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함께 집을 나서던 이담과 소연은 마침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지훈과 마주쳤다.“고 선생님, 좋은 아침이에요.”소연이 먼저 인사하자, 지훈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두 사람 너머로 현관문에 기대선 진혁이 눈에 들어왔다.“고 선생님, 좋은 아침입니다.”진혁이 웃으며 먼저 말을 건넸지만, 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차가운 시선만 던질 뿐이었다.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눈치채지 못한 채, 이담은 그대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반면 슬쩍 뒤를 돌아본 소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서야 지훈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하 대표님, 굳이 사람 신경을 긁으실 필요까지는 없지 않습니까?”진혁은 태연하게 옷깃을 정리했다.“제가요?”지훈이 피식 웃었다.“아주 티가 납니다. 서원 오피스텔을 통째로 사들이고, 심지어 제 옆집으로까지 이사를 오셨잖습니까?”“절 견제하려는 거 아닙니까?”진혁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지훈을 바라보더니 왼손 약지의 결혼반지를 천천히 매만졌다.“전 아직 이혼하지 않았는데, 고 선생님은 틈만 나면 제 아내에게 다가오시잖아요.”“이 정도면 경계할 수밖에 없죠.”지훈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하 대표님도 불안하신가 보군요.”말끝에 비꼼이 묻어났다.“지금의 심 선생님과 예전의 하 대표님을 바꿔 생각해 보시죠.”“심 선생님이 초연 씨를 경계하던 그때, 하 대표님은 단 한 번이라도 심 선생님을 안심시켜 준 적이 있었습니까?”순간 진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지만, 지훈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래도 전 하 대표님의 전 여자친구보다는 선은 지킬 줄 압니다.”“심 선생님이 아직 이혼하지 않은 이상, 절대 선을 넘는 일은 없을 겁니다.”말을 마친 지훈은 그대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복도에 홀로 남은 진혁의 얼굴은 불빛 아래에서 한층 더 차갑게 가라앉아 보였다. 주변의 공기마저 싸늘하게 식을 정도로....유담은 팔찌에 달려 있던 엽전을 시내 전당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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