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Chapter 311 -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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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강준을 위아래로 훑어본 유담이 물었다.“누구세요?”“연락을 드린 사람입니다.”“아... 그쪽이었군요.”한쪽으로 비켜선 강준이 안내했다.“이쪽으로 오시죠.”강준의 뒤를 따라 걷던 유담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이렇게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은 처음이었다.‘경매장 사람들도 하 대표님만큼 부자인 건가?’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유담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저, 그 엽전이 대체 얼마나 하는 건데요?”“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웃으면서 대답하는 강준의 말에 유담은 더 헷갈렸다.‘비싼 거야, 아닌 거야?’룸 문이 열리자, 병풍 너머에 누군가 앉아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강준은 병풍을 돌아 안으로 들어가고 유담도 뒤따라 들어섰다.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유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요즘 운이 왜 이렇게 좋지? 잘생긴 남자를 벌써 두 명이나 보네.’은호 옆에 선 강준이 보고했다.“도련님, 송유담 씨입니다.”커피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유담을 바라본 은호가 물었다.“엽전은 당신 겁니까?”유담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습니까?”의아한 표정을 지은 유담이 되물었다.“아니... 경매장 사람이 아니었어요? 왜 그런 것까지 물으세요?”강준이 대신 설명했다.“송유담 씨. 저희는 경매장 사람이 아니라 권씨 가문 사람입니다.”“가지고 계신 엽전은 권씨 가문의 가보입니다.”그대로 얼어붙은 유담이 더듬거렸다.“가... 가보요?”“맞습니다.”“저희는 권씨 가문의 아가씨를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엽전을 어떻게 갖게 되셨는지 확인하려는 겁니다.”“혹시 기억나는 게 있으십니까?”권씨 가문의 아가씨.며칠 전 하씨 가문 정원에서 우연히 들었던 대화가 떠오른 유담은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그렇다면 그 고물이 권씨 가문의 가보였다고?’‘그럼 왜 아빠가 가지고 있었던 거지?’순간 머릿속이 번쩍였다.‘설마 내가 송씨 집안의 친딸이 아니었던 거야?’그제야 모든 게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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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마동순과 하동규는 강성시에 도착한 뒤 국제호텔에 머물렀다.이번 방문은 미토콘드리아 표적화 프로젝트 관련 일정 때문이었다.이담과 진혁이 도착했을 때 이미 넓은 레스토랑에서 안데르 교수 연구팀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마동순 대신 외교관 출신인 하동규가 통역을 맡았고, 대화는 막힘없이 이어졌다.곁에 있던 사람이 뭔가를 귀띔하자, 두 사람을 바라본 마동순의 입가에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이담아, 진혁아. 왔구나.”이담이 먼저 인사했다.“할머니, 아버님.”아직 진혁이 이혼 서류에 서명하지 않은 이상, 이담은 여전히 하씨 가문의 며느리였다.고개를 끄덕인 하동규가 물었다.“강성시에서는 잘 지내고 있었니?”“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마동순이 이담의 손을 잡았다.“이담아, 안데르 교수님은 이미 만난 적이 있지?”이담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네, 뵌 적이 있습니다.”안데르 교수도 웃으며 말했다.“저도 심 선생님을 아주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습니다.”“나중에서야 고 교수님의 제자라는 걸 알게 됐죠.”“괜히 민망했습니다.”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뒤 모두 자리에 앉았다.식사가 시작되고 마동순이 문득 안데르 교수의 제자 이야기를 꺼내자, 이담이 슬쩍 눈을 들어 안데르 교수를 바라봤다.그가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엄밀히 말하면 제자는 아닙니다.”“제가 높이 평가한 건 그 사람의 논문이었지만, 인성은 제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그래서 더욱 아쉬웠습니다.”고개를 끄덕인 마동순이 중얼거렸다.“그랬군요...”손끝으로 접시 위를 천천히 빙글빙글 문지르면서 웃음을 참던 이담이 덧붙였다.“문초연 씨 논문이 정말 뛰어나긴 하죠. 10년 전에 발표한 신경줄기세포 이식 논문도 지금 기준으로 봐도 상당히 앞서간 내용이니까요.”진혁은 말없이 이담만 바라봤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마동순이 되물었다.“뭐라고?”곧 안데르 교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교수님이 말씀하신 제자가 문초연이었습니까?”“맞습니다.”