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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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구경하던 이웃들이 하나둘 흩어지자 마당은 다시 조용해졌다.이담은 진혁의 손을 뿌리치고 이윤정의 곁으로 다가갔다.“다들 다 갔으니 그만 연기해, 하진혁. 여긴 당신을 환영하지 않거든.”진혁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손끝을 내려다봤다. 그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나야 가도 되지. 그런데 저 사람도 같이 가야 해.”경훈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경훈 선배는 우리 집 손님이야. 그러니까 당신이 상관할 자격은 없어.”“심이담.”진혁이 눈꺼풀을 치켜 세운 채 이담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타오를 듯한 눈빛으로 그녀의 이름만 부를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 대표님, 제가 직접 불렀어요.”이윤정이 이담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녀의 표정에는 슬픔과 원망이 짙게 배어 있었다.“이담이 아빠 장례를 치르는 며칠 동안 경훈이가 도와줬거든요. 그 은혜를 갚고 싶어서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하려는 거예요.”“하 대표님, 세상을 떠난 이담이 아빠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우리 가족을 더는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이 집에 남은 건 이 늙은 몸뚱이 하나뿐인데, 그것도 필요하세요?”진혁의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으면서 얼굴도 단단히 굳어졌다.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미간의 긴장이 조금 풀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장모님, 장인어른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편하실 대로 하세요.”이윤정은 집 안으로 들어갔고, 이담도 곧바로 그 뒤를 따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혁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경훈이 진혁의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입꼬리에는 도발적인 웃음이 걸려 있었다.진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집 안에서 이윤정은 주방을 오가며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담도 곁으로 다가가 일손을 거들었다.이윤정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채소를 썰며 말했다.“조만간 날을 잡아서 하빈이 병원을 옮기자꾸나. 예전엔 이 엄마가 못나서 그 인간 제안을 덜컥 받아들이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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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진경훈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이담은 잠시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생각에 빠졌다. 무슨 생각에 잠긴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갑자기 주원식 원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이담은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원장님, 무슨 일이신가요?”[심 선생, 위에서 자네 정직 처분을 해제했어. 병원으로 복귀해도 좋다고 하네. 자네가 박 과장을 고발한 공로를 인정받았어.] [게다가 위에서 확인해 본 결과, 박 과장이 지난 10년간 챙긴 뇌물 액수가 적어도 수십 억에 달한다더군.]이담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렇게나요?”[박 과장이 그렇게까지 날뛸 줄은 나도 미처 몰랐네.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어.]비록 박성준이 뇌물을 받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액수가 수십 억이 넘을 정도라니, 병원에서 얼마나 많은 뒷돈을 챙겼을지 뻔했다. 심지어 뒤에서 환자들의 의료비까지 절반이나 가로챈 것이었다.[심 선생, 박 과장은 이제 병원으로 돌아오지 못할 테니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말이야, 자네가 그 사람 자리를 대신 맡아줬으면 하네.]이담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전 이미 전근 신청을 해둔 상태인데요.”[아직 시간적 여유가 좀 있않아. 당분간만이라도 자네가 그 자리를 맡아주게.]이담은 지체 없이 승낙했다.다음 날, 이담은 정식으로 병원에 복귀했다.이담이 간호사 스테이션 앞을 지나가자마자, 간호사 몇 명이 고개를 쑥 내밀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세상에! 심 선생님 정직당했던 거 아니었어?”“어제 들었는데, 위에서 심 선생님 정직 처분도 풀어주고 과장으로 승진까지 시켜줬대!”“정직당했다가 돌아왔는데 과장이 됐다고? 뒤에 엄청난 빽이 있는 거 아니야?”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초연은 간호사들이 모여서 쑥덕거리는 모습을 보자 웃으며 다가갔다.“무슨 일 있어요?”