 잇도록 허락하셨습니다.”주종현이 고개를 끄덕였다.유재 어머니가 기뻐하기도 전에 주종현은 찬물을 끼얹었다.“현령 대인이 허락했다면 그에 따른 수령은 있느냐?”유재 어머니는 얼어붙었다.“수, 수령이라니요…”아람이 앞으로 두 걸음 나섰다.“어제 이미 현청에서 확인했습니다. 조 씨네한테서 몰수한 양전은 전부 관아 소유입니다.임차도 가능하고 매각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명령 없이 경작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유재 어머니가 다급히 외쳤다.“정말로 현령 대인께서 직접 말씀하셨습니다!”허락된 것은 작년의 이모작일뿐이지만 말이다. 아람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그 일 또한 확인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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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달려온 이는 현청의 아졸이었다. 급히 달려온 탓에 논두렁에서 거의 미끄러질 뻔했다.“두 분 대인, 큰일입니다. 아문에 두 사람이 들이닥쳐 현령 대인과 말다툼을 벌였고 강 대인께서 쓰러지셨습니다!”“쓰러졌다고?”아람이 다급히 물었다.“의원은 불렀느냐?”아졸은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불렀습니다만, 그 두 사람이 워낙 괴이해서 말로는 다 설명드리기 어렵습니다. 아 마님께서 직접 돌아가 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아설이 곧장 아람의 손을 꼭 잡고는 말했다.“언니, 여기 일은 저와 심이 남아서 처리할게요. 언니와 세자께서는 먼저 돌아가서 강 대인부터 살펴보세요.”아람은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종현은 돌아가는 내내 그녀의 눈동자에 깔린 초조함을 놓치지 않았다. 과거 경성에 있을 적에도 오라버니의 얘기는 거의 꺼낸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얘기 역시 늘어놓은 적이 없었다. 강시아는 그에게 있어서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모르는 사람이었다.“시아,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강 형님은 비록 선비이긴 하지만 몸이 약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 그와 함께 수로를 살피며 며칠을 함께 하면서 더욱 존경하게 된 바이다.”아람은 그저 손가락을 꼭 쥐고 있을 뿐,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기억 속 어린 시절은 늘 오라버니와 함께였다. 어머니의 모습은 거의 다 까먹었고 아버지는 엄격한데다가 말수도 적었다. 그는 오라버니가 학업에 소홀할 때면 매를 들기도 했었다. 그녀는 학대를 받은 적은 없었지만 집 안은 늘 차갑게 가라앉은 침묵만이 남아 있었기에 오라버니의 뒤를 따라다니기를 유독 좋아했었다. 오라버니는 늘 그녀를 지켜주었고 글을 읽고 글자를 익히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한 차례의 큰 홍수로 단절되었다.아버지는 병약했고, 오라버니마저 앓기 시작했다. 워낙 넉넉하지 않은 가세는 더욱 더 기울어 설상가상이 다름없었다. 사람을 사고파는 장사꾼은 그녀가 반듯하게 생겼다면서 열 냥을 쳐준다고 했다. 그 값은 다른 아이들보다는 네 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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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그래요, 오라버니의 말씀이 다 맞아요. 먹는 데는 돈 아깝다면서, 의원에게 줄 돈은 아깝지 않나 봐요?”아람은 못마땅하다는 듯 오라버니를 흘겨보았다. 강세오는 여전히 바깥의 두 사람이 마음에 걸렸는지 물었다.“아까 그 곽 뭐라는 자들은 갔느냐?”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아직이요.”아람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덧붙였다.“한데 이상합니다. 그 둘은 저를 보자마자 몹시 놀라더군요. 마치 저를 아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강세오의 눈빛이 순간 가늘게 흔들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시아야, 우리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더 힘든 날도 다 겪고 살아남았다. 이제 와서 저런 정체 모를 자들을 상대할 필요는 없어.”아람은 오라버니의 말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혹시 오라버니가 그들과 아는 사이였던 걸까?“저는 그 둘을 본 적이 없어요. 어린 시절 기억도 흐릿하고요. 혹시 윗세대의 원한 같은 건가요?”강세오는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그래. 