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Kapitel 291 – Kapitel 300

374 Kapitel

제291화

‘요즘따라 많이 달라지긴 했어.’다가가던 이담은 문득 진혁이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찾을 필요 없어, 도망쳤으면 그만이야.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않기만 한다면...”이담의 걸음이 멈칫했다.‘누굴 말하는 거지? 문초연?’유리창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진혁이 홱 돌아섰다. 미세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그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이담아...”“문초연 경찰에 안 넘겼구나. 결국 도망치게 둔 거네, 맞지?”“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진혁이 다가오며 손을 뻗으려 했지만, 이담은 뒷걸음질 치며 피했다.“문초연한테 손을 못 대겠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 내 앞에서 이렇게 연기할 필요 없어.”“그런 게 아니야!”진혁이 이담의 어깨를 꽉 쥐었다. 그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문초연이 네 손을 다치게 했잖아. 그래서 나도 사람을 시켜서 똑같이 손을 망가뜨렸어.” “그리고 그동안 문초연이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게 되었어. 그래서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순 없다고 생각했던 거야.”이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혁이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덧붙였다.“예전 일은 내가 다 미안해. 나와 문초연 사이의 일들을 마음에 두고 있는 거 알아.” “하지만 하늘을 우러러 맹세할 수 있어. 나 절대 바람피운 적 없어. 문초연 털끝 하나 건드린 적 없다고.”“그런 건 관심 없어!”이담이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진혁은 더 세게 쥘 뿐 도무지 놓아주지 않았다.이담을 품에 꽉 끌어안은 진혁이 호소했다.“뭐 하는 거야...”“이담아, 한 번만 믿어줘. 딱 한 번만!”이담은 그의 품에 안긴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이 남자를 믿으라고? 내가 정말 이 사람을 믿어도 될까?’같은 시각,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지훈이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지훈은 한참 동안 멈춰 서 있다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등 뒤의 기척을 느낀 이담이 진혁의 품에서 빠져나오면서 말했다.“나 들어갈게.”진혁이 씁쓸하게 웃으며 물었다.“
Mehr lesen

제292화

“무슨 문제가 생긴다고 그래요...”“입 다물어!”송미연을 흘겨보던 송인성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그때 그 납치 사건, 부잣집 애들만 골라 납치했잖아. 우리 딸이 그 애들 중 하나로 오해를 받았다가 사례금까지 받았는데, 이게 무슨 좋은 일인 줄 알아?”그 말에 송미연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과거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재벌가 아동 연쇄 납치 사건이 일어난 곳이 바로 송촌리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산이었다. 당시 납치범들은 부잣집 아이들만 노렸기에, 마을 사람들은 자기 자식이 납치될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았다.당시 송유담은 아직 어렸다. 송인성이 아이를 데리고 밭에 나갔다가, 우연히 도망쳐 나온 두 아이와 마주쳤던 것이다.유일하게 의식을 잃지 않았던 여자아이가 살려달라며 자기 이름을 말했는데, 자기 딸 이름에 들어가는 글자와 겹쳤다. 그게 ‘담’이었는지 ‘초’였는지, 송인성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과 구급차가 도착했다.두 아이를 구조한 뒤 경찰은 산을 봉쇄하고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인신매매범 일당 중 세 명만 체포되었고, 모두 총살당했다.뉴스에서는 납치된 여섯 명의 아이 중 네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그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송미연은 아직도 소름이 끼쳤다.만약 돈을 받았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가, 행여나 그때 그 납치범들의 잔당이 찾아오기라도 하면 끔찍한 일이었다.“그럼 어떡해요...”한참을 고민하던 송인성이 무겁게 입을 뗐다. “당장 유담이 불러들여!”한편.진혁은 정원에서 소준우 회장과 바둑을 두는 중이었다. 안나가 다가와 그의 귓가에 몸을 숙이고 뭔가를 속삭였다.쥐고 있던 바둑돌을 내려놓은 소준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쁘신 것 같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다음에는 제대로 한 판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모셔다드리죠.”“허허, 참 정중하기도 하시지.”안나가 경호원들에게 소준우를 배웅하게 했다.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바둑판의 형세를 응시하던 진혁이 물었다. “어떻게 됐
Mehr lesen