간호사들은 그녀를 보자 표정이 약간 어색해지며, 순간 이걸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해했다.뭔가를 눈치챈 초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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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그럼 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무슨 명분으로?”진혁은 그녀 앞에 멈춰 서서 허리를 숙인 채, 억누르듯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심이담, 대체 무슨 명분으로 이혼 소송을 하겠다는 거지? 내가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해서? 아니면 네가 생각하는 혼외자 때문에?”이담은 코앞까지 다가온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도 비정상적일 만큼 침착했다. 눈동자에는 일말의 동요조차 스치지 않았다.“감정이 이미 바닥난 결혼 생활인데, 이혼도 안 하고 붙들고 있어서 뭐 하게??”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문밖으로 휙 지나가는 그림자를 곁눈질로 확인한 이담은, 손을 뻗어 진혁의 넥타이를 반듯하게 펴주며 말했다.“하 대표님, 설마 저랑 이혼하기 아쉬워서 이러는 건 아니죠?”이담이 눈썹을 살짝 까딱였다. 얼굴은 분명 웃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단 한 줌의 웃음기도 스며 있지 않았다.“설마 저를 사랑하기라도 하는 건 아니죠?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매달릴 이유가 없잖아요?”진혁의 손바닥이 부드럽게 그녀의 뺨을 감싸 쥐었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에 싸늘한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심이담, 네 표정이 얼마나 가식적인지 알아?”진혁은 이담의 이런 미소가 싫었다. 지독하게 눈에 거슬렸다. 그녀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이담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조금씩, 마침내 흔적도 없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는 오직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당신은 그 정도 취급을 받아도 싼 인간이니까.”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담은 시선을 돌려 문밖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문초연 씨, 굳이 문밖에서 엿들을 필요 있나요? 당당하게 들어와서 듣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문초연은 온몸이 굳어버렸다.‘빌어먹을, 들켰잖아!’초연은 뻔뻔하게 문을 밀고 들어오며 또다시 가련한 척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심 선생님, 일부러 엿들으려던 건 아니에요. 병원에 복귀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해 드리러 왔는데, 진혁 씨랑 대화 중이신 것 같아 방해가 될까 봐...”“문초연 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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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무슨 엄청 어려운 일인 줄 알았네요.”은호는 강준을 불러들이며 이담을 바라보았다.“몇 명이나 필요한지 강 비서한테 말하면 돼요.”강준은 깍듯하게 이담 곁으로 다가와 넉살 좋게 물었다.“이담 씨, 사람이 필요하십니까?”이담은 은호의 흔쾌한 승낙에 놀랐다. 혹시라도 무리한 부탁일까 봐 내심 걱정했기 때문이다.이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많이는 필요 없습니다. 두 명이면 충분합니다.”“두 명으로는 부족하지 않겠어요?”은호는 턱을 괸 채 말했다.“이쪽은 사람도 넉넉하거든요. 이렇게 하죠. 제가 네 명을 붙여드릴 테니 필요한 일은 강준에게 말씀해 주세요.”“은호 씨 사람을 저한테 주시면, 어머님은...”“어머니는 저와 강준이 돌보면 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이담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는지 김미영이 웃으며 다가왔다.“아가, 엄마 여기 있어.”김미영이 곱게 꾸민 인형을 들어 보였다.“이것 봐, 내가 우리 아가를 아주 예쁘게 화장해 줬어!”이담도 다정하게 대답했다.“정말 예쁘네요.”“아가는 내가 낳았으니까 제일 예쁘지!”김미영은 이담을 보며 해맑게 웃었다. 그녀의 눈에는 기쁨이 가득했다.잠시 후, 강준은 경호원 네 명을 데리고 하빈의 병실로 찾아왔다. 사람들을 밖에 대기시킨 뒤, 이담과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온 강준이 침대에 누운 사람을 보며 물었다.“이담 씨, 이쪽이 동생분입니까?”이담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준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동생분이랑은 별로 안 닮으셨네요.”“피가 섞인 건 아니에요.”“친동생이 아닙니까?”이담은 씁쓸하게 대답했다.“저는 심씨 집안에 입양되었습니다.”“어쩐지...”강준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남매 사이가 무척 좋으신가 봅니다. 동생분을 지키고 싶으신 거죠? 혹시 누군가에게 쫓기고 계신 겁니까?”