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Kabanata 361 - Kabanata 370

430 Kabanata

제361화

정현의 하천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현에는 외지에서 들어온 품꾼들이 부쩍 늘어났다. 장 아주머니는 하루 종일 하천 공사장 뒤편의 취사장에서 손을 놓을 새가 없었고 그 바람에 집 안의 뒤주방은 텅 비어버렸다.수련은 공사장에서 어머니를 도와 일하고 있었고 연아와 수주는 날마다 정신없이 뛰어놀기만 했다. 보다 못한 아람은 두 아이를 개인 서당에 보내버렸다. 두 녀석이 괜히 사고라도 칠까 봐서였다. 강세오와 주종현, 위심은 말 그대로 얼굴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바빴다.하 가의 남매도 돌아갈 생각은 없는 듯했다. 하연은 늘 강세오의 그림자처럼 붙어 다녀서 역시 자취를 보기 힘들었고 하주는 공부의 관원 둘과 매일같이 일을 상의하느라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아설은 처음엔 혹여나 복이 삼촌이 또 수작을 부릴까 경계하며 날마다 임대한 논을 들여다보러 다녔지만 시간이 흐르자 복이 삼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마 돈을 쥐고 편한 곳으로 사라졌을 터. 그가 진흙탕이 된 논바닥을 다시 찾을 이유는 없었다. 결국 아설도 더는 그를 붙들어 감시하지 않았다.여름으로 접어들자 날씨는 점점 숨이 막히듯 뜨거워졌다. 폭염 탓에 하천 공사 진도도 눈에 띄게 더뎌졌다. 아무리 인부들이라 해도 이 열기엔 버티기 어려웠다. 취사장에서는 더위를 식히는 녹두 물이 끊이질 않았지만 머리 위에 작열하는 햇볕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강세오처럼 희고 말끔하던 서생조차도 몇 겹이나 그을려 몰라보게 까매졌다. 하루 종일 흙투성이가 된 그의 모습은 현령이라기보다 막노동꾼에 가까웠다. 현청 역시 공부에서 나온 관원 둘의 조사 결과, 헐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판정이 내려졌고 공사도 이미 절반가량 진행 중이었다.“어머니!”아람은 요즘 비교적 한가해졌는지라 연아와 복동이에게 입힐 속옷을 몇 벌 짓고 있었다. 두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그녀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바늘을 빠르게 놀리며 물었다. “또 어디 가서 정신없이 놀다 온 거니?”연아는 손에 쥔 당면인을 들어 보였다.“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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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하천에는 햇볕에 그을려 새까맣게 탄 사내들로 가득했다. 민소매 웃옷을 걸친 이도 있었고, 웃통을 벗어젖힌 채 일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아람은 처음에는 차마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민망했으나, 이제는 그조차도 익숙해졌다. 강세오는 짚신을 신고 품꾼들과 함께 직접 일을 하고 있었다. 관아에 급한 일이 생겨도 늘 그 차림 그대로 현청으로 향하는 탓에, 사람들은 그를 ‘짚신 현령’이라 불렀다. 주종현은 하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을 이끌고 처음부터 수영을 가르치고 있었다. 정예로 뽑힌 이백여 명의 금위군은 천 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정현까지 왔지만, 무예는 훌륭해도 물에는 영 젬병이었다.하천에서 일하는 인부만 해도 수천 명에 달하는지라, 뒤편의 취사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바빴다. 장 아주머니는 본래부터 성미가 급한 편이었는데, 이 많은 사람을 거느린 뒤주방에서는 그 기질이 더욱 두드러졌다. 사람이 많으니 눈도 많았다. 슬쩍 손버릇을 부리는 자도 있었고, 꾀를 부려 일을 빼먹으려는 자도 있었으며, 장 아주머니가 여자인 주제에 주방을 맡았다는 것이 못마땅한 이도 적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을 다스리려면, 위세를 세우지 않고서는 어림도 없었다. 장 아주머니의 두 아이는 유난히 철이 들었는지라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수주는 곧장 취사장으로 달려가 어머니를 거들었다. 