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옥이 입을 열었다.“제가 전화해 봤는데, 일이 좀 있답니다.”하지만 사실 진혁이 오든 안 오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오늘 가장 중요한 일은 둘째네 집안의 ‘경사’였다.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은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30분 후, 허미란이 어두운 표정으로 은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방의 전원은 꺼져 있었다.두 번이나 다시 걸어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허미란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스쳤다.‘감쪽같이 속은 거야.’마동순이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마동순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만옥이 참지 못하고 비웃음을 터뜨렸다.“권 대표가 동의했다고 하지 않았어?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놓고, 대체 사람은 어디 있는 건데?”“엄마, 다시 전화해 봐! 은호 씨한테 분명 무슨 일이 생겨서 늦는 걸 거야!”지연은 영문을 모른 채 재촉했다. 하동민 역시 안달을 냈다.허미란은 더 이상 표정 관리를 할 수 없었다. 새파랗게 질리면서 얼굴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그 모습을 본 하동민과 지연은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단박에 깨달았다.“이게 너희가 말한, 권 대표가 혼사를 수락했다는 증거냐?”마동순 역시 안색이 험악해졌다.“동민아, 미란아. 내게 솔직하게 털어놓거라. 대체 진실이 뭐냐?”“어머니, 그게...”허미란이 입을 꾹 다물고 침묵하자, 하동민 역시 그 일을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마동순이 눈살을 찌푸렸다.“지연이 네가 말해 보거라.”지연이 입술을 깨물었다.“그, 그 사람이 자기 입으로 직접 약속했다고요!”“직접 약속했다니, 그걸 어떻게 증명할 거야?”“모든 사람이 저랑 은호 씨가 같은 방에 있던 걸 봤잖아요. 그런 상황이었으면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지금 뭐라고 했냐?”마동순이 탁자를 쾅 하고 내리쳤다.저렇게까지 화를 내는 모습은 이만옥조차 오랜만에 봤다.마동순은 개방적이고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었지만, 유독 하씨 가문의 자손들이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벌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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