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Kabanata 461 - Kabanata 470

550 Kabanata

제461화

그토록 이혼하고 싶어 했던 이담이었다.그런데 막상 이혼을 하고 나니 기쁘지가 않았다.돌이켜보면 자신의 모든 사랑과 미움이 그 폭발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째.방씨 저택 주변에는 경찰이 계속 인력을 배치해서 감시하고 있었다.혐의가 풀릴 때까지 방민호는 출국이 금지된 상태였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경찰의 감시 아래 놓여 있었다.서재 안.방민호는 창가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방민호는 담뱃재를 털면서 전화를 받았다.상대방이 뭔가를 말하자, 방민호는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눌러 끈 뒤, 잔에 남아 있던 와인을 부어서 완전히 껐다.“난 국내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너는 아내랑 신혼여행이나 잘 다녀와. 잘해주고.”그때 부하가 서재 안으로 들어와 책상 앞에 멈춰섰다.“사장님...”방민호가 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었다.“말해.”“그때 급하게 모았던 놈들은 제가 전부 정리했습니다. 남은 사람 중 몇 명은 사장님 말씀대로 도련님을 따라 구이 형님을 찾으러 보냈습니다.”“그럼 됐어.”방민호는 손에 든 사자 머리 모양 장식품을 만지작거렸다.“아쉽군. 그 폭발로 하씨 집안 놈들은 죽였는데 고씨 집안의 그놈까지는 못 죽였어.”“사장님이 자비를 베풀어서 도망칠 기회까지 주지 않았습니까? 그러지 않았으면 전부 죽었을 겁니다!”부하가 옆에서 아첨했다.방민호는 피식 웃었다.“사냥감은 천천히 가지고 놀다가 죽여야지. 그래도 고정한이 죽는 모습을 가장 보고 싶었어. 목숨이 아까워서 도망친 놈이 어떤 최후를 맞는지 보여주는 거지.”부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말씀하신 대로입니다.”“그나저나 하씨 집안은 지금쯤 하진혁을 추모하느라 정신이 없겠지?”“그게... 경성시 쪽에서는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아마 시신을 찾지 못해서 하씨 집안에서도 사망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양입니다.”방민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상관없어. 하씨 집안은 이미 혼란에 빠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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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허미란의 말 뜻을 알아듣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이만옥은 결국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쓰러졌다.하동규는 다급하게 의사를 불렀다.허미란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두 사람을 지나쳐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십여 분 뒤.허미란과 마동순의 대화도 순탄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병실에서 나온 허미란의 얼굴은 어느새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늙은이, 제발 목숨은 질기게 붙잡고 있어. 우리 모녀가 하씨 집안을 차지하는 걸 눈으로 직접 볼 때까지는 살아 있어야 할 테니까.”그때 핸드폰이 울렸다.허미란은 걸음을 옮기며 전화를 받았다.“누구세요?”상대방이 무언가를 말하자 허미란의 굳어 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풀렸다.“아, 방민호 씨였군요. 협력하는 건 당연히 가능하죠. 그런데 제가 부탁드린 것도 잊으시면 안 돼요.”전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반드시 둘째 사모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대답을 들은 허미란은 하씨 집안을 차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 더욱 커졌다....다음 날.지연의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허미란이 이미 공항에 마중을 나와 있었다.허미란은 지연의 목도리를 정리해주며 말했다.“이번에 귀국한 게 우리에게는 기회야. 그러니까 잘 잡아야 해.”“오빠는... 정말 죽은 거예요?”허미란은 웃음을 거뒀다.“너만 하진혁을 오빠라고 생각한 거야. 하진혁이 정말 널 동생으로 생각한 적이 있어? 잊지 마. 네가 마음에 안 든다고 널 외국으로 내쫓은 사람이야.”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허미란은 지연의 어깨를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지연아,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게 쉬웠을 것 같아? 네가 아들이었다면 한 번쯤은 경쟁해볼 기회라도 있었겠지. 그런데 넌 딸이잖아.”“하진혁이 죽지 않았다면 우리가 언제 나설 기회가 있었겠어? 설마 하씨 집안에서 널 시집보내기만 기다리고 있을 생각은 아니지?”“게다가 권씨 집안에서 파혼까지 당한 너를 누가 좋다고 데려가겠어.”권씨 집안과의 파혼 이야기가 나오자 지연의 얼굴이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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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차 안에서 운전기사가 전화를 걸었다.