민간병원에서 경호원까지 붙여 지켜야 한다는 건 십중팔구 무슨 사정이 있다는 뜻이니, 강준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이담은 굳이 숨기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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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주원식이 대답하기도 전에, 초연이 멸시 어린 눈빛으로 이담을 노려보며 말했다.“부시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원장님, 부시장님 사모님이 앓고 계신 건 수막종입니다. 임상 경험이 풍부한 신경외과 의사도 감히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병이라고요.” “심 선생님은 이제 고작 경력 3년 차인데,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10년 넘게 수술해 온 류 선생님보다 낫겠습니까?”그 말이 떨어지자,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진 강민준이 주원식을 쏘아보며 말했다.“강성시의 병원들에서 이 수술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해서 일부러 경성시까지 찾아온 겁니다. 경성시의 병원을 믿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렇게 경험 많은 의사들을 다 놔두고, 저런 어린 아가씨를 소개하다니요. 지금 내 아내의 목숨을 걸고 도박이라도 하라는 겁니까?”“부시장님, 정말 오해하셨습니다. 이담 씨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실은...”“더 들을 필요 없습니다. 내 아내를 그런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이 병원에서 수술할 능력이 안 된다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습니다.”강민준의 태도가 워낙 완강한 데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까지 이담의 실력을 의심하기 시작하자, 초연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이담이 병원에 들어온 지 3년 만에 단숨에 과장 자리에 오르자, 원래부터 적지 않은 구설수에 오르내리던 터였다.지금 주원식이 그녀를 두둔할수록 사람들의 의심은 더욱 커질 뿐이었다.강민준이 사람들을 데리고 막 자리를 뜨려고 하자, 주원식마저 붙잡지 못해서 난감해하고 있을 때 이담이 입을 열었다.“사모님의 MRV 영상을 좀 볼 수 있을까요?”강민준이 이담을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곁에 있던 비서에게 눈짓하여 영상을 이담에게 건네주도록 했다.이담은 영상을 받아들고 유심히 살폈다. 영상 속 종양은 운동 피질 쪽에 자라나 있었다. 앞뒤로 중요한 혈관들이 지나가고 있어서 혈관과 종양 사이의 수술 가능 공간이 고작 2cm에 불과했다.이 정도 난이도라면 지금까지 이담이 집도했던 두개골 절개 수술보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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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강민준이 미간을 찌푸렸다.주원식도 곁에서 거들었다.“그렇습니다, 부시장님. 심이담 선생은 이 뇌 질환 분야에서 수십 년 경력의 의사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예전에 심 선생은...”“사모님의 수술 후 위험성을 낮추고 싶으시다면, 제 말을 들으시는 게 최선입니다. 정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다면 류 선생님을 집도의로 세우겠습니다.”이담이 주원식의 말을 끊고 나섰다.류인안은 그 말을 듣고 난처해했다.“이... 이 2cm짜리의 틈새는 수술 난이도가 너무 높아요. 전 못 합니다.”이담이 미소를 지었다.“괜찮습니다. 제가 어떻게 메스를 대야 할지 알려드릴 테니까요.”강민준은 이담을 바라보았다. 직감적으로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 의사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강민준이 설득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자, 초연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심 선생님, 미쳤어요?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어떻게 장난처럼 말할 수 있어요!”“왜요, 혹시 문 과장님이 이 수술을 하실 수 있습니까?”“그건...”“할 수 없으면 조용히 계시죠. 문 과장님의 해외 의학 스펙이라면 제가 앞서 한 말 정도는 충분히 알아들으셨을 텐데요?”이담은 초연에게 좋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 말 한 마디로 초연을 여러 사람 앞에서 제대로 망신을 주었다.나머지 사람들은 내심 의구심을 가졌지만 아무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는 이담의 설명에 다른 의사들도 동의한다는 뜻이었다.게다가 두 명의 전문가조차 입을 열어 이담의 말을 끊지 않았다.초연의 이러한 섣부른 행동은 그야말로 체면만 구겼을 뿐, 오히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의심만 불러일으키고 말았다.“좋습니다.”강민준은 갈등 끝에 결국 이담을 믿기로 선택했다.“이번 한 번은 아가씨를 믿어 보겠습니다.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이번 수술에서 내 아내가 무사하다는 걸 당신이 반드시 보장해야 할 겁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병원은 물론이고 당신도 큰 대가를 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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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비서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 말을 한 사람은 진혁이었다. 