제293화

“불편할 게 뭐 있어요. 나 혼자 사는데 남는 방도 있거든요. 나중에 집을 구하면 그때 나가도 돼요.”이담이 소연을 도와 짐을 트렁크에 실었다.코끝이 찡해진 소연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저 진짜 선생님 믿고 열심히 해볼게요!”이담이 웃음을 터뜨렸다.“알았어요, 얼른 타기나 해요.”이담은 소연을 서원 오피스텔로 데려왔다.짐을 들고 현관에 들어선 소연이 널찍한 거실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진짜 혼자 사시는 거 맞아요?”“그럼요.”소연이 멋쩍은 듯 뺨을 긁적였다.“그게, 예전에 채팅방에 하 대표님과의 혼인신고서 사진을 올리신 뒤로 병원 사람들은 두 분 관계를 다 알게 됐거든요.” “하 대표님도 강성시에 오셨다고 해서 전 당연히 같이 사시는 줄 알았어요.”이담이 그토록 오래 뒤집어썼던 상간녀 꼬리표도 혼인신고서 사진 한 장으로 모두 입을 닫았다.초연이 정직 처분을 받지 않았다면 사람들의 비난에 뼈도 못 추렸을 테니, 참 운 좋게 위기를 모면한 셈이다.하지만 그 일 때문에 경성시의 어떤 병원도 감히 초연을 받아주려고 하지 않았다.진혁의 비호가 사라지자 과거 마취제를 바꿔치기했던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탓이다. 명백한 위법 행위 전력이 있으니, 자기 손으로 자신의 무덤을 판 꼴이었다.이담이 입술을 오므렸다.“같이 안 살아요.”“그래도 두 사람은 부부잖아요?”이담이 바로잡았다.“곧 이혼할 부부죠.”소연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진혁이 병원에서 초연을 얼마나 각별히 챙겼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게다가 이담이가 아내라는 사실조차 숨겨서 수모를 겪게 했으니, 이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점심 무렵, 이담은 잘 깎아둔 과일을 들고 지훈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한동안 기척이 없어 돌아서려던 순간, 덜컥 문이 열렸다.낮잠을 잔 듯 새하얀 샤워 가운 차림이었다. 헝클어진 머리칼에 수염이 거뭇하게 돋아 있어도 훈훈한 외모는 여전했다.이담을 확인한 지훈이 흠칫하면서 그대로 문을 닫으려고 하자, 그
Mehr lesen

제294화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담은 부서 주임에게 소연의 이력서를 건네며 상황을 설명했다.이력서를 훑어보던 주임이 이담을 힐끗 보며 웃었다. “심 과장님 스펙에 친구 한 명 추천하는 걸 굳이 제 선에서 허락을 받으실 필요가 있습니까?”이담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절차는 밟아야죠. 안 그러면 규정에 어긋나잖아요.”이력서를 꼼꼼히 살핀 주임이 입을 열었다. “이 친구 조건이 꽤 괜찮네요. 컴퓨터 프로그래밍까지 배웠다니 아주 좋습니다. 프로그래밍할 줄 아는 간호사는 생각보다 귀하거든요.” “요즘 사람 구하기 힘든데 혼자서 두 사람 몫은 하겠네요. 앞으로 컴퓨터 문제도 직접 해결할 수 있겠네요.”이담은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주임이 서류에 서명했다. “내일 면접 보러 오라고 하세요.”“감사합니다, 유 주임님.”“아유, 천만에요. 저도 앞으로 심 과장님 신세 질 일이 많을 텐데요!”밖으로 나서던 이담은 그 말을 듣고 잊지 않고 대답했다. “물론이죠.”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이담은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줄 몰랐다. 지훈의 사무실 앞을 지나칠 때 마침 지훈이 문을 열고 나왔다.시선이 마주치자 이담은 가볍게 인사만 건네고 그를 지나쳤다.“잠깐만요.” 지훈이 이담을 불러 세웠다.걸음을 멈춘 이담이 의아한 듯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세요?”“낮에는 제가 말이 좀 심했습니다. 사과하죠.”이담은 멍해졌다.‘고작 그런 일로 사과를 한다고?’“괜찮아요. 제가 먼저 곤란한 부탁을 드렸으니까요.”“곤란한 게 아니라, 제가...”“지훈아! 어라, 심 과장님도 계셨네요?” 커피를 사 들고 오던 정우가 하필 그 타이밍에 끼어들더니, 이담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넸다. “마침 한 잔 더 샀는데 드세요.”이담이 멈칫하다가 커피를 받아 들었다. “고마워요.”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네.”“왜? 내가 맛있는 거 사 왔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지훈이 헛웃음을 치더니 등 뒤로 문을 닫아버렸다.
Mehr lesen