마동순이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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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눈빛에는 애써 감추려고 했던 간절함이 스며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결국 쓸쓸하게 가라앉고 있었다.예전이었다면 진혁에게서 이런 표정을 본다는 건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시선을 피한 이담이 입을 열었다.“나 화장실 갈 거야.”서둘러 돌아서면서 걸음을 옮긴 이담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또다시 그의 세계로 빠져들까 봐, 차마 뒤를 돌아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화장실 안.이담은 조금이라도 혈색이 도는 것처럼 보이게 세면대 앞에서 립스틱을 살짝 덧바르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자, 이담은 들어온 중년 여성을 바라보았다.고급스러운 차림에 검은 레이스 베레모를 쓰고 화장도 단정하게 한 그녀의 이목구비는 무척 또렷하고 아름다웠다.그런데 어딘가 어색했다.시술을 받은 듯 표정은 약간 굳어 있었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눈매만큼은 이상하게도 낯이 익었다.여자가 먼저 미소를 건네자 이담도 예의 있게 웃어 보였다.곧 시선을 거두고 자리를 뜨려던 순간, 스쳐 지나가던 여자의 손가락에 낀 커다란 다이아 반지가 이담의 머리카락에 걸렸다.“앗...”머리카락이 당겨지면서 두피가 얼얼하게 아팠지만, 여자가 허둥지둥 사과했다.“죄송해요, 머리카락이 걸렸네요!”“어머, 어떡해...”잔뜩 당황한 여자가 어쩔 줄 몰라 했다.“우리 남편도 늘 저보고 덤벙댄다고 해요. 뭘 해도 남한테 폐만 끼친다면서...”“다 제 잘못이에요.”정작 머리카락이 당긴 건 이담인데, 울음은 상대가 먼저 터뜨렸다.괜히 자신이 사람을 울린 것만 같아서 난감해진 이담이 달랬다.“괜찮습니다. 화난 거 아니니까 울지 마세요.”여자는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웃었다.“아가씨는 정말 착하네요.”이담이 휴지를 내밀며 덧붙였다.“머리카락만 조금 걸린 거니 괜찮습니다.”잠시 멈칫하다 휴지를 받아 든 여자가 물었다.“이름이 뭐예요?”“심이담입니다.”“이담...”“참 예쁜 이름이네요.”환하게 웃은 여자가 자신을 소개했다.“전 송지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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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잠시 후, 호텔 앞에 멈춰 선 차에서 내린 진혁이 긴 다리를 뻗으면서 우산을 펼쳤다.식당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온 하동규가 한마디 했다.“식사 도중에 말도 없이 나가더니, 이제야 돌아왔구나?”진혁이 담담하게 답했다.“처리할 일이 좀 있었습니다.”계단을 올라오던 진혁의 시선이 이담을 스쳐 지나 곧 마동순에게 닿았다.“할머니, 이담이는 제가 데려다주겠습니다.”고개를 끄덕인 마동순이 당부했다.“그래, 가는 길 조심하고.”말없이 진혁의 우산 아래로 들어간 이담의 어깨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으며, 진혁이 걸음을 옮겼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마동순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처음엔 정말 이혼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진혁이 이담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차는 빗길을 조용히 달렸다.시트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으려던 이담은 속이 계속 울렁거리면서, 메스꺼움이 턱밑까지 치밀어 올랐다.십여 분을 겨우 버티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차 세워요.”백미러를 본 안나가 물었다.“사모님, 괜찮으세요?”“토할 것 같아요.”안나가 급히 길가에 차를 세우자, 곧바로 차에서 내린 이담은 비틀거리며 화단 앞으로 달려가서 저녁에 먹은 걸 모두 토해냈다.생수 한 병을 꺼내들면서 안나가 나섰다.“제가 내려가 보겠습니다.”하지만 진혁이 생수를 받아들었다.“줘.”차에서 내려 이담의 뒤로 다가간 진혁이 그녀의 등을 가볍게 쓸면서 타일렀다.“술도 약한데 무리해서 마시지 마.”익숙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한꺼번에 감정이 터져 나온 이담이 그의 손을 뿌리치며 쏘아붙였다.“당신이 뭔데 참견해? 예전에 내가 토할 때, 힘들어할 때 신경을 쓴 적이나 있었어?”잠시 당황한 진혁은 말없이 묵묵히 그녀의 화를 받아냈다.“네 눈엔 항상 문초연이랑 그 여자 아들밖에 없었어. 내가 얼마나 억울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진혁이 조용히 대답했다.“생각해 봤어.”이담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거짓말하지 마.”“네 눈에는 그 여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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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다음 날.