“사장님, 소준우를 면회하러 온 사람이 있습니다.”[누군데?]“젊은 여자 두 명입니다. 그중 한 명은 어디선가 본 사람 같기도 합니다.”방민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 말을 듣자 담배를 피우던 손이 잠시 멈췄다.뭔가 생각하던 방민호가 입을 열었다.[낯이 익다면 내가 본 적이 있겠지.]“사장님, 제가 따라붙을까요?”[아니야.]방민호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뒤 핸드폰을 탁자 위에 던졌다.그리고 롤렉스 시계를 손목에 찼다.그때 송지현이 등을 돌린 채 스타킹을 신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얼마 전 카페에서 너희 자매하고 닮은 여자를 봤어. 그 여자가 네 조카야?”송지현은 침대 머리맡에 놓인 빨간 가죽 가방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왜? 내 조카한테 관심이라도 생겼어?”“난 그런 취향 없어.”방민호는 셔츠를 걸쳐 입었다.“그런데 그 계집애, 어디선가 본 것 같단 말이지.”송지현이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당연히 봤겠지. 그 아이는 그때 여섯 아이 중 유일한 여자아이였으니까. 그러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그 말이 떨어지자, 방민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면서 표정도 순식간에 굳었다.그때 그 여자아이의 모습을 방민호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여린 몸에 또래보다 훨씬 어려 보였지만, 유일하게 겁에 질려서 울지 않았던 아이였다.애초에 계획에는 없던 아이였다.그런데 하필 그 아이가 그들의 모습을 봐 버렸다.방민호도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성실하게 살아가며, 상류층 사람들의 뒤를 봐주고 온갖 심부름을 도맡던 사람이었다.하지만 그에게는 돈이 필요했다.어머니가 투석을 받을 때마다 엄청난 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그때의 방민호에게 자존심이나 명예 따위는 돈보다 중요하지 않았다.고씨 집안의 도움으로 29살의 젊은 나이에 은행장 자리에 올랐다.남들이 보기에는 앞날이 창창했고, 승승장구하는 인생이었다.하지만 방민호는 알고 있었다.자신은 그저 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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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다 하씨 집안 사람들인데 어떻게 다른 성으로 넘어가?”“그걸 몰라서 그래? 하씨 집안 아가씨가 분명 데릴사위를 들일 텐데, 나중에 그 데릴사위가 권력을 쥐면 성도 분명 바뀌게 되겠지?”병실 안에서는 환자 가족들이 하씨 집안 이야기를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복도에 이담이 서 있다는 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이담은 시선을 거두고 그대로 사무실로 향했다.그런데 그때 앞쪽에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빠르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남자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는데 뭔가를 쥐고 있는 듯했다.이담은 순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거리를 벌리려는 순간, 남자가 갑자기 칼을 꺼내 이담에게 달려들었다.이담은 다급하게 가방을 휘둘러 칼을 막아냈다.“악!”그녀의 비명에 정우와 지훈이 사무실에서 뛰쳐나왔다.지훈이 곧바로 남자의 뒤에서 목을 감고 넘어뜨렸지만 남자의 몸놀림은 재빨랐다.정우와 지훈이 함께 달려들었는데도 쉽게 제압하지 못했다.보안요원들이 달려오고 나서야 상황이 정리되는 듯했다.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칼을 다시 주워들었다.그리고 지훈과 정우를 뿌리치고 재빨리 비상계단으로 달아났다.이담은 너무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을 것 같았다.조금만 늦게 눈치챘더라면 칼에 찔려 죽었을지도 몰랐다.지훈이 이담에게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괜찮아요?”이담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그러다 고개를 숙인 순간, 지훈의 오른쪽 팔뚝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다치셨네요.”“지훈아! 이거 빨리 치료해야 하는 거 아니야?”정우도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지훈은 그제야 자신의 팔을 내려다봤다.꽤 크게 베인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벌어진 상처 사이로 살까지 드러났다.“아마 아까 몸싸움할 때 미처 못 느꼈나 봐요.”“이 정도면 꿰매야 해요.”이담은 서둘러 지훈을 간호사실로 데려갔다.그리고 필요한 물품을 챙긴 뒤 상처부터 먼저 깨끗이 씻어냈다.정우는 간호사실 앞까지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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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이담은 지훈을 따라 그의 집으로 돌아왔다.지훈은 이담을 방으로 데리고 가서 문을 열었다.“여기는 정우가 전에 쓰던 방이에요. 