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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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네가 싫다고 나보고 오빠 보러 가지 말라고? 네가 생각해도 그게 말이 돼?”리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목소리를 낮췄다.“그리고 네가 나를 묶고 싶으면, 나도 똑같이 너한테 할 수 있는 거 아니야?”유한의 시선이 묘하게 흔들렸다.“예를 들어, 나도 허인영 싫어. 그럼 너 앞으로 허인영 안 만날 수 있어? 너 그거 지킬 수 있어? 네가 그걸 할 수 있으면 나도 오빠 안 보러 갈게. 할 수 있어?”리은은 유한이 절대 못 할 걸 알고 있었다.유한의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파고들 듯 깊은 시선으로 리은을 바라봤다.“지금 이 얘기 꺼내는 거... 내가 신경이 쓰여서 질투가 나서 그래?”‘아니야! 전혀 아니야!’리은은 유한에게 억지로 감정을 강요하는 게 얼마나 답답한지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유한이 그동안 해온 방식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졌다.누가 먼저 답할지 기다리는 듯한 팽팽한 버티기.결국 리은이 팔에 힘을 주면서 유한을 밀쳐냈다.팔에 남은 눌린 자국이 욱신거렸다.리은은 천천히 손으로 그 자리를 문질렀다.“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네가 스스로 못 지킬 걸 남한테 요구하지 마. 그러면 품위 없어 보여.”그 말과 함께 리은은 유한을 밀어냈다.유한의 표정이 서늘해지더니 잠시 뒤 나지막하게 내뱉었다.“인영이한테 내가 빚을 졌어.”리은의 발걸음이 멈췄다.‘빚? 허인영한테 무슨 빚? 감정? 책임? 명분?’‘그래, 나도 자리 비워줄 준비했는데... 그럼 더 잘 됐네.’리은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맞지. 네가 허인영한테 빚이 있다며. 그럼 갚으면 돼. 지금 상황이면 얼마든지 갚는 거 가능하잖아.”유한의 얼굴이 확연하게 차갑게 굳어졌다.리은은 계속 말했다.“너 허인영한테 빚을 졌다며. 나도 오빠한테 빚을 졌어.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뭐라 할 자격 없어. 난 오빠 절대 안 놔.”이 말은 완전히 등을 보인 채로 말했다.그래서 리은은 알아차리지 못했다.그 한 문장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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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그날 밤, 리은은 꿈을 꾸었다. 혼자 여행을 갔다가 숲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거대한 구렁이가 나타났다.그 구렁이가 몸 전체로 리은을 꽉 조여오더니, 초록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리은을 뚫어지게 바라봤다.혀를 날름거리며 리은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마지막에는 사람처럼 말을 했다.“너 못 도망가.”“아!”리은이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침대 위에 그대로 주저앉은 채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왜 그래?”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리은의 온몸이 굳어졌다. 꿈속에서 들은 그 목소리와 너무 비슷했다.리은이 고개를 돌려보니 유한이 손가락으로 미간을 세게 누르고 있었다.리은의 소리에 잠이 깬 것 같았다.창밖을 힐끗 보니 하늘이 아주 희미하게 밝아오는 중이었다.4시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꿈이 너무 생생했다.몸을 조여오던 그 질식감이 아직도 목덜미에 붙어 있는 듯했다.리은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유한의 팔이 밤새 허리를 두르고 있었다.입술이 굳어지면서 리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유한의 팔을 손으로 거칠게 치워버렸다.“손 치워. 닿지 마.”상반신을 일으키며 리은을 바라보는 유한의 얼굴에는 음울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잠에서 끌려 나온 예민함이 그대로 비쳤다.“뭐 하는 건데?”리은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쓸었다. 차가운 식은땀이 잔뜩 묻어났다.리은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뱀 같은 냉혈동물이다.꿈이 너무 강렬해서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유한이 눈썹을 살짝 좁히고 리은을 향해 손을 뻗어 이마에 닿았다.촉촉한 냉기가 손끝에 묻어나왔다.“진짜 악몽 꾼 거 맞네.”그 말에 리은은 유한을 쳐다봤다.“누구 때문인데?”유한이 잠시 입을 다물더니 비웃듯 한숨을 내쉬었다.“나 때문? 설마 네 악몽이 나였다는 소리야?”리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이불을 걷어내고 욕실로 들어갔다.유한이 그대로 따라왔다.리은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면서 목덜미를 닦았다.아직도 한기가 가시지 않아서 수건을 꼭 쥐고 있었다.