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Chapter 471 - Chapter 480

546 Chapters

제471화

“새언니 우리 오빠가 좋아요, 아니면 고지훈이 좋아요?”민아가 옆에서 딸꾹질을 하며 이담의 귀에 대고 물었다.이담은 오랜만에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다.술기운이 머리끝까지 올라서 어지러웠고, 발밑도 마치 구름을 밟는 것처럼 휘청거렸다.“당연히 고 선생님이 좋죠!”“네?”민아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취기가 가득했던 얼굴에서 술기운이 절반쯤 가셨다.“진짜 고지훈을 좋아하게 된 거예요?”비틀거리며 계단 아래에 선 이담이 민아를 올려다보면서 웃었다.“고 선생님이 하진혁보다 좋은 건 맞아요. 그런데 어떡해요?”이담이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여기가 너무 고집이 세거든요.”“잊고 싶어요. 그 사람을 더는 사랑하고 싶지 않아요.”“그런데 그 사람이 또 저한테 다가오잖아요. 게다가...”이담의 목소리가 순간 떨렸다.목이 메이면서 목소리가 갈라졌다.“저도 참 못났죠.”웃고 있던 이담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그 순간 발을 잘못 디뎠다.계단을 헛디디며 몸이 휘청했다.민아가 급히 손을 뻗으려던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나서 이담을 받아냈다.이담은 그대로 그 사람의 품에 안겼다.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차갑게 식어 있던 외투에 남자의 체온이 조금씩 스며들었다.이담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익숙한 체취를 느꼈다.진혁과 너무나 비슷했다.이담은 두 팔로 남자의 목을 감쌌다.“나 보러 온 거야?”남자가 잠시 굳었다.그러더니 품에 안긴 이담을 그대로 안아 들고 자리를 떠났다.어두운 차 안에서 이담이 천천히 눈을 뜨자, 남자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얼굴 절반은 가려져 있었지만, 깊고 선명한 눈매만큼은 또렷하게 보였다.이담은 손을 들어 그의 마스크를 벗기려고 했지만 남자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막았다.이담은 조용히 웃었다.“정말 죽은 전남편이랑 똑같이 생겼네요.”남자는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어디가 닮았는데요?”“목소리까지 똑같아요.”이담이 여우처럼 웃으며 남자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저랑 사귀어 볼래요? 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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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너무 오랜만에 술을 마신 탓이었다.하지만 어젯밤 그 남자에게서 느껴졌던 감각은 정말 진혁 같았다.“아유, 이제 그만 생각해요. 아침은 제가 시켜놨어요. 새언니 일어나기만 기다리고 있었어요.”민아는 곧바로 일어나서 침실을 나갔다.이담은 잠시 망설였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거실로 나가자 민아가 배달 음식 상자를 하나씩 열고 있었다.“이건 제가 시킨 거예요. 여기 강성시에서 꽤 유명한 아침 식사예요!”이담은 시간을 확인했다.“고 선생님은 아직 안 돌아오셨어요?”민아는 고개를 저었다.“네, 어제 저녁부터 안 들어오셨어요.”이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이담이 아침 식사를 마쳤을 때였다.낯선 번호로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소연이 납치된 사진과 함께 주소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다.이담은 그 자리에 멍하니 굳은 채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친구를 구하고 싶다면 혼자 오세요.]이담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방민호였다.그 사람 말고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이담이 재빨리 외투를 챙겨 입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민아가 뒤따라 나왔다.“새언니, 어디 가요?”이담은 대답하지 않았다.서둘러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이담을 민아는 잠시 의아하게 바라봤다.그러다 결국 핸드폰을 꺼내서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이담은 차를 몰고 오피스텔을 빠져나오자마자 소연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곧바로 소연이 근무하는 과에도 전화를 걸어봤다.당직 간호사는 오늘 소연이 휴가를 냈다고 했다.이담은 그제야 자신의 부주의를 깨달았다.소연은 아직 지원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자신 때문에 소연까지 방민호의 눈에 띈 게 분명했다.문득 누군가를 떠올린 이담은, 지난번 임용우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임용우 형사님을 찾습니다. 저는 심이담이라고 합니다.”[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곧 수화기 너머로 임용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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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난 처음부터 도망칠 생각이 없었어요.”방민호가 이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그리고 손으로 이담의 턱을 움켜쥔 채 고개를 들어 올렸다.“걱정하지 말아요. 