이불이랑 베개 커버도 다 세탁해 놔서 깨끗해요. 세면도구는 일회용으로 준비해 뒀는데, 괜찮죠?”“괜찮아요. 저 그런 건 신경 안 써요.”“욕실은 저 쪽에 있는 걸 쓰면 돼요. 저는 제 방 욕실을 쓸 테니까 불편해할 필요 없어요.”지훈이 돌아서려던 순간, 이담이 그를 불렀다.“지훈 씨.”이담이 이름을 이렇게 직접 부른 건 처음이었다.지훈이 돌아서서 이담을 바라봤다.“왜요?”“고마워요.”고맙다는 말 말고는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지훈은 그저 살짝 웃기만 했다.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지난 이틀 동안 이담은 지훈의 집에서 지냈다.출퇴근하거나 밥을 먹을 때를 제외하면, 지훈은 대부분 자신의 방에 있었다.아마 이담이 불편해할까 봐 일부러 자리를 피해주는 모양이었다.주말 동안 이담은 지훈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시간대를 피해서 움직였다.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전 9시 반이었다.냉장고에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아침은 전자레인지에 넣어뒀다는 내용이었다.이담이 전자레인지를 열자, 국수가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다.남의 집에 얹혀 지내면서 밥까지 얻어먹고 있으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그래서 오늘 저녁은 자신이 직접 준비하기로 했다.그때 초인종이 울렸다.정확히 말하면, 이담이 원래 살던 집의 초인종이었다.이담은 현관으로 다가가 도어뷰로 밖을 확인했다.사복 차림의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그중 한 명은 이담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이담은 곧바로 문을 열었다.“두 분 경찰 맞으세요? 저를 찾아오신 건가요?”나이가 조금 더 있어 보이는 남자가 이담을 돌아봤다.어쩌면 그 역시 이담이 낯익었던 모양이었다.“혹시 심이담 씨 맞으세요?”“네, 맞아요.”“며칠 전 병원에서 발생한 흉기 사건의 피해자분이시죠?”남자는 자료를 뒤적이다 이담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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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당시 어린이 납치 사건까지 얽혀 있으니 일이 커져도 너무 커졌다.그때 납치된 아이들 중에서 모두 세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임용우는 그 사건을 지금까지도 잊지 못했다.특히 사건 현장에서 아이 세 명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는 결국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한 달 내내 아이들이 울면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꿈을 꿀 정도였다.이후 남은 범인들도 모두 붙잡혔다.두 명은 사형을 선고받았고, 한 명은 무기징역을 받았다.하지만 이미 사라진 아이들의 목숨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그 생각을 하던 임용우가 문득 뭔가 떠올렸다.“J시로 가자.”민석은 곧바로 시동을 걸었다.한편 이담은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아래층 마트에 내려갔다.장을 보며 식재료를 고르던 중,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이담이 뒤를 돌아봤지만 이상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래도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될 것 같았다.이담은 서둘러 필요한 식재료만 고른 뒤 계산대로 향했다.계산을 마친 뒤 곧바로 마트를 빠져나왔다.오피스텔 건물 안으로 들어선 뒤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누군가 여전히 자신의 뒤를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이담은 걸음을 재촉하면서 거의 뛰다시피 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선 순간,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그때 이담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유리창 너머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멀찍이 서 있었다. 더 이상 다가오지는 않았다.훤칠한 체격의 남자였다.남자가 고개를 들자 모자 아래로 깊게 내려앉은 눈매가 드러났다.순간 이담은 넋을 잃었다.모자를 벗은 남자는 그대로 몸을 돌려서 걸어갔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담이 얼른 그 뒤를 쫓아 나갔다.“하진혁!”하지만 어디에도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이담은 한참 동안 주변을 찾아다녔다.그러다 결국 걸음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면서 한곳을 멍하니 바라봤다.‘내가 잘못 본 걸까?’...저녁 무렵 지훈이 집에 돌아왔을 때, 이담은 마침 저녁 식사를 차려놓고 있었다.현관문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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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이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씨 집안에서 진혁의 장례까지 치렀으니, 그의 죽음이 거짓일 리는 없었다.