제295화

순식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입을 굳게 다물었다.숨 막히는 분위기에 소연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이담의 옷소매를 꽉 쥐었다.한참 뒤, 진혁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담에게 다가갔다.이담은 진혁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나한테 보상해 주겠다고 했었지. 그럼 내 요구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진혁이 이담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자기 품으로 끌어안았다.옆에 있던 소연은 눈치가 보였는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서 방으로 들어갔다.“하진혁...”“네 요구라면 당연히 들어주지.” 진혁이 짙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이담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네가 날 피하는 건 싫어.”이담이 고개를 돌렸다. “안 피했어.”“저 여자를 집에 들이겠다는 거, 나 경계하고 피하려는 속셈이잖아?”이담은 찔린 듯 시선을 내리깔고 침묵했다.이담을 느슨하게 안은 진혁이 상체를 숙여 그녀에게 턱을 기댔다. “이담아, 아직 날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아. 대신 밀어내지만은 마.”반강제로 진혁의 가슴에 기댄 이담은 뜨겁게 뛰는 심장 고동과 익숙한 향기를 고스란히 느꼈다.이담은 꼭 쥐고 있던 주먹을 천천히 피면서 입을 오므렸다. “피하고 싶었던 거 맞아. 너 때문에 자꾸 불안해지니까, 무서워...”진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가 목소리를 낮추면서 물었다. “내가 무서워?”눈시울이 붉어진 이담이 억지로 웃음을 쥐어짜냈다. “안 무서울 리가 있겠어? 내가 알던 너는 나한테 이렇게 다정하게 굴지도 않고, 날 품에 안고 이런 말을 해줄 사람도 아니거든.” “나더러 믿어달라고 했지? 하지만 넌 그동안 단 한 번도 날 실망시키지 않은 적이 없었어.”“지금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과거의 상처가 지워지는 건 아니야. 지금의 다정함을 믿고 마음을 줬다가, 결국 꿈이었던 것처럼 전부 사라질까 봐 무서워.”진혁이 손바닥으로 이담의 뺨을 감싸 쥐고 억지로 시선을 맞추게 했다. “그럴 일 없어, 이담아.”이담이 그를 바라보았다. 진혁
Mehr lesen

제296화

지훈이 고개를 돌려 진료실 안의 이담을 쳐다보았다. “심 선생님.”이담이 의아한 듯 고개를 들었다. “네?”지훈은 멈칫하면서 하려던 말을 삼켰다.“아닙니다. 누락된 거 없게 보고서 꼼꼼히 확인하세요.”“네.”멀어지는 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담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요 며칠 고 선생님이 평소랑 다르긴 해.’‘그날 심한 말을 해서 일부러 날 피하는 걸까?’한편.송씨 부부는 딸과 함께 KTX를 타고 시내로 올라왔다. 송인성은 오는 내내 쉬지 않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송미연을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 “그만 좀 해. 유담이가 알아서 잘 할 거야.”유담은 창밖만 멍하니 바라볼 뿐 대답하지 않았다. 부모의 잔소리는 아예 한 귀로 흘려듣는 눈치였다.‘결국 다 돈 때문에 날 이용하려는 거잖아.’‘그 여자도 마찬가지고.’‘자기는 재벌가에 시집도 못 가니까 나한테 바람을 넣은 거면서. 돈만 아니었으면 나도 늙어빠진 남자 만나러 안 갈 거야.’택시가 고풍스러운 빌라의 대문 앞에 멈춰 섰다.차에서 내린 송씨 부부는 눈앞에 펼쳐진 호화로운 저택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역시 부잣집은 다르네.’‘이런 데서 살다니.’유담은 숄더백 끈을 꽉 쥔 채, 분주히 오가는 고용인들과 경호원들을 보며 애써 침착한 척을 했다.‘이게 부자들의 세계인가?’안나가 여유로운 걸음으로 걸어 나와 유담에게 물었다. “송유담 씨, 수표에 금액은 적으셨습니까?”정신을 차린 유담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에서 수표를 꺼냈다.안나가 수표를 건네받아 금액을 확인했다.금액은 16억 원이었다.송씨 부부가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혹시 너무 많이 적은 건 아닐까 걱정됐던 것이다.16억을 적기까지 한참을 망설였던 송씨 부부는, 혹시 너무 많이 적은 건 아닐까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따라오시죠.”말없이 돌아서는 안나의 모습에 부부가 눈을 맞췄다.‘설마 이대로 주는 건가?’세 사람은 안나를 따라 정원으로 들어섰다. 물이 흐르는 계단 너머 정자 안을 들여다보니, 그곳에
Mehr lesen