나도 당신을 그렇게 빨리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방민호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지금 당신은 미끼니까요.”“미끼? 무슨 미끼인데요? 말해봐요!”이담이 다그쳐 묻기도 전에 외국인 경호원이 테이프로 이담의 입을 막았다.그리고 몸을 묶은 뒤 그대로 끌고 갔다.이담은 창고 안으로 끌려갔다.두 사람은 이담을 안으로 밀어 넣은 뒤 문을 잠갔다.창고 안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공기에는 비릿한 냄새가 남아 있었다.이담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한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몸을 지탱했다.혹시라도 이용할 만한 물건이나 빠져나갈 곳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그때 구석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무언가에 부딪힌 듯한 작은 소리였다.이담은 숨을 죽였다.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소리가 난 방향을 뚫어져라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창고 안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귓가에는 자신의 거친 숨소리만 맴돌았다.이담은 쌓여 있는 나무 상자 옆으로 가 벽을 따라 천천히 주저앉았다.제발 임용우가 찾아오길 바랐다....임용우가 사람들을 데리고 부두에 도착했을 때, 항구에 정박해 있던 배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그곳에는 이담의 차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민석이 차를 확인한 뒤 돌아와 전화를 걸었다.“선배님, 이거 이담 씨 차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핸드폰이 꺼져 있습니다.”임용우의 표정이 무거워졌다.“상대가 이담 씨한테 핸드폰을 끄게 했을 거야.”그는 곧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주변을 샅샅이 뒤져 흔적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형사 한 명이 목격자를 데리고 왔다.“이분이 이 차 주인이 배를 타는 걸 봤다고 합니다.”5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는 평소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었다.경찰의 질문을 받자 자신이 본 일을 조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제가 본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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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송지현이 가볍게 웃었다.“당신이 이담을 납치했다길래, 축하해주러 왔지.”송지현은 의자를 끌어당겨 제멋대로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준희를 힐끗 바라봤다.“이 아이, 당신 아들이랑 꽤 닮았네.”준희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밥을 먹었다.처음 방민호를 만났을 때 준희는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고 잔뜩 긴장해 있었다.자신에게 엄마 말고도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하지만 엄마는 그 사실을 한 번도 알려준 적이 없었다.방민호가 준희의 앞접시에 반찬을 올려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소식도 참 빠르네.”송지현은 찻잔에 차를 따르며 대답했다.“권은석이 알려줬어.”그 한마디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굳어졌다.준희도 어른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마치 자신이 무언가 잘못된 말을 했을 때 엄마가 침묵하던 모습과 비슷했다.그럴 때면 엄마의 표정도 무척 무서웠다.방민호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다.하지만 눈빛에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아마 준희가 앞에 있어서 화를 내기도 어려웠던 모양이었다.방민호는 수저를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물었다.“권은석과 연락했어?”“그 사람이 먼저 연락했어. 왜? 내가 그 사람과 만나기라도 할까 봐 걱정돼?”송지현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 사람이 송지현과 이혼하고 나랑 결혼할 수 있다면, 나야 싫을 이유가 없지.”송지현의 말투에는 장난스러운 기색이 섞여 있어 진심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었다.방민호 앞에서 권은석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숨긴 적이 없었다.감히 권은석과 연락하고 있다고 말한 것 자체가 그에게 숨길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방민호는 준희를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준희야, 배부르게 먹었어?”준희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배불러요.”“착하지. 경호원 아저씨랑 가서 놀고 있어.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아저씨한테 말하고.”“네.”