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원.이담이 집에 돌아온 건 저녁 7시였다.거실에서는 은호와 권은석이 무언가를 의논하고 있었고, 곁에는 본가에서 온 고용인 한 명이 서 있었다.평소와 달리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감지한 이담은, 낮에 권주연이 남겼던 말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권은석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이 비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이담은 은호 곁으로 다가가서 오빠를 바라보았다.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던 은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큰고모가... 사고를 당하셨어.”이담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경찰은 백로호수 일대를 통제했다.호숫가에는 구경하러 몰려든 사람들만 남아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크레인이 사고 차량을 호수에서 인양했다.사고 차량은 2억 원 상당의 애스턴 마틴이었다. 권주연이 평소 자주 몰던 바로 그 차였다.현장에 몰린 사람들이 사진과 영상 등 각종 형태로 사고 소식을 온라인에 퍼뜨리면서, 순식간에 인터넷이 들끓었다.[권씨 집안 장녀 차량 호수 추락으로 사망.]관련 키워드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그 시각, 권씨 본가.권주연에게 변고가 생기자, 권은석은 이담과 은호를 데리고 급히 본가로 돌아왔다.권주연의 딸 여름도 와 있었다.이담이 여름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혼혈 특유의 분위기가 살짝 묻어났지만, 이목구비는 어머니를 쏙 빼닮아서 동양적인 인상이 강했다.여름은 넋을 잃은 채 소파에 주저앉아 있었다. 한바탕 오열했는지 두 눈은 새빨갛게 충혈된 채 퉁퉁 부어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담의 마음도 저릿해졌다.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정도로 보이는데, 벌써 어머니를 잃은 끔찍한 고통을 견뎌야만 했다.거실 안의 공기는 숨이 막힐 만큼 무거웠다.상석에 앉은 권주혁은 얼굴이 잿빛으로 굳은 채 연거푸 담배만 태우고 있었다.평소 위엄이 서려 있던 두 눈에는 핏발이 잔뜩 서 있었고, 짙은 피로감까지 묻어났다.먼저 침묵을 깬 건 은호였다.“대체 멀쩡하던 큰고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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