아람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뒤주방에서 새어 나오는 다툼 소리를 들었다.“부엌에 언제부터 여자가 설쳤다고, 맨날 시비야! 나도 더는 못 참아!”곧이어 장 아주머니의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좋다, 할 만큼 했으면 당장 나가! 사람은 넘쳐난다, 너 하나 없어도 아무 일도 없다!”아람이 문간에 섰을 때, 뒤주방은 여전히 질서 정연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채소를 씻고, 썰고, 볶아 큰 그릇에 담는 손길들은 방금의 말다툼이 무색할 만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수주가 장 아주머니 앞을 막아서며 소리쳤다.“이 나쁜 사람이에요! 맨날 우리 어머니를 괴롭혀요!”“이놈아, 네 어미가 어디 좋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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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그는 한 걸음 옆으로 나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은 거야?”“무슨 날인데요?”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연아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오늘은 어머니 생신이잖아요!”아람은 잠깐 멍해졌다. 자신의 생일일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작년 이맘때의 그녀는 도망길 위에 있었고, 아무도 그녀의 생일을 알지 못했다. 그녀 자신조차 잊고 지냈다. 눈 깜짝할 사이, 그녀는 이미 경성을 떠난 지 일 년이 지나 있었다. 그녀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머리 위가 살짝 당겨졌다. 연아가 한 손으로 아버지의 머리를 끌어안은 채, 다른 손으로 하얀 옥 구슬 장식의 비녀를 집어 그녀의 머리단에 꽂고 있었다.주종현이 말했다.“조금 있다가 주려고 했는데…”아람이 다시 빼려는 기색을 보이자, 그는 급히 덧붙였다.“이건 연아가 고른 거요. 자기가 모아 둔 돈을 전부 꺼냈고, 모자란 그 부분만 내가 조금 보탰을 뿐이오.”연아가 눈을 깜박였다.“어머니, 이런 건 싫어요?”아람은 그제야 손을 내려놓았다.“좋지. 연아가 고른 거잖니. 당연히 좋지.”연아는 곧장 턱을 치켜들었다.“아버지, 제가 그랬잖아요! 어머니께서 분명 좋아하실 거라고요!”이쯤 되자 주종현도 더는 토를 달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래, 그래. 역시 연아가 제일 잘 아는구나.”연아는 그 말에 세상을 다 얻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우리 밥 먹으러 가요! 배고파요! 닭다리 먹고 싶어요!”연아의 이가 단단해지면서 좋아하는 음식도 각종 과자에서 닭다리로 넓어졌다. 주종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딸을 앞세웠다.“시아, 연아는 며칠 전부터 계속 벼르고 있었소. 당신 생일날이면 영기주루에 새로 나온 간장에 조린 닭을 사주겠다고 했소.”아람은 부녀를 가늘게 흘겨보았다. 요즘 들어서는, 예전에 이 둘이 가까이 지내는 걸 말리지 않은 게 과연 옳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연아는 이제 완전히 작은 배신자가 되어, 미끼만 던져 주면 홀랑 넘어가 버렸다. 지금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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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어머니, 저 할아버지예요. 제게 당면인을 주신 할아버지 말이예요!”연아가 맞은편 찻집 창가에 앉아있는 백발의 노인을 알아보고는 가리켰다. 멀리 떨어진 거리였지만 아람 역시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군인의 기백을 느낄 수 있었다. 주종현이 잠시 멈칫하더니 아람을 보며 말했다.“저분이 맹 노장군이시다.”“맹 노장군이요?”아람은 주종현을 보았다.“저희 부모님은 진작 흙으로 돌아가셨어요. 무슨 원한이 남았다고 저분이 직접 오셨다는 말입니까? 재물도 아니고, 목숨을 둘러싼 일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라는 말입니까?”주종현은 입술을 가볍게 다물고 더 말하지 않았다. 