유한이 욕실 문가에 팔짱을 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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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리은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없어.”넥타이를 정리하던 유한의 손짓이 멈췄다.리은을 내려다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뭐라고?”리은은 입안의 죽을 삼킨 뒤 유한의 눈과 마주쳤다.그 눈에 스친 놀라움을 보자, 리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네 건 안 만들었다고.”유한의 입술이 얇게 다물렸다.“진리은.”“전에 네가 그랬잖아. 내가 직접 해주는 밥은 안 먹는다고.”“...”유한은 예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입술이 경직되면서 표정이 어두워졌다.“기억력 참 좋네.”리은은 잔잔하게 답했다.“세 살 어린 내가 더 잘 기억하는 게 이상해?”비웃듯 짧게 코웃음을 친 유한이 유영자를 불렀다.“아침 준비해 주세요.”부부 사이의 냉랭한 분위기를 눈치 보던 유영자는 입을 다물고 다른 쪽에서 조용히 아침을 준비했다.유한은 늘 아침에 공복을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시작했다. 입맛이 있으면 조금 먹고, 없으면 커피만 마셨다. 의외로 위장병도 없었다.“아빠, 엄마, 안녕하세요!”루이의 맑은 목소리에 리은은 곧바로 고개를 돌리면서 미소를 지었다.“좋은 아침이야, 우리 루이.”자리에서 일어난 리은은 딸의 손을 잡고 방으로 올라갔다.세수를 시키고 옷을 갈아입게 한 뒤 다시 내려와서 식탁에 앉았다.그 모습을 보자 유한의 표정이 굳어졌다.“추가로 만든 거 없다고 하지 않았어?”리은은 힐끔 보지도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추가로 만든 게 아니라서.”‘추가가 아니라... 내가 추가라는 뜻인가?’헛웃음을 흘린 유한이 커피잔을 잡았다가 놓아버렸다.“엄마, 이거 엄마가 직접 만든 거예요?”“응. 루이는 어떻게 알았어?”루이가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엄마 맛이 나서요!”리은은 딸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우리 루이, 센스 최고네.”감정을 억누르는 듯 시선을 떨군 유한이 딸 앞에 놓인 죽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루이가 고개를 들었다.“아빠, 자꾸 저 보시는 거... 혹시 엄마 죽 먹고 싶어요?”유한은 목이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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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유한이 먼저 물어온 말에 대해, 리은은 잠시 침묵했다가 같은 방식으로 되물었다.“너희가 무슨 사이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유한은 말 끝나기도 전에 리은의 손목을 거칠게 잡고 조였다.“다시 말해봐.”리은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말했다.“내가 말한 건, 너희 사이가 뭐든...”말도 다 하지 못했다.유한이 갑자기 가까이 들이대자, 리은은 본능적으로 손으로 입을 막았다.유한의 얼굴이 너무 가깝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유한이 소리없이 웃었다.“왜 멈춰? 계속 하지 그래.”리은은 말을 잃은 채 머리를 뒤로 뺐다.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 동안 리은을 응시하던 유한이 침착하게 말했다.“예전에 사귀었고, 지금은 친구.”리은은 눈을 한 번 깜빡이며 경계하듯 유한을 바라봤다.“왜 피하는데? 내가 진짜 입 맞추고 싶으면 네가 입을 막는다고 막을 수 있어?”리은의 시선이 흔들렸다.좁은 차 안이라 도망칠 공간도 없었다.결국 손을 천천히 내렸다.‘이런 얘기 듣고 싶지도 않고, 애초에 관심도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괜히 말 꺼냈다가 또 엮이겠지.’리은은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유한은 표정만 보고도 리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읽어낸 듯했다.그렇다고 따지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시선만 돌렸다.마치 방금 일이 별것 아니라는 듯....회사에 도착하자, 유한은 리은의 등을 바라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회사 사람들 중에서 아직 건강검진 안 한 사람 있지?”선호가 답했다.“네, 일부 인원 남아 있습니다.”“다 검진받게 해.”선호는 리은의 뒷모습을 슬쩍 보고 바로 상황을 알아차렸다.“알겠습니다.”그래서 리은과 가을도 건강검진 카드를 받았을 때 놀랐던 것이다.“건강검진요? 모두가 받나요?”가을이 묻자 직원은 말했다.“네, 여성 직원 전원입니다. 이미 여러 번 진행됐고요. 장 비서님께서 진 팀장님 팀에도 꼭 배부하라고 하셨습니다.”가을은 감탄을 터뜨렸다.“와, 주 대표님 진짜 최고네요. 여성 직원 건강검진까지 해주다니요. 완전 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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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약을 타요? 