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에는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끊이지 않는 장마가 하늘을 잿빛으로 눌러 담아, 숨조차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드리웠다. 임차한 논에는 막 다시 심어 놓은 모가 이미 물에 잠겨 있었고, 그녀의 임차지뿐 아니라 농가들의 논밭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아람은 우산을 받쳐 든 채 끝없이 이어지는 회색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음까지 함께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돈은 전부 이 땅에 묻혀 있었다. 이 비가 멈추지 않아 혹여 홍수라도 나게 된다면 그간의 수고와 자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터였다.“아 마님!”석 포두의 칠백부가 짚신을 신고 도롱이를 걸친 채 논에서 달려 나왔다. 그는 얼굴에 흐르는 빗물을 훔치며 다급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아 마님, 이제야 오셨군요. 지금 논에 물이 너무 많습니다. 논두렁을 터서 물을 빼야 합니다. 마님의 임차지는 지대가 낮아, 지금 손보지 않으면 모가 전부 상할 겁니다.”그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벼는 물에서 자라지만 물이 지나쳐도 모가 썩습니다. 나중에 이삭이 맺히는 데도 큰 탈이 나구요.”아람은 직접 농사를 지어 본 적은 없었지만, 어릴 적부터 이런 광경은 수없이 보아 왔다. 논은 늘 물을 가두기도 하고, 때에 맞춰 빼내기도 해야 하는 법이었다. “석 백부, 걱정 마세요. 이미 사람을 보내 손을 쓰고 있습니다. 비가 그치면 도랑을 정비해서 앞으로는 물을 바로 배수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그러나 석 백부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마님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지금은 배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늘의 문제지요. 이 비가 더 이어지면, 이번 철 수확은 모조리 망할 수도 있습니다.”농사란 늘 두려움과 함께였다. 비가 많아도 걱정이고, 가물어도 걱정이었으며, 벌레가 들끓어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 모든 고비를 넘겨 어렵사리 풍년을 맞이하면 이번에는 탐관오리와 간상인들을 걱정해야 했다. 한 해 내내 땀을 흘리고, 한 해 내내 마음을 졸여야 하는 삶이었다.아람의 미간도 깊게 찌푸려졌다. 지금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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