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는 작은 얼굴을 긁적이다가 이내 포기했다.그래, 괜히 까불지 말고 얌전히 앉아 있는 게 낫겠다 싶었다.잠시 후, 안으로 들어온 이는 왕정이었다. 방 안에 가득한 여자들과 아이들을 본 순간, 그녀는 잠깐 걸음을 멈췄다가 이내 안으로 들어섰다.“맹 아가씨, 오래 기다리셨습니다.”아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람이라 불러 주세요. 오늘 이렇게 찾아와 폐를 끼쳐 송구합니다.”왕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람 마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찾아오신 분은 모두 손님이지요. 오히려 제가 제대로 모시지 못해 송구합니다.”그녀는 곧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덧붙였다.“초주에 오신 게 단순히 구경 때문은 아닐 듯한데요.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부디 숨기지 말고 말씀하세요.”아람은 소매에서 선실표를 꺼냈다.“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더는 방법이 없어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이 표는 왕 가 선행에서 산 것인데 뱃사공이 밑장과 맞지 않는다며 가짜라 하더군요. 그래서 배에 오르지 못하게 했습니다.”왕정은 표를 받아 들었다. 손끝으로 살짝 비비는 순간, 진위가 분명해졌다.그녀는 표면을 훑어본 뒤 고개를 들었다. 길주행 표였다.“잠시만 기다리세요.”왕정은 문밖을 향해 고개를 돌려 하녀에게 선행의 관사를 불러오라 지시했다.단낭은 이제 정말 막다른 길에 몰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람이 선행의 주인과 안면이 있을 줄이야.아까 부두에서만 해도 배가 열댓 척은 보였고 바다로 나가 있는 배들까지 합치면 그 수가 얼마일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이 선행의 규모는 도대체 얼마나 크단 말인가? 게다가 상단 주인이 여자라니.그래서였군. 자기가 작은 가게 하나 열겠다고 했을 때, 아람이 가게를 여러 개 열 수도 있다고 말하던 이유가. 자신이 감히 상상조차 못 한 일들을 이미 해낸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 당당하게 말이다.그때 관사가 급히 들어왔다.왕정이 표를 내밀며 자초지종을 묻자 관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 그게… 아가씨께서 밑장을 찢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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