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 아가씨, 무례를 범하겠습니다.”노파가 아람의 손목을 움켜쥐는 순간, 뼛속까지 파고드는 통증이 몰려왔다. 아람은 고통에 숨을 삼키며 버티려 했지만 노파가 가볍게 밀자 다리에 힘이 풀리듯 저려 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걱정 마십시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겁니다.”그 말을 남기고 문은 다시 굳게 잠겼다.아람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쥔 채 제 다리를 세차게 내리쳤다.“소휘…!”정원 깊숙한 곳, 성왕부의 서재.경 총관이 고개를 숙였다.“전하, 아람 마님은 이미 깨어났습니다. 지금도 안에서 거칠게 욕을 하고 있습니다.”소휘는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았다.“욕할 기운이 있다면 크게 다친 건 아니겠지.”잠시 말을 멈춘 그는 낮게 덧붙였다.“다만 급하게 움직이느라 혼사에 더 많은 사람을 부르지 못한 게 아쉽군.”경 총관이 조심스레 물었다.“전하, 왕비를 종첩에 올리려면 상소를 올려야 예가 완성됩니다. 처리할까요?”소휘의 눈가에 차가운 웃음이 스쳤다.“폐하께서 주종현에게 내린 성지는 공포조차 되지 않은 문서다. 그렇다면 본왕이 직접 왕비를 데리고 경성으로 돌아가 종첩에 올리면 그만이지.”그는 낮게 웃었다.“폐하께도 깜짝 선물이 되겠군.”성왕의 명은 빠르게 집행됐다. 왕부 안팎은 말끔히 쓸리고 붉은 비단이 처마마다 걸렸다. 심지어 뒷마당의 개 한 마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목욕을 시키고 새 목줄까지 채워 주었다.“문 마님, 지금은 보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시녀가 조심스럽게 문희를 부축했다. 회임한지 여섯 달에 접어든 문희는 온통 붉은 장식으로 물든 왕부를 바라보며 곧 들어올 왕비가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불안만 키워 갔다. 혼서도 예물도 없이 갑작스레 혼례라니,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니었다.문희는 고개를 돌려 시녀를 바라보았다.“너도 그 얼굴을 못 봤느냐?”시녀는 고개를 저었다.“왕비께서는 약수원에 계시고 경비가 삼엄해 누구도 가까이 가지 못합니다. 마 노파와 그 아래 시녀들만 봤다는데 입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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