집을 나서자마자 진혁과 마주친 이담은, 정말 술에 취했던 사람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어젯밤 일은 입에도 올리지 않았다.“소연 씨한테 들었어, 어젯밤 데려다줘서 고마워.”짧게 인사를 건넨 뒤 이담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한 걸음 다가와 앞을 막아선 진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그게 끝이야?”이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럼?”“어젯밤 했던 말 기억 안 나?”입술을 살짝 깨문 이담이 받아쳤다.“술 취해서 한 헛소리를 왜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진혁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의 팔을 가볍게 밀면서 이담이 쏘아붙였다.“엘리베이터 탈 거니까 비켜.”이담이 곧장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며 두 사람은 서로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진혁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때 안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대표님. 그 두 사람 신원을 확인됐습니다.][문 과장님 쪽도 아니고 진 대표님 쪽 사람도 아닙니다.][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원장인데 이름은 송지현입니다.]진혁이 미간을 찌푸렸다.“송 씨라고?”[송유담 씨 가족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강성시 상류층과도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잠시 침묵하던 진혁이 지시했다.“계속 지켜봐.”...급행으로 의뢰했던 친자 확인 결과를 받아 민간 감정기관을 나온 강준이,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은호에게 서류를 건넸다.“도련님, 긴급으로 진행한 결과입니다.”은호는 조용히 봉투를 열었다.일치율 99%라는 결과를 보는 순간 은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강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결과가 어떻습니까?”은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직접 결과지를 집어 든 강준의 입에서 곧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정말 아가씨가 맞네요?”“바로 어르신께 알려드리겠습니다.”강준이 전화를 거는 동안에도 은호는 끝내 아무 말도 없이 결과지만 바라봤다. 그토록 찾던 여동생을 드디어 만났는데도 이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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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손을 가볍게 밀어낸 은호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걱정이 되셨다면 진작 돌아와서 보셨어야죠.”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진 송지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은호가 짧게 인사했다.“전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래.”은호가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면서, 송지현의 입가에서 미소도 서서히 사라졌다.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건 송지현이 나직이 물었다.“유전자 검사 결과는 넘겼어요?”상대의 대답을 들은 뒤에야 만족스럽게 전화를 끊은 그녀의 입가에 음산한 미소가 번졌다.“권은석, 네가 진짜 딸을 찾게 둘 순 없지.”예전에 죽은 자신의 아이와 그들의 딸을 바꿔치기한 이상, 이제 와서 다시 찾게 둘 수는 없었다....간호사 스테이션.송인성의 진료 기록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던 이담의 등 뒤로 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진료 기록이 그렇게 흥미롭습니까?”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담이 돌아보며 물었다.“고 선생님. 퇴근하신 거 아니었어요?”“퇴근한 거지 퇴사한 건 아니잖아요.”진료 기록으로 시선을 돌린 지훈이 물었다.“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아뇨... 송인성 환자분은 일반 병실로 옮기셨어요. 큰 이상은 없고요.”이담이 진료 기록을 덮었는데도 지훈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그럼 뭘 보고 있었던 겁니까?”“환자분께 딸이 있다고 하던데, 병문안도 한 번 안 오길래 그냥 궁금해서요.”이담이 적당히 둘러댔다.“남의 집안일에 관심도 많네요.”“그 정도는 아닌데요?”지훈이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요? 그런데 정우 말로는 저하고 저희 집안 얘기를 이것저것 물어봤다던데.”말문이 턱 막힌 이담은 속으로 생각했다.‘언제? 대체 언제 물어봤다는 거야?’“제가 아니라, 최 선생님이...”그때 마침 정우가 앞에서 부르자, 대답을 한 지훈이 이담을 힐끗 바라봤다.지훈은 입가에 옅은 미소만 남긴 채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담은 결국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한편, 경성시.