팀장님 어디 불편하세요?”“크게 신경 쓸 건 아니에요. 유방 쪽에 약간 증식이 있어서 약 먹으면 된대요.”“아, 다행이네요. 제가 같이 갈게요.”“네.”약은 많지 않았다.하지만 한약 성분이라 박스로 네 상자나 되다 보니 가방에 들어가지 않았다.리은은 그대로 손에 들고 걸어왔다.두 사람이 돌아오는 걸 보고 우길과 진호가 다가왔다.“팀장님, 정 대리님, 돌아오셨네요. 검사 이상 없죠?”“네, 별일 아니래요. 걱정 마세요.”리은은 약봉지를 책상 옆에 내려놓았다.진호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 약봉지로 미끄러졌다.“팀장님, 약 타셨어요?”리은은 진호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네. 괜찮아요. 일들 하세요.”진호는 다시 한번 약봉지를 보고 나서야 시선을 돌렸다.잠시 후, 가을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진호도 뒤따라 나섰다.가을이 의아하게 물었다.“화장실 가세요?”“아니요.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가을은 고개를 갸웃했다.“뭘요?”진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팀장님 약... 무슨 문제가 있나요?”가을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그리고 진호를 위아래로 한번 쓱 훑었다.“그걸 물어보려고 화장실까지 따라온 거예요?”진호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그냥... 궁금해서요.”“그냥 궁금해서?”가을이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진호를 들여다봤다.“혹시 팀장님 좋아하세요?”“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진호는 바로 부정했다.“그렇게 빨리 부정하네요? 평소엔 말 한 마디도 안 하더니, 오늘은 반응이 빠르네.”진호는 불편함이 느껴지는 듯 헛기침했다.“아무것도 아니면 됐어요.”가을이 어이없다는 듯 팔짱을 꼈다.“아무것도 아니긴요. 말해봤자 못 알아듣겠죠.”난감해진 진호가 짧게 대답했다.“아. 네.”진호가 가는 걸 보고 있던 가을이 갑자기 다시 불렀다.“하 대리님, 진짜 팀장님 좋아하세요?”진호는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렸다.“정 대리님이랑 상관있나요?”가을은 참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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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리은의 검사 결과지는 리은이 갖고 있는 것 외에 유한에게도 전달되었다.유한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며 물었다.“의사는 뭐라던데?”“별일 아니라더라고. 약 먹고 정기적으로 체크하라고 했어요.”유한은 그제야 마우스를 놓았다.“약은?”“반 달 치요.”“주의할 건?”“화내지 말래요.”유한은 짧게 침묵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네.”선호는 의료진에게 확인한 내용을 전달하고 나서 바로 나갔다.하지만 선호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문이 닫히자마자 유한은 검색창을 띄웠다.그 화면에는 ‘유방 증식 심각한가’ ‘유방 증식 암 전 단계 가능성’ ‘유방 증식 치료 방법’이런 단어들이 빼곡히 올라갔다.모니터의 불빛이 잔뜩 찌푸린 유한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마치 수십억 원짜리 계약서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를 마주한 사람 같았다....퇴근 시간이 되었다.리은은 가방과 약봉지를 챙겨 들었다.“오늘도 고생했어요. 내일 봬요.”“내일 봬요, 팀장님.”인사를 마친 리은이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전화가 울렸다.선호였다.“여보세요?”[사모님, 퇴근하셨습니까?]“이제 나가려던 참이에요.”[대표님께서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곧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한참 바라보던 진호가 비로소 시선을 돌렸다....주차장에서 리은은 단번에 유한의 차를 찾았다.선호가 미리 내려와 문을 열어주고, 리은은 차에 탑승했다.유한의 시선이 리은 손에 들린 약봉지로 스쳤다.“뭐 들었어?”리은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별거 아니야.”“나 대하는 게 그 정도야?”리은은 고개를 돌려 그를 짧게 보았다.그러나 굳이 설명하지 않고 말했다.“마음대로 생각해.”유한의 눈이 곧바로 차갑게 가라앉았다.“지금 뭐 하는 태도야?”리은은 말없이 그 시선을 받아냈다.‘내 태도는 이 사람 태도의 거울일 뿐이야.’‘냉담, 무심, 무관심. 모두 다 그대로 돌려줄 뿐.’‘5년 동안 참고 살았는데, 이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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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별말씀을요 사모님. 이 처방이 큰 병도 잡아요.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몇 번만 달여 드시면 그 증식이 쑥 내려가요.”