외국인 경호원이 다가오자 준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을 잡고 거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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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그래서?”송지현이 두 팔을 끌어안은 채 이담을 내려다봤다.“나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너희 모녀처럼 운이 좋지도 않았고.”이담은 순간 멈칫했다.말투에는 조금의 불만이 섞여 있었지만, 어딘가 자신을 비웃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방민호가 당신이 그때 납치 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 중 한 명이라는 걸 알고 있어. 내가 알려줬거든.”이담이 눈을 크게 떴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요?”“송유담이 널 대신하게 만들었으니, 그때 그 아이가 너라는 것도 알 수밖에 없지.”송지현이 피식 웃었다.“그러고 보면 당신도 참 인연이 깊네. 고지훈에 하진혁까지 모두 한곳에 모였으니.”송지현이 손을 뻗어 이담의 턱을 잡고, 선명한 얼굴을 찬찬히 훑어봤다.“한 사람은 너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았고, 다른 한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네.”이담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방민호가 지훈 씨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려는 거예요?”“그건 나도 몰라.”송지현이 손톱을 매만졌다.“내가 아는 건 고지훈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오빠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거야.”이담은 미간을 좁혔다.이상했다.송지현이라면 자신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할 리가 없었다.그런데도 하나하나 대답해 주고 있었다.마치 자신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려는 것처럼.이담이 미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송지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여긴 강동시 쪽 어촌이야. 밖을 지키는 사람들은 두 시간마다 교대해.”“어떻게든 그 사람들을 설득해서 2층 공용 화장실로 가. 거기서 빠져나갈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송지현이 잠시 말을 멈췄다.“물론, 아침까지 기다리는 게 제일 좋을 거야.”이담은 몇 초 동안 그녀를 바라봤다.“제가 죽기를 바라는 거 아니었어요?”송지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맞아. 네가 죽으면 권은석이랑 네 엄마가 분명 많이 괴로워할 테니까.”그러다 말끝을 흐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너보다는 그 사람이 죽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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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연못은 깊지 않았다.이담이 뛰어내리자 그대로 주저앉았고, 더러운 물이 배까지 차올랐다.하지만 몸에서 나는 악취 따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이담은 재빨리 몸을 일으켜 물을 헤치며 갈대밭 안으로 달아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뒤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빨리! 저쪽으로 갔어!”이른 아침 숲에는 안개가 자욱했다.이담은 감히 멈출 수 없었다.앞으로 가면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여기서 멈추는 순간, 다시는 도망칠 기회가 없을 것이다.그때 앞쪽에서 나뭇가지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지만, 이담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발이 나뭇가지에 걸리는 순간 이담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몇 바퀴나 바닥을 구르면서 도로 가장자리로 나뒹굴었다.머리를 바닥에 세게 부딪치면서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그때 눈부신 자동차 불빛 너머로 차 한 대가 천천히 다가오는 게 보였다.그리고 그 빛 너머에서 훤칠한 남자의 실루엣이 천천히 걸어왔다.이담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제대로 볼 수조차 없었다.그리고 곧 의식을 잃고 말았다.“이담아! 정신 차려!”“절대 무슨 일 생기면 안 돼!”이담은 화들짝 눈을 뜨자, 귓가를 맴돌던 목소리도 서서히 사라졌다.눈앞을 제대로 확인해 보니 병실이었다.익숙한 병실 냄새가 코끝을 스치자 불안했던 마음도 금세 가라앉았다.이담은 붕대로 감긴 이마를 손으로 만지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깨어났어요?”병실 문 앞에 지훈이 서 있었다.이담이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고 선생님?”지훈이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몸은 좀 어때요?”이담은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저를 구해준 사람이 고 선생님이에요?”지훈이 시선을 내리깔고 짧게 대답했했다.“네. 저예요.”이담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어쩌면 자신이 지훈을 진혁으로 착각했던 모양이었다.“고마워요.”“지금 고맙다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지훈이 이담을 바라봤다.