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지낸 세월이 몇 년인데, 내가 당신 속을 모를 것 같아?”방민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송지현에게 다가갔다.“당신이 원하는 건 준영의 아이를 이용해서 나를 잡아두는 거잖아.”“준영이는 그 아이한테 관심도 없지만, 난 달라.”“어쨌든 방씨 집안의 유일한 혈육이고 내 친손자니까. 앞으로 또 이런 아이가 생긴다는 보장도 없고.”송지현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옆으로 가서 앉았다.“소지원도 아이를 못 낳는 건 아니잖아.”“내가 그 아이를 이용해서 당신을 붙잡다니, 말이 돼?”“그 여자가 언제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지.”방민호는 그녀 앞에 멈춰 섰다. 그러다 갑자기 몸을 숙이더니, 가까이 다가가며 비웃었다.“아니면 당신 나이에 나한테 아들 하나 더 낳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고.”“미쳤어?”송지현이 버럭 소리쳤다. 그녀는 아이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를 견디기 힘들었다.그때 죽은 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방민호는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송지현을 등진 채 통유리창 앞에 멈춰 섰다.“내 아들 결혼식에 당신이 그토록 잊지 못하고 사랑했던 권은석도 초대했어.”송지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 사람을 왜 초대했어?”“왜? 아직도 그 사람이 신경 쓰여?”송지현은 대답하지 않았다.방민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으면서 코웃음을 쳤다.“그 사람만 초대한 게 아니야.”“고씨 집안하고 하씨 집안도. 강성시에서 이름 좀 날린 사람들은 거의 다 올 거야.”“그날이면 내가 그동안 당했던 억울함과 고통이 무엇이었는지, 그 사람들도 똑똑히 알게 되겠지.”송지현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일은 권은석과 아무 상관도 없어!”“상관이 없기는 왜 없어?”방민호가 고개를 돌려 송지현을 바라봤다.“내 여자가 그동안 그 남자를 잊지 못했는데, 내가 가만히 놔둘 것 같아? 죽여버려야지!”송지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고개를 돌렸다.“방민호,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어. 난 당신 여자가 아니야.”“끝나긴 뭘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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