“네, 고마워요.”리은이 계단을 올라간 뒤에야 유한이 유영자를 바라봤다.“어떤 처방인데요?”“대표님, 유방 증식에 쓰는 약처방이에요.”“효과가 있어요?”“그럼요. 제 지인들도 다 좋아졌어요.”유한은 짧게 고개만 끄덕였다....저녁 시간이 되어 식탁에 둘러앉았을 때, 루이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아빠 엄마, 전에 저랑 놀이공원 가기로 한 거 기억하세요?”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다만 서로 일이 많아서 시간을 못 냈을 뿐이었다.“루이야, 놀이공원 가고 싶어?”“아빠 엄마랑 같이 가고 싶어요. 내일 토요일이라 학교도 안 가니까, 아빠 엄마랑 놀이공원 같이 가면 안 돼요?”리은은 루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대답했다.“좋아. 내일 엄마가 데려갈게.”유한의 이름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하지만 루이는 아빠를 잊지 않았다.바로 유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눈을 반짝였다.“아빠는요? 아빠도 같이 가요?”유한이 대답하기도 전에 리은이 먼저 끊었다.“아빠는 바빠. 엄마랑 가도 재미있어.”루이가 실망할 틈도 없이, 유한이 젓가락을 놓고 낮게 물었다.“내가 바쁜지 네가 어떻게 알아?”리은은 순간 멈칫하며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시간 있어?”“내가 만들면 있는 거지.”리은은 더 말하지 않았다.유한이 루이와 함께 갈지 말지는 오롯이 유한의 자유였다. 자신이 정할 문제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루이는 다시 물었다.“아빠, 내일 저랑 엄마랑 같이 가요?”점점 자신을 닮아가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유한이 고개를 끄덕였다.“가자.”“정말요? 와, 신난다!”루이가 환하게 웃자, 그 모습을 본 리은도 더 이상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이제 밥 먹어. 내일 재밌게 놀자.”“네!”...저녁 후, 리은은 방으로 들어왔다. 소파에 앉아 있던 유한에게 물었다.“너 서재 쓸 거야?”유한이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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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다음 날은 토요일이라 원래 출근하지 않는 날이었다.그런데 리은은 이미 일을 잡아둔 상태였다.루이와 놀이공원에 가기로 약속한 이상 어쩔 수가 없었고, 결국 오늘 밤에 밀린 일을 모두 끝내기로 했다.리은이 컴퓨터를 끄고 의자에 기대 기지개를 켤 때쯤, 시계는 자정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서재 불을 끄고 나오며 안방 문을 바라봤다.‘지금 들어가면, 유한이 잠들었을까?’‘괜히 마주치면 피곤해지겠지.’시선이 옆방인 손님방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하루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바로 그때 안방 문이 열렸다.두 시선이 그대로 맞물렸다.유한이 문에 기댄 채 리은을 보며 말했다.“한밤중에 방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건 뭐야. 귀신 부르는 중이야?”리은은 표정도 없이 그에게 다가갔다.말 한마디 건넬 생각도 없었다.유한은 리은이 자신의 앞을 지나가자 문을 닫아걸고 뒤를 돌았다.“그렇게까지 일을 열심히 해야 돼?”리은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일 열심히 해서 돈 벌면 안 되는 이유 있어?”“내 돈이 필요해서 그래?”유한은 물질적으로 리은을 궁핍하게 만든 적은 없었다.하지만 그게 ‘자기 돈’이 아니라는 사실은 언제나 불편했다.“필요 없지.”유한이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리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냥... 이제는 더 이상 남 눈치 보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그 말에 유한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남 눈치? 내가 너를 그런 식으로 살게 했다는 뜻이야?”“그런 뜻 아니야. 내 생각일 뿐이야. 너한테 한 말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사실 그런 감정은 결혼 초부터 있었다. 리은이 부모님 집 문제를 유한에게 부탁했다가 단칼에 거절당했던 날, 그 느낌은 더 명확해졌다.‘내가 원하는 건 결국 내 힘으로 얻어야 해.’‘이대로라도 다시 시작할 시간은 아직 있으니까.’“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잘게.”더 이상 이어갈 필요 없는 말이었다.리은은 자세를 바로잡고 눈을 감았다.유한은 한참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결국 불을 끄고 누웠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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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그날 밤 유한은 분명 과했다.하지만 산후 얼마 지나지 않은 리은을 함부로 다치게 하지는 않았다.