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호텔 앞에 멈춰 선 차에서 내린 진혁이 긴 다리를 뻗으면서 우산을 펼쳤다.식당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온 하동규가 한마디 했다.“식사 도중에 말도 없이 나가더니, 이제야 돌아왔구나?”진혁이 담담하게 답했다.“처리할 일이 좀 있었습니다.”계단을 올라오던 진혁의 시선이 이담을 스쳐 지나 곧 마동순에게 닿았다.“할머니, 이담이는 제가 데려다주겠습니다.”고개를 끄덕인 마동순이 당부했다.“그래, 가는 길 조심하고.”말없이 진혁의 우산 아래로 들어간 이담의 어깨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으며, 진혁이 걸음을 옮겼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마동순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처음엔 정말 이혼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진혁이 이담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차는 빗길을 조용히 달렸다.시트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으려던 이담은 속이 계속 울렁거리면서, 메스꺼움이 턱밑까지 치밀어 올랐다.십여 분을 겨우 버티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차 세워요.”백미러를 본 안나가 물었다.“사모님, 괜찮으세요?”“토할 것 같아요.”안나가 급히 길가에 차를 세우자, 곧바로 차에서 내린 이담은 비틀거리며 화단 앞으로 달려가서 저녁에 먹은 걸 모두 토해냈다.생수 한 병을 꺼내들면서 안나가 나섰다.“제가 내려가 보겠습니다.”하지만 진혁이 생수를 받아들었다.“줘.”차에서 내려 이담의 뒤로 다가간 진혁이 그녀의 등을 가볍게 쓸면서 타일렀다.“술도 약한데 무리해서 마시지 마.”익숙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한꺼번에 감정이 터져 나온 이담이 그의 손을 뿌리치며 쏘아붙였다.“당신이 뭔데 참견해? 예전에 내가 토할 때, 힘들어할 때 신경을 쓴 적이나 있었어?”잠시 당황한 진혁은 말없이 묵묵히 그녀의 화를 받아냈다.“네 눈엔 항상 문초연이랑 그 여자 아들밖에 없었어. 내가 얼마나 억울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진혁이 조용히 대답했다.“생각해 봤어.”이담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거짓말하지 마.”“네 눈에는 그 여자뿐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