들개 같은 것들이지.”아람은 더 묻지 않았다.“알겠어요. 다 오라버니 말대로 할게요.”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한데 오라버니, 조 씨 한테서 몰수한 그 양전을 기억합니까? 작년에 어떤 농부 아낙에게 경작을 허락했잖아요.”강세오가 고개를 끄덕였다.“기억한다. 남편이 도박으로 날려버린 땅이라 했지. 나중에 돈을 모아 되찾을테니 우선 농사부터 짓게 해 달라고 했어.”그는 이불을 걷어내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혹 그 여인이 땅을 찾으러 왔느냐?”아람이 급히 그를 눌러 다시 눕혔다.“아니에요. 가만히 누워 계세요.”그가 다시 자리를 잡은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아람은 말을 이었다.“오라버니꼐서 너무 마음이 약해서 그런 겁니다. 그 여인이 욕심이 나서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계속 농사짓겠다며 우기고 있어요.”강세오는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임대한 땅에 그 논도 포함되어 있어서 그러는 것이냐? 그러면 내일 내가 직접 가 보마.”아람은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괜찮아요. 다만 오라버니, 오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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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그래서 논밭을 임대할 때도 일부러 일반 농가의 논들과 섞이게 한 것이었다. 일종의 눈가림이었다. 황제가 정현에 수군을 조직하라고 명한 것과 그녀가 전생에 어렴풋이 알고 있던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해도 지금부터 대비해야 했었다. 며칠 뒤, 그녀는 현청의 아졸에게 부탁해 말을 전하게 했다.골목에 살던 장 아주머니가 두 아이를 데리고 곧장 찾아왔다. 불과 두 세달 남짓한 사이, 두 아이는 제법 키가 자라 있었다. 가장 신난 것은 다름아닌 연아였다. 아이 둘의 손을 잡아끌고는 아버지와 외삼촌이 사다 준 자잘한 장난감으로 가득 찬 방을 자랑하듯 보여주었다. “조금은 더 고민하실 줄 알았어요. 이 일은 시작하면 한두 달로 끝날 일이 아니잖아요.”장 아주머니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주인마님께서 이렇게까지 우리를 생각해 주시는데 주저할 이유가 더 있겠나요? 수련이도 제대로 된 기술을 배웠고 수주야 아직 어리지만 제가 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습니까?”아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앞일을 맡은 공두와 장부 담당은 따로 있지만 후방 살림 역시 결코 가볍지 않아요. 아주머니의 부지런함에 수련이의 셈 솜씨까지 더해지니, 모녀가 함께 맡기에 이보다 나을 수 없죠.”후방의 살림은 자잘한 일이 많았다. 사소한 구석이 많은 만큼, 썩은 벌레가 들기 쉬운 자리이기도 했다. 마음을 먹고 사람을 매수하거나 누명을 씌우는 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다. 골목 안에서 떠도는 헛소문이 무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장 아주머니는 그녀의 신분을 멋대로 재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연아를 보호해 주었다. 그 태도만으로도 아람은 그녀가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도를 수리하는 공사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지만 장 아주머니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뒤뜰에 거처를 잡았다. 텅 비어 있던 뒤뜰은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 찼고, 하루 종일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장 아주머니는 요리 솜씨도 좋았기에 맛과 재료만 대강 설명해 주어도 곧바로 제법 그럴듯하게 만들어냈다. 주종현 역시 현청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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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아람은 경계 어린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저는 두 분을 알지 못합니다. 할 말이 있으면 제 오라버니께 가서 하세요.”곽자욱은 곽방을 힐끗 보았다. 두 사람은 잠시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내 곽자욱이 온화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마님, 놀라지 마십시오. 저희 형제를 잊으신 듯합니다. 저는 서북군의 대장군이자 진국공이신 맹 노장군 휘하의 막료 곽자욱입니다.”