강 씨 남매의 짧은 말들만으로도 어린 시절이 얼마나 궁핍했는지는 짐작이 갈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두 남매의 어머니인 맹청련은 여생이 아무리 가난에 쪼들릴지언정 맹 가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아람은 여섯 살 이전의 기억을 잃은지 오랬고, 강세오 역시 그 시절 이야기를 꺼려했다. 남에게 차마 말하지 못할 사정이 더 있었을 것이다. 주종현은 고개를 돌려 점원에게 말했다.“해가 눈부시니 이쪽 창을 닫아주게.”아람은 그를 한 번 보고는, 문득 찻집에서 들었던 이야기책들이 떠올라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설마 우리 아버지가 관가의 규수를 데리고 달아난 건 아니겠죠?”자신의 아버지는 늘 근엄했고, 얼굴에 웃음기라곤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 파격적인 일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아쉽게도 그녀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얼마 남지 않아, 그녀의 얼굴도 신분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관가의 딸이었다면, 집안이 어찌 그토록 궁핍했겠는가. 더구나 남매가 다 자라난 뒤에야 찾아왔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주종현은 젓가락으로 죽순을 집어 그녀 앞에 놓아주었다.“괜한 생각은 말거라. 정말 너희를 찾으러 온 거라면, 형님이 알아서 막아줄 거다.”아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그녀는 아 씨 상행의 주인장일 뿐이었다. 어머니 역시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으니, 지난날의 원망과 인연은 더는 그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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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역시 믿을 수 있는 것은 장군의 직계 혈통뿐이었다. 그제야 맹 노장군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걸렸다.“저녁에 상을 하나 차리거라. 그 남매는 물론, 영악한 저 어린 계집아이도 함께.”곽자욱이 잠시 망설였다.“그럼… 주 세자도 부를까요?”아람은 이미 신분을 바꾸었지만, 주종현은 엄연히 그녀의 남편이었다. 맹 노장군이 코웃음을 쳤다.“신분을 바꾸고 전연을 끊었으니, 이제는 남이나 다름없다. 본조는 여인의 재혼을 허하는 세상이다. 그 아이는 내 맹여산의 외손녀다. 다시 좋은 혼처를 찾지 못할 리가 있겠느냐.”“예, 알겠습니다.”곽자욱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조용히 방을 나섰다.주종현은 배부르게 먹은 딸을 어깨에 메고 곧장 강가로 향했다. 해는 서서히 기울었고, 미리 준비해 둔 불꽃들이 점화되며 밤하늘에 터졌다. 오늘은 명절이 아니었기에 어둠이 내린 거리에는 사람 그림자가 드물었다. 하늘을 가르는 불꽃이 단숨에 강가와 골목의 어둠을 밝혀냈다. 하지만 세 사람 가운데 가장 즐거운 이는 아마도 연아뿐이었을 것이다. 주종현은 불빛에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아람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아. 만약 이런 날들이 네가 원하는 삶이라면, 나는 네 곁에서 그런 날들을 함께하겠다.”아람은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당신은 황명을 지닌 몸으로 이곳에 머무는 것도 잠시일 뿐입니다. 영국공부야 말로 당신의 집입니다. 결국은 돌아가야 할 곳이고요.”주종현이 눈꺼풀을 조용히 내리깔았다.“집? 난 그곳을 집이라 여긴 적이 없었어. 네가 떠난 뒤로는 더더욱…”아람이 그의 말을 끊었다.“당신은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릅니다. 저는 더 이상 당신에 의지해 살아가는 비천한 첩이 아니에요. 지금의 불꽃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 태후의 수연에서, 당신이 저를 저택으로 이끌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모두가 그것을 즐겼고, 당신은 그 불꽃이 저만을 위해 쏘아 올려졌다고 말했지만, 정작 제 뜻을 물은 적은 없었죠. 당신은 좋은 아버지고, 좋은 아들이며, 좋은 신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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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그는 자신이 지난날의 고충을 털어놓고, 곁을 지키며 정성을 다한다면 되돌릴 수 있으리라 여겼다. 