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그래도 고모님이랑 같이 올라가시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리은이 조심스레 말하자, 주은미는 마치 ‘이제야 알아듣네’ 하는 눈빛을 주며 위아래로 훑었다.“엄마, 제가 올라가서 도와드릴게요.”하지만 강덕순은 단단히 선을 그었다.“필요 없어. 리은아, 할머니랑 같이 올라가자.”이 정도로 못을 박자, 리은도 더는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리은은 표정이 굳은 주은미를 흘깃 쳐다보고 난 뒤 강덕순의 팔을 잡고 무대 쪽으로 향했다.무대 아래는 꽤 많은 인원이 모여 있었고, 그 시선들이 한 번에 강덕순과 리은 쪽으로 쏠렸다.리은은 짧게 숨을 고르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 자리는 어느 기자나 언론도 초대하지 않았으니, 오늘의 일이 바깥으로 흘러 나갈 일은 없을 것이다.예전에 리은과 유한의 결혼식에도 여러 사람이 왔지만, 단 한 장의 사진조차 외부로 새어나간 적이 없었다.그래서 진리은이라는 이름은 오래전부터 ‘주씨 가문의 작은 사모님’으로만 돌았고, 실제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강덕순은 마이크를 건네받아 차분히 인사를 전했다.“오늘 내 팔순에 와 줘서 고마워요. 말은 길게 하지 않겠어요. 편하게 먹고 마시고 즐기다 가면 됩니다.”그 말끝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강덕순의 목소리 톤이 조금 낮아졌다.“그리고 오늘, 여러분께 꼭 말씀드릴 중요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리은은 어깨가 살짝 긴장되며 할머니 쪽을 바라봤다.‘설마... 그때 말씀하셨던 그 이야기...?’예감은 틀리지 않았다.강덕순은 리은의 손을 제법 강하게 잡으며 한층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내 옆에 있는 사람은 내 손주며느리 진리은입니다. 성격이 조용해서 평소엔 얼굴을 잘 안 비추지만, 다들 이름은 들어봤을 겁니다.”바로 아래에서 탄성이 터졌다.“아, 이분이 주유한 대표님의 부인이시구나. 확실히 분위기가 있네.”“주 대표님 눈이 정말 좋으시네요. 어르신, 이렇게 예쁘고 효심 깊은 손주며느리를 두셨으니 복받으신 거예요.”“...”여러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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