강준에게서 온 소식을 듣자마자 권은석은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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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병실 안에서는 간호사 두 명이 송인성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혈압이 다시 오르게 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잠시 후 밖으로 나온 간호사에게 이담이 물었다.“무슨 일이 있어요?”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쉰 간호사가 대답했다.“따님이 갑자기 찾아와서는 자기가 친딸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환자분 혈압이 크게 오를 뻔했어요.”“병문안도 안 오는 것도 모자라서, 자기는 원래 부잣집 딸이었어야 한다면서요.” “평생 부족한 게 없이 살 수 있었는데, 아버지가 자기 출생의 비밀을 숨겨서 고생만 했다고 원망하더라고요.”명월이 놀라 물었다.“정말이에요?”어깨를 으쓱한 간호사가 덧붙였다.“저도 모르죠. 그래도 친딸이 아니더라도 키워주셨잖아요.”“친딸이라면 저런 딸은 차라리 안 낳는 게 나았을 것 같네요.”간호사가 자리를 뜬 뒤에도 명월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 얘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이담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양부모 이야기가 나오자 자연스레 자신의 상황이 떠오른 이담은 속으로 생각했다.‘누군가는 가족이 애타게 찾고 있는데, 내 친가족들도 한 번쯤은 나를 찾아본 적이 있었을까?’...점심 무렵.간호사 스테이션으로 다가온 진혁이 물었다.“심 과장님 사무실이 어디죠?”고개를 들었다가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간호사가 이내 한쪽을 가리켰다.“저쪽입니다.”“감사합니다.”진혁이 떠나자 금세 모여든 간호사들이 수군거렸다.“세상에, 고 선생님만큼 잘생긴 사람이 또 있었네!”“게다가 심 과장님 찾아온 거래!”“나도 심 과장님 같은 플러팅 능력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이렇게 오래 솔로는 아니었을 텐데.”그때 뒤에서 명월이 말했다.“심 과장님 남편이에요.”간호사들은 동시에 굳어 버렸다.“...”‘심 과장님이 결혼했다고?’‘그럼 고 선생님은...’자료를 넘기며 병실에서 나오던 이담은 사무실로 향하던 발걸음이 문 앞에서 멈췄다.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보온 도시락을 들고 선 진혁의 모습은 어딘가 어색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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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은호와 함께 경성시로 돌아온 유담은 차에서 내리자, 아내를 데리고 직접 딸을 맞이하러 나온 권씨 가문 부부에게 수줍은 표정으로 다가갔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권은석이 말했다.“어서 인사해야지.”유담이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애교 섞인 목소리로 불렀다.“아버지, 어머니.”권은석의 눈가가 붉어졌다.“얘야, 드디어 널 찾았구나.”곧바로 아내를 부축해 유담 앞으로 데려온 그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미영아, 이것 봐. 우리 딸이야...”유담은 김미영을 바라봤다.‘이렇게 예쁜데 바보라고?’순간 표정이 돌변한 김미영이 품에 안고 있던 인형을 그대로 던지며 소리쳤다.“아니야!”갑작스러운 상황에 권은석은 물론 은호까지 그대로 굳어 버렸다.인형에 맞은 유담도 얼떨떨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었다.“미영아!”또 증세가 도진 줄 알고 그녀의 어깨를 붙잡은 권은석이 다정하게 달랬다.“이 아이가 우리 딸이야. 우리 딸이라고.”“아니야!”김미영의 눈가가 새빨갛게 물들었다.“얘는 우리 아가가 아니야! 아니라고! 난 우리 아가를 찾을 거야!”“미영아...”“아버지, 제가 할게요.”뭔가를 눈치챈 듯, 은호는 바닥에 떨어진 인형을 주워 김미영에게 건네주었다.“어머니, 며칠만 기다리세요. 제가 아가를 데리고 올게요.”“그래. 우리 아가 보러 갈래.”김미영은 그제야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은호가 그녀를 달랜 뒤 강준에게 말했다.“어머니 모시고 들어가서 쉬시게 해.”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권은석이 물었다.“은호야, 그게 무슨 말이냐? 유전자 검사 결과도 나왔는데, 쟤가 네 동생이잖아?”방금 벌어진 일에 적잖이 놀라 새하얗게 질려 있던 유담은 속으로 원망을 쏟아냈다.‘내가 권씨 가문 딸이 아니었어? 분명 DNA 검사까지 했잖아.’‘다 저 미친 여자 때문이야!’‘친엄마라는 사람이 왜 하필 저런 사람이야?’은호는 대답 대신 유담을 향해 입을 열었다.“비행기 타고 오느라 피곤했지? 일단 가서 좀 쉬어.”고개를 끄덕인 유담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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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문초연 씨가 이 프로젝트에 복귀하는 건 하씨 가문의 뜻이기도 하니까요. 