곽방도 곧바로 주먹을 맞잡았다.“곽방입니다.”곽자욱이 말을 이었다.“저희가 감히 무례를 범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현청에서 워낙 삼엄하게 경계를 세우고 있어 저희 두 사람으로서는 강 대인을 도무지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아람은 더욱더 윗세대의 원한임을 확신하고는 두 사람을 비켜가며 했다.“저는 강 대인이 아닙니다. 사람을 잘못 찾으셨어요.”곽방이 팔을 뻗어 길을 막았다.“마님, 저희의 말씀을 다 들어주시길 바랍니다.”곽방은 체구가 크고 거칠었다. 아이 울음을 멈추게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얼굴이 아니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니 의젓한 아이라 불리우던 연아 역시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으아앙! 어머니, 무서워요!”아람은 즉시 딸을 안아 들고 분노에 찬 얼굴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더 무슨 말을 하겠다는 겁니까? 윗세대의 원한입니까? 제 부모가 당신들에게 돈을 빚졌나요, 아니면 목숨을 빚졌나요!”곽방이 잠시 얼어붙었다.“아니, 그게 아니라…”“아니면 비키세요!”말다툼의 소리가 커지자 주변의 백성들이 하나둘 발길을 멈추고 몰려들기 시작했다.“오해입니다. 저희는 결코…”곽방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예전 방식대로 가자!”“아니, 잠깐…”곽자욱이 말릴 새도 없이 약가루 한 줌이 아람의 얼굴에 흩뿌려졌다. 곽방은 그녀를 붙잡으려 손을 뻗는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강세오처럼 쉽게 끌고 갈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아람의 품이 느슨해지며 연아가 떨어질 듯 휘청했다. 곽방은 아이를 낚아채 껴안았지만 연아는 그의 품에서 미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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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아람은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연아는 크게 놀란 탓에 아버지의 목을 끌어안고 좀처럼 놓지 않으려 했다. 주종현은 한쪽 팔로 딸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달랬다. 강세오는 얼굴이 잿빛으로 되어서는 의정당에 앉아있었다. “이미 여러 차례 말했지만 저희는 그저 가난하게 살아온 평범한 집안 사람입니다. 당신들이 찾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합니까? 한데 대낮에 사람까지 납치하다니요!”곽자욱이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췄다.“제 아우가 경솔했습니다. 그 점은 전적으로 그의 잘못입니다. 한데 저희는 확실히 서북군의 사람들입니다. 몸에 지닌 영패와 통행 문서 또한 모두 진짜입니다.”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강 대인을 처음 뵈었을 때는 저희도 반신반의했습니다. 한데 마님을 보는 순간, 더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희 아가씨와 닮은 정도가 무려 예닐곱은 됩니다.”곽방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그저 예전에 경성에서 강 대인을 데려가려 했을 때처럼…”그때, 강세오가 진국공부를 나서자 마자 정체를 알 수 없는 흑의인들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그들과의 혼전 끝에 몸을 뺐을 때는 이미 강세오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강세오는 냉소를 흘렸다.“세상에 닮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럴 때마다 다 데려가겠다는 겁니까?”곽방은 그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맞는지 아닌지는, 저희와 한 번 가 보시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장군께서는 수년간 혈육을 찾아오셨고 해마다 얼마나 많은 가짜들이 찾아오는지 모릅니다. 전부 다 부귀영화를 노린 자들이었죠. 두 분은 모든 실마리가 이쪽을 가리키고 있는데도 끝까지 부인하시니…”곽자욱이 답답하다는 듯 곽방을 힐끗 보았다.“그래, 이제야 제대로 본 것 같군.”강제로 끌고 오지 말라고 그렇게나 말을 했는데 이래서야 오해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반감마저 더 심해졌다. 임무고 뭐고 돌아갈 생각은 관둬야 할 판이었다. 사실 맹 가에 후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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