경성시에서 그의 말은 곧 권위 그 자체였다. 진혁이 상대가 실력이 있다고 확신한다면, 그것은 상대가 정말로 그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었다.비서가 진혁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곁에 있던 초연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채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다.진혁이 이담을 인정하며 했던 그 말이 귓가에 생생하게 맴돌았다.초연은 질투와 증오로 미칠 지경이었다.‘그 여자의 수술이 꼭 성공할 거라고 확신한다고?’‘그렇다면 심이담이 철저하게 실패하도록 만들어 주겠어!’...이담은 사무실로 돌아온 후, 인안과 어시스턴트 의사, 수술실 인원 전원을 소집해서 회의를 열었다.수술에 대해 이담의 머릿속에는 이미 열 가지가 넘는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었다.신경외과 수술은 아주 작은 오차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수술에 요구되는 정밀함은 외과 수술 중에서도 극치에 달했다.“심 선생님, 하지만 기존의 수술 방식으로 종양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으면, 저희는 종양이 어디 있는지 판단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기록을 하던 어시스턴트 의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게다가 고작 2차원 영상인 MRI 필름만으로 종양의 위치를 잡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만에 하나 메스를 대는 위치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아예 종양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자리에 모인 이들 역시 모두 같은 문제를 걱정하고 있었다.기존의 수술 방식 없이 종양의 위치를 찾아 제거해야 하는 이번 수술은 그야말로 눈을 가리고 지뢰를 찾는 격이었기에, 여기 있는 모든 이들에게 엄청난 난이도의 도전이었다.이담이 PPT를 열었다.“제가 방금 3차원 입체 개념으로 대략적인 도면을 그려봤습니다. 종양의 위치는 바로 여기입니다.”이담이 화면을 모두의 앞에 띄우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탄성을 터뜨렸다.“심 선생님, 이 3차원 입체 모델을 직접 만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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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우리 이혼해. 자유를 돌려줄게.]그날 밤의 말이 진혁의 귓가에 문득 울렸다. 그는 애써 표정을 감췄지만 얼굴이 굳어졌다.“할머니도 이미 동의하셨어. 우리 이혼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고도 하셨고.”이담이 다시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손이 빠져나가려는 순간, 진혁이 억눌러왔던 감정을 더는 참지 못했다. 팔로 이담을 끌어안더니 두어 걸음 만에 통유리창에 밀어붙였다.머리끈이 진혁의 손에 풀려 떨어지자, 이담의 짙고 긴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흘러내리며 진혁의 팔에 감겼다.이담의 눈빛이 미세하게 떨리면서, 진혁의 다음 행동을 눈치채고는 고개를 돌려 그의 입술을 피했다.진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손바닥으로 이담의 볼을 쥐어 자신을 마주 보게 했다. 그리고 거칠게 입을 맞췄다.이담이 이를 꽉 깨물고 끝내 받아들이지 않자, 진혁은 그녀의 숨을 삼키듯 더욱 깊게 입을 맞췄고, 산소가 끊기자 가까스로 입을 여는 순간 다시 파고들었다.이담이 물러서려 할수록 진혁은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이담이 결국 포기하고 억지로 타협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진혁은 이담의 입술에서 떨어지며 숨이 막혀 붉게 달아오른 볼을 손끝으로 쓸었다. 평소보다 훨씬 짙고 선명한 붉은색이었다.그는 본래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데 능숙한 사람이었지만, 이담의 앞에서만큼은 매번 이성을 잃곤 했다. 이번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물건 좀 치웠다며? 새로 몇 개 사줄까 하는데. 보석이 좋아, 가방이 좋아? 아니면 옷?”진혁의 대답은 이혼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피해 가고 있었다.마치 자신이 입에 올리지 않으면 이 일은 그냥 없던 일이 된다는 것처럼.이담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아무것도 필요 없어.”“그럼 뭘 원하는데.”“우리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는 걸 원해.”진혁은 그녀를 빤히 쳐다볼 뿐,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진혁의 온기가 남아 있는 입술을 거칠게 닦아낸 이담은, 그를 밀치며 옆으로 비켜섰다.“하진혁, 하빈이 일은 둘째치더라도, 아버지 일만큼은 평생 잊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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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매번 수술에 쓰이는 약은 약제실에 모두 기록이 남는다. 