제297화

유담은 걸음을 멈추고 잠시 엿듣다가, 송인성이 멀리서 부르고 나서야 마지못해 뒤따라갔다.부부는 수표를 발행한 은행을 찾아가 확인했다. 혹시라도 사기를 당한 건 아닐까 두려웠다. 16억이라는 거액은 꿈에서조차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은행 창구 직원이 수표 일련번호를 조회하더니, 곧바로 최고 권한을 가진 지점장을 불렀다. 수표를 건네받은 지점장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하고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송 선생님 되십니까? 이 수표는 저희 은행에서 발행한 게 맞습니다. 하 대표님께서 미리 당부해 두셨습니다. 지금 바로 현금으로 바꾸시겠습니까?”송미연이 감격에 겨워 물었다.“진짜 돈으로 바꿔줘요?”“그럼요.”지점장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하지만 16억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전부 현금으로 찾으시면 다 들고 가시기도 버거울 겁니다.”송인성도 지점장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럼 계좌로 이체해 줄 수 있나요?”“가능합니다. 다만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안 바빠요, 안 바빠! 당장 합시다!”송인성이 그 자리에서 흔쾌히 결정했다....저녁 무렵, 이담과 소연은 오피스텔 근처 시장으로 저녁거리를 사러 나왔다.“전 채소 코너 좀 둘러보고 올게요.”소연과 흩어진 이담이 수산물 코너로 가서 생선을 고르고 있을 때, 곁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요리하실 거면 우럭이 더 낫습니다.”이담이 고개를 돌리자 지훈이 서 있었다. 옅은 색의 캐주얼 차림을 한 지훈은 언제나 그렇듯 티 하나 없이 깔끔하고 빈틈없어 보였다. 게다가 셔츠에는 구김살 하나 없었다.시장통의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다가가기 어려운 진혁의 차갑고 오만한 분위기와는 달리, 지훈은 은은한 달빛이나 곧은 대나무처럼 담백하면서도 기품이 있었다.생선 가게 아주머니가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활짝 웃었다.“아이고, 참한 총각이 요리를 자주 하나 보네. 이렇게 잘생기고 요리도 잘하는 남자친구를 둬서 아가씨는 참 호강하겠어!”이
Mehr lesen

제298화

어둠이 짙게 깔린 창밖을 뒤로하고 저녁 식사를 마친 이담은 방에 틀어박혀 프로젝트 연구에 몰두했다.핸드폰 화면이 밝아졌다. 진혁이 보낸 메시지였다.[밤공기가 차가우니까 에어컨 너무 세게 틀지 마.]이담은 그 메시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볼 뿐, 결국 답장을 보내지는 않았다.한편, 성운테크 회장이 주최한 수영장 파티. 테이블에 기대어 이담에게 메시지를 보낸 진혁에게 사람들이 다가와 술을 권하며 너스레를 떨었다.한 사업가가 파트너를 소개하려 다가왔다가, 약지에 끼고 있는 결혼반지를 보자 눈치껏 입을 다물고 물러났다.“권은석 씨가 경성시에 갔다던데, 설마 하씨 가문과의 혼사 때문은 아니겠죠?”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가 진혁의 귀를 파고들었다.진혁은 입가에 가져간 술잔을 천천히 기울이며 표정도 바꾸지 않았다.“혼사라니요. 권은석 씨는 친딸을 찾으러 경성시에 가신 겁니다.”“딸이요? 권씨 가문에 딸이 있었습니까?”“딸이 하나 있긴 했는데, 태어나자마자 사산됐다고 들었습니다. 김미영 사모님은 그 충격으로 정신을 놓으셨고요.” “그 양반은 워낙 애처가 아닌가요? 아내가 그 지경이 된 걸 보고 어떻게 포기하겠습니까?” “그 사산된 아기가 자기 친딸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뒤로 계속 사람을 시켜 진실을 파헤치고 다녔다지 뭡니까.”진혁이 술잔을 내려놓고 대화를 나누는 무리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무슨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얘기네요. 누군가 고의로 아이를 바꿔치기라도 했다는 겁니까?”“진짜라면 그 권씨 가문의 진짜 핏줄이 누구인지 몹시 궁금해지는군요!”곁으로 다가온 안나가 나직하게 보고했다.“대표님, 최근 들어 사모님을 미행하는 사람이 둘 있습니다.”진혁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어느 쪽 놈들이지?”“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신원을 조사 중입니다.”진혁의 시선은 술잔에 머물렀지만 표정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다음 날 아침, 이담은 소연과 함께 평가 결과를 확인하러 갔다. 결과는 합격이었다.믿기지 않았는지 세상을 다 가
Mehr lesen