지금에 와서야 그가 내준 것들이 그녀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는 더 이상 영국공부에서 발버둥치던 강시아가 아니었다. 그들의 관계 또한 차츰차츰 멀어진 것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그는 그녀의 진심을 알아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아람은 강가에 늘어선 수양버들 사이를 천천히 걸어갔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불꽃이 터지고 있었고, 길 위의 사람들은 삼삼오오 기대어 그 빛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막 큰길로 들어서는 순간, 곽방이 앞을 가로막았다.“아 마님, 저희 장군께서 뵙고자 하십니다.”아람의 시선이 다시 나타난 곽방에게 머물렀다. 그녀는 잠시 전 찻집이 있던 방향을 한 번 바라본 뒤,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나는 그대의 장군을 모릅니다. 공무라면 내일 하천으로 가시면 됩니다. 강 대인과 주 대인 모두 그 곳에 계실 겁니다.”“장군은 마님의 외조부이십니다. 정말로 뵐 생각이 없으십니까?”그는 그리 말하며 작은 초상화 하나를 내밀었다.“이 분은 진국공부의 아씨이자, 마님의 어머니입니다. 마님과 많이 닮으셨습니다.”아람의 머릿속에 어머니의 흐릿한 그림자가 스쳤다. 그녀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손을 뻗어서는 그 초상화를 받아 들었다.“시아야!”그 순간, 손등에 흙과 상처가 가득한 손이 불쑥 끼어들었다. 강세오는 초상화를 낚아채서는 곽방에게 다시 던졌다.“저희 어머니는 고아이십니다. 외조부 같은 건 없습니다. 다시는 우리를 찾아오지 마시오.”“강 대인…”“시아야, 집으로 가자.”강세오는 그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누이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마치 열다섯 해 전, 울고 있던 어린 누이와 맹 가의 대문앞을 떠나던 그날처럼, 누이의 손을 꼭 잡고 말이다. 어머니가 병들어 죽어가던 때, 그는 누이와 함께 문 앞에 엎드려 하루 종일 빌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맹여산의 차가운 한마디뿐이었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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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누, 누구세요…?”아설은 이른 아침 문을 열었다가, 문 앞에 서 있는 노인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노인의 옷차림은 소박했으나, 쓰인 비단의 결이 범상치 않았다. 예전 영국공부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상등의 옷감이었다. 곽자욱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우리 장군은 서북 대장군이시자, 진국공이신 맹 장군이시다.”“맹, 맹 장군이요!”아설은 비록 경성에서는 하녀로 지냈지만, 맹 장군의 이름만큼은 모를 수 없었다. 만문충렬이라 불리는 집안이었고, 황제를 알현할 때도 꿇어앉지 않아도 되는 특권을 지닌 인물이었다. 마침내 사리를 아는 사람을 하나 만났다는 듯, 곽자욱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우리 장군께서 강 대인을 뵙고자 하신다. 속히 안으로 전하라.”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막 외출하려던 강세오가 소매를 걷어 올리며 곁에 선 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나오고 있었다.“연아는 아직 어리지 않느냐. 또래 아이들보다는 훨씬 영특하니, 너무 붙들어 놓지는 말거라.”“오라버니, 이래로라면 지붕 위도 올라갈 판이에요.”두 사람은 문 앞에 선 이들을 보고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맹여산은 강세오를 한 눈 훑어보더니 위엄을 실어 입을 열었다.“강 대인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구먼. 노부가 직접 찾아오게 만들다니.”아람은 연아와 수주를 아설에게 맡기며, 먼저 학당으로 데려가라 일렀다. 