약물 과다 투여를 막기 위해 정량보다 적으면 적었지 많을 수는 없었다.마취과 의사는 이 남는 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그가 고개를 돌려 세경을 추궁했다.“내게 준 약,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그, 그게...”세경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수술실에 처음 들어와서 잘 몰라 실수한 거겠죠. 아직 사고가 난 건 아니니 이번은 넘어갈 수 있습니다.”세경을 감싸준 이담이 손에 든 약제를 마취과 의사에게 건넨 뒤, 다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하지만 당신은 이 일에 맞지 않네요.”그 말이 떨어지자,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세경이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문 과장님이 가져가라고 하셨어요. 마취제에 약간 알레르기가 있어도 괜찮다고, 아주 적은 양이라 생명에 지장을 주진 않을 거라고 하셨어요.”“문 과장이요?”마취과 의사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하루 종일 사무실에만 앉아 있고 수술실엔 들어와 본 적도 없는 과장이 대체 뭘 안다고!” “일반인이 프로포폴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확률도 37%나 되는데, 이 마취제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투여하면 일반인보다 훨씬 치명적입니다!” “특히 수술 중에는 호흡 중추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쇼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죽일 작정입니까?”“방금 심 선생님이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하마터면 우리 모두 문 과장 때문에 큰일 날 뻔했습니다.”수술실 안의 사람들은 초연에 대해 남아 있던 호감마저 깨끗이 사라졌다.작은 실수 하나, 아주 적은 용량의 약제 하나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앞날을 끝장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담의 얼굴도 차갑게 가라앉았다.소연이 쪽지로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초연이 환자의 수술에 장난을 칠 만큼 대담할 줄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만약 정말로 수술 중에 사고가 났다면, 하진혁이 자기를 지켜줄 수 있을 거라고 믿기라도 한 건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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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이담은 진혁의 뜨거운 시선을 무시한 채 강민준을 향해 걸어갔다.“부시장님, 저는 입으로 제 능력을 증명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믿든 말든 부시장님의 선택이었습니다. 저를 믿어주셨으니, 저 역시 그 믿음을 저버릴 수 없었을 뿐입니다.”강민준은 잠시 멍해지더니, 자신의 경솔했던 태도가 부끄러웠는지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심 선생님, 아까 제가 의심했던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립니다.”강민준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표정은 사뭇 진지해져 있었다.“당신은 주 원장님 말씀대로 정말 훌륭한 의사군요. 아니, 천재라는 말이 아깝지 않군요.”“과찬이십니다.”강민준은 이담과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아내가 병실로 옮겨질 때가 되어서야 곁을 지키러 자리를 떠났다.지금 신경외과 안은 온통 이담을 향한 칭찬으로 가득했다. 이전에 그녀를 둘러쌌던 온갖 부정적인 소문들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완전히 묻혀버렸다.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이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진혁을 보며, 초연은 남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이담을 깎아내리려고 악의적으로 퍼뜨렸던 그 모함들이, 그녀가 이 수술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진혁 씨.”초연이 가녀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심 선생님을 오해했나 봐요. 다 내 잘못이에요...”초연은 고개를 돌려 이담을 보며 말을 이었다.“나도 병원 명예를 생각해서 그랬던 거예요. 만약 수술이 실패하기라도 하면 다들 밥줄이 끊길 판이었잖아요. 다행히 수술이 성공해서 큰일은 피했네요.”이담은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식 좀 떨지 마시죠.”어시스턴트가 그 꼴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심 선생님이 마취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으면, 지금쯤 벌써 경찰이 출동하고도 남았을 겁니다.”“마취제가 왜요?”곁에 있던 다른 의사가 물었다.어시스턴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문 과장님한테 물어보시죠. 아주 잘 알고 계실 테니까요!”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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