무엇보다 사모님께서 초연 씨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셨으니까요.]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은 안데르 교수가 덧붙였다.[그러니 쓸데없는 걱정은 접어두고 본인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서 다 함께 좋은 결과를 만들어 봅시다.]안데르 교수의 말에 초연이 물었다.“그럼 하 대표님 뜻은...”[하 대표님은 별다른 얘기가 없었어요. 혹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라도 있습니까?]“아닙니다...”[그럼 내일 아침에 내 사무실로 와요.]“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서 있던 초연은, 힘이 들어가지 않는 오른손을 어루만지며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이 업계에서 완전히 매장당한 게 아니었다니.’‘그럴 줄 알았어. 진혁 씨와 함께했던 그 긴 시간과 감정들이 전부 거짓일 리 없어.’ ‘진혁 씨가 날 완전히 내쳤을 리가 없어, 그저 나한테 벌을 주고 싶었을 뿐이야.’하지만 그 벌을 준 게 이담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초연의 입가에 맴돌던 미소가 굳어지며 짙은 증오로 바뀌었다.‘심이담만 아니었다면, 나랑 진혁 씨가 이렇게 엇갈릴 일은 없었을 텐데.’...초연이 미토콘드리아 표적화 프로젝트에 복귀했다는 소식을 전한 지훈은, 아무런 동요도 없는 이담의 반응에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일이 심 선생님과 관련 있는 겁니까?”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 이담이 담담히 되물었다.“만약 그렇다면요?”“뭘 계획하고 계신 겁니까?”이담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잔뜩 치켜세워 준 다음에 밑바닥으로 추락하게 할 생각입니다.”진혁은 그 여자를 용서할지 몰라도 자신은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초연이 심씨 가문의 친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뒤로, 한동안은 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소연이 건네준 영상 증거만으로도 초연을 감옥에 처넣기엔 충분했다.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고작 감옥살이 정도로 끝내는 건 너무 가벼운 처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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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이담의 앞을 막아선 초연이 도발적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다시 돌아올 줄은 예상 못 했지?”“축하해.”무심하게 대꾸하고 지나쳤지만, 몇 걸음도 가지 않았는데 이담의 등 뒤로 다시 초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어떻게 돌아왔는지 안 궁금해?”걸음을 멈춘 이담이 천천히 몸을 돌려 초연을 응시했다.“별로 안 궁금한데?”“진혁 씨가 날 완전히 매장하지 않은 건, 그래도 나한테 마음이 있기 때문이야.” “하씨 가문 사모님이면 뭐 어쩌라고? 진혁 씨가 심씨 가문 일로 내게 벌을 준 건 네 입을 막기 위한 수단일 뿐이야. 진짜 날 내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고.”초연은 이담의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요하게 바라봤다. 이담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봐야 자신의 고통도 씻겨 내려갈 것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이담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가볍게 미소 지었다.“그건 내 알 바 아니야. 적어도 난 당신이 벌인 짓들을 용서할 생각 없거든.”초연의 입가에 맴돌던 미소가 딱딱하게 굳어졌다.“참, 심씨 가문 일 말인데...”초연에게 다가간 이담이 불쑥 그녀의 오른손을 낚아채며 붉은 점을 들춰냈다.힘이 들어가지 않는 초연의 오른손은 그 손길을 뿌리칠 힘조차 없었다.“지금 뭐 하는 짓이야!”“손목에 있는 이 붉은 점, 어릴 때부터 있었던 거지?”멈칫하면서 초연의 시선도 자신의 손목으로 향했다. 어릴 적부터 있던 점이 맞았다.눈에 띄는 위치라 함부로 점을 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남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 그동안 자연스럽게 잊고 지냈던 것이었다.이담이 쥐고 있던 손의 힘을 풀자, 다급히 손을 빼낸 초연이 따져 물었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상관없지. 그런데 내가 이걸 어떻게 알게 된 건지 궁금하진 않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겠다는 거야?”이담이 희미하게 웃었다.“넌 친부모를 만났는데도 못 알아봤어.”초연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소리야?”“말 그대로야.”미소를 거둔 이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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