복잡한 감정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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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짝!뺨을 때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방 안에 울려 퍼졌다.송지현의 몸이 그대로 화장대 쪽으로 기울어졌다.화장대 위에 놓여 있던 물건들이 바닥으로 쓸리면서 떨어졌다.송지현은 뺨을 감싼 채 멍하니 굳었다.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손을 댄 방민호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당신이... 나를 때려?”방민호는 송지현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움켜쥐었다.그리고 그녀를 화장대에 짓누르며 거울 속의 초라한 모습을 보게 했다.방민호의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동안 내가 당신한테 부족하게 해준 게 뭐가 있어? 먹고 싶은 거 먹게 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줬잖아. 그런데 감히 나를 배신해?”송지현은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끝까지 시치미를 뗐다.“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당신이랑 만난 뒤 심이담이 도망쳤는데, 당신이 아니면 누구겠어?”송지현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날 의심하는 거야?”“질문에나 대답해.”“아니야!”방민호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그러더니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왔다.아까보다 훨씬 격한 반응이었다.송지현은 순간 그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설마 들킨 건가?’그때 방민호가 그녀에게 녹음 파일을 들려줬다.어젯밤 송지현이 이담에게 했던 말이었다.송지현은 한동안 멍하니 녹음을 듣고 있었다.그러다 무언가 깨달은 듯 피식 웃었다.“결국 당신은 처음부터 나를 믿지 않았구나.”“믿어?”방민호가 손을 뻗어 송지현의 뒷목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녀를 더욱 세게 짓눌렀다.“내가 당신을 진짜 믿었으면, 벌써 몇 번은 뒤통수 맞고 나락으로 떨어졌을 거야!”방민호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칠어졌다.“그때 내가 당신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어땠을 것 같아? 성형수술 비용도 내가 대줬고, 해외에 나가서 이름을 알릴 수 있게 해줬어.”“당신이 저지른 짓을 생각해봐. 송씨 집안과 권씨 집안이 당신을 가만히 뒀을 것 같아? 내가 당신을 아껴주고 참아준 건, 당신이 내 선을 넘지 않았을 때까지야.”방민호가 그녀를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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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앞에 경찰이 있습니다!”운전기사는 손바닥에 식은땀이 흥건할 정도로 극도의 긴장 상태였다.하지만 방민호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그냥 밀고 지나가.”경찰들과 가까워지는 순간, 방민호가 천천히 창문을 내렸다.경찰이 다가오려는 순간, 방민호가 갑자기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탕!총에 맞은 교통경찰이 그대로 쓰러졌다.다른 경찰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방민호는 연달아 세 발을 더 쐈다.차는 그대로 경찰들의 포위망을 뚫고 좁은 길로 달아났다.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 있었지만, 방민호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오히려 그 차분한 표정 속에는 섬뜩한 광기마저 어려 있었다.목숨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 듯한 광기였다.어쩌면 정말 미쳐버린 것인지도 몰랐다.그때 갑자기 앞쪽 교차로에서 대형 트럭 한 대가 나타났다.운전기사가 본능적으로 피하려다 사고가 나면서 도로 표지판을 들이받았다.곧바로 대형 트럭에서 한 남자가 내려왔다.작업복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훤칠한 키와 다부진 체격만큼은 한눈에 들어왔다.보기에도 상당히 젊어 보였다.방민호는 화가 난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그리고 남자를 향해 총을 겨눴다.남자가 두 손을 들어 올렸다.바로 그때 경찰들이 사고 현장에 도착해서 방민호의 차량을 포위했다.경찰들이 총을 겨누며 서로 대치하자, 다친 경호원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바닥에 엎드렸다.방민호는 곧바로 남자를 붙잡아서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그리고 총구를 남자의 목에 겨눴다.“더 다가오면 이놈부터 쏴버린다.”임용우가 다른 사람들에게 움직이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방민호 씨, 더 이상 잘못을 키우지 마세요.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늦지 않았습니다.”“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부터 알았어. 난 이미 돌아갈 수 없다는 걸.”방민호가 비웃듯 말했다.“나도 돌아갈 생각 따위 없어.”“하지만 당신에게는 아들도 있고 손자도 있습니다. 