강세오는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췄으나, 끝끝내 맹여산을 바라보지는 않았다.“하관 강세오, 맹 공을 뵙습니다.”아람도 말없이 오라버니를 따라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소박한 객실 안에서, 강 씨 남매는 한쪽에 앉았고 맹여산은 맞은편에 앉았다.“기억하건대, 네 어미는 너를 강이라 불렀지.”사람을 재듯 훑어보는 그의 두 눈이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가, 이내 딸과 육칠 할쯤 닮은 그 얼굴 위에 멈췄다.“그리고 너는 람이라 불렀다.”아람의 머릿속에 흐릿한 그림자가 스쳤다. 누군가 그녀를 람이라 부르던 기억이 희미하게 지나갔다. 강세오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저희 남매는 미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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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반년 기한만 차면, 바로 붙잡아 데리고 가서 혼담을 올리자는 거지.”하주가 입가를 올리며 웃었다.“그럴 필요도 없어.”“무슨 소리야?”하연은 영문을 몰랐다.“강세오가 진국공부의 세자라면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바로 허락하실 거야.”하연은 눈을 흘겼다.“정신 나갔어? 무슨 수로 그 책벌레를 진국공부 세자로 만든다는 거야. 게다가 맹가는 뒤가 아예 끊긴 것도 아니잖아. 방계도 잔뜩 있는데.”하주는 한 걸음 더 다가오며, 말을 꺼내기 전 바깥을 힐끗 살폈다.“강세오는 맹여산 장군의 외손자야. 맹 공이 직접 사람을 데리러 왔어.”“뭐?”하연의 놀람은 그와 다르지 않았다. 하주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아버지는 늘 네게 문벌이 맞는 혼처를 찾으려 하셨잖아. 강세오가 인지귀종해 맹세오가 되면, 내가 보장하는데 아버지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실 거야.”“진짜네.”하연의 눈이 반짝였다. 맹 가와 하 가는 모두 무장 가문이었다. 더구나 강세오는 문관의 길을 걸을 사람인지라 세 명의 오라버니와 권력을 두고 맞설 일도 없었다. 어느 쪽으로 보아도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다.“지금 바로 그 책벌레를 찾으러 갈래.”하연은 성급하게 몸을 돌려 당장이라도 강세오를 찾아갈 기세였다. 하주는 재빨리 그녀의 팔을 잡아챘다.“뭐가 그렇게 급해. 아직 이야기 중이잖아.”그는 잠시 말을 고르듯 멈췄다.“네가 지금 생각해야 할 건, 강세오가 인지귀종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네가 어떻게 그자를 설득할지, 이 문제야.”“인지귀종을 안 한다고? 왜?” 하연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하주는 그녀를 잘 알았기에, 차라리 차근차근 설명했다.“강 씨 남매는 어린 시절부터 밖을 떠돌며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잖아. 강 대인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야. 지금도 현령 노릇을 잘하고 있고, 하천 공사도 의욕적으로 맡고 있지. 그런 사람에게 느닷없이 세자 자리를 내미는 건, 마치 높은 신분을 시혜처럼 던져주는 꼴인 거지. 강 대인은 겉보기엔 온화하지만, 자기 기준이 아주 분명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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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논밭은 말 그대로 불이 붙은 듯 바빴다.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 일을 시작했고, 달이 높이 떠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무렵이 되면 서원도 휴강에 들어가 큰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와 농사일을 도왔다. 어린아이들까지도 작은 바구니를 들고 논을 오가며 떨어진 이삭을 주웠다.“복이 삼촌, 이 논은 왜 아직 안 거두는 거요. 설마 그 은전 아홉 냥이면 평생 먹고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복이 삼촌네 집에는 아래쪽으로 논이 한 마지기가 더 있었다. 