그날 밤의 격렬함 이후, 리은은 두 사람의 사이가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질 것이라 기대했다.하지만 그 기대는 얼마 못 가 무너졌다.유한은 정말로 ‘잠자리’ 말고는 아무 의미도 두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했다.다음 날 아침, 리은이 깼을 때 침대에는 이미 유한의 흔적조차 없었다.문자도 전화도 답이 없었고, 다시 얼굴을 본 건 며칠 후였다.유한은 자신이 했던 말이 정확히 어떤 의미였는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집에 올 때마다 목적은 하나였다.잠자리.욕구 해소와 발산.일주일에 두 번.생리 기간은 제외.평소엔 리은은 유한의 얼굴조차 보기 어려웠고, 연락은 늘 일방적으로 끊어졌다.둘이 만났을 때 대화도 거의 없었다. 부부관계를 하고 나면 유한은 바로 돌아가거나 혹은 조용히 잠만 자고 갔다.리은은 아내라기보다 ‘잘 만든 그릇’ 같았다.그런 생활이 5년이나 이어졌다.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믿지 않을 정도였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유한과 리은의 결혼이 겉보기만 화려한 껍데기라고 생각했다.리은의 몸이 잔뜩 굳어 있자 유한이 비웃듯 말했다.“건드리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경직돼 있어?”그 말에 리은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조금씩 긴장이 풀리자 유한의 코웃음이 다시 들렸지만, 리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이른 아침, 둘을 깨운 건 작은 손이었다.리은이 눈을 뜨자, 루이가 침대 난간에 턱을 괸 채 기대어 있었다.귀여운 잠옷을 입고 있는 루이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엄마, 드디어 일어났어요!”“루이?”리은은 눈을 비비고 시계를 봤다.아직 6시.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한참 이른 시간이었다.“루이,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루이는 빛나는 눈으로 말했다.“오늘 아빠랑 엄마랑 같이 놀이공원 가기로 했잖아요!”그 말에 리은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딸이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더 그랬다.옆에서 유한도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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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유한의 말이 떨어지자, 루이만 아니라 리은까지도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모녀가 똑같은 얼굴로 동시에 유한을 바라봤다.그제야 유한은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듯 입술을 꼭 다물었다. 미묘한 어색함이 스치는 듯했지만, 바로 다음 순간 활짝 웃으며 달려든 루이가 유한의 얼굴을 감싸쥔 채 크게 입을 맞췄다.“저도 아빠 사랑해요! 아빠도 엄마도 다 사랑해요!”루이는 어려도 고른 사랑이 뭔지 아는 아이였다.유한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올라가더니, 입가도 어딘가 부드럽게 풀리는 듯했다.“말도 잘하네. 누워서 자.”“응!”루이는 곧바로 두 사람 사이에 쏙 들어가 누웠다.루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나서야, 유한은 리은이 자신을 가만히 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눈빛 어딘가 불편함이 스쳤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왜 그렇게 봐?”리은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떼었으나, 곁에서 잠든 루이를 내려다본 뒤 다시 입을 닫았다.아이 앞에서 꺼낼 수 없는 말들이었다.“아니야.”결국 셋은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 눈을 감았다.아침 8시가 될 무렵, 유한의 핸드폰이 울리자 리은은 비로소 눈을 떴다. 정말로 함께 깊은 잠에 빠졌던 것이다.몸을 돌린 리안은 루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아이의 이마를 어루만졌다.유한이 전화를 받아들었다. 이른 아침이라 상대방의 목소리도 제법 또렷하게 들렸다.선호였다. 오늘 업무 일정에 대해 보고하는 듯했다.“내일로 미뤄. 오늘은 회사 안 가.”유한은 짧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그제야 리은이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시간 없으면... 나 혼자 루이 데리고 가도 돼.”천천히 고개를 돌려 리은을 쳐다보던 유한이 낮은 소리로 냉소를 흘렸다.“왜 그런 말은 루이 앞에서 못 해?”‘루이가 실망할까 걱정이 돼서야.’리은이 대답하지 못하자, 유한은 묵묵히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섰다. 그리고 허리에 묶은 가운의 끈을 느슨하게 잡아당겼다.“좋은 사람 역할은 네가 하고, 욕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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