제299화

하빈에게 초연이 친누나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누나가 가족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그건 하빈에게 너무나 잔인한 일이었다.진혁이 입술을 꾹 다물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네가 심씨 가문 친딸이 아닐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이담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알고 있었어.”“알고 있었어?”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이담이 진혁을 마주 보았다.“응, 오래전부터. 날 길러주신 양부모님이라 해도 나 때문에 이런 일에 얽히게 된 거잖아. 나만 아니었다면 두 분은 살 수 있었어.”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이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진혁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히는 듯했다. 이 모든 게 자신이 저지른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자신은 죄인이었다.그 자리에 선 채 이담이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주던 진혁은, 잠시 후 그녀가 조금 진정하자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사과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순간 마음이 살짝 흔들린 이담은 남몰래 주먹을 쥔 채 진혁의 씁쓸한 시선을 피했다.“사과는 하빈이한테 해.”진혁은 이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저 무심한 표정 뒤에 자신을 향한 안타까움이 숨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한참 뒤, 헛웃음을 흘리면서 진혁이 대답했다.“알았어.”...병원에서 도망친 초연은 시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외곽의 허름한 여관에 숨어 지냈다.유일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유담뿐이었다.유담이 택시를 타고 여관에 도착하자 초연이 건물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꽁꽁 가린 상태였다.초연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예전에 아이 아버지를 만나던 시절 생긴 습관이었다. 다만 진혁 앞에서는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느라 피우지 않았을 뿐이다.“돈은 이미 받았지?”다가온 유담이 손으로 담배 연기를 흩뜨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돈은 아빠 통장으로 다 들어갔어요. 차 산다고 속여서 겨우 6,000만 원 받은 게 다예요. 돈에는 아예 손도 못 대게 해요.”초연이 담배를 비벼 끄며 유담을
Mehr lesen

제300화

“주제 파악하고 똑똑하게 굴어. 16억보다도 그 사람 신분만 잘 이용하면, 상류사회에 진입해서 돈 많은 남자 물고 팔자 고칠 수 있어.”초연이 유담의 어깨를 툭 치며 덧붙였다.“내가 2억이 필요하니까 모레까지 입금해.”초연이 위층으로 올라가자, 유담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내 돈은 안 노린다더니 2억이나 내놓으라고 해?’분통이 터졌지만 당장은 참는 수밖에 없었다.‘일단 아빠한테서 어떻게 2억을 뜯어낼지부터 생각하자.’이틀 뒤.공원의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부서진 햇살이 바닥 위로 흩어졌다. 하빈이 탄 휠체어를 뒤에서 밀면서, 이담은 산책로를 천천히 걸었다.진혁이 붙여준 경호원과 간병인 두 명이 멀지 않은 곳에서 뒤따랐다.이담은 인공호수 가장자리에 휠체어를 세우고 하빈의 곁에 쪼그려 앉았다.“너 너무 오래 누워 있었어. 당분간 햇볕도 쬐면서 기분 전환도 좀 하자. 여기 경치가 좋으니까 네 맘에도 들 거야.”하빈이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워낙 오래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터라 아직 뇌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말을 할 수도 없었고, 두 다리로 설 수도 없었다.불행 중 다행으로 이담의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이담이 웃으며 말했다.“좋으면 됐어.”그때 핸드폰이 울려서 화면을 보니 지훈이었다.간병인이 다가와 말했다.“사모님, 하빈 씨는 저희한테 맡기시고 다녀오세요.”고개를 끄덕이며 하빈을 맡긴 이담은 전화를 받으면서 자리를 떴다.병원에 도착한 이담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내과 진료실로 향했다. 내과의 모든 진료실이 환자들로 꽉 차 있었다.재진 환자만 십여 명에 초진 환자까지 몰리면서 복도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진료실 문을 열자, 지훈 혼자서 진료를 보고 있었고 대기 줄은 끝도 보이지 않았다.자리에 앉은 이담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죄송해요, 많이 늦었죠.”환자에게 처방전을 건넨 지훈은, 환자가 나간 뒤에야 입을 열었다.“요 며칠 꽤 바빠 보이네요.”이담이 멈칫하다 대답했다.“동생이 깨어났거든요.
Mehr lesen
ZURÜCK
1
...
2829303132
...
38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