아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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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당시 그 아이가 경찰에 신고했던 전화를 제가 받았거든요.”임용우의 말에 이담은 순간 멍해졌다.그제야 기억이 떠올랐다.인신매매범에게 끌려간 뒤 약을 사러 나왔다가 몰래 숨어서 경찰에 신고했던 아이.하지만 아이는 돌아온 뒤 인신매매범에게 심하게 맞아서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고, 결국 약을 먹어야 할 시간을 놓치면서 목숨을 잃었다.아이에게는 인신매매범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몰래 숨어서 신고하는 방법밖에 없었다.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편의점 주인이 전화를 끊으면서 아이의 위치가 드러나고 말았다.당시 임용우도 서른을 갓 넘긴 젊은 나이였다.아이의 말이 정확하지 않았던 탓에 중요한 정보를 놓쳤고, 그 전화가 납치 사건과 관련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사건의 전말이 세상에 드러난 뒤, 그 아이의 참혹한 모습을 직접 보게 됐다.그날의 일은 이후에도 임용우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악몽으로 남았다.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담이 무슨 말이라도 건네려던 순간, 임용우의 핸드폰이 울렸다.상대방의 말을 들은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병실을 나서기 전에도 임용우는 잊지 않고 말했다.“이담 씨, 몸부터 잘 추스르세요. 친구 분은 소식이 있으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이담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이틀 뒤, 이담은 퇴원했다.그리고 은호와 함께 송지현의 장례식에 참석했다.하지만 장례식장을 찾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권은석과 은호, 그리고 송지현의 비서 외에는 김씨 집안 사람들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장례 비용은 권은석이 부담했다. 원래 사람은 죽으면 고향으로 돌아가 묻히는 게 도리라고 했지만, 어쩐 일인지 권은석은 송지현을 강성시 묘지에 묻었다.장례를 마친 뒤 이담은 권은석, 은호와 함께 묘지를 빠져나왔다.강준은 먼저 차로 다가가 뒷좌석 문을 열었다.권은석이 이담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담아, 네가 우리 곁에서 자란 게 아니다 보니 우리한테 폐 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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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민아가 화를 내며 말했다.“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지훈의 눈빛은 평온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내가 아는 건 하나뿐이에요. 그런 선택을 했다면, 그냥 얌전히 죽은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당신...”지훈은 더는 반박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성큼성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3일 후.소연이 병원으로 돌아왔다.이담은 소연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서야 가슴 졸이던 마음을 놓았다.“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소연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표정이었다.“사실 제가 끌려가던 날, 누군가 저를 구해줬어요. 원래 심 선생님한테 말하려고 했는데, 핸드폰을 잃어버렸어요. 그 사람이 며칠 동안 숨어 있다가 돌아오라고 해서... 죄송해요. 심 선생님을 걱정하게 만들었네요.”이담은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도 소연을 구해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묻지 않았다.그저 살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무사하기만 하면 됐어요.”“그런데 심 선생님이 저를 찾으시다가 하마터면...”소연의 얼굴에 짙은 죄책감이 묻어났다.이담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독였다.“우리는 친구잖아요. 게다가 소연 씨가 위험에 처한 것도 나 때문이었고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모른 척하겠어요.”소연은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끝내 울음을 참았다.이담의 위로를 받은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소연이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지훈이 문밖에 서 있었다.그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이담이 고개를 들어 문가를 바라보다가 잠시 멈칫했다.“고 선생님.”지훈은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그의 시선이 책상 위에 어지럽게 널린 서류를 훑었다.“정말 오랫동안 서원에 돌아오지 않으시네요.”이담은 책상 위를 정리하며 대답했다.“아버지가 지금 강성시에 머물면서 저랑 같이 지내고 계세요. 그래서 요즘은 밖에서 아버지랑 지내고 있고요.”지훈이 가볍게 웃었다.“다음에 권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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