형이 죽은 뒤, 그 땅까지 그가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복이 삼촌은 느릿느릿 손을 놀리며 대답했다.“우리 집 유금이가 돌아와서 도와주길 기다리는 거지.”사람들은 더는 말을 섞지 않고 서로를 불러 자리를 떴다. 복이 삼촌이 정말로 아들을 기다리는 건 아니었다. 또다시 돈을 뜯어낼 궁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 역시 알고 있었다. 이 논 한 마지기에서 나오는 쌀을 팔아 봐야 많아야 은전 한 냥이었지만 그는 석 냥을 뜯어낼 수 있었다. 어차피 그 두 여인은 돈이 넘쳐나는 사람들이니, 자기 같은 농부가 몇 냥 더 챙긴다고 대수로울 것이야 있을까. 모든 논에서 수확이 끝나면 사람들은 논에 물을 대기 시작했다. 복이 삼촌네 집만이 겨우 벼를 베어낸 상황이었다. 그는 베어낸 볏단을 그대로 논에 쌓아 둔 채, 물을 대는 날이 되자 일부러 사람들 곁을 돌아다니며 경고까지 했다.“다 조심하라고! 우리 집 논의 벼는 은전 석 냥어치는 되니까 말이야.”임작지를 맡은 관사는 이번에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일찌감치 두 주인댁 부인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아설이 이를 갈며 말했다.“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깐요! 작정하고 우리를 노린 거라니까요!”“논이 원래 낮은 데 있으니 또 저번의 수법을 쓰려는 거지. 물로 잠가서 돈 뜯는 수법.”“그럼 오늘 밤에 사람을 데리고 가서 막아버릴까요? 현행으로 잡아버리게요!”아람은 가볍게 웃었다.“잡지 마세요. 잡아버리면 어떻게 자기 손으로 자기 농사를 망치겠어요.”그녀는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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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곧바로 아졸 하나가 다가와 그의 신발을 벗겼다. 신발 바닥에는 희끗한 가루가 조금 묻어 있었고, 신발 위쪽에도 마찬가지였다. 관리인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동가께서 약방에서 해충을 없애는 약가루를 지어 오게 하셨습니다. 논두렁 가장자리에 뿌려 둔 것이지요.”이 말을 듣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복이 삼촌에게로 옮겨갔다.그의 옆에 쓰러져 있던 괭이에도 같은 흰 가루가 소량 묻어 있었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분노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에잇, 네 집 큰아들이 성실하고 착해 보이길래 친정 쪽에까지 부탁해 혼처를 알아봐 줬더니만. 이런 시아버지를 두고 시집가면, 그 처자가 앞으로 얼마나 고생하겠어. 내일 당장 돌아가 사실대로 말해야겠구먼. 나중에 여자가 계산당하고 나서, 내가 업보를 쌓았다는 소리 듣기 싫으니까 말이야!”말한 이는 화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아주머니였다. 겨우 연줄 하나 이어주었더니, 이런 일이 터져 버린 것이다. 복이 삼촌은 까다롭고 인색한 면이 있긴 했지만, 자식에게만큼은 유난히 잘하는 사람이었다. 집안 형편도 마을에서는 넉넉한 편이었고, 큰아들 유금 역시 성실한 아이였다. 지금은 현의 하천 공사장에서 품팔이를 하며 한 달에 은전 두 냥을 벌고 있었기에 그녀도 마음 놓고 혼처를 이어 주었던 것이다. 복이 삼촌은 이 말을 듣자마자 허겁지겁 몸을 일으켰다.“동서, 다 내 잘못이오. 우리 아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단 말이오! 그 애는 아무것도 모르오!”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유금은 본래 말수가 적고 소심한 아이였다. 어렵게 마음에 둔 처자를 만났건만, 자신의 탐욕 때문에 그 인연을 망쳐 버린 셈이었다. 그는 곧장 아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동가 부인, 제가 한순간 귀신에 홀렸습니다. 우리 큰아들이 이제 막 혼인을 앞두었는데,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아설은 이미 그의 이러한 얼굴을 수차례 본 터라, 그런 말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속이고 뜯어낼 때는 아들 생각은 하지 않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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