그녀는 두 손을 꼭 움켜쥐었다.그럼에도 가슴 한구석은 여전히 욱신거렸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에도 민아는 계속 이담의 뒤를 따라오며 애교를 부렸다.“아, 맞다. 새언니, 저 강성시는 처음 와봐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제가 아는 사람은 새언니밖에 없으니까 절대 저 두고 가시면 안 돼요.”“걱정하지 마요. 제가 그냥 두고 갈 리가 없잖아요.”이담이 대답하다가 문득 물었다.“그런데 병원에는 왜 왔어요?”“새언니가 이 병원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보러 왔죠.”이담은 더 묻지 않았다.이담은 민아에게 사무실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진료실로 향했다.지훈은 이미 진료를 보고 있었다.이담을 힐끗 바라본 뒤 다시 고개를 숙이고 환자의 처방전을 작성했다.환자가 나가자 이담은 지훈의 옆자리에 앉았다.“하씨 집안에 그런 일이 생겼는데도 이씨 집안 아가씨가 굳이 강성시까지 이담 씨를 찾아왔네요.”이담은 잠시 멈칫했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대답했다.“아마 기분 전환도 할 겸 여행을 나온 것 같아요”지훈이 고개를 돌려 이담을 바라봤다.“정말 하진혁 씨가 죽었다고 믿어요?”이담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도 진혁이 정말 죽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마음속에서는 살아 있기를 바랐다.하지만 그 폭발은 분명히 바로 이담의 눈앞에서 일어났다.이담이 망설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지훈은 대답을 알아차린 듯했다.“어쩌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이담이 놀란 얼굴로 지훈을 바라봤다.‘만약 정말 살아 있다면... 그렇다면 어제 내가 봤던 사람도 정말 하진혁이었던 걸까?’그 순간 지훈은 이담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담의 눈빛에 조금씩 기대가 차오르는 것을 보자, 지훈의 표정은 오히려 어두워졌다.가능하다면 이담이 진혁이 죽었다고 믿게 만들고 싶었다.그래야 자신에게도 기회가 생길 테니까.하지만 그렇게까지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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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이민아 씨가 저희 집에서 지내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민아가 잠시 표정이 굳어졌다가 이내 활짝 웃었다.“역시 고 선생님은 통이 크시네요!”지훈은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대신 제 물건에는 함부로 손대지 마세요.”민아는 두 손을 번쩍 들며 억지로 웃었다.“걱정 마세요. 절대 안 건드릴게요.”지훈은 이담을 힐끗 바라봤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이담은 원래는 지훈에게 더 이상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민아가 나타날 줄은 정말 몰랐다.우연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았다.그날 밤 민아는 이담과 같은 방에서 잤다.민아는 일찍 잠이 들었지만, 이담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사람이 한 명 더 생겨서 그런 건 아니었다.진료실에서 지훈이 했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이리저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고, 목까지 말랐다.결국 이담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왔다.그런데 뜻밖에도 거실에는 지훈이 있었다.지훈은 검은 벨벳 잠옷을 입은 채 주방 식탁 앞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따뜻한 조명 아래 남자의 머리카락이 은은하게 빛났다.이담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고 선생님, 아직 안 주무셨어요?”지훈이 눈을 들어 이담을 바라봤다.“이담 씨도 안 잤잖아요.”이담은 어색하게 웃었다.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그동안 너무 신세를 많이 졌어요. 저랑 민아까지 여기서 지내는 것도 계속 신경 쓰이고요. 내일은 제가 민아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게요.”지훈은 손에 들고 있던 커피포트를 내려놓았다.“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식사할 때 수저 하나 더 놓는 것뿐인데요.”지훈이 문득 고개를 들면서 이담을 바라봤다.뭔가 말하려는 듯하다가 결국 다시 입을 다물었다.“일찍 자요.”지훈은 커피를 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이담은 지훈이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다 입술을 꾹 다물었다.복잡한 감정이 마음속을 뒤흔들었다.지훈은 좋은 사람이었다.하지만 지훈의 마음까지 자신에게 붙잡아둘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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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이담이 병원에 도착하자 접수대의 간호사가 말했다.“심 선생님, 찾아오신 환자분이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세요.”이담은 자신이 진료했던 환자 중 누구인지 궁금해하며 사무실 문을 열었다.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사무실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방민호였다.그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이담은 순간 그날의 어두운 빗속으로 돌아간 듯했다.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온몸이 떨렸다.“당신은 송씨 집안 자매와 정말 많이 닮았군요. 처음 봤을 때부터 어쩐지 낯이 익더군요.”방민호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마치 일부러 친근한 이야기를 꺼내서 거리를 좁히려는 듯했다.하지만 그 말 속에는 다른 뜻이 숨어 있었다.이담을 떠보려는 것이었다.이담은 속으로 치솟는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며 남자에게 다가갔다.“제 어머니와 이모 말씀하시는 거죠?”“맞아요.”방민호이 감회가 새롭다는 듯 말했다.“자매가 정말 닮았어요. 그런데 성격은 완전히 달랐죠. 굳이 꽃에 비유하자면 당신 어머니는 하얀 모란이고, 이모는 붉은 장미였어요.”이담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몰라요.”방민호가 웃으며 책상 위에 손을 올렸다.“그럼 당신이 잘 아는 이야기부터 해볼까요?”그 말에 담긴 뜻을 알아들은 이담은 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을 줬다.“긴장하지 말아요. 경찰도 저를 지켜보고 있는데, 내가 당신한테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요?”방민호는 자세를 바로잡더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처음부터 끝까지 예의 바른 태도였다.“그냥 어떻게 그 사람들에게서 빠져나왔는지 궁금해서 그래요.”당시 아이들을 지키고 있던 사람은 모두 다섯 명이었다.방민호는 그날 모습을 드러낸 뒤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아마 아이들 중 누군가가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서 뒤에서 모든 일을 조종하고, 아이들을 감시하는 일은 자신과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게 맡겼다.아이들은 여섯 명이었다.상대는 성인 남자 다섯 명이었다.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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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오후 내내 이담은 방민호가 했던 말 때문에 마음이 뒤숭숭했다.도무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사무실 앞에 멈춰 선 지훈은, 이담이 이마를 짚은 채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고 문을 두드렸다.이담이 생각에서 빠져나와서 고개를 들었다.“고 선생님?”“어디 아파요?”“아니요.”지훈이 이담에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손등을 이담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이담은 순간 흠칫하며 얼어붙었다.지훈은 이내 손을 거뒀다.“열은 없네요.”“아픈 건 아니에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지훈은 한동안 이담을 바라봤다.“그럼 됐어요.”그는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지만 뒤돌아보지는 않았다.“이담 씨.”“네?”이담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오늘 저녁은 저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그 말을 남긴 뒤, 지훈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성큼성큼 걸어갔다....저녁 무렵 이담이 차를 몰고 서원 오피스텔로 돌아왔다.차에서 내리자, 건물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아가 보였다.“언제 돌아왔어요? 설마 계속 여기서 기다린 거예요?”민아가 볼을 긁적였다.“아니에요. 저도 방금 왔어요. 새언니 퇴근 시간에 맞춰서 온 것뿐이에요.”그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그런데 고 선생님은 같이 안 왔어요?”“아마 일이 있나 봐요.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고 온대요.”‘안 온다고?’민아의 눈이 반짝였다.이담이 먼저 걸음을 옮기려고 하자, 민아가 갑자기 팔을 끌어안았다.“새언니.”“또 애교 부리려고요?”이담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말해봐요. 이번에는 또 뭘 하고 싶은 건데요?”“오늘 고 선생님도 집에 안 온다면서요. 그럼 우리도 밖에서 밥 먹으면 안 돼요?”민아가 몸을 살짝 흔들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새언니 밥 사줄 돈 정도는 있어요!”“밖에서 먹자고요? 그런데...”“아이, 저 강성시에 정말 오랜만에 온 거란 말